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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유전자설

2,783 조회

2016.02.02 18:09

다이브다이스에 2013년 2월 14일 적은 글을 옮깁니다.

마침 보드게임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거 같아서 수정없이 옮깁니다.

제 아내와 보드게임을 하면서 느낌 경험담입니다.

저와 아내는 소개팅으로 만났는데요...(혹자는 제가 낚였다고 하는...쿨럭) 저는 만나면서 즉시 용감하게 제 취미에 대해 자백을 했고... 두번째인가 세번째 데이트부터 보드게임을 들이밀었습니다.

첫번째 게임은 쇼텐토텐이었던 걸로 기억하고요, 그 이후로 어메이징 라비린스, 왓 잇 투야 같은 걸로 사랑을 키워(?????????-_-;;) 갔죠.ㅋ

그리고 처음으로 저희집으로 초대하던날 제 책장을 보여주면서 이건 포기할 수 없다고 무언의 선언도 했습니다.(그 여파로 아직 그정도는 허락받고 있습니다.)

예전에 다다에서 활동하신 전설적인 분 중에 한분은... 부인께서 게임도 잘해주고 해서 "이여자다"라고 결혼했더니... 결혼하자마자 "사실 나 게임 안 좋아해"라고 선언을 당한적도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제 아내는 결혼 후에도 제법 게임 같이하고 도만 넘지 않으면 네 취미에 대해서도 인정을 해주었습니다.

그리하여 누가봐도 모범적인 테크트리 끝에... 아그리콜라, 르아브르까진 무난히 올라갔습니다.

실제로 레이스 포더 갤럭시, 엔데버, 샹트 페테스부르크 등은 수십회 할 정도로 많이 즐겼죠.

누가 보면 최고의 결과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여기가 끝이었습니다.

아내는 아주 가끔 심심할 때는 게임하자고 하지만...

대개 제가 하자고 하면 열심히 즐기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전혀 잊고 살더라구요.

다른 게임에 대한 호기심도 크지 않고... 지금 당장 게임을 끊어도 상관없이 그냥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살거란 느낌이 들더군요.

여기서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좀더 생각해 보니...

보드게임의 재미를 알려준다고 모두다 재밌어 하는 것도 아니고..

재밌어 한다고 모두가 "나같은" 보드게이머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보드게임 유전자설 혹은 운명론의 시작입니다.^^

그런 이론(??)들은 제 친척들에게 게임을 소개하는 경험에서 절실히 증명이 되었습니다.

뱅이나 달무티로 시작해서... 지난 추석에도 타임라인, 파우나, 닥터 샤크 같은 게임을 즐겼지만...

제 친척들은 그걸로 끝입니다.

이런 거 어디서 파는 건지 다른 게 뭐 있는지 관심 가지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이고 저희 형은 예전엔 상당히 같이 놀다가 요즘은 아예 빠집니다.(재미를 완전히 모른 것도 아닌데 지금은 그냥 온라인 게임을 합니다.)

결국 전 정답을 써냈지만 체점은 모두 달랐다는 거죠.

그리고 결과적으로 제 주변엔 "저같은" 혹은 "저를 만족시킬 만한" 보드게임 유전자를 타고 난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 아내는 게임보다는 저와의 관계적 관점에서 게임을 했다고 봅니다.

뭐 "저랑 하는 게임이 무조건 즐거웠을 것"이라는 낯뜨거운 말이 아니고요.^^

부부사이 혹은 연인사이 관계유지를 위한 예의나 노력 같은 것이었다는 거죠.

물론 재미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선이었다는 겁니다.

즉 아무리 재미있어도 모임에 나가 잘 모르는 사람하고 게임을 할 정도로 게임이 좋지 않았다는 겁니다.

마치 제가 음악회에 같이 가는 것처럼요.^^

신혼 초기에 뭔가 새로운 경지를 위해 모임을 데려 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게임을 하고 와이프는 나보고 혼자 놀라고 하고 근처에 백화점으로 가버렸습니다.

혹자들은 지독한 보드게이머들한테 걸려서 그렇다라고 말을 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함께 한 보드게이머가 아무리 유쾌하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해도 아내에게는 보드게이머들은 다 똑같이 같이 게임못할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 아내는 딴지를 거는 거 자체는 어느정도 넘어가지만...

남을 이길려고 머리를 짜내고 고민하고 엄살떨고(특히!!) 언론플레이하는 모든 모습 자체에 거부감을 보이더군요.(전 사실 살살 했거든요.ㅋㅋ)

즉 모든 보드게이머는 좀 같이 놀 사람이 아니란 겁니다.ㅋㅋ

그런 것은 모두 성향이라고 이제 받아들입니다.

아무리 사실 그 사람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봤자 안 달라집니다.

실제로 게임 외에서도 어느정도 어떤 사람인지 알기 때문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죠.

다만 게임을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란 거죠.ㅋ

요즘은 제가 게임하자고 별로 안합니다.

게임을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제 아내는 출산과 육아에 지쳐있습니다.

이럴 때는 오히려 가만 두는 게 배려니까요.

(최근에 아내의 베스트 게임 티켓 투 라이드를 한 판 하긴 했네요.ㅋㅋ)

뜬금없지만 여기에 저는 정답이 있다고 봅니다.

보드게임에서 중요한 건 재미나 전략이나 라이트냐 헤비냐 뭐 이런 것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것은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의 문제라고 봅니다.

좀 포괄적인 개념인데...

게임을 같이 즐기는 것은 사람과 관계가 기본이 되는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는 것도 관계속에 내 위치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즉 게임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힘써야 한다는 겁니다.

부부나 연인사이의 게임도 서로 관계를 돈독히 하는 방향으로 가야 의미가 있다는 거고...

내가 보드게이머로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도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거죠.

가끔 주변사람들의 저항을 받는 다면... 본인이 어떤 위치인가를 되돌아 보는 것도 좋습니다.

학교공부든 직업이든 본인이 헛튼 짓 안한다고 인정받는다면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인정받는다는 걸... 살다보니 알겠더라구요.ㅋ

쓸데없이 기네요.

한마디로 줄이면 "게임도 좋지만 주변사람도 잘 챙기자"입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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