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 - (재) 바자 리뷰 : 50년된 퍼즐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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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5 07:39

발매년도 : 1967년

게임 타입 : 퍼즐

플레이 타임 : 45분

플레이 인원 : 2-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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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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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지 50년 된 퍼즐게임! 어콰이어, 슬루스, 캔트스탑으로 유명한 시드 색슨의 바자를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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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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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시작하기 전 두 장의 교환표를 무작위로 뽑아 공개합니다. 그리고 5장씩 4개의 목표카드 더미를 만들어 둔 뒤, 각각 맨 윗장 공개합니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차례가 되면 교환표에 따라 돌을 양방향 교환을 하거나 주사위를 굴려 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차례가 끝났을 때 목표카드에 있는 돌의 조건을 달성했다면 그 만큼 돌을 지불하고 해당 카드를 자신의 앞으로 가져옵니다. 해당 플레이어는 자신의 앞에 남은 돌의 갯수에 따라 점수를 지급 받습니다. 교환하고 남긴 돌이 적을 수록 점수가 높죠.

4개의 목표카드 더미 중 하나가 다 떨어지면 일반카드는 별 한개짜리로, 별 한개짜리는 별 두개짜리로 가치가 상승합니다. 또 하나의 목표카드 더미가 모두 사라지면 게임은 종료되며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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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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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면 50주년을 맞이하는 바자는 제가 좋아하는 보드게임 디자이너 – 시드 색슨 – 의 작품입니다. 시드 색슨의 게임은 재미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규칙으로 깊이있고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 내죠. 어콰이어, 슬루스, 캔스스탑 정도가 대표적이겠군요.

1. 큐브 푸셔의 정수

보드게임엔 큐브 푸셔(Cube Pusher)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테마나 배경과 상관없이 게임 내내 큐브를 다른 것으로 교환하는 작업이 골자인 게임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워터딥의 군주가 대표적인 게임입니다. 빌리지 또한 큐브 푸셔류 게임에 속할 수 있죠.

큐브 푸셔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너무 흔한 장르이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골자로 한 화려한 게임들은 특유의 냄새를 지우려고 다양한 향신료를 치곤 하죠. 멋진 몬스터, 캐릭터의 레벨업, 웅장한 스토리, 화려한 일러스트, 기존에 없던 독특한 시스템까지! 이런 자극적인 향신료 냄새에 이끌린 게이머들은 게임을 구입합니다. 그러나 몇번 해본 뒤 플레이어들은 “재밌긴 한데 뭔가 익숙한 느낌인걸…” 하고 애매한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바자도 큐브 푸셔 게임에 속합니다. 이 보석을 가져와서 저 보석으로 바꾸고, 그렇게 바꿔온 보석으로 다른 보석으로 바꾸는 등 매번 반복적인 교환 작업을 하니까요. 그러나 바자는 다릅니다. 불필요한 테마, 번잡스러운 배경 이야기, 쓸데없는 규칙을 모조리 쳐내고 교환이라는 핵심만 담아냈죠. 클루에 있는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쳐내고 추리요소만 살려낸 슬루스처럼 말예요.

재밌게도 이렇게 번잡스러운 것을 모조리 빼내니까 큐브 푸셔의 냄새가 줄어들고 숨어있던 퍼즐적 요소가 눈에 띄게 살아납니다. 대놓고 게임의 매력이 보이다보니 호불호를 판단하기에도 쉽고,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게임의 시스템에만 집중할 수 있어 재미를 느낍니다. 군더더기 없이 시스템 하나로 승부를 보는 게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장점이죠.

2. 돌의 가치판단과 깊은 수 읽기는 승리의 지름길이요

기본적으로 모든 돌은 동등한 가치를 지닙니다. 그러나 매 게임마다 무작위로 선택되는 두 개의 교환표에 따라 돌의 효율성이 달라집니다. 어떤 게임에서는 특정 색의 돌이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있기도 하고, 어떤 게임에서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기도 하죠. 돌의 가치판단 및 상관관계를 빠르게 파악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목표카드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는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심지어 돌의 교환이 단방향이 아닌 양방향이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죠. 판단력이과 수 읽기 실력이 중요합니다.

물론 바자엔 주사위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돌을 얹어주는 고마운 존재죠. 그러나 동시에 딜레마도 안겨줍니다. 딱 하나의 돌이 더 필요한 상황. 좀 더 머리를 써서 돌을 가져올 방법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필요한 돌이 나오길 바라며 모든 것을 운에 맡길 것인가. 이 선택은 플레이어에게 달려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운의 유혹을 못이기고 주사위를 선택하죠. 그리고 원하지 않던 돌을 받으며 울부짖습니다.

이것 한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주사위에게 모든 것을 맡기거나 낮은 점수만 노리는 사람은 웬만해선 게임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차분히 교환 수를 읽어내는 사람들이 한번에 따가는 점수는 어마어마 하기 때문이죠. 바자는 간단하지만 절대 쉬운 게임이 아닙니다. 수 읽기는 필수입니다.

그럼 바자의 단점을 알아볼까요!

1. 누가봐도 분명한 호불호

이 게임엔 ‘적당히 재밌다’ 라는 감상이 거의 없습니다. 사하라 사막처럼 푸석푸석 건조한 느낌은 테마 게이머와 캐쥬얼 게이머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에 충분하며, 돌이 불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과정을 상상하기 힘겨워 하는 플레이어들은 게임이 너무 어렵다며 난색을 표합니다. 결국 이 게임을 원하는 사람들은 평소 퍼즐을 좋아하거나, 두뇌를 쥐어짜야 하는 고통스러운 게임을 좋아하거나, 아예 게임 취향이란게 없는 사람들 뿐이죠. 이렇게 바자를 열렬히 환영해줄 사람이 극소수이기 때문에 함께, 즐길 게이머를 찾는건 정말 힘든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돈 주고 돌덩이를 구입하는 것과 다름 없지요.

2. 사람이 많아질 수록 개판이 되는구나!

바자는 2-6인까지 지원합니다만 가장 이상적인 수는 3인입니다. 속도도 빠른데다 2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같은 목표 카드를 노리는 일의 빈도가 적당하기 때문이죠. 적당히 개인적이며 적당히 경쟁적입니다. 그에 비해 2인은 너무 개인플레이의 느낌이 강해지며 인터액션이 없어지고, 4인 이상은 원하는 카드가 내 앞에서 계속 빠져나가는 인터액션 범벅의 게임이 되고맙니다. 이쯤되면 차분히 계산하고 자시고도 없이 무조건 돌을 한가득 모아 낮은 점수로 바꿔버리는 트롤링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 되죠. 2~4인까진 허용범위 입니다만, 역시 가장 바자다운 바자는 3인플 일 때 입니다.

제게 있어 바자는 방출대상에 있던 게임이었습니다. 너무나 좋아하는데도 함께 즐겨줄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최근 바자를 접해본 동료들이 재밌다고 극찬을 한 덕에 구사일생으로 다시 구조되어, 지금은 종종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인기 게임이 되었습니다. 설마 모임 내에 이런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절반 넘게 있을 줄은…! 지금 생각해도 팔지 않길 정말 잘한거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마음에 맞는 사람만 찾으면 이렇게 간단히 머리를 쥐어짤 수 있는 게임도 별로 없습니다. 누군가 바자를 가지고 있다면 같이 해보자고 여쭤보세요. 바자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싱글벙글 웃는 게임 주인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