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를 입힌 룰 설명이 게임 재미를 크게 높인 사례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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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17 오후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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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동호회 모임 없이 지인들과만 게임을 하기 때문에 모든 게임의 룰숙지와 설명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면 더 룰 설명을 잘 할 수 있을까가 언제나 큰 숙제인데요.

룰설명 중에 테마를 얼마나 이야기하고 관련지어야 하는지는 항상 고민되는 지점입니다.

테마가 게임의 흥미와 몰입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테마 설명을 너무 많이 하면 안 그래도 긴 룰설명이 너무 길어집니다.

반대로 메카니즘만 설명하면 게임은 돌아가겠지만 좀 건조하겠지요. 또한 플레이어들이 게임 중 하는 행동의 의미를 모르니 몰입이 덜 되어 흥미가 떨어질수도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게 매번 고민인데, 최근에 룰에 약간의 테마를 입혀서 설명해서 그게 게임 내내 아주 흥미롭게 작동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룰마의 역할에 대해 깨달음을 주는 지점도 있었고요.

게임은 유명하고 핫한 게임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라는 아주 옛날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유로게임이라기보다는 아임더보스 분위기가 나는 경매/협상/블러핑 게임입니다.

이 게임 중에 영향력카드로 하는 경매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0-9사이의 영향력카드 한 세트를 받습니다. 거기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중 한 장을 비공개로 내서 높은 카드를 낸 사람들이 투자권을 따는데 같은 숫자를 낸 사람들은 탈락합니다. (맞습니다. 독수리눈치싸움에서 가져온 겁니다ㅎㅎ)

이것을 메커니즘만 설명하면 이렇게 할 수 있겠지요.

"각자 0-9까지의 카드 한 세트를 받아. 가장 높은 숫자를 낸 사람이 그만큼의 영향력을 까고 투자권을 받지만, 똑같은 숫자를 낸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들은 나가리야.

숫자를 혼자 낸 사람 중에 제일 높은 숫자를 낸 사람이 투자권을 가져."

하지만, 저는 이렇게 테마를 입혀서 설명해 보았습니다.

"0-9까지의 카드는 이 도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야. 영향력이 9인 시장부터 영향력이 0인 점술가까지.

우리는 투자권을 얻기 위해 그 중 한 사람에게 로비를 해.

당연히 제일 영향력이 큰 사람한테 로비를 해야 투자권을 얻지만, 문제는 같은 사람한테 두 명 이상이 로비를 하면 그 사람이 난처해져서 아무 일도 안 한다는 거야.

그러면 나가리야. 그 사람들은 투자권을 못 얻지.“

카드에 샌프란시스코에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그려져 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가 그 카드를 내는 것이 그 사람에게 로비를 하는 것이고 두 명 이상이 로비를 하면 난처해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룰북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같은 숫자를 내면 나가리가 된다는 메커니즘을 어떻게 테마와 관련해서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작은 설명 하나가 게임을 하는 두 시간 내내 생명력을 가지고 계속해서 게임의 흥미를 높여 주었습니다.

블러핑을 할 때도 그냥 ”나 9 낸다.“가 아니라 “나 이번엔 진짜로 시장(영향력9)한테 간다. 다들 시장이면 다같이 죽는거야!”이렇게 된다던가.

높은 숫자가 동률로 나가리가 되고 영향력3인 마피아카드로 투자권을 딴 사람이, 그냥 3으로 먹었다가 아니라 “야. 시장, 경찰서장 다 소용없어~~ 재개발하면 조폭이지ㅋㅋ”하면서 낄낄댄다던가.

카드에 있는 숫자만으로 플레이할 때보다 훨씬 다양한 드립과 웃음이 터져나오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물론 룰마인 제가 의도적으로 숫자보다는 인물의 직업을 거론하면서 분위기를 주도했고 그게 흐름을 탔던 거지요.

써놓고 보니 참 소소하네요ㅋ

비록 작은 경험이었지만 저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비보드게이머 지인과만 보드게임을 돌리다보니, 이게 얼마나 재밌는 취미인지를 그들에게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큰데, 지인들이 게임을 더 재밌게 경험하는데 제 작은 노력이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단지 이해가 잘 되게 설명하는 것을 넘어(이것만 해도 늘 어려운 일이지만요), 더 게임을 재미있게 경험하도록 도와주는 룰설명이 룰마가 지향해야 하는 궁극의 목표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룰설명을 해보려고 고민하면서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ㅎㅎ

샌프란시스코라는 철지난 게임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려했다기보다는, 게임의 핵심 메커니즘을 가급적 테마적으로 이해시키고 풀어내보려 노력하는 것이 게임의 재미에 큰 영향을 줄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네요. 모든 룰에 대해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게임에서 메인으로 사용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 '룰북에서 그렇게 하라고 한다'가 아니라 납득이 되고 흥미를 느끼게 설명하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다보면 플레이어들이 즐겁게 즐기게 도와주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고 룰마의 보람도 커질 것 같습니다.
그러다 다른 분들의 경험과 노하우도 궁금해졌습니다. 테마 설명이 게임의 흥을 크게 돋구워준 경험이 있으시거나, 또는 각자 가지고 계신 룰설명 노하우들도 궁금하네요.

댓글이 달릴지는 모르겠지만, 제 경험이 작은 인사이트라도 드리게 되면 좋겠고, 저도 다른 분들게 배우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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