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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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와 카루바, 드림홈

2,276 조회

2017.09.18 00:02

여자친구 게이머 만들기 프로젝트 (1)

안녕하세요 한결입니다.

저는 게임경력 3년, 보유게임 50개 정도의 중급 보드게이머입니다.

반면 제 여자친구는 저랑 만나기 전에는 클루, 할리갈리가 전부였던 순수 민간인(?) 이십니다.

제가 이것도 시켜봤다 저것도 시켜봤다 해봤지만 아직 이쪽 세계로는 넘어오지 않으셨습니다.

(쉽게는 패치워크, 수목원부터 어렵게는 버건디의 성, 카베르나(는 맛만 봤습니다)까지)

그러다가 얼마 전에 제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지금도 크게 거부감이 없고, 제가 하자고 하면 뭐든지 해주는 좋은 여자친구님이지만,

앞으로 평생 같이 살려면 저처럼 보드게임이 없으면 안되는 몸으로 개조(??)해야 쓰겠다.

그래서 당장 한게임 해달라고 졸라서 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아주 체계적으로 중독시켜 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ㅋㅋ

그리고 반드시 성공해서 저와 같은 처지의 많은 분들께 뢀마들이 되어보겠습니다.

참고사항 : 여자친구님의 성향

너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약간의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게임이 좋아요.

타임라인은 추리하거나 생각하는 요소가 없고 기억력 뿐이라 재미없었어요.

카르카손이나 티켓 투 라이드, 패치워크가 좋았던 것 같아요, 공통점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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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루바

오늘 건대 보드스토리에서 둘이서 게임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화성에서 온 게이머, 금성에서 온 게이머 시리즈 중 클래리티님이 선정하신 커플 게임 10선을 읽고 감명받아 그 중 두 게임을 해보았습니다.

화성 & 금성에서 온 게이머 09. 커플 게임 (클래리티)

http://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7417&tb=community_post&id=

카루바 (2015)

가족게임

디자이너 Rüdiger Dorn

보드게임긱 평점 7.3

인원 2~4인 모두 좋음

무게 1.49 (가벼움)

플탐 30~40분

2016 SDJ (올해의 게임상) 후보

카루바의 디자이너 Rüdiger Dorn은 이름 자체로 회자되는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긴 세월에 걸쳐 훌륭한 게임들을 정말 많이 디자인했습니다. 고아(2004), 루이14세(2005)에, 대성공한 파티게임 라스베가스(2012), 잠보(2004)와 아샨티(2013)는 2인용 가족게임의 대명사 같은 게임이고, 특히 이스탄불은 2014 KDJ (올해의 전문가 게임상) 수상, 2014 IGA (국제 게임상) 후보에 오른 수작이죠. 이 작가의 2015년 신작이 바로 카루바인데, 2016 SDJ (올해의 게임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참고로 당해 SDJ의 최종 후보는 카루바와 임호텝, 그리고 코드네임이었습니다. 크바틸의 괴작 코드네임에 밀려 최종 수상은 놓쳤지만 세 게임 모두 좋은 게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SDJ는 가족 게임을 고를 때 최고의 참고목록이죠.

카루바를 검색해보면 <보드 놓고 하는 빙고 같다>는 얘기가 보입니다. 그것은 유사한 방식 때문인데, 한명이 랜덤하게 한 타일을 뽑으면 다른 사람들도 같은 번호의 타일을 찾아서 개인 보드 놓고 싶은 곳에 놓게 됩니다. 각자의 판에서 번호를 찾아 짝표 치는 빙고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겉보기 모양이 아닌 게임 플레이 자체는 공통점이 전혀 없습니다.

플레이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각 플레이어는 개인판을 갖고, 판의 가장자리에는 4명의 탐험가와 4곳의 유적지가 있습니다. 매 라운드 랜덤하게 나오는 길을 잘 배치해서 이 탐험가들을 유적지에 보내는 것이 게임 목적인데, 이 과정에서 길 타일의 가치를 평가해서 버릴 타일은 버리고, 적절한 위치를 정해 놓는 최적화를 하게 됩니다.

(https://boardgamegeek.com/image/3271190/karuba)

보드라이프에서 카루바의 평을 찾아보면 공통적인 평은 <좋은 가족게임이다> 그러나 <게이머에게는 너무 가볍다>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평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이 게임은 다소 추상적인 보드에서 최적의 수를 찾는 건조한 게임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조한 게임이란, 게임 중에 웃을 일이 없는 게임입니다. 카루바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 건조함에 맞게, 최적의 수를 찾는 수학적인 계산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게임의 재미 포인트라고 느꼈습니다.

(망해버린 갈색 탐험가...ㅠ)

건조한 게임, 추상적인 게임, 계산하는 게임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 여자친구는 계산과는 아주아주 거리가 멀어요. 저도 건조한 게임을 개인적으로 조금 꺼립니다. 길을 연결한다는 직관적인 메카닉 덕분에 카르카손처럼 재밌게 플레이할 수는 있었지만, 저희 두 사람 모두 완전히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깔끔한 룰, 좋은 메카닉과 밸런스 덕분에 이런 타입의 게임을 좋아하시는 가족 게이머 분들께는 아주 좋을 듯한 게임, 카루바였습니다.

여자친구님의 한줄평

카네바? 카..보네? 점점 생각을 하게 되면서 흥미로워지지만, 아직까지는 전략을 잘 모르겠다. ★★★

2. 드림 홈

드림 홈 (2016)

가족게임

디자이너 Klemens Kalicki

보드게임긱 평점 7.0

인원 2~4인 모두 좋음

무게 1.76 (약간 가벼움)

플탐 20~40분

엄청난 베테랑이 디자인한 카루바와 달리 드림 홈은 Klemens Kalicki라는 디자이너의 첫 작품입니다. 긱 평점이 좋은 편이지만 평가자가 많지 않아 순위는 높지 않습니다. 카루바와 마찬가지로 가볍고, 짧고, 마찬가지로 2~4인 모두 좋다고 평가받는 가족 게임입니다.

(https://boardgamegeek.com/image/3336634/dream-home)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카루바와 너무나도 반대편에 있는 게임입니다. 그것은 두 게임이 추구하는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카루바가 추구하는 것이 계산과 최적화의 재미라면, 이 게임이 추구하는 것은 수집와 완성의 재미라고 하겠습니다. 카루바가 건조한 경험이라면 드림 홈은 따뜻한 경험입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일러스트도 맞고 테마도 맞습니다. 하지만 수목원이 따뜻한 게임입니까? 무엇보다 그 따뜻한 일러, 테마가 게임 메카닉에 찰싹 붙어 있어야 게임 경험 자체가 따뜻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https://boardgamegeek.com/image/2967163/dream-home)

게임 플레이를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각자는 돌아가면서 가운데에서 원하는 방과 도구를 집어와서 집을 꾸미게 됩니다. 거실, 부엌, 욕실, 놀이방, 차고 등 다양한 방들 중 자신이 원하는 방을 골라 집을 꾸밀 수 있습니다. 집이 꽉 채워지면 각 방의 점수를 계산하게 되는데, 거실은 3장을, 부엌은 2장을 모으면 점수가 높은 셋 콜렉션 방식이 부분적으로 있습니다. 더불어 지붕과 소품들도 잘 꾸밀수록 점수가 높습니다. 상당히 단순한 방식이지만, 나만의 집 꾸미기라는 테마와 그에 맞는 메카닉들을 모아 구성함으로써 따뜻한 게임 경험을 제공합니다.

무언가 완성시키는 경험을 좋아하고, 웃음 있는 게임 경험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저에게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쉬운 룰과 직관적인 메카닉으로 가족, 어린이 게임으로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합니다. 긱 순위가 모든걸 말해주지 않는다, 나에게 맞는 게임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닫게 해준 게임, 드림 홈이었습니다.

여자친구님의 한줄평

비교적 룰이 간단하고, 일러스트 때문에 하면서 기분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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