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딩] 셰익스피어를 어떻게 추리 게임으로 만들었을까? <액트: 맥베스> 개발 기록!

판컬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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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16 오전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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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판컬처스에서 스토리 개발과 아트워크를 맡고 있는 라이입니다.

셰익스피어 고전 비극을 추리 게임으로! <액트: 맥베스>의 펀딩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저희 게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시고, 저희 펀딩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https://tumblbug.com/act_macbeth

저는 개인적으로 소설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보드게임을 처음 접하고, <반지의 제왕: 가운데 땅 여정>이나 <팬데믹 레거시>와 같이 스토리 요소가 많은 게임, 그리고 <언락>이나 <사건의 재구성>과 같은 추리 게임들을 보며 충격과 강한 설렘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본격적인 스토리를 보드게임으로도 즐길 수 있다니! 책만 보던 저에게 있어 굉장한 가능성을 느끼며 보드게임 개발을 꿈꾸게 만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액트: 맥베스>는 저희 팀에서 개발하고자 하는 스토리 게임의 두 번째 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첫 번째 걸음이라고 하면 작년 1인용 PnP 공모전에 등장했던 <보늬당의 다람쥐들>이지요. 혹시나 기억해 주신다면 너무나 감동입니다..!) <액트: 맥베스>를 개발하면서 가장 초점을 맞추었던 부분은, '플레이어의 능동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머더 미스터리나 협력형 추리 게임은 너무나 재미있지만, 대부분 이미 고정된 과거의 사건을 대상으로 플레이한다는 점이 항상 아쉬웠거든요. 제가 느꼈던 스토리 중심의 보드게임의 매력은, 이야기 속에 들어가서 사건을 직접 전개시키는 것 같은 몰입감에 있었으니까요.

(게임 속의 발단 스토리를 표현하고자 제작한 표지 아트워크입니다. 게임을 마치고 표지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고민을 이어나가다 <액트: 맥베스>의 틀이 되는 이미지가 떠올랐던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었습니다. 하나의 극중극을 중심으로 무대 위의 배우들(플레이어)이 범인과 소통하는 장면이었어요. 한 미쳐버린 범인의 요구에 따라, 플레이어들이 무대 위에서 어떤 이야기를 즉흥으로 선보일지 고민하는 긴장감을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범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야 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아가는 추리 게임이었던 것이죠. 특히 '무대'라는 공간은 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는, 어떻게 보면 규율이 매우 강한 공간이기 때문에, 이 무대에서의 행위를 규칙적으로 잘 풀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틀이 짜인 이후로 채워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무대 위에서, 연극을 만들어가는 규칙은 어떻게 할 것인가?', 둘째는 '이야기의 소재, 극중극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셋째는 '이 사건의 발단이 된 범인과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였습니다. 첫째, 이야기의 소재에 대해서 처음에는 아예 새로운 작품을 설정해 삽입할까 했지만, 그렇게 하면 플레이어가 파악해야 할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질 것 같다는 판단에 유명한 고전 작품을 가져와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세계문학전집 리스트를 펼쳐, 연극으로 종종 세워졌을만한 작품, 그리고 저희 게임이 어울리도록 역동적이고 강렬한 작품을 찾아 읽고 또 읽기를 반복... 운명처럼(!) <맥베스>를 만났고, 곧바로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왕이 될 것이란 운명을 듣고 악마가 되어버린 맥베스! 원작 속의 맥베스는 자신의 잔인한 운명과 도덕성을 놓고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원작의 큼직큼직한 사건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제시할 문제로 변형하기에도 좋은 부분이었습니다. '덩컨 왕을 죽일 것인가?' '친구 뱅쿠오를 죽일 것인가?' '맥더프와 싸울 것인가?'라는, 원작에서는 주인공 맥베스를 점점 악마로 몰아넣었던 선택들을, 게임에서는 플레이어들이 1막, 2막, 3막을 거치며 하나씩 직접 선택하도록 연출할 수 있었어요.

두 번째 고민,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재구성하도록 할 것인지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었는데요. 앞서 언급한 <맥베스>의 선택들을 간단히 요약하면 '야욕에 가득 찬 선택'(ex. 덩컨 왕을 죽인다)과 '이성을 지키는 선택'(ex. 덩컨 왕을 죽이지 않는다)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이야기는 '야욕'과 '이성'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을 세 번(1막, 2막, 3막) 거쳐 총 8가지(2x2x3)의 멀티 엔딩에 다다르도록 만들 수 있었습니다.

(초초초기 버전. 최초의 테스트를 수행하는 라이와 판케이크.)

각각의 막에서 '야욕' 또는 '이성'을 선택하는 과정은 게임 디자인을 맡고 있는 판케이크님과 수차례 기획 회의를 거치며 수정해나갔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부분은 처음 구상으로부터 가장 많이 변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초기 버전에서는 감정 아이콘과 숫자를 사용해, 대사를 주고받으며 '야욕' 또는 '이성'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과정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일종의 퍼즐이라고도 볼 수 있는 요소였는데요. 인원별 승률까지 체크해가며 밸런스를 열심히 맞추었지만... 플레이 테스트를 여러 차례 진행하며 지켜본 결과, 이 요소가 무대 아래에서의 추리 과정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최종 버전에서는 제외시키게 되었습니다. (대신 이 시스템은 따로 떼어서 다른 게임으로 개발해보려고 구상중이랍니다!)

세 번째 고민은 추리 게임의 핵심이 되는, 범인과 인물들의 이야기이죠!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여기서 자세히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맥베스> 원작의 메시지를 충실히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맥베스'로 비유되는, 사건의 발단이 된 인물 '신종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저희 게임의 서사는 그 자체로도 원작 <맥베스>를 닮아 있거든요. 맥베스를 악마로 만든 것은 그 자신이었을까요, 아니면 그가 들었던 운명이었을까요? 극중극 <맥베스>에 심취해 있는 등장인물들을 조사하고, 이 모든 비극의 진상을 밝히는 과정 곳곳에 원작의 스토리를 재해석해 반영하였으니, 더 상세한 내용은 직접 플레이하며 느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플레이 테스트 사진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카드들은 초기 테스트 버전인 점, 참고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액트: 맥베스>의 초기부터 완성 버전까지 플레이 테스트에 함께해 주신 추리 게임 동아리원분들, 그리고 보드게임 작가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액트: 맥베스>의 인물들이 더 생생하게 살아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랜 기간 작업한 게임이 또 하나의 결과물로 나오게 되어 정말 뿌듯하고 감격스럽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저희가 준비한 이야기를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게임은 5월 15일에 펀딩을 오픈하여, 9월 중에 배송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펀딩 <액트: 맥베스>와, 계속해서 풍성한 스토리 게임을 고민하는 저희 판컬처스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펀딩 페이지 보러 가기 : https://tumblbug.com/act_macbe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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