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플...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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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8 오후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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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보드 게임은 여러 사람이 같이 해야 재미있는 취미입니다.

그 게임이 인터액션으로 범벅되어 우정 파괴를 일삼는 게임이건, 소위 Multiplayer Solitaire라 불리우는 인터액션이 없다시피한 게임이건 말이죠.

여러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되니까요.

그런데 저희 보드 게이머들은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같이 게임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소와 사람들은 모임에서 찾는다 쳐도, 결국 시간이 문제가 되죠.

책장에 꽃힌 채로 먼지가 쌓여가는 게임들을 차마 눈물 없이 볼 수가 없게 되어 제가 시작하게 된 것이 솔플 또는 1인플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저나 여러분 모두 어릴 때부터 항상 혼자 게임을 해왔잖아요.

다만 보드 게임이 아닌 비디오 게임과 컴퓨터 게임을 혼자 했을 뿐이지요.

보드 게임 솔로 플레이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1. 거금을 주고 사 모은 게임들의 용도가 한층 폭넓어집니다.

2. 컴퓨터 또는 핸드폰 게임을 하는 것보다 눈이 덜 피로하고, 손이 느려도 (소위 말하는 피지컬이 딸려도)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3. 훌륭한 퀄리티의 컴포넌트, 미플, 카드, 큐브, 주사위를 직접 손에 쥐고 게임을 하므로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높은 만족감을 줍니다.

4. 보드 게임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는 충족을 시켜 줍니다.

즉 세팅의 귀찮음만 어느 정도 극복하면 생각보다 꽤나 할만합니다.

오히려 요새는 게임을 사는 기준에 '솔플이 괜찮은가?'가 포함되었을 정도로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어요.

단점이라면... 이 재밌는 게임을 다른 사람과 하면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것 정도...? ㅜㅜㅜㅜㅜㅜ

하버

타이니 에픽 시리즈의 디자이너 스캇 암즈의 하버입니다. 그 시리즈에 못지 않을 정도로 박스가 작아요.

르아브르 축소판 느낌의 일꾼 놓기 카드 게임인데요, 이 게임엔 '연습용 더미 (Training Dummy)'라는 솔플 전용 캐릭터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패턴으로 행동하는데 약간 사기 (?) 를 치기에 상대하기 마냥 쉽지만은 않죠.

물론 이 더미 플레이어를 이리 저리 움직이는 것이 귀찮다면 혼자 20턴 내에 게임의 종료 조건인 카드 4장을 사는 것을 목표로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https://boardgamegeek.com/thread/1354241/20-move-solo-challenge-quicker-and-easier-one-play

디자이너 자신도 좋은 방식이라고 댓글을 남긴 배리언트 룰입니다.

세팅 간편하고 카드 수도 많고 시작 캐릭터도 14가지나 되기에 리플레이성도 괜찮습니다. 공간도 안 먹어서 컴퓨터 앞에 놓고 한 두 판씩 종종 돌립니다.

뤄양의 사람들

콩 아저씨는 게임을 디자인할 때 여러 인원수를 커버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는게 보입니다. 특히 1~2인을 많이 챙겨주죠.

2인 전용 게임인 아그리콜라 크작피, 르아브르 내륙항, 패치워크를 제외한 모든 게임에 1인룰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특히 뤄양은 솔플이 좋은 게임입니다. 당장 긱 선호도만 봐도 3인플보다 1인플 추천이 더 많을 정도지요. (그만큼 3인플이 별로라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

기본적인 플레이는 똑같지만, 위에 보이는 3x4 형태로 카드를 깔아놓고 카드 분배 단계 때 최대 2장을 가져오게 됩니다.

위에서부터 0원, 1원, 2원, 2원을 내야 가져올 수 있는데, 카드 분배 단계가 끝나면 1원 칸에 놓인 카드는 사라지고, 남은 카드들을 위로 올려서 공간을 메꿉니다.

별거 아닌 변화 같지만 생각보다 여러 전략적인 선택을 강요합니다. 쟁여놨다가 나중에 먹고 싶은 카드를 0원 줄에 가도록 유도할 수 있거든요.

룰북엔 18점부터 고수라고 할 수 있다던데 한 번도 못해봤네요. 가능하긴 한가요??

오 마이 굿즈!

요새 가장 핫한 디자이너 알렉산더 피스터의 작품인데요, 기본적으로는 2-4인용 게임이고 1인 룰이 따로 없는 엔진 빌딩 카드 게임입니다.

1인 룰이 없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인터액션이 없는 게임인지라, 보드게임긱의 솔플 동지들이 솔플 룰을 만들어주었습니다.

https://boardgamegeek.com/thread/1451873/my-home-made-solo-variant

알렉산더 피스터 본인이 어느 정도 보완을 해서 만들어진 솔플 룰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총 11라운드 간 진행합니다. 목표는 다인플과 같이 8개 이상의 건물을 소유하는 것입니다. (기본 건물 포함)

2. 11라운드 전에 목표를 달성했으면 한 라운드를 더 플레이한 후 게임을 종료합니다.

3. 얻은 점수 - (플레이한 라운드 수 x 2) 가 최종 점수이며, 0점이 기준으로 그 이상이 좋은 점수입니다.

엔진 빌딩 게임이라고는 하는데 정작 엔진이 돌아가는건 보기가 힘들다는게 함정이죠. (...)

리빙 어스

정말 작정하고 혼자 놀고 싶을 때 꺼낼 수 있는 궁극의 게임이 아닌가 합니다.

인터액션이 제로에 가깝고 게임보단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물건 (?) 인지라 혼자 해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습니다.

물론 저의 원대한 목표와 치밀한 계획,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계산을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좀 슬퍼집니다.

전 국민이 제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고 최면을 걸고 게임하면 좀 낫습니다.....

이 게임은 우주선이 터져야 제 맛이죠.

보드게임긱엔 1 Player guild라는 저와 같은 솔플러들의 길드가 존재합니다.

https://boardgamegeek.com/guild/1303

가입자가 4000명을 넘는데, 이는 모든 길드들 중 2~3위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단적으로 비교하자면 A Couple of Gamers라는 커플 게이머들의 길드가 있는데, 500명을 겨우 넘는 수준이죠.

동지들 같으니라고...

많은 사람들이 오늘은 무슨 게임을 했는지, 어떤 게임이 솔플로 하기 좋은지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기가 플레이한 세팅을 그대로 올려놓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같은 세팅으로 몇점까지 낼 수 있는지 경쟁하는 챌린지도 올라옵니다.

이쯤 되면 몸만 떨어져있다 뿐이지, 경험 자체는 다 같이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여러분도 책장에서 먼지 쌓인 게임을 하나 하나 꺼내서 솔플을 즐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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