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프레스코, 패치워크, 딕싯

한결

2,289

2017-9-23 오전 9:18

IP: 210.113.***.***

블로그 방문

팔로우

BEST

쪽지발송

내용 댓글14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밤샘 보드게임을 했습니다.

인원이 2 -> 4 -> 3인으로 변해서 세 가지 게임을 했네요.

세 게임 다 드물게 좋은 경험을 해서 리뷰를 자세히 써봅니다.

1. 패치워크 2인플

패치워크

추상전략, 가족게임

디자이너 Uwe Rosenberg

보드게임긱 평점 7.8

2인용

무게 1.70 (약간 가벼움)

플탐 15~30분

2015 SDJ (올해의 게임상) 후보

2015, 2016 IGA (국제게임상) 2인용 게임 부문 후보

우베 로젠버그의 일탈(?) 패치워크입니다. 우베 하면 아그리콜라부터 이어지는 무거운 농경 테마 게임의 장인으로 유명하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서도 주옥같은 게임을 몇 만들었습니다. 다른 하나를 꼽자면 초기작 보난자가 있겠지요. 그리고 이 패치워크 역시 대단한 게임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이야말로 보드게임 디자인의 천재라고 부르고 싶네요.

(https://boardgamegeek.com/image/2474975/patchwork)

기본 메카닉은 타일 구입하여 놓기입니다. 그러나 타일 구입을 위해서는 전혀 다른 성질을 지닌 두 자원, 단추와 시간을 이용하는데, 저는 이보다 완벽한 자원 시스템을 본 적이 없습니다. 시간은 잘못 쓰면 상대에게 많은 차례를 허용하게 되고, 단추는 생산 엔진을 잘 갖추지 못하면 금세 부족하게 돼버립니다. 또한 구입한 타일을 모양에 맞춰 놓아야 하는데, 이 역시 게임의 수준을 높이는 아주 깔끔한 메카닉입니다.

(https://boardgamegeek.com/image/2489239/patchwork)

룰이 워낙 간결하고, 보드게임에 익숙한 친구였던지라 3분만에 가르쳐주고 한판을 했습니다. 한칸짜리 보너스 타일들을 제가 전부 가져오면서 기분에 취해 있었는데, 끝나고 계산해보니 빈칸이 많아 제가 졌더군요.

(https://boardgamegeek.com/image/2457680/patchwork)

한동안 게임의 화려함을 좇느라 다소 멀리했던 게임인데, 오랜만에 마주 앉아 타일을 놓아보니 이야말로 진국임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5만원짜리 볼륨의 전략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선택지들과 고민의 수준을 깔끔하게 담아낸 게임. 그리고 그것을 훌륭한 아트웍과 스몰 박스, 만원대 가격에 제공하는 게임, 패치워크입니다.

2. 딕싯 4인플

딕싯

파티게임

디자이너 Jean-Louis Roubira

보드게임긱 평점 7.3

인원 4~6인 모두 좋음

무게 1.26 (가벼움)

플탐 30분

2010 SDJ (올해의 게임상) 수상

너무나도 유명한 게임 딕싯. 아래 등장할 프레스코를 제치고 2010 SDJ를 수상한 게임입니다.

(https://boardgamegeek.com/image/423745/dixit)

추상적인 그림이 그려진 카드들을 각자 나눠 갖고, 한 명이 출제자가 됩니다. 출제자는 카드를 한장 안보이게 내면서 연상되는 단어나 문장, 효과음을 얘기합니다. 그러면 풀이자들은 자신의 손에서 그와 최대한 비슷한 카드를 골라서 출제자의 카드와 섞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카드를 펼치면 얼추 엇비슷한 카드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출제자가 낸 카드를 맞추는 게임이죠.

(https://boardgamegeek.com/image/423753/dixit)

예전에는 매일같이 봤지만 요새는 보기 어려워진 친구 셋과 함께 했습니다. 몸이 덜 풀린 처음에는 단순한 묘사로 시작했지만, 곧 유머와 추억을 섞기 시작합니다. 서로의 이름을 대며 웃긴 카드들을 내고, 우리끼리만 아는 추억들을 문제로 이용하고...

좋은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열심히 하고나면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얼굴을 대면한다는 것이 보드게임의 가장 큰 장점인데 반해, 실상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뺏어가는 것도 보드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딕싯은 정말 유니크한 게임입니다. 게임을 즐기면서 동시에 우리만의 옛날 얘기와 농담들을 한바탕 한 기분이 들게 해주는 게임이거든요.

3. 프레스코 3인플

프레스코

가족게임

디자이너 Wolfgang Panning, Marco Ruskowski, Marcel Süßelbeck

보드게임긱 평점 7.3

인원 3~4인 모두 좋음

무게 2.64 (중간)

플탐 60분

2010 SDJ (올해의 게임상) 후보

2010 IGA (국제게임상) 후보

2010 DSP (독일게임상) 수상

딕싯과 비슷한 시기의 게임으로, 3개의 큰 게임상에 후보로 올라 DSP는 수상의 영예까지 안은 게임입니다. SDJ는 당시에 KDJ (올해의 전문가 게임상) 부문이 없었기에 후보에 그쳤지만, 있었더라면 수상이 유력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미 7년도 더 전에 출시되어 유명해질대로 유명해진 이 게임을 저는 이제서야 처음 플레이 해 봤습니다.

(https://boardgamegeek.com/image/982590/fresco)

각자는 르네상스 시대 화가가 되어서 성당에 천장화를 그리게 되는데, 이를 위해 적절한 물감을 모으고, 물감끼리 섞어서 고급 물감도 모아서 남들보다 빨리 천장을 칠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베이스가 되는 메카닉은 일꾼놓기인데, 가림판 뒤에서 동시에 일꾼을 놓게 되는 점이 특징입니다.

한 박스의 게임 안에 기본 게임과 확장 모듈 세 개가 들어있습니다. 세 명 중 한명이 보드게임에 영 취미가 없는 친구라서 기본 게임부터 한게임 돌리며 천천히 설명해 줬습니다. 기본 게임은 마치 80~90년대 보드게임처럼 아주 심플합니다. 그 심플함 덕분에 한판을 다 돌릴 때 쯤에는 친구가 완전히 이해해서, 두 번째 게임부터는 확장 셋을 다 넣고 시작했습니다.

(https://boardgamegeek.com/image/992422/fresco)

확장 셋을 다 넣고 플레이해 본 결과, 이 게임은 원래부터 세 확장을 다 넣고 돌리도록 디자인되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게임 요소들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리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그 게임성은... 보드게이머가 아니었던 친구가 "한판 더"를 외치며 내리 4판을 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예기치 못하게 장장 7시간을 플레이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같은 게임을 연속으로 해본것은 푸에르토리코 이후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4판의 게임은 재밌었을 뿐만 아니라, 제가 오래도록 잊고 있던 보드게임의 순수한 즐거움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판을 거듭할수록 세 명의 실력이 같이 늘어가고, 각자의 전략과 수싸움이 점점 치열해지는 경험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보드게임은 사모으는 대상이 아니고, 한 두판 하고 다른 게임 하는 대상도 아니고, 진득이 파고들어야 하는 것. 그래야만 진짜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 게임, 프레스코였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내용 보기

팔로우

피드

저장

한결

님에게 댓글 작성

댓글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