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록 vs 비스트 마스터, 마치 6.25 같았던 4시간 반의 혈투

Alex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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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30 오후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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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4시 반부터 시작한 게임이 밤 9시가 넘어서야 끝났습니다.

물론 스펠 북에 카드 구성하는 시간이 30분 이상 걸리긴 했지만 어제의 6번째 정식 게임이 가장 길었습니다.

무려 4시간 반의 대 혈투.

특히, 3시간 반이 지나면서는 어느 정도 게임이 기울었는데, 아내가 끝까지 도망다니면서 저항을 하는 바람에...

"그만 GG쳐라, 짠하다 짠해. " 라고 종용을 해도 그렇게 반항을 하더니..

아시다시피 울 아내 승부 근성이 쩝니다.

막판에 자기 메이지 피 딱 6 남겨놓고 "오빠 GG요, 나 그만 할래요" 하는 바람에 오히려 더 허탈하게 만들더군요.

그래서 " 여기까지 왔는데 뭔소리야! 딱 한 라운드만 더해!"라고 우겨서 라운드 더 하게 되었는데, 시작하는 유지단계에

아내가 `입은 화상 데미지` 3개로 주사위를 굴렸죠. 그게 2+2+2= 6이 뜨는 바람에 그대로 사망 ㅋㅋㅋㅋㅋㅋ

공격도 안했는데 셀프 사망 ㅋㅋㅋㅋ 마지막에 빵 터지더라구요. 둘다 배꼽 잡고 웃었네요.

이게 보드판이라고 하면, 빨간색은 워록인 저고, 아내는 비스트 마스터인 파란색입니다. ( 마지막 대각선은 순간이동입니다 )

정말 온 보드판을 다 갈고 다니면서 쫓다가 쫓기다가 다시 쫓다가 하면서 혈전을 벌였습니다.

보통은 중간쯤에서 만나서 1시간반~2시간이면 결판이 나거든요.

특히 아내가 소환한 그리즐리. 이 곰 새끼가 ... PET에다가 근접공격력 +2 부여마법 달고 나와서 주사위를 무려 11개씩이나 굴려 ...

( 보통은 4개 정도 굴리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한방 맞으면 3~4마리한테 한번에 다굴당한 느낌이에요 )

아내의 전략은 간단했습니다.

저의 블러드 리퍼(가장 강한 소환 생물체)를 `쫓아내기` 스펠 카드로 맵에서 3라운드 아웃시켜놓고,

한번에 주사위를 11개씩이나 굴리는 그리즐리에 2연타를 먹여서 ( 주사위 22개!!! ) 저를 한방에 보내버리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도박을 전 게임에 한번 시도해서 실패했었고, 제 피를 6 남겨놓고 석패한 적이 있던 아내는 이제 전략 하나를 더했죠.

그것은 바로 "무한 힐!"

메이지 워즈 하자! 라고 말해도, 어쩐 일인지 아내는 "오빠 한시간만 쉬다 해요..." 라고 하면서 피했죠 ㅋㅋ

보통은 게임 하자고 하면 무조건 좋다고 하던 아내가 뒤로 빼던 이유는 지는 게 힘들어서 ㅎㅎ;;;;

그러다가 갑자기 눈을 빛내면서 " 오빠 전략 떠올랐어요. 한판 해요! " 라고 덤비는 것이 아니겠어요?

허허, 그래, 슬슬 봐주면서 하지 뭐~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저도 같이 발악을 하게 되는게 이 게임의 묘미랄까 ;;

죽어나가는 내 소환 생명체들 보면 저도 눈에서 핏발이 서게 마련이라 ㄷㄷㄷㄷ

아내는 자기의 스펠 북을 제가 절대 못보게 하는데, 스펠 북 짜는 것 자체가 전략이기 때문에

그 전략을 들킬까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펠북 구성 다듬는 것 자체가 게임의 큰 요소이죠.

암튼 자긴 또 질 것 같다며 메이지 바꾸기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아내를 위해서

아내에게 `선`을 줬고 대신 저는 마나 2를 더 받았습니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것이니까요. ㅋㅋ

아무튼 아내가 준비한 무한 힐 먹이는 그리즐리 2연타는 정말 무서워서

블러드 리퍼도 없는 마당에 제가 소환한 꼬봉들은 순식간에 죽어 나갔고

저는 또한 피가 절반이 쭉쭉 달면서 후달렸지만, 저도 이를 악물면서 버텼지요.

( 하필 이런 때에 힐 주는 스펠 카드도 제외하고 없엉 ㅠㅠ )

뭐랄까 6.25때 낙동강 방어선 버티던 남한의 느낌이랄까.

제발 한번만 더 버텨라 하는 심정으로 바라보는 찰나에

아내는 또 2연타를 먹였지만, 가드 마커 달고 있는 제 꼬봉 부터 쳐야 했고 ( 역시나 제 꼬봉은 한방에 사망 )

그 다음타를 얻어맞아 저는 정말 한방만 더 맞으면 골로 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내의 그리즐리를 한방에 보내지 않으면 그 다음 라운드에 저는 틀림없이 사망...

제발 걸려라 하는 마음으로 파이어볼 2연타를 날렸는데

다행히 그리즐리 사망 -_-;;

정말 최고로 긴장된 순간이었고 이 게임의 하일라이트였죠.

역시 " 나의 파이어 볼 두쪽.. 아니 2연타는 강해! " 푸하하하하

안그래도 피도 많고 방어력도 높아서 대미지도 잘 안들어가는 그리즐리가 PET에 회피까지 달고 나와서

3번씩이나 힐을 받으니 무슨 불사신 같더라고요... 저 놈 하나에게 제 소환 생물체가 4개는 죽어 나간 듯.

암튼 회심의 파이어볼 2연타에 드디어 그리즐리가 사망하였고, 쫓겨 나갔던 저의 블러드 리퍼가 돌아왔습니다.

( 마치 6.25때 미군이 인천 상륙작전에 성공한 느낌이랄까 후덜덜 )

저는 아내의 마나 재생 장비를 파괴하고, 마나 재생 수정을 파괴하는 등 아내의 마나의 씨를 말렸습니다만...

그리즐리가 또 튀어 나왔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_-;;

하지만 이번에는 그리즐리가 각종 부여마법으로 강화되기 전에

순식간의 다굴로 그리즐리 사망시키고 아내의 목.. 이.. 아니라, (아내의) 메이지 목을 따러 갔는데

이때는 아내가 순간이동하면서 도망다니며 몹 소환하기 시작 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거슨 마치 조정래의 `태백산맥` 읽는 느낌???!!!! 빨치산 후덜덜 )

이제는 더 쓸 스펠 카드도 없는 상황이라 부착된 장비로 파이어 채찍만 쏘는 상황.

정말 처절한 사투였습니다.

일팔 시리즈도 아닌 것이... 황투도 아닌 것이... 그렇게 4시간 반 동안 혈투를 하고 났더니

허리가 뻐근 뻐근...

게임에서 졌지만 아내는 제 어깨를 주물러 주면서 훈훈하게 그렇게 게임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오,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게임이었습니다만, 최고로 재밌기도 했어요. ㄷㄷㄷㄷㄷㄷㄷㄷ

황투 이후로 이렇게 오랜 시간 집중하면서 게임 한 건 또 처음인 듯 하네요.

p.s : 게임 중간에 제가 분위기 좋을 때 `동물에게 제한된 생명` 먹이는 에픽 소환체를 깔 수 있었는데

에픽을 여러개 깔면 안되는 줄 착각하고 ( 깔아도 됩니다. 유니크를 여러개 깔면 안되죠 ) 게임이 길어졌네요.

동물 제한된 생명 소환체가 나왔으면 동물 생명체들은 힐, 생명 재생이 금지되거든요.

제 꼬봉들은 악마 계열이라서 상관이 없고요.

그리즐리 무한 힐만 안먹었어도 진작에 끝났을 게임..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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