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Top 100 - #11~20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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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5 오후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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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집에서부터 스탠리파크라는 밴쿠버 대표 공원까지 약 20km 를 걸어가는 연간 이벤트를 합니다.

그 날이 제가 캐나다에 처음 도착한 날이거든요. 그래서 약 4시간~4시간 30분동안 묵묵히 걸으면서 올 한해를 뒤돌아보고, 미성숙했던 점을 반성하고, 내년의 목표를 세우곤 합니다.

이번 여정(?)에서 제가 10년전 벤치에 앉아 발을 식히며 <이민을 하겠다> 라고 각오한 곳. 5년전 드레스샵에 진열된 턱시도와 드레스를 보며 <결혼은 언제 하게 될까> 고민했던 곳. 매년 홈리스들을 보며 <아이들에게 더 많은 정을 쏟아야 겠다> 하고 각오했던 곳들을 지났는데... 느리긴 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다 해내왔더군요 ㅋㅋ 뭔가 스스로가 대견했습니다.

아무래도 평발이다보니 이 행사를 치르고나면 후유증이 세게 오는 편인데... 누적된 피로 + 팅팅 부은 발을 식히느라 글을 올리지 못했네요 ㅋㅋ

회복이 어느정도 된 듯 하니 오늘 새벽이면 1위까지 올릴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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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코드네임즈

2015 - N/A
2016 - 14위

아앗...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코드네임즈가 소폭 하락 했습니다. 뭔가 의미를 두어야 하는 그런 하락세는 아닙니다.

저는 말장난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언어유희나 풍자 같은 것을 대단히 좋아하죠. 몇글자 살짝 바꾼 웃긴 닉네임을 모아둔 스크린샷을 모아둔다던가, 남들이 정색하는 아재개그도 빵! 터지며 다음에 써먹기 위해 따로 기억해두곤 하죠. 물론 남발하진 않습니다. 코드네임은 이러한 언어유희를 200% 살려낸 정말 독특한 팀대결 게임입니다. 테이블에 단어가 적힌 카드를 5×5 로 늘어놓습니다. 플레이어들은 두 팀으로 나뉘게 되며 각 팀에서 한명씩 나와 어떤 단어카드가 자신의 팀의 카드인지 확인하죠. 그리고 번갈아가며 문제를 출제합니다. 이때 반드시 한 단어 + 관련된 카드의 갯수의 조합으로 힌트를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기 4” 이런식인거죠.

그럼 팀원들은 단어들을 살펴보며 팀장이 뜻하는 단어를 찾아야 합니다. 여기에서 바로 게임이 빛나는데요. 게임 내에 사용된 많은 단어가 중의적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기에 대한 답으로 불(고기), 물(고기), 돼지(고기) 등이 될 수도 있지만, 고기라는 단어를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아프리카도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방송국에 고기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람들이 제법 있거든요. 여기에서 사람들간의 생각 차이가 드러나죠. 나는 A를 떠올리며 준 힌트건만, B->C->D까지 사고의 폭을 넓혀가며 허튼 짓을 하고 있는 팀원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데, 그 순간이 너무 재밌어요.

요즘 마블, 디즈니 같은 테마를 입혀서 코드네임즈를 발매하고 있는데... 둘 다 팬이 아닌데다 팬끼리 만나야 제대로 된 플레이가 가능할 것 같아서 전혀 관심이 안가네요.

#19 - 트루아

2015 - N/A
2016 - 36위

주사위 게임 중에 트루아 만큼 높은 순위를 준 게임은 없지 않나 싶습니다. 라운드가 시작되면 보드 위에 놓인 자신의 일꾼에 따라 주사위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걸 와르르~ 다 함께 굴린뒤 자기 영역에 배치해요. 이제 차례대로 자신의 주사위를 이용하여 원하는 액션을 하거나, 필요에 따라 남의 주사위를 돈 주고 사올 수 있습니다. 이 남의 주사위를 사온다는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게다가 플레이어마다 히든 스코어링 카드를 들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게임이 끝나면 스코어링 카드를 모두 공개하고 다 함께 점수를 매기는데... 너무 내 것에만 집중하면 다른 사람들이 모두 눈치 채기 때문에, 적당히 남의 것도 따라하면서 내 것을 야금야금 진행하는게 유용해요. 이 스코어링 방식도 다른데선 좀처럼 볼 수 없는 방식이라 아주 마음에 듭니다.

이 게임의 스핀오프로 트루네이라는 카드게임이 존재하는데... 트루아만큼 관심을 못받는 것 같아 좀 아쉬워요.

작년에 "20~40위 내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고 말했는데요. 얼추 맞았군요 ㅎㅎ

#18 - 트라얀

2015 - N/A
2016 - 26위

보드게임 디자이너 스테판 펠드의 명작을 꼽으라면 트라야누스와 버건디 두 가지가 언급되곤 합니다. 그 중 트라야누스는 만칼라 시스템을 이용한 게임입니다. (참고로 만칼라란 기물을 한움큼 집어다가 하나씩 떨구며 이동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스테판 펠드 특유의 ‘할 것은 많은데 액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꽉꽉 담겨있죠.

작년에 "이 게임에 대한 감상은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는데, 만칼라 시스템 특성상 운 대신 자신의 실력이 크게 반영되는 부분이 아주 좋았으나 생각보다 콤보의 느낌이 강하진 않았어요." 라고 표현했는데, 꾸준히 즐기다보니 나름 콤보의 요령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트라얀의 순위가 점차 올라가고 있네요 ㅎㅎ. 대놓고 치받는 게임은 아닌지라 누가 더 효율적으로 만칼라라는 퍼즐을 풀어낼 수 있는지 두뇌 경쟁을 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도 크게 좋은 인상을 주었고요.

스테판 펠드의 작품을 이것저것 건드려보곤 있지만 아직까지 버건디와 트라얀만한 게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 이건 스포이려나?

#17 - 밀레니엄블레이드

2015 - N/A
2016 - 6위

이런저런 보드게임을 리뷰를 쓰는 사람치고 저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로젠버그, 펠드, 색슨, 랜돌프, 프리제... 이 정도 밖에 모르네요. 그러나 최근 제 시선을 끌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D. Brad Talon 입니다. 대전 격투게임, 트레이딩 카드게임, 그리고 이번에 제작중인 2D 횡스크롤 게임 등 언제나 창착의 한계까지 도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곤 합니다.

밀레니엄 블레이드 속에서 플레이어들은 게임 세계 속에서 CCG(Collectible card game)를 즐기는 게이머가 됩니다. 플레이어들은 일정 양의 자금을 가지고 게임 속에 존재하는 부스터를 구입하고, 트레이드하고, 팔아가며 3번의 게임 대회에 참가합니다. 즉 준비단계 -> 토너먼트 -> 준비단계 -> 토너먼트 -> 준비단계 -> 토너먼트 식으로 게임이 진행되죠. 마치 현실처럼요.

정말 독특한 게임의 테마예요. 카드 수도 어마어마한데다 액세서리, 플레이어 캐릭터, 게임 중간중간 나오는 메타에 따라 게임의 진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언제나 덱을 짜는 그 순간이 재밌습니다. 게임이 조금 긴 감이 있긴 한데 그게 순위 하락에 조금 영향을 준 게 아닐까 싶네요.

#16 - 세븐원더스/듀얼

2015 - N/A
2016 - 24위

세븐 원더스와 세븐 원더스 듀얼은 워낙 유명한 게임이니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플레이어들는 각자 문명을 하나씩 맡아 카드를 드래프팅(후보군에서 하나씩 뽑는 방식) 하고 나머지 카드를 옆사람에게 넘기는 식으로 문명을 무럭무럭 키워나가야 합니다. 자원 / 과학 / 무력 / 승점 이렇게 크게 네가지 카드 군이 있는데, 어느 한쪽이 크게 성장하면 나머지가 비교적 힘이 부치기 떄문에 골고루 다 잘하기가 참 어려운 게임이예요. 듀얼은 드래프팅이나 운영방식이 조금 달라졌지만 그래도 핵심은 비슷합니다.

예전엔 듀얼이 좀 더 재밌다고 느꼈습니다만, 세븐원더스에 리더를 비롯한 확장을 이것 저것 섞었더니 듀얼와 거의 동등하게 재밌어졌네요. 이 두 게임도 언제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독성 강합니다.

이 게임을 언급할 때면 페어리 테일이란 게임을 같이 언급하곤 하는데요. 세븐원더스에 비하면 좀 더 창의적인 게임을 요구하지만 테마/게임방식/접근성이 좀 낮은 편이라 세븐원더스가 높은 순위에 앉는게 맞는 것 같아요.

#15 - 넷러너

2015 - N/A
2016 - N/A

단번에 15위로 치고 올라왔군요. 기업과 해커가 서로 정보(아젠다)를 탈취하기 위해 다투는 비대칭형 LCG 게임입니다. 세상에 수 많은 TCG/LCG 게임이 있지만 넷러너가 가장 마음에 드는 이유는, 첫째로 제 직업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요. 둘째는 게임 안에 심리전이 많이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서버를 설치하더니 방화벽을 마구 설치하면, 러너는 이 행동이 페이크인지 아니면 실제로 무엇이 있는 것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기껏 자원을 소비하며 돌파했더니 함정이었을 때의 허탈함. 방화벽 하나 없이 방치되어 있던 서버가 아젠다였을 때의 황당함. 게임 내에 존재하는 이런 요소가 참 매력적이예요.

넷러너를 접한 이후로 친구에게 받은 매직 더 개더링 카드를 모조리 처분 해버렸습니다 :)

아쉽게도 이런 류의 게임이 그렇듯 갈라파고스화가 진행되고 있어요. 초보와 고수의 카드 이해도가 확연하게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공부하려고 해도 이미 수 많은 사이클이 나와버린 상태입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로테이션 아웃 제도가 있어서 옛날 카드들은 쓰지 않는다고 하네요. 최근 트렌드를 따라잡으려면 고생 꽤나 하실 듯 합니다. 저는 그냥 즐겜러라서 메타고 뭐고 잡덱을 만들면서 놀아요.

#14 - 황투

2015 - 11위
2016 - 40위

카드 드리븐 시스템을 활용한 냉전 게임입니다. 냉전 게임이라고 해봐야 그냥 자기의 영향력을 야금야금 늘리는 게임이지만요. 플레이어들은 번갈아가며 자기 손에서 카드 한장씩을 냅니다. 이 카드로 영향력을 늘리든, 우주개발을 하든, 상대방의 영역에 흠집을 내든, 이벤트를 사용하든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죠.

재미난 점이 하나 있는데요. 각 카드엔 주인(미국/소련)이 정해져 있고 그 국가를 유리하게 만들어 주는 다양한 이벤트가 적혀 있습니다. 만약 내가 사용한 카드가 상대방 진영의 카드라면 해당 카드의 이벤트가 반드시 발생합니다. 내가 이득을 봄과 동시에 상대방도 이득을 보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카드를 써야하는데 상대방도 유리해지는 곤란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써야하지만 쓸 수 없다"는 모순적인 상황. 게임 속 카드 하나하나가 가진 양면성이 아주 흥미로웠어요.

테마도 테마지만 게임 자체도 건조하고 긴 편이라 누구나에게 추천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파고들 멤버만 있다면 이만한 게임도 없을거예요.

#13 - 서머너워즈

2015 - 89위
2016 - 50위

위에서 주사위 게임 중 트루아가 제일 높을 것이다... 라고 했는데 서머너 워즈가 있었네요 -_-;;

참 웃긴 표현이지만 서머너 워즈는 제가 하고 싶어하면서도 정말 하기 싫어하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두 플레이어는 개성 강한 종족을 하나씩 맡아 상대방의 소환사를 죽이기 위해 치고받고 싸워야 합니다. 소환수를 뽑아내기 위해선 마나가 필요한데, 이 마나는 상대방의 유닛을 죽이거나 내 패를 버리는 방식으로 충전해야해요.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 유닛을 잡을 수 있느냐, 내 카드 중 무엇을 버려야 하느냐 등 여러가지 고민거리를 주죠.

다만 하필 전투 시스템으로 주사위를 택하는 바람에, 저는 게임 내내 고통을 받는 편에 속합니다. 가장 비싼 소환수를 간신히 소환해냈더니 1,2,1,2 같은 미스만 굴려대다 사망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요. 이러면 허망한 느낌과 함께 스트레스를 정말 크게 받죠. 이렇게 주사위에 따라 상황 변화가 크게 일어나기 때문에 주사위 굴리기 직전의 긴장감이 장난 아닙니다. 그 긴장감이 묘하게 중독적이라서 이 게임을 그만 둘 수가 없네요.

#12 - 배틀콘

2015 - N/A
2016 - 28위

밀레니엄 블레이드에서 언급한 바로 그 대전 격투게임 입니다. D. Brad Talon 의 작품이죠.

두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하나 골라 결투장에 오릅니다. 그리고 매 라운드마다 자신의 손에 있는 일반기(파랑카드) / 특수기(빨강카드)를 짝지어 사용합니다. 각 카드에는 고유한 힘 / 거리 / 이동속도가 있는데 두 카드의 합을 합한 것으로 선공여부, 사정거리, 데미지를 계산합니다.

이 게임은 100% 실력게임이예요. 두 플레이어는 상대방의 기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어떤 기술이 빠졌고, 어떤 기술이 나올지 충분히 생각하면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전이 굉장히 자주 벌어집니다. 이렇게 상대방의 캐릭터를 얼마나 이해하는가, 내 캐릭터를 얼마나 자유자재로 활용하는가, 얼마나 상대방의 심리를 읽고 빈틈을 찌를 수 있는가 등 실제 격투게임처럼 캐릭터와 내가 하나가 되어야 하죠. 내 캐릭터를 뚜까패는 상대방 캐릭터가 좋아보여 직접 해보면, 생각처럼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파일럿(플레이어)의 실력과 이해도가 그만큼 중요해요.

웬만한 게임은 좀처럼 확장을 안모으는 편인데 배틀콘 시리즈는 열심히 모으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11 - 젝스님트

2015 - 5위
2016 - 10위

누군가 파티게임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저는 젝스님트를 추천할 것이요. 누군가 간단하면서도 심리전이 필요한 게임을 추천해달라면 저는 젝스님트를 추천할 것이오. 누군가 게임을 디자인하고 싶은데 카드가 많이 필요하다면 저는 젝스님트를 추천할 것입니다. 가성비 좋은 게임? 당연히 젝스님트죠. 저는 그 정도로 젝스님트를 좋아해요.

매 라운드마다 10장의 카드를 받고, 그 중 하나를 골라 비공개로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공개! 가장 낮은 숫자를 낸 사람부터 테이블에 놓은 4열의 카드 중 가장 가까운 쪽에 카드를 붙여나가기 시작합니다. 만약 자신이 어떤 열의 6번째 카드를 놓게 된다면, 그 플레이어는 해당 열의 카드를 모두 가져가고 자신의 카드를 두고 옵니다. 이렇게 가져온 카드는 모두 감점이 되죠.

젝스님트는 심리전 & 운 & 전략이 정말 밸런스 있게 잡힌 게임입니다. 모든 것을 놔버리고 그때그때 카드를 사용하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는 것도 재밌지만, 카드를 한장 한장 카운팅하며 어떻게 하면 6번째를 피할 수 있는지 계산하는 것이 훨씬 재밌습니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감점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남보다 한걸음 더 멀리 읽어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죠. 특히 이 압박감은 인원수 x 10 + 4 의 카드만 사용하는 변형 룰에서 더 빛납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을 고르라면, 저는 4열이 모두 꽉 찬 상태라고 말하겠습니다. 삐긋하면 나 혼자만 카드를 먹고 나머지 사람들이 뒤에 졸졸 따라 붙는 상황. 자꾸만 카드를 바꾸며 안절부절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정말 일품이예요.

보드게임 아레나를 하신다면 99% 젝스님트 방에서 저를 볼 수 있을겁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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