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말라. 신선하지만 뭔가 살짝 아쉬운 신인 디자이너의 게임

펑그리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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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5 오전 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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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http://fungry.egloos.com/

박스 표지와 게임보드의 분위기만으로 혹해서 지른 칼리말라. 누구나 가지는 혹한 게임에 대한 기대심리는 역으로 게임에 대한 실망감를 더 크게 만들기도 합니다.
저는 이 게임에 대한 큰 정보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저명한 개발 게임 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점과 일반 일꾼게임과는 달리 일꾼을 액션 타일 사이에 놓고 두 가지 액션을 할 수 있으며, 그 액션 타일들을 플레이 시 랜덤으로 설치할 수 있다는 것에 반했습니다.
보.라.의 Jundred님께서 룰 번역을 해 주셔서 도착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돌릴 수 있었다는 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칼리말라의 가장 큰 특징인 도시지구입니다. 색상 디스크들이 일꾼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디스크를 놓게 되면 디스크와 화살표로 연결된 두 곳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재료를 얻는 곳이 네 군데, 운송(배와 마차) 두 군데, 예술품 납품, 건축 기여(손), 건설(갈색)이 각 한 군데 있습니다.
다른 이의 디스크가 있어도 그 위에 자신의 디스크를 올리고 액션을 할 수 있으나 아래 디스크도 활성화되어 자신이 턴을 마치면 아래 놓인 디스크 순서대로 다른 플레이어들도 동등하게 자신의 차례를 가집니다.

디스크는 5인의 경우 색상 8개, 흰색 2개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총 10번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위의 규칙으로 인해 거의 두 배의 차례를 가지게 됩니다. 흰색 디스크는 무소속으로 놓을 때 연달아 2번의 액션을 할 수 있습니다. 각 타일을 두 번씩 사용하는 것이죠. 다만 소속이 없기 때문에 이후 그 위에 다른 디스크가 올라가더라고 차례를 얻을 수 없습니다.

디스크가 쌓이다 한 곳에 네 번째 디스크가 쌓이면 승점 계산의 순서가 됩니다. 디스크 3번째까지 자신의 차례를 진행하고 마지막 디스크는 보드 위 오른쪽의 의회로 이동합니다. 의회에는 총 15개의 타일을 무작위로 놓게 되며 총 15번의 중간 승점 계산이 일어납니다. 해당 항목에 참여한 (올라간 디스크와는 무관합니다) 이들(큐브)만 승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1등 3, 2등 3, 3등 1점입니다.

동점 처리가 좀 복잡합니다. 의회에서 차지한 의석(디스크) 수와 납품한 예술품(큐브)의 수를 합해 많은 이가 승리, 이것도 동점이라면 의회에서 의석이 많은 이가 승리. 이것도 동점이라면 해당 의석수를 먼저 만든 이가 승리합니다. 해당 항목에 해당하는 플레이어들이 의석이 없다면 예술품만 비교하는데 동점이라면 먼저 놓은 이가 승리합니다. 모든 큐브 자리는 왼쪽부터 시작입니다.

게임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칼리말라는 선뜻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은 큐브를 많이 놓은 이가 해당 구역에서 승리하는 일꾼 놓기를 응용한 영향력 게임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턴이 술술 지나갑니다. 디스크가 10개라서 초반에 얼마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3,4개를 놓게 되니 뭔가 에러가 있는 거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으나 이는 우려에 지나지 않더군요. 디스크가 쌓이기 시작하는 시점부터가 이 게임의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며 또한 액션 카드가 이 게임의 가장 큰 핵심입니다.

액션 카드가 포함된 사진이 한 장도 없는데, 액션 카드는 도시의 액션 타일과 동일한 구성입니다. 총 9종류이며 자신이 놓은 디스크 양쪽의 액션 수행 시 무제한으로 사용 가능하며, 획득은 디스크 양쪽의 액션을 재료 부족 등으로 수행할 수 없거나 그 액션으로 자원을 얻을 수는 있는데 창고가 꽉 차서 놓지를 못하는 경우에 액션 실행 대용으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양쪽 모두 액션을 수행할 수 없는 곳에 디스크를 놓고 액션 카드를 2장 획득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놓은 디스크로 밑에 깔리면서 하는 차례에는 2장 획득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묘미 두 가지는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디스크 놓기와 액션 카드 사용의 조합에 있습니다. 그러나 초반에 디스크를 잘못 놓으면 위 사진처럼 게임 끝까지 위에 디스크가 올라가지 않아 공짜 액션 수행의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됩니다. 중앙 4군데의 디스크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디자이너가 보드 중앙에 건축 기여 이미지를 고정해 놓은 것은 이러한 상황을 의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이 게임은 초반에는 테두리 부분에 액션 타일 조합이 잘 된 자리에 누가 먼저 디스크를 놓아두는가가 꽤 중요할 것 같습니다. 첫 플레이 추천 세팅이 있는데 잊어먹고 무작위로 세팅한 제 잘못도 있겠지만 어떠한 무작위 세팅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올 것 같습니다.

게임 종료 시점의 사진들을 모아봤습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시에서 액션을 선택하는 것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 게임의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무작위 세팅을 하게 되어 있는데 운이 좋아 콤비 플레이가 잘 되는 조합으로 세팅이 될 수도 있고, 극한의 세팅으로 인해 하나도 콤비가 하나도 없는 세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첫 플레이에는 힘들 수 있겠으나 리플레이를 하게 되면, 선 플레이어의 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날 것 같은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득점 방식. 상당히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의회에 디스크가 올라갈 때마다 진행되는 득점 방식, 이것은 의도할 수도 있으나 절반 정도는 의도할 수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플레이 순서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총 15개의 승점계산 타일은 세팅 시에는 무작위이나 그 후에는 순서가 정해집니다. 초반에 계산되는 지역은 싱겁게 지나가기도 하며 이후에는 그곳에 참여하기도 애매합니다. 물론 디자이너는 이런 부분을 알고 총 15개의 득점, 즉 한 번 계산한 곳이 한 번씩은 중복 계산이 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좋게 느낄 분도 안 좋게 느낄 분들도 있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 게임에서 선 플레이어를 했습니다. 그런데 게임종료 후 저를 제외하고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말이 하나 있었습니다. 후발 플레이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선이 좋아보인다. 5인플은 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잘 못 느꼈으나 최종 득점 상황을 보니 3등까지 저부터 앉은 자리 순서, 즉 플레이 순서대로 순위가 결정되었습니다. 이게 문제가 될 것은 하나도 없지만 저도 이제껏 보드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이런 경우를 처음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후에 룰을 열심히 살펴보았으나 에러플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칼리말라는 신선하고 잘 만든 게임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상하게 초중반까지 마틴 월레스님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납니다. 게임 분위기도 좋고 규칙도 간단한데 상당히 신선한 방법으로 진행하게 되어 상쾌한 기분도 듭니다. 제가 언급은 안 했으나 트루아 같이 일종의 미션카드가 있어 최종 승점 계산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후발 주자들에 대한 배려가 약간 부족해 보입니다. 게임 시작 시 액션 카드를 지정한 종류 몇 장을 오픈해 꼴찌부터 역방향으로 한 장씩 가져가는 것 외에 전혀 배려가 없습니다. ~~이 부분은 누군가 하우스 룰을 제안할 수도 있겠으나 원래 이런 점은 게임 출시 전에 잡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보드게임긱에서도 액션 카드 사용 시기 등에 대한 논란이 있더군요. 플레이 중 좀 찜찜해서 잠시 진행을 멈추고 영문룰, 번역 룰을 같이 보면서 토의도 했으나 결론이 안 나 혹시나 해서 긱을 살펴보았더니 이 부분에 대한 디자이너의 답변이 달려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냥 마음대로 쓰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그렇게 간략하게 룰북에 적었으면 되지 왜 그리 꼭 뭐가 있는 것처럼 적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이 부분에 대한 세부 규칙을 세우려다 포기한 것 같습니다. 같이 플레이하신 여러 분들께서 지적을 해 주셨는데 플레이를 하다 보면 도시 지구에 있는 타일 액션보다 카드로 사용하는 액션들의 비중이 더 커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죠. 또한 전혀 상관없는 액션을 하면서-예술품 납품하는 액션인데 운송을 할 수 있다던가- 카드를 이용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규칙이 없습니다.

긱웨이트가 딱 중급게임입니다. 세세하게 잔 룰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칼리말라 만의 색이 없어질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즐겼던 게임들과는 꽤나 다른 방식의 진행으로 당혹감을 느껴 이럴 수도 있습니다. 방식이 다른데 머리는 기존 게임들에게 익숙해진....그런 점.

저는 칼리말라가 좋습니다. 왠지 좋아요. ^^;;

큐브 많이 놓으면 이긴다. 이 얼마나 올드한 방식인가 싶기도 하지만 큐브를 내려놓는 행동까지의 과정이 신선하고 재미있고 심플하며 깔끔합니다.
뭔가 단점이라고 적나라하게 적어놓은 것 같지만 액션카드에 대한 부분은 내가 고정관념이 생긴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사용하기가 정말 편하거든요. 뭐하면 안 되고 이래서 안 되고 하는 기존 게임들과 달리 마음대로 써 버리는 것. 어쩌면 이것은 혁명? ㅎㅎㅎ;;;

이구동성으로 왠지 3인플이 가장 재미있을 것 같다는 얘기들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4인은 패스하더라도 3인은 꼭 해 보고 싶은 게임입니다.
두 번의 복기로 에러플은 없음을 알고 있으나 글을 적으며 잘못 적은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테스트 플레이 후기(리뷰)이니 가볍게 참고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담으로 이번 에센 2017 현장 판매에서 선착순 300명에 한해 동일한 가격에 디럭스 킷이라는 목재 구성물을 추가로 주었다 합니다. 현재 7인가 8유로에 판매를 하더군요. 그런데 아무 쓸데가 없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4가지 건물을 레이저로 가공한 것인데 이걸 해당 자리에 세워놓으면 해당 지역에 놓은 큐브들이 뒤에 앉은 이에게 보이지 않습니다. 거시기한 개살구인 거죠. 저도 저런 것인 줄 알았으면 300명에 들지 못했다고 애간장을 태우지는 않았을 겁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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