D025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고전 헥스 앤 카운터 워 게임, The Mighty Endeavor

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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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27 오후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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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ighty Endeavor 풀 시나리오 세팅]

만나자 만나자 했는데 드디어 만나는 Phil! 1시간 40분이면 가는 광주, 생각보다는 가까웠다! 역시 영어는 어버버 했지만 그냥 오래 살았던 경험이 좋았던 건 영어 울렁증은 따위는 없었다.

만나기 전부터 우리 무슨 게임 할까 수많은 리스트가 오고 가고 했는데 역시 난 새로운 게임을 배우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요즘 빠져든 워게임에 대해서도 ... 워게임의 장벽은 기본적으로 일반 게임 보다 두껍고 2단에 빼곡한 글들로 정말 세련되지 않은 문체로 쓰인 룰북일것이다. 그러나 읽으면서 왜 그렇게 적을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납득을 하면서, 플레이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상상하기도 한다. 어느덧 읽다가 앞부분이 또 생각이 안 나기도 하며, 오랜만에 플레이하면 다시 룰북을 독파해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과 수고스러움의 연속이지만, 내가 보드게임이라는 취미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난히 상륙한 연합군]

요즘 유로 게임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구매한 워게임만 해도 너무 벅차고 어느덧 워게임 마져 "해봐여할" 숙제 처럼 밀려있다. 가장 큰 이유는 유로 게임은 내가 구매하지 않고 배우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주변에서 쉽게 배울 수 있다. 물론 알려주는 뛰어난 룰마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지만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워게임을 주변 누군가에 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때론 고독함도 솔직히 많이 느낀다. 특히 15분 거리에서 매주 워게임을 즐겨주던 친구가 떠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 그래서 혼블러워 방송이 편안하고 약간이나 해소가 된다. 내가 무슨 게임을 하자고 강요하는 것도 강요당하는 것도 너무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휴가는 그래서 나에게는 이런 강박에서 벗어나 온전히 워게임을 할애할 시간을 많이 가졌다. 중간에 워게임이 아닌 것도 너무 즐겁게 했지만!

[연합군의 맹공이 강렬하다. 항공지원에 ㅠㅠ 그래도 센강 절대 사수]

Phil과 함께한 SCS(Standard Combat Series)의 The Mighty Endeavor는 위에 언급한 뭔가 억눌린 감정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너무 즐거운 게임이었다. 휴가의 첫 스타트 게임으로 너무 좋았다고 할까?

SCS 긱 링크

https://boardgamegeek.com/wiki/page/Standard_Combat_Series

Standard Combat Series

일단 워게임을 좋아하는 벗과 만나서 따로 워게임이 왜 좋은가 설파할 필요가 없다. 게임 내내 그냥 공감만이 흐를 뿐이다. 일단 SCS는 8장의 아주 짧은 기본 룰 셋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시리즈로 나오는 게임마다 약간의 세부룰이 추가되는 식이다. 글을 쓰는 이유도 어떻게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간접적인 영업이라고 보면 된다. 소심하지만 누군가에게 직접 말하는 것보다 이게 편하고 때론 즐겁다.

나름 그동안 헥스 게임을 많이 접해보았지만, SCS는 처음 헥스 워 게임을 독학하는 사람에게도 정말 추천드릴 수 있는 난이도의 게임이다. 그리고 클래식한 워게임의 매력에 빠지기 가장 좋은 게임이라고 느꼈다. 저번에 판저 콥스보다는 약간 복잡하지만 정말 커다란 재미가 있었다.

많은 고전 워게임이 주도권이 턴 내에서 U-go, I-go 스타일로 진행된다. 기본적인 워게임의 프로세스인 증원-이동-공격-보급-정리 단계가 한 플레이어가 한 번에 다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공격과 방어의 비율 odd에 따라 전투가 전투 테이블에 의해 처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턴을 진행하는 쪽이 보통을 유리하지만 무조건적이지는 않다. 이런 Ugo, Igo 스타일은 단점은 한 플레이어의 이동 단계가 길어지기 때문에 호흡이 상당히 길다. 그래도 때로는 이동 단계만 PBEM (play by email)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전투만 같이 처리하는 ~

전통적인 헥스 작전술 레벨의 게임의 odd 넘버의 조정은 이동 단계에 의해 결정되는데 턴을 가진 측이 공격자이기 때문에 어떻게 odd 넘버를 공격 단위에 적절히 배치하는가 정말 중요하다. 이러한 비율을 조정하기 위해 유닛 하나하나의 배치는 정말 클 수 있다. 특히 카운터가 많으면 턴이 점점 길어진다. 그 긴 호흡은 이런 작전술 게임의 큰 단점이다... 그리고 카운터도 200개가 넘는 게임도 많으며 대부분의 유닛을 이동시키는 일도 생긴다.

자 마이티 앤데버(이후: 마앤)도 꽤 카운터 적절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적은 편은 아니다. 계속 병력이 증원도 일어나고 꽤 다양한 카운터가 맵에 놓이게 되는데, 이동 단계 때 보통 카운터는 공방에서 odd 넘버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스택을 하게 되는데, 마앤에서는 4개까지 된다.

여기 재미있는 마앤에는 전장의 안개, Fog of war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도입했다. 상대방의 스택은 가장 위에 있는 것만 볼 수 있다. 보통의 워게임의 모든 스택을 들추어서 볼 수 있어 정확한 odd 계산 할 수 있큰데 '마앤'에서는 그걸 원천적으로 못하게 해두었다. 이전에 전투를 진행했어도 정확한 odd 넘버와 다시 재편성된 스택의 정확한 공방을 계산한다는 건 '장송' 같은 기억력이 아니라면 쉽지 않다. 이전의 기억 단편과 경험으로 대략적인 헥스의 강약을 파악할 수 없는 건 아니고, 역시 그걸 통해 전선을 재구성하게 된다. 그런 재구성이 정밀한 odd 넘버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과정이 기억이 안 나면서 감칠맛 나는 즐거움이라고 해야 하나! 많은 산술 계산이 이동단계에 일어나지 않아서 좋았다. 그래서 많은 카운터를 이동하더라도 정말 경쾌하게 이동과 전투가 일어났다. 그리고 내 이동 후 전투 발생 시 각 스택의 공격과 방어 수를 더해 odd 계산하는데, 예측과 다르게 2:1에서 3:1이 되었을 때 쾌감 혹은 1:1로 떨어지는 아쉬움이 동시에 발생한다. 이 부분은 게임을 유쾌하고 즐겁게 만들어준다.

[정말 다양한 지형 효과를 담고 있는 SCS]

그렇다고 SCS가 odd 넘버의 불확실성 때문에 전략성이 떨어지는가 하면 아니다. 이런 게임을 보면 대부분 지도냐고 물어본다 ㅎㅎ 일단 달력 같은 맵에 지형과 지형에 대한 범례가 보이기 때문이다. 지형에 대한 힘을 보여주는 단적인 게임이 워게임이 많다. 어떤 유리한 위치에서 적을 상대할 것인가, 그리고 그 유리한 위치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때 포기하고 다음 위치로 후퇴할 수 있는가? 그런 원천적인 재미가 정말 간단한 방식으로 어렵지 않게 룰로 구현되어 있다. 다양한 지형을 통해 두 가지 측면만 보면 된다. 이 지형으로 이동거나 건너는데 얼마나 이동 포인트를 사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 지형을 넘어서 공격 하나거나 방어를 하면 얼마나 유리하게 되는가? 예를 들어서 강을 넘어서 방어 측을 공격하는 스택의 공격력이 9이면 절반인 5(반올림)만 주게 된다. 지형에 효과에 대해 룰도 공격과 방어하는 헥스의 위치만 파악하면 되고, 특별한 예외 상황이 없다. 마앤에서는 정말 다양한 지형의 효과가 적용이 되는데 어떻게 이런 부분을 이용해 전선을 형성할 것인가 시시각각 변화한다.

[파리 함락 직전 ... 버텨 버텨]

그리고 CRT 테이블이 6면체 주사위 두 개를 던져 2~12의 범위에서 정말 세세하게 나누어져 있으며, 7:1의 odd 넘버에서도 아무리 크게 져도 2 스텝(체력 같은 거)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없다. 물론 후퇴해야 할 곳에서 이동을 못하면 스텝을 더 잃어버리는 경우가 생기지만, 그래서 퇴로를 유지하면서 전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방어 쪽은 첫째는 설사 스탭을 잃어도 후퇴를 하지 않고 지역을 지키는 게 중요하며 스텝을 잃지 않는 건 둘째 문제이다.

[마음은 아프지만 작은 스탭의 유닛을 전방에 놔두고 후퇴해야 했다. 전선을 다시 만들기 위해]

마앤의 시작은 44년 노르망디 상륙 작전부터 독일의 몰락까지 2차 세계 대전 유럽의 후반부를 다루는 작전술 게임이다. 처음 상륙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파리를 사수하기 위해 센 강을 끼고 방어전선을 펼치게 된다. 그래도 밀려오는 연합군의 공세를 막기는 어려웠다. 한쪽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측면 공격과 배후 공격으로 전군이 퇴로가 다 막힐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히 다음 방어하기 좋은 곳으로 전선을 물려야 한다. 파리를 연합군에 넘기기에는 눈물이 나지만, 이렇게 포기할 줄 알고 전선을 물리게 되어서 역사대로 흘러가기도 한다. 특히 병력을 보전하기 위해 약간 스탭의 유닛을 앞에 던져두고 연합군의 진군을 늦추고 주요 병력은 무사히 퇴각을 했는데, 필이 "완전, 히틀러같이 플레이하구먼 ㅎㅎ' 그렇게 말해서 너무 빵 터졌다. ㅎㅎ 게임에 불과해서 다수의 군을 지키기 위한 불가 항력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지만 ... (비겁한 변명입니다!)

[파리를 결국 내어준 모습 ㅠㅠ]

게임을 4시간 반 정도 진행하고 시간이 없어서 끝가지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조금만 했으면, 아르덴에서 격전을 펼쳤을 것 같은데 ... 25턴 중 9탄까지 정도 했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호흡이 정말 좋은 게임이어서 4시간 반이 어떻게 흘러갔을지도 모를 게임이었다. 아니 25턴을 하면 10시간 정도 걸리는 거 아닌가 하실 텐테 짧은 게임의 시나리오도 이 게임은 제공하고 있다. 5턴 정도하는 짧은 시나리오 부터 하면되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근데 풀 시나리오를 하면 유럽 서부 전선 (이탈리아 빼고) 대부분을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정말 풀 시나리오도 끝까지 해보고 싶었다.

아 중요한 것은 Dean Essig이 작전술 게임이 OCS BCS가 각각 보급 룰이 정말 디테일하고 재미있는데, SCS에서도 각 시리즈 마다 간단하지만 테마 구현도가 높은 보급룰을 추가로 구현하고 있다. 독일군의 경우에는 간단히 도로를 통해 보급을 받는 형식이고, 연합군은 비치 포트로 시작해서 HQ와 그리고 더 길어지면 트럭을 통해 보급로를 연결해야 한다. 그 연합군의 보급로를 한번 끊어버리는 플레이도 중간에 해보았는데 정말 짜릿한 쾌감을 주었고 적의 진군을 한터 늦추는 결과를 주기도 했다 ㅎㅎ 얼마전에 해본 BCS에 비하면 정말 간단하지만 의표를 찌를 수 있게 기본 보급룰도 탄탄하다.

[2판 확장 버전을 사면 동부전선까지 플레이해볼 수 있다! 너무 웅장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확장 포함 버전은 중고가 너무 비싸다 ㅠㅠ 1판을 구매 고려중이다. 일단 1판은 부담없는 한장의 맵을 사용한다.]

SCS는 정말 요즘 많은 해외 워게임 리뷰어들도 다시 극찬을 하는 클래식 헥스 앤 카운터 워 게임이다. 정말 배우기 쉽고 거기에 깊이까지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작전(operational)술 게임을 깊이 있게 입문해 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SCS를 단연 으뜸으로 추천할 것 같다. 다른 입문 작전술 게임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이다. 괜히 클래식이 위대한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 해외 리테일샵인 NobleKnight 같은 곳에서 이 시리즈의 1판들은 정말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다. 마앤은 현재 제고가 안 보여서 아쉽지만, 그래서 SCS 최신판인 Ardennes II를 바로 구매했다. (Afrika의 경우는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5699/afrika-the-north-african-campaign-1940-1942 정말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20불 내외) 하지만, 작은 카운터, 처음 보는 달력맵, 그리고 전투 단계 때 odd 넘버의 수계산이 싫으신 분들에게는 추천 드리기 어려운 게임이다.

필 책장도 구경하고, 필에게 예전에 구입했던 게임도 들고 올 수 있었다. 덤으로 너무 좋은 가격으로 Dean Essig의 CWB 게임도 들고 올 수 있었다. 미리 세팅을 다해두고 좋은 게임을 소개해 준 Phil님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시간만 되면 광주 자주 놀러 가고 싶다. 가는 길이 앞으로 더 짧게 느껴질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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