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Top 100 - #1~10

너굴너굴

3,292

2017-12-26 오전 3:29

IP: 24.84.***.***

블로그 방문

팔로우

BEST

쪽지발송

내용 댓글52

후기가 따로 있으니 바로 시작하죠!

======

#10 - 마작

2015 - N/A
2016 - N/A

2015년 티츄가 18위였는데 2016년엔 81위로 큰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티츄라는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질린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사실 마작이야 말로 티츄를 Top100 에서 지워내버린 장본인 입니다.

타일을 하나 가져오고 버린다는 간단한 형태로 진행되는 이 게임은 셋 콜렉션입니다. 14개의 패를 이용하여 족보를 만들어 득점해야 하는데, 족보의 난이도에 따라 점수 폭이 다양하기 때문에 가볍고 낮은 패로 야금야금 득점을 할건지, 무겁고 한방 있는 강한 족보로 상대방을 터뜨릴지 패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아주 일품입니다. 게다가 내가 버린 패로 인해 상대방이 족보를 완성할 경우 벌금을 모두 지불하기 때문에 패를 버리는 과정 하나하나가 정말 살떨리고 긴장됩니다.

물론 세부규칙으로 들어가면 여러가지 알아야 할 것이 많지만 최소한의 규칙만 배워도 마작의 매력을 즐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매체에선 마작이 나쁜 것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아 대우가 박한 게임 중 하나인데... 참 억울한 게임인것 같습니다.

#9 - 화이트채플

2015 - 2위
2016 - 2위

한명이 자신의 위치를 숨긴채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히든 무브먼트 류의 게임입니다. 일대 다의 구도로 게임이 진행되며, 도시 어딘가에 숨어서 이동하는 살인마 잭(범인 플레이어)을 잡아야 하는 추리 게임이죠. 이러한 게임은 보통 잭이 더 재밌습니다. 고통받는 경찰들을 보며 좁은 골목길을 유유히 누비고 다니는게 짜릿하고 스릴 넘치기 때문이죠.

청개구리 심보인지 저는 언제나 경찰을 합니다. 가능성을 하나씩 지워가며 상대방을 구석으로 몰아가는 과정이 정말 재밌어요. 물론 스트레스 받는 일도 자주 있지만 즐거운 스트레스라서 잡고나면 기분 정말 좋더라고요. 저처럼 경찰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으면 상대방은 언제나 잭을 할 수 있어 정말 최고의 게임이 되겠지만, 플레이어들이 모두 잭을 선호한다면 아마 즐기는 자 vs 스트레스 받는 자로 갈릴 것 같아 선뜻 추천하긴 어렵네요.

#8 - 하나비

2015 - 53위
2016 - 32위

하나비는 독특한 협력 카드게임입니다. 카드를 받는데 앞면이 다른 플레이어들을 향하도록 카드를 거꾸로 쥐어야 하죠.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자기 차례 때, 카드 내려놓기 / 카드 버리기 / 상대방에게 힌트 주기 액션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목적은 간단합니다. 5가지의 색상을 1부터 5까지 한장씩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 게임에선 힌트에 숨어있는 의도를 파악하는게 정말 중요합니다. 게임에서 줄 수 있는 힌트는 색상 혹은 숫자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건 빨간색이야." 식의 힌트를 받았을 때 "아 빨간색이구나"가 아니라 "왜 빨간색을 알려주었을까?" 하고 상대방의 의도를 읽어야 하지요. 보통 "이거 해! 저거 해!" 라고 직접적으로 힌트를 줄 수 있는게 협력게임이다보니 '알파 게이밍(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의 게임에 결정권을 가짐)'이 자주 벌어지는데 하나비엔 그런게 없습니다.

아주 저렴한 가격. 훌륭한 게임성. 좋은 리플레이성. 테마가 좀 평범(?)하고 따로 노는걸 빼면 어디 하나 모난데 없는 참 좋은 게임입니다. 순위가 계속 상승한 것이 놀랍지 않습니다. 이제 와이프가 된 여자친구와 정말 자주했던 카드 게임이거든요.

#7 - 슬루스

2015 - N/A
2016 - N/A

2015년과 2016년에 클루: 카드게임이 Top 100 에 2연속 들었는데 슬루스가 그 녀석을 완전히 밀어내고 슬루스가 7위에 올라섰습니다.

슬루스의 목적은 다른 추리 게임과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사라진 보석 하나를 찾아내는 게임이죠. 플레이어들은 나머지 보석카드를 나눠가지고 자신의 앞에 질문카드 4장을 깔아둡니다. 이 질문카드를 하나씩 사용하여 색깔, 모양, 갯수 등을 물어보는 식으로 진행되죠. 사용한 질문카드는 다시 보충합니다. 이렇게 반복하다 정답을 맞춘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다른 게임과 진행 방식이 큰 차이가 없는데도 슬루스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간편한 세팅과 간결한 규칙 때문입니다. 추리게임으로써 있어야 할 것은 다 들어있으면서 불필요한 사족이 전혀 없어요. 살짝 아쉬운 점은 질문카드에 따라 하고 싶은 질문을 못한다는 점이 있는데... 그냥 한턴 날리고 카드 4개를 싹다 갈아버릴 수 있어서 나름 보완이 됩니다. 게다가 보석을 하나만 숨기지 않고 2-3개를 숨겨 난이도 조절을 할 수 있단 점도 좋습니다. 하드코어한 사람들은 1개의 보석으로 만족하지 않는데, 다른 추리 게임은 이게 거의 불가능하죠.

슬루스 하나만 있어도 다른 추리 게임은 딱히 필요가 없을거 같아요.

#6 - 버건디의성

2015 - 8위
2016 - 7위

주사위를 굴린 뒤 나온 눈을 이용하여 원하는 액션을 할 수 있다는 신세계를 보여준 게임- 버건디의 성입니다. 지금은 여러 시스템에서 이러한 주사위 액션 방식을 이용하고 있지만 당시의 제겐 버건디의 성이 최초의 게임이었어요.

일꾼을 이용하여 주사위 값을 보정하는 점도 매력적이고,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어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점도 좋습니다. 타일을 이용하여 자잘한 콤보를 터뜨릴 수 있는 점도 좋고, 무엇을 하던지 점수가 꾸준히 나온다는 점도 좋습니다. 게다가 스테판 펠드의 작품답게 할 것은 많지만 액션이 너무 부족하다는 압박감도 좋죠.

트라야누스보다 이 게임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접근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트라야누스의 최대 특징인 만칼라는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반면 주사위는 모두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숨겨진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의문이 있다면 바로바로 물어가며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정말 좋습니다.

물론 주사위 게임인만큼 마지막 라운드에 원하는 숫자가 나오지 않으면 뼈아픈 상황이 발생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타 게임처럼 내가 굴린 주사위에 한탄하며 답답해 하지 않고 최선의 수를 짜낼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운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 느낌이 너무나 좋아요.

이런 다양한 이유로 주사위 게임임에도 버건디의 성은 언제나 사랑합니다.

#5 - 오부족

2015 - 9위
2016 - 3위

Top 100에 입성한 게임 중 만칼라 시스템을 이용하는 게임은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트라야누스요. 나머지 하나는 바로 오부족이죠.

두 게임 중 어느쪽을 더 좋아하는 질문을 받으면 1초의 고민도 없이 오부족이 더 내 취향에 맞는다고 말할 자신 있습니다.

오부족을 트라야누스보다 더 높게 치는 이유는 상당한 깊이를 가진 게임이면서도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칼라라는 시스템은 그 자체만으로도 두통을 줍니다. 미플(혹은 큐브)를 한움큼 집어들어서 뚝뚝 떨구며 이동한다는 개념은 좀처럼 친해지기 어렵거든요.

그러나 오부족은 이러한 만칼라 돌에 다양한 능력을 불어넣어 만칼라를 유지하면서도 게임을 훨씬 재미나게 만든게 아주 컸어요. 게다가 매 라운드마다 자신의 승점으로 비딩을 하여 턴 순서를 결정한다는 점도 너무나 좋은 발상이었습니다. 좋은 수를 보는 사람들은 그 수를 이행하기 위하여 더 많은 승점을 지불하겠죠. 반드시 하고 싶은 수니까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승점을 아끼며 조금 비효율적인 수를 택할 수 있으니 어느정도 밸런스는 맞는 셈입니다. 물론 승점을 아낀다고 무조건 이길 수 있는 그런 호락호락한 게임은 아녜요. 해선 절대 이길 수 없지만요.

오부족이 싫다는 의견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건 ‘다른 사람의 수 때문에 내가 찾은 수가 망가진다’ 인데요. 저는 이게 썩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플레이어들로 인해 새로운 경로를 찾아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참으로 멋진 게임입니다. 언제해도 질리지 않아요.

#4 - 아그리콜라

2015 - 16위
2016 - 25위

우베 로젠버그의 명작으로, 꽤나 묵직한 전략게임 치고 초보자에게 잘 먹히는 특이한 전략 게임이기도 합니다. 집안을 꾸려나간다는 친숙하고 독특한 농장 테마, 거의 대부분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행동간의 연계, 카드로 인한 다양한 변화, 천천히 하나씩 공개되는 액션 카드 등 의외로 초보자들이 한걸음씩 잘 따라갈 수 있는 요소가 많아요.

사실 아그리콜라는 제가 극도로 혐오하는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밥 먹이기 시스템을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기적으로 밥을 먹여야 하는 부담감은 짜증만 불러왔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막는 족쇄로 느껴졌죠. 그러나 카드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갈 수록, 방을 만드는 타이밍, 가족을 늘리는 타이밍을 배워갈 수록 밥 먹이기 시스템이 크게 신경쓰이지 않게 되더군요. 밥 먹이기 혐오감이 줄어든게 순위 상승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저도 내년엔 와이프에게 아그리콜라를 소개해주려 합니다.

#3 - 우봉고3D

2015 - 3위
2016 - 5위

퍼즐계의 정점을 찍은 게임이죠. 퍼즐의 정답을 동봉해주는 게임은 처음봅니다. 입체 테트리스 조각을 이리저리 끼워맞추어 빈틈없이 2층을 채우는 게임인데 난이도가 정말 살벌합니다. 어찌나 어려운지 게임 내내 “왜 안맞지? 내가 블럭을 제대로 가져왔나? 분명히 맞는데? 정답이 있나?” 하며 계속 중얼거리죠. 4명 모두가요. 다들 블럭을 덜그럭 거리며 똑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걸 보면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 듯 보입니다.

정말 순수 입체 퍼즐게임인만큼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저처럼 우봉고 3D만 꺼내면 곧바로 착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봉고의 우자만 들려도 후다닥 다른 테이블로 피신하는 사람들도 있죠. 이 이상의 퍼즐 게임이 나올까 싶습니다.

#2 - 방탈출 시리즈

2015 - N/A
2016 - N/A

타임스토리즈를 단번에 90위대로 내려 보낸 녀석들이 바로 방탈출 시리즈 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방탈출 시리즈란 언락 / 엑시트 / 이스케이프룸 세녀석을 뜻해요.

저는 방탈출 시리즈를 이스케이프더룸이란 시리즈로 처음 접했습니다. 그 당시엔 언락 / 엑시트 / 이스케이프룸이 발표조차 되지 않았을 때였죠. 주어진 도구, 환경을 이용하여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는 보드게임에 충격을 받았는데... 설마 그 게임보다 훨씬 어렵고 더 재밌는 방탈출 게임들이 우루루 나올 줄은 몰랐어요.

저는 언락을 가장 좋아하고 그 다음으로 이스케이프룸을, 마지막으로 엑시트를 좋아합니다. 언락의 경우 세팅과 초기화가 너무나 쉽고, 이야기도 매력 있는데다, 앱을 이용한 다양한 응용력이 너무 좋아요. 이스케이프룸의 경우 카드가 아닌 다양한 힌트를 늘어놓고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가 있더군요. 엑시트의 경우 퍼즐 하나하나의 창의력이 굉장히 뛰어난 편인데, 게임 특성상 콤포넌트를 찢고 파괴해야 하는 일이 자주 있어 리셋이 불가능한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앞으로 이 세 방탈출 시리즈의 행보가 대단히 기대 됩니다.

#1 - 글룸헤이븐

2015 - N/A
2016 - N/A

올해 가장 신선했던 게임 중 하나를 고르라면 글룸헤이븐을 꼽고 싶습니다. 자체적인 세계관, 커다란 지도에 붙여가는 스티커, 업적 시스템 등 이것저것 다양한 구성이 존재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런 것들은 크게 놀랍진 않았어요.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느꼈던 것은 전투 시스템이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제한된 수의 카드를 손에 들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중 두 장을 선택하여 내려놓죠. 이 카드의 능력은 위와 아래로 구분되어 있는데요. 사용한 카드 중 한 장은 위의 능력을 나머지는 아래 능력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렇다보니 손에 든 카드 중에서 어떤 카드를 짝지어 사용할지, 사용한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많은 고민을 해야하죠. 게다가 사용한 카드는 휴식을 취할 때마다 한장씩 빠지기 때문에 분배를 잘 해야합니다. 초반에 너무 힘을 빼면 후반에 뒷심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너무 아끼면 끝에 도달하기도 전에 팀이 전멸하거든요.

이 밖에도 데미지 보정덱이 존재하여 내가 주는 고정피해 값을 살짝 바꾼다던가, 추가로 상태이상을 건다던가 하는 점도 제법 기발했습니다.

여러차례 게임을 하며 느낀게 하나 있었는데, 아무래도 던전크롤류의 게임이기 때문에 전투의 비중이 스토리 비중보다 좀 더 높다는 점이었어요. 시나리오 도입 부에 이야기 한토막 & 맵이 열리면서 이야기 한토막 & 게임이 끝나고 이야기 한토막. 이런식으로 꾸준히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전투에 많은 정신력을 쏟아야 하다보니 이야기는 등한시 되는 경우가 왕왕 있더라고요. 콤포넌트가 너무 많아서 테이블이 너저분한 것도 단점인데 이건 원래부터 유명한 이야기였으니 뭐...

어쨌든 던전크롤링류의 수작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전투 부분을 세련되게 잘 만들었습니다.

주사위 없이도 RPG 게임을 이렇게 잘 만들 수 있다는걸 보여준 점에서 후한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

후기

=========

눈치 채셨겠지만 생각보다 신작이 많이 없었지요?

~~저는 평소 신작 소식을 접하기 귀찮아 하는 편입니다. (사실 웃기는 일이죠. 취미로 리뷰 쓰는 놈이 신작에 관심이 없다니)~~

~~이유는 간단합니다.~~

~~<남이 해야하니까 나도 해야한다>~~

~~<트렌드니까 해봐야 한다>~~

~~<남들보다 빠르게 리뷰를 올려서 조회수를 올려야 한다>~~

~~이런 강박관념에 사로 잡히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보드게임은 그냥 취미이지 경쟁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사람들이 사야하니까 나도 사야하고, 한글판이 나오니까 사야하고, 세일하니까 사야하고... 이것은 '내가 하는 구매'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말이 좀 웃기죠? 풀어서 설명하자면, 내가 판단하고 주도하는 구매가 아닌 그냥 여론에 따라 반응하는 일종의 반사작용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심코 사게 되는 습관성 구매나 다름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게 싫었어요.

~~올 한해는 유독 이런 청개구리(?) 같은 성격이 짙게 나타낸 해였습니다.~~

(문득 찾아온 회의감에 대한 설명이었는데 다른 분을 다치게 할 수 있는 글이라 취소선을 그었습니다. 좋은 피드백 감사드려요!)

새로운 모임을 이끌게 되며 아그리콜라, 버건디, 레포갤, 푸코 등 여러 고전 명작들을 초보 게이머들에게 소개해주는 일이 잦았습니다. 잠자고 있던 게임을 하나씩 깨우며 룰북을 뒤적이는 일이 늘어났죠. 그러던 도중 '난 이 게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장에 꽂혀있는 게임들을 돌아보며 '나는 이 게임들을 얼마나 해본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죠. 이 생각은 '이 옛날 게임들은 신작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는가?'로 뻗어나갔습니다. 답은 '아니오' 였죠. 하나 같이 좋은 기억이 가득한 게임들 뿐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신작을 향한 관심이 크게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보담 녹음을 할 때 신작 10개를 뽑는 일도 너무나 어려웠어요. 신작에 관심을 끊고 구작 하나하나에 시선을 보내던 시기였거든요. 덕분에 2017년 에센에 나온 보드게임이 무엇이 있는지 전혀 몰라서 벼락치기로 공부해야 했습니다 -_-;;

이렇게 심어진 생각은 무럭무럭 자라 하이브라는 추상 전략 게임을 즐길 때 정점에 달했습니다. 기괴한 변칙 플레이를 하는 상대방 때문에 이미 수명을 다했다고 생각한 작은 게임에서 새로운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이런 방법이 있어?" 싶었죠. 그 괴상한 전략의 파훼법을 연구하고, 파훼법이 파훼 당하면, 다시 그걸 파훼하려고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하이브의 매력을 다시금 느끼기 시작했죠. 평소 제가 싫어하던 게임에도 손을 뻗었습니다. 좋았든 나쁘든 간에 다시 해보고, 게임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느껴보려고 노력했어요.

재밌게도 이렇게 한참 구작들을 즐기다보니 신작과 구작의 경계선도 애매모호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냥 나온 년도만 다를 뿐, 신작이나 구작 모두 개성있는 게임으로 똑같이 느껴졌습니다. 신작이 구작보다 나은 이유를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이런 생각까지 도달하니 자연스레 지갑은 닫혔습니다. 그런데 지갑이 닫힐 수록 제가 가진 게임 하나하나에 더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신기하며서도 재밌는 감정이었습니다.

올 한해 Top 100은 신작들에게 좀 더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어주면 좋았을테지만... 뭐, 어쩔 수 없지요. 제가 지금껏 좋아해온 게임들은 신작에 견주어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느끼는걸요.

고통스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던 Top 100 이었습니다.

내년 Top 100은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가 됩니다.

여기까지 따라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내용 보기

팔로우

피드

저장

너굴너굴

님에게 댓글 작성

댓글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