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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초등 아이들과 여러가지 보드게임~

3,782 조회

2017.08.18 21:01

*혹시 이미지 크기가 너무 크면 말씀해주세요 ^^

저는 초,중 입시학원 강사입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초등 1~4학년(제가 맡은 반)은 한 장짜리 모의고사를 푼 후 초등 시간이 끝날 때까지 게임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정리된 시스템인데, 이를 위해 최근 게임 몇 개를 더 구입했습니다.

오늘 처음 선보인 게임들이 많아 아이들이 2~3시간 가까이 학원에 머물러 게임을 즐겼는데요, 이 팀 설명해주랴, 저 팀 설명하랴, 같이 해주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덩달아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

1. 도블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 아는 아이들도 많더라구요. 아주 어린 아이들(7~8세)과 할 게임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거는 그림 짝맞추기 정도라 곧잘 집중하더군요.

자기가 이만큼 모았다고 자랑하는 저 표정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울 따름!

미니 게임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오늘은 처음 규칙으로만 진행했습니다. 저도 몇 판 거들었는데 아이들 이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2. 딕싯

딕싯은 초4 아이들을 대상으로만 진행했습니다. 그보다 어린 아이들은 아무래도 말 만들어내기를 버거워하더라구요. 너무 직관적으로 말해서..

카드가 아이들 손보다 한참 크기 때문에 특별히 아껴서 다뤄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저번 시간 초2 아이가 카드를 놓치다가 구겨버리고 말았어요.ㅠㅠ

제법 진지합니다. 이제는 제 진행 없이도 스스로 할 수 있어요.ㅎㅎ

위에 보이시는 그림의 주제는 "그림자" 였습니다. 정답은 뭐였을까요?

어린 아이들이 내는 문제말이 생각보다 참신하여 깜짝 깜짝 놀라곤 합니다. 학원에서 성적이 좋지 못한 아이가 감탄할만한 문장으로 문제를 내는 걸 보며 역시 성적과는 별개라고 많이 느껴요. 아이들도 정말 재밌게 합니다.

정답은 왼쪽에서 네번째, 씨 뿌리는 사람 그림이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바닥에 희미하게 그림자가 있다네요.ㅋㅋㅋ

3. 리코셰 로봇

이 게임은 사실 중학생들과 하려고 산 게임입니다. 교실 뒤편에 비치해두고 쉬는시간이나 수업 자투리 시간, 다 끝난 시간 등에 중학생 몇과 머리를 맞대고 최단 수를 찾곤 하는데요, 수업이 다 끝난 초6 학생이 있어 룰을 가르쳐 주었더니 곧잘 몰입해서 합니다.

매일 학원 보드에 두어판을 출력해 두는데요, 집에 갈 시간이 지나서도 한참 붙어 있더라구요.^^

보드에 붙인 종이는 방금 중3 학생들이 최단 기록을 갱신했다고 달려와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초등학생보단 좋은 기록이네요. ㅋㅋㅋ

4. 와글와글 던전

이 게임은 학원 아이 한 명이 강력하게 사줄 것을 요청한 게임이었습니다. 집에 고등학생 오빠가 보드게임 동아리를 운영할 만큼 관심이 있는 친군데, 오빠와 집에서 종종 하는 게임이라고 룰을 설명해 주더라구요. 그 요청에 구입했습니다. 룰 설명시 "제일 치사한 사람이 보상을 가져가!" 라고 설명해 주었더니, 누군가 이겨서 보상을 받을 때마다 "치사해~" "치사해~" 를 연발하며 자기들끼리 웃더군요. 블러핑이나 눈치싸움같은 요소는 전혀 없이 그냥 직관적으로 느낌대로 합니다만 재미있습니다. 플레이 타임이 길지 않은 것도 좋네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컴포는 말할 것도 없구요. 카드를 뒤집기 전 자기들끼리 "긴장돼" "심장이 뛰어" 하는 모습이 귀여웠습니다.

5. 젝스님트

이건 굉장히 유명한 게임인데 저도 처음 해 봤어요. 다들 아시는 만큼 재밌습니다. 많은 인원이 수용된다는 것이 아주아주 큰 장점이네요. 카드를 뒤집기 전 전원 긴장합니다. ㅋㅋㅋ 원래 룰은 여러 판 하는 거지요? 오늘은 짧은 판으로 진행했습니다만 즐겁게 했네요. 단순하지만 수의 크기비교나 오름차순, 수의 차 등등 기본적인 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 게임이라 더욱 좋습니다.

6. 펭귄트랩

너굴너굴님의 리뷰를 보고 장바구니에 담았던 게임입니다. 해보니 네살도 하겠네요.(안 되려나?) 단순하게 룰렛을 돌려 나온 색의 얼음을 깨는 규칙인데 얼마나 깔깔대며 하는지 모릅니다. 오늘 가장 많이 돌아갔기에 사진도 가장 많습니다. 그냥 제 주관으로 말하자면, 저는 큰 재미를 못 느끼겠어요. 아이들은 엄청 즐거워 합니다.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이 곧잘 나옵니다.

처음엔 쾅! 쾅! 내리치던 아이들도 이쯤 되면 저절로 신중해집니다. ㅎㅎㅎ

저도 별건 아니지만 단점으로 생각하는 것이 얼음 타일을 끼우는 건데요, 아이들은 이마저도 게임의 요소인듯 합니다. 와르륵! 부수고 꺄르륵! 웃으며 다시 주섬 주섬 끼워넣네요. 무한 루프...

초등 수업이 끝난 후 일찍 온 중3 여자아이 둘과 종합 선생님이 게임하더니 엄청 즐거워 하네요. 저만 재미가 덜한걸로...ㅋㅋ

7. 세트(셋)

사진은 없습니다만 세트도 진행했습니다. 몇몇 아이들(특히 어린 아이들)은 이해를 못하겠다고, 혹은 도저히 못 찾겠다고 다른 게임으로 떠나 버렸습니다. 그런데 초4 아이 몇이 끈질기게 붙어 찾더니, 마지막 게임에서는 저도 전력으로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와 동점이 나오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정말 깜짝...

저도 열심히 연습하지 않으면 지겠어요. 아이들은 저를 이기는 것을 게임 데이의 가장 큰 목표이자 즐거움으로 삼는 것 같거든요. ㅎㅎㅎ

8. 러브레터

러브레터는 말할것도 없는 스테디셀러같은 게임이지요. 아주 오래 전부터 있던 게임인데도 이건 아직까지도 계속 돌아갑니다. 질리지 않아요.^^

보드게임은 꼭 '교육용' 이 붙지 않아도 그 자체로 모두 교육적이며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놀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놀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요.

제가 일하는 학원은 교회에서 출발한 곳입니다. 그래서 원장님부터가 지역사회에 도움 되는 곳을 목표로 하는 곳이라 장학생도 굉장히 많고, 일반 학원에서 받지 않는 학생들(지적 능력 떨어짐, 문제 학생 등)도 다 수용합니다. 원생이 아니어도 들을 수 있는 인성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요. 그래서 학원 강사 입장에서는 힘들 때도 여럿 있지만 그만큼 보람도 느낍니다. 보드게임을 접하면서부터는 그 목적에 더욱 부합하는 것 같아 좋네요.

아이들에게 추천할만한 게임 있으시면 추천도 부탁드립니다.

말이 길어졌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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