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릿 아일랜드 리뷰

갈가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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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9-11 오후 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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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카탄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일반적인 게임들과 반대편에 서 있는 입장입니다. 섬을 개척하고 오염시키는 정복자들에 맞서 원주민과 힘을 합치는 섬의 정령이 되는 거죠. 그래서 마법 이름들도 흔히 보는 판타지의 그것들이 아니라 '더 빨리 썩거라' 라던가 '그 정글은 배고프다' 처럼 갓게임에서 사용하는 기술과 용어들에 가깝습니다.

^{1인플 시작할 때의 상황입니다. 섬은 보드 하나로.}

시스템 특징

1. 동시 진행 코옵

동시에 성장 선택 후 각자 자신의 영역 상황을 고민하고 사용할 카드를 정합니다. 코옵 동시턴이 흔치 않죠. 제가 해본걸로는 처음인거 같습니다.

2. 훌륭한 비대칭 캐릭터

캐릭터가 정령인데 각 정령별로 패시브와 초반 액티브 스킬, 성장 트리가 다 다르고 아주 잘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마치 디아블로나 문명등의 PC게임에서 캐릭터/국가를 바꾸면 그때마다 다른 재미가 있듯이 아주 다른 플레이 느낌을 제공해 줍니다. 이정도의 캐릭터 기획력은 스피릿 아일랜드가 처음인거 같습니다.

^{_{강의 정령입니다. 섬 전체에 파고들기 좋고 ( 강이 그렇듯이 ) 적들을 파괴하기 보다 밀고 당기는데 능합니다.}}

3. 운을 사용하되 실제 적용까지의 딜레이가 있음

침략자가 어떤 타입의 땅을 탐사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운 요인입니다. 침략자들은 1,2턴의 텀을 두고 건설과 유린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계산해서 대비를 할 수 있습니다. ( 위 사진의 왼쪽으로 흐르는 화살표가 진행 단계입니다 )

공포 효과 역시 대개 한턴 정도의 딜레이가 있어서 어떻게 이용할지 계산에 넣을 여유가 있구요. 팬데믹 도시덱보다 한 단계 진화된, 운이 보드게임에 들어갈 때의 가장 좋은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장점 ( Pros )

1. 몇명이라도 동일한 시스템

보통 게임들이 3~4인에 맞춰 디자인하고 2인 특수 룰을 넣거나 요즘은 1인룰을 겨우겨우 서비스하곤 하죠.

이 게임은 1인플을 기준으로 다인플을 확장한 식으로 디자인했을 거라 추측합니다. 왜냐면 1인플 룰이 그대로 2,3,4인으로 적용되거든요.

1인일때 보드1개. 오염5개. 공포4개. 2인일때 보드2개. 오염10개. 공포8개. 3인일때 보드3개. 오염15개. 공포12개...

이런식입니다. 솔플도 똑같이 재밌습니다. 여럿이 하면 서로 돕는 카들들이 있고 중반 이후 현신을 확장해서 적 땅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인터액션도 잘 되어 있구요.

^{싱글맵과 3인맵의 상황입니다.}

2인일때 빼는 카드, 5인일때 쓰는 카드, 1인룰, 2인룰 이런걸 한방에 다 날려버리는 아주 좋은 디자인 방식입니다. 앞으로 인원수 시스템은 이걸 표준으로 삼으면 좋을거 같아요.

2. 알파게이머 억제

알파게이머 = 혼자서 다 지시하고, 나머지는 꼭두각시로 만드는 유형의 플레이어입니다. 이게 사람 문제도 있지만 시스템 문제도 크죠.

세가지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a. 동시선택

턴제면 남 턴에 그사람에게 간섭할 가능성이 훨씬 커집니다. 동시턴은 그걸 많이 줄여주죠.

b. 영역제한

내가 고민해야 할 영역을 현신(Presence)이라는 토큰으로 제한해 놓고 있어서 생각의 범위를 잘랐습니다. 각자 자기 땅을 디펜스하는 느낌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c.계산능력

내 카드와 내 내재능력과 내 땅의 침략자들과..내 특수 능력 등 이걸 고민하기도 쉽지 않은데 이 게임에서 알파게이머 노릇을 하려면 이걸 2배 3배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바둑의 다면기 두듯이 다 간섭하는 천재적인 플레이어도 어딘가 있을거 같긴 한데 전반적으로 알파게이머의 등장 빈도를 낮추는 효과는 확실합니다. 이제까지의 코옵 게임은 혼자 할 수 있는 정도를 양팔양다리 짤라놓듯이 여러 플레이어들이 나눠서 하게 만든 거죠. 그러니 웬만하면 다 간섭할 수 있게 되는 거구요.

3. 지속성

지금까지 10판 정도 했는데 아직 3인이 가장 기본적인 단계를 깬 상황입니다. 확장도 같이 샀는데 열어볼 생각이 안납니다.

난이도를 올리는 시스템이 다음과 같습니다.

a. 오염된 섬 카드 2장

b. 맵 타일을 뒤집어서 쓰기

c. 국가 사용 ( 프러시아 - 영국 - 스웨덴 - 프랑스 순으로 )

d. 상황 세팅 ( 원주민 항복 등 4종류가 있었던거 같아요 )

지금까지 가장 많이 한 코옵이 매직메이즈인데 ( 17판...) 그보다는 한참 더 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6인 캐노니컬맵(뒷면)+프러시아 2렙 ( 출처:긱 )

단점

1. 브레인 버닝

캐주얼/비 보드게이머랑 하기는 쉽지 않을거 같아요. 긱웨이트 3.9입니다. 투표가 늘면 제생각에 3.6정도까지는 내려갈 거 같긴 한데. 그래도 3.5를 넘으면 안되는 사람들이 많죠. "난 게임에서 생각이라는거 하기 싫어" 하는 사람들은 재미없어하지 않을까 합니다.

룰북은 개발사들에게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아주 잘 씌어 있습니다. FAQ 페이지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세부 룰은 여기서 확인하시면 도움이 될거 같습니다. https://querki.net/u/darker/spirit-island-faq/#!.7w4g8nx

정리

"난 좀 어려워도 괜찮아. 협력게임도 좋아해" 라는 성향이라면 매우 추천합니다. 보통 게임을 한 판 알려주고 나면 그들이 스스로 뚜껑을 열고 알아서 하는 게임이 있는데 이게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국내 사이트에서 왜 이걸 안들여오는지 모르겠네요. 지금은 안팔리려나...

이상입니다. 즐거운 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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