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 (재) 쿠 리뷰 : 승리를 포기하면 즐거워지는 아이러니한 게임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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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2 오전 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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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2년

게임 타입 : 블러핑, 파티, 추리

플레이 타임 : 15분

플레이 인원 : 2-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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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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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는 제게 있어 대단히 기대치가 높은 게임이었습니다. 특히 15장 남짓한 카드로 즐거운 승부를 낼 수 있었던 러브레터 때문에 비슷한 규모에 거짓말이 정신없이 오가는 쿠는 정말 매력적으로 보였죠.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치는 아쉬운 게임으로 남았습니다. 일단 게임규칙을 설명한 뒤 제가 느꼈던 점들을 하나씩 풀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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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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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플레이어는 2개의 코인과 무작위로 두개의 직업을 가지게 됩니다. 나머지 직업 카드들은 덱으로 만들어 중앙에 엎어놓습니다. 이 두 장의 카드는 게임 내에서 생명에 해당되며, 암살을 당하거나 블러핑이 적발 될 때마다 한장씩 공개해야 합니다. 즉, 두 번의 기회가 있는 셈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자기 차례가 올때마다 액션 하나씩을 수행해야 하며, 상대방을 제거하여 마지막까지 생존하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쿠에는 재밌는 점이 있는데, 액션을 수행할 때 꼭 자기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능력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유하지 않은 캐릭터의 능력을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의심을 가지고 이를 지적한다면 자신이 가진 캐릭터 중 하나를 공개해야 합니다. 목숨을 건 블러핑이죠. 반대로 블러핑이 아닌데 지적 받았다면, 되려 지적한 사람의 캐릭터 카드 한 장이 뒤집힙니다. 누군가의 블러핑을 지적할 때도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 액션은 특정 직업이 있어야만 상대방의 행동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또한 직업공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방을 막는 행동 자체 또한 블러핑일 수 있죠. 마찬가지로 행동 저지 액션 또한 블러핑일 수 있기 때문에 거짓말이라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결과에 따라 누군가의 생명이 줄어들죠.

자, 그럼 어떤 직업들이 있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볼까요?

일단 캐릭터에 상관없이 쓸 수 있는 공통 액션부터 살펴보죠.

1. 동전 하나 가져오기 (방해 불가능)

2. 동전 두개 가져오기

3. 상대방의 캐릭터 한 명 제거 (방해 불가능). 단, 동전이 10개 이상 있을시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이렇게 세가지가 존재합니다. 간단하죠. 그럼 각 직업의 능력을 살펴볼까요.

직업은 각각 3장씩 존재합니다. 가장 좌측 직업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액션은 자신의 턴에 할 수 있는 행동을 뜻하며 카운터액션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저지하는 능력이라 보시면 됩니다.

Assassin – 다른 플레이어를 코인 7개가 아닌 3개만 사용하여 암살할 수 있습니다. Assassin 은 카운터 액션이 없습니다.

Captain – 다른 플레이어에게서 코인 두개를 훔져올 수 있습니다. 카운터 액션으로는 다른 Captain 의 돈 훔치기 능력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즉, Captain 은 Ambassador 와 Captain 자신에게 막힐 수 있습니다.

Duke – 자기 차례 때 동전 3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Duke의 카운터 액션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자주 취하는 동전 2개 가져오기 행동을 저지 할 수 있습니다.

Ambassador – 덱에서 직업을 두 장 추가로 뽑아와 카드를 선택하여 바꿀 수 있습니다. 단, 이미 생명이 하나 깎인 상태라면 단 한장의 카드만 바꿀 수 있겠죠. 나머지 카드들은 덱에 다시 넣고 섞습니다. 카운터 액션으로는 Captain 의 돈 훔치기 능력을 막을 수 있습니다.

Contessa – 액션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 카운터 액션으로 Assassin 이라는 암살자에게서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습니다. 암살자는 코인 3개만 가지고도 아무나 죽일 수 있는데 유일하게 이 직업만 건드릴 수 없지요.

조금 혼란스러울 수 있겠지만 두어 번 해보면 금방 이해하게 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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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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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말로 시간을 끌진 않겠습니다. 일단 장점부터 훑어보고 쿠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죠.

1. 적은 카드로 만들어낸 블러핑 무대

쿠만큼 짧은 시간 많에 많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게임은 상당히 드문 편입니다. 원나잇 얼티밋 웨어울프와 바퀴벌레 포커 정도가 있겠군요. 쿠를 좋아하는 쿠의 빠른 세팅, 간결한 진행, 짧은 플레이 타임에서 큰 매력을 느낍니다. 카멜롯의 그림자, 쉐도우 헌터, 데드 오브 윈터, 배틀스타 갤럭티카 같은 명작 블러핑 게임들은 플레이 성향에 따라 게임이 지진부진 늘어지기도 하기에 1번 즐기고 나면 진이 빠지는 일이 잦거든요. 그런 점에서 쿠는 최소한의 카드만으로도 충분히 블러핑을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군요!

2. 학습을 통한 심리전

짧은 플레이 타임으로 인해 또 하나의 장점이 생겨납니다. 바로 학습을 통한 심리전이죠. 쿠는 매 게임이 10~15분 남짓 걸리기 때문에 여러차례 반복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같은 사람들과 여러차례 즐기다보면 “아, 저 사람은 이렇게 거짓말 했으니까 이번엔 이렇게 하겠구나.” 혹은 “이 사람은 계속 이렇게 해왔으니까 지금도 이렇게 하겠구나.” 하며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의 게임을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이 분석을 통해서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으려 노력하죠. 당연히 녹록치는 않습니다. 상대방은 그걸 알고서 진실만 말하다가 때론 과감히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만 하다가 슬며시 진실을 끼워넣는 등 패턴에 변화를 주거든요.

이러한 학습을 통한 심리전은 위에 언급한 블러핑 게임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편입니다. 한판 한판이 상당히 긴데다 이벤트, 아이템, 공동목표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블러핑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떤 인물의 블러핑 패턴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사소한 몸짓과 말에서 거짓말 패턴을 잡아내기보단, 그 한판 한판의 분위기를 즐기는데 머물게 되죠. 만약 관찰을 통해 상대방의 거짓말 패턴을 찾아내고 일격을 찌를 수 있는 빠른 템포의 게임을 찾는다면 쿠는 꽤 재밌는 경험을 선물 할 겁니다.

그럼 제가 느낀 쿠의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요. 언급할만한 단점은 딱 한 가지가 있는데 그 단점이 너무 큽니다.

1.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게임

워낙 간단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게임 자체의 재미보단 쿠를 즐기는 사람들에서 나오는 재미가 더욱 큰 영향을 줍니다.

쿠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어설픈 거짓말엔 과감히 공격하며, 쉴새 없이 정치질을 하며 다른 플레이어를 죽여버리는 과정에서 즐거움이 나오는 게임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내 안전을 위해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며 주어진 능력만 쓴다면 게임의 재미는 나락으로 떨어지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게임을 즐기려는 적극적인 플레이어들만 애먼 블러핑을 잡아내려다 죽어나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런 결과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진실만을 말하며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 진실을 말하면 오래 버틸 수 있구나” 라고 착각하고 다음 게임에서도 진실을 말하기 시작하거든요.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승리보단 블러핑 자체를 즐기는건데 말이죠. 결국 소극적인 플레이는 게임의 긴장감을 크게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를 망가뜨립니다. 블러핑 게임인데 95%의 진실과 5% 거짓말만 오가는 미묘한 게임이 되는거죠.

물론 집요하게 블러핑을 하며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을 블러핑으로 괴롭힌다던가 하는 식으로 ‘진실만 말해선 절대 이길 수 없다’며 어둠의 플레이(…)를 하도록 유도할 수는 있습니다. 저도 여러번 시도했습니다만 결국 한계가 있었습니다. 분위기를 크게 타는 게임 특성상, 1~2명의 플레이어가 고집스럽게 게임 내내 진실만 말한다면 게임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식어버리더군요. 하지만 그 사람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단 두 개의 생명만 주어지는데, 딱 한번의 실수로 인해 생명의 절반이 날아가고 이로 인해 거짓말의 폭이 극도로 좁아지도록 게임이 디자인 되어 있으니까요.

재미난 사람들이 보드게임의 재미를 극대화 하는건 흔한 일입니다만 쿠는 유독 그 기복이 심한 편에 속합니다.

이 외에도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이 비슷하다거나 능력이 다양하여 처음엔 헤멜 수 있다는 사소한 단점도 있지만 플레이어들의 성향에 따라 꿀잼과 노잼의 경계를 넘나드는 치명적인 단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바퀴벌레 포커의 경우 상당히 여유있는 탈락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플레이어들은 두 세번 거짓말에 실패하더라도 끝내 상대방에게 한방 먹이며 블러핑의 즐거움을 크게 느낍니다.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에 한번 더 블러핑으로 먹이고 싶다는 욕구가 끓어 오르죠. 덕분에 게임 내내 블러핑이 오갑니다. 블러핑 게임 본연의 목적을 잘 살렸죠.

쿠의 경우 페널티가 상당히 큰 편이라 딱 한번의 실수로 인해 생사가 오가는 상황이 자주 벌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게임에서 승리하기 어려워지는데, 이로 인해 “안전하게 하며 버티자”는 승리 본능이 깨어나면 자연스레 수비적인 게임을 시작합니다. 안전하게 게임을 하는 분위기가 퍼지기 시작하면 블러핑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블러핑을 안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마는데… 이렇게 찬물이 한번 제대로 끼얹어지면 그 게임은 망했다고 보셔도 됩니다. 승패가 분명히 갈리는 게임에서 “승리에 집착하지 말고 블러핑을 즐겨” 라고 말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죠.

쿠를 정말 재밌게 즐기고 싶다면, 승리에 상관없이 극도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만 모아서 하길 강력 추천드립니다. 그러면 쿠만한 블러핑 게임도 없으니까요. 아쉽게도 모든 모임에 추천하고 싶은 게임은 아닙니다.

블로그 :: 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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