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파전]의 맛난 리뷰 #13-화이트채플에서 온 편지

맛난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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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18 오후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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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3 화이트채플에서 온 편지

플레이 인원 : 2 - 6명

설명 시간 : 약 10분

플레이 시간 : 10분 - 60분

난이도 : 하

추천 인원 : 2 - 3명

테마와 스토리텔링이 함께하는 맛난파전의 맛난 리뷰, 13번째 리뷰할 보드게임은 화이트채플에서 온 편지 입니다.

동양에서는 불길한 숫자로 4를 이야기하지만, 서양에서는 13을 불길한 숫자로 이야기합니다.

너무나 유명한 13일의 금요일 이라든지 등으로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죠.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13번째에 어울리는 리뷰작,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 어울리는 게임. 화이트채플에서 온 편지!

리뷰 시작합니다.

1. 화이트채플, 그리고 잭 더 리퍼

Jack The Ripper, 잭 더 리퍼는 19세기 영국을 휩쓴 공포의 살인마입니다.

19세기 영국은 산업혁명이라는 눈부신 발전의 시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빛이 비추면 그림자가 생기듯, 산업혁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소외계층도 있었습니다.

본 게임에 들어가는 지명인 "화이트채플"은 런던 동쪽에 위치한 빈민가이자 윤락가로, 하루하루를 연명해가는 빈민이나 매음굴의 매춘부가 많은 곳이었습니다. 누구 한 명 사라져도 알 수 없는 음침한 동네였고, 살인이나 강도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잭 더 리퍼의 연쇄살인이 일어난 곳입니다.

잭 더 리퍼는 신출귀몰한 움직임으로 당시 경찰들을 농락했습니다.

그는 사회적 약자인 여자, 특히 매춘부들을 살해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당시 화이트채플에는 천 명 이상의 매춘부가 있었고, 그들은 하루를 연명하기 위해 일을 하러 밤마다 나서야 했습니다.

잭 더 리퍼라는 희대의 살인마가 거리를 배회한다는 소문을 들으면서도 말이죠.

날카로운 칼, 잭 더 리퍼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짧고 날이 잘 벼려진 칼을 사용한다는 것과 자상의 흔적으로 볼 때 왼손잡이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는 경찰들이 순찰을 하고 있는 거리에서도 대담하게 살인을 저지르고는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경찰들 앞에서 과감하게 세 번째 손가락을 든 것입니다.

대담한 행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경찰청에 자신의 범죄를 이야기하는 편지를 보내는 등, 공권력에 말 그대로 똥칠을 했습니다.

더블 이벤트.

잭 더 리퍼의 기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수십 분 사이로 살인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난 것입니다. 그것도 전혀 동떨어진 두 장소에서!

영국 국민은 이 희대의 살인마에게 분노하고, 당시 영국의 지배자인 빅토리아 여왕이 범인을 반드시 잡아내라는 엄명을 내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잭 더 리퍼는

끝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메스를 든 의대생이 아닐까,

매춘부에게 버림받아 홀로 자란 사람은 아닐까,

여러 억측이 난무했지만 오늘날까지도 베일에 감춰져 있습니다.

화이트채플에서 당신을 부르는 편지를 발송했습니다.

19세기의 극악무도한 살인마인 잭을 잡을 뛰어난 형사로.

혹은 신출귀몰하게 여성들을 살해하면서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았던 전설, 잭으로.

이제부터 플레이어는 잭 / 경찰 의 역할을 맡아 쫓고 쫓기는 추격과 추리를 벌이게 됩니다.

2. 게임 시스템&목표

1) 준비 단계

게임의 무대가 되는 화이트채플의 지도입니다.

고전 분위기가 풍기는 지도입니다. 사실상 화이트채플에서 온 편지의 가장 큰 구성품이네요.

한 플레이어는 잭을,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경찰이 됩니다.

잭은 지도에 말을 놓지 않습니다. 대신 개인 보드판을 제공받고, 이동을 기록하는 종이 판을 받아서 은신처를 기입합니다.

이 은신처는 매 라운드마다 잭이 돌아와야 할 공간입니다.

개인 보드판에는 지도 보다가 어디 있는지 티 내지 말라고 약도도 있고

각 라운드마다 쓸 수 있는 아이템 숫자도 적혀져 있습니다.

경찰들은 잭이 어디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탐문수사를 하지 않으면, 내 곁을 지나고 있는데도 알 수 없지요.

잭 더 리퍼에 대한 이야기 중, 경찰들이 있는 가운데에서도 대담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흔적을 감추었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시스템인 듯 합니다.

서로 역할을 정하고 잭이 은신처를 기록했으면,

그 다음으로 잭은 희생자 토큰을 범행 장소에 배치합니다.

앞면은 모두 흰 색이지만,

뒤집어보면 빨간 색(희생자)과 흰 색(더미)이 있습니다.

이들은 잭이 살인 대상으로 지목한 희생자들입니다. 경찰이 배치하기 전에는 희생자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기 위해 모두 흰면으로 지도에 배치합니다.

잭이 희생자 토큰 배치를 마치면 경찰 차례입니다.

경찰은 검은색 토큰을 지도에 배치합니다.

초기 배치는 경찰서(큰 네모칸)에만 놓을 수 있습니다.

경찰 토큰도 희생자 토큰과 마찬가지로 한 쪽은 모두 검지만

뒤집어보면 더미가 있습니다.

모든 경찰 토큰을 배치했습니다. 이제 잭은 뒤집어져 있는 희생자 토큰을 모두 공개합니다.

희생자들입니다. 잭이 노리고 있는 가련한 여성들, 토큰 색에 맞춰서 지도에 배치됩니다.

여기서 잭은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기다린다

살인한다

기다린다 액션은 턴 표시 토큰을 한 칸 뒤로 밀면서 희생자들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이때 경찰 플레이어들은 서로 상의를 통해 희생자들을 한 칸씩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때 이동 규칙은 경찰과 인접한 칸은 안 되고, 범행장소로는 돌아올 수 없다 두 가지입니다.

그리고 잭은 엎어져 있는 경찰 토큰 하나를 지목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다린다 액션은 경찰 토큰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한 턴을 더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얻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더미 토큰이 놓여진 곳은 그만큼 수사망이 헐거워질테니 살인을 하고 도망치는데 더 유리하겠지요.

대신 경찰들은 희생자들을 경찰 근처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어드벤테이지를 얻습니다.

살인한다 액션은 희생자 중 한 명을 지목해서 바로 살해하는 것입니다.

살해당한 희생자가 생기면 나머지 희생자도 모두 지도에서 제외하고, 살해당한 장소에 빨간 물방울 토큰을 올려놓습니다.

자, 살인마 잭은 이 자리에 있습니다. 게임 준비단계가 끝나고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갑니다.

2) 지옥 단계

본 게임에서는 잭이 살인을 저지르고 도주하는 라운드를 "지옥"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첫 라운드는 첫 번째 지옥, 두 번째 라운드는 두 번째 지옥 이런 식으로요.

턴은 잭과 경찰이 번갈아가면서 진행합니다.

잭은 가림판 아래에 있는 용지에 이동할 곳을 번호로 기입합니다. 기입했으면 이동을 선언하고 지도 아래에 있는 턴 표기 마크를 한 칸 전진합니다.

이때 이동을 한 뒤에는 반드시, 반드시 이동 선언을 해서 경찰들에게 자신이 이동했음을 알려야 합니다.

또한 잭은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등불은 골목길을 이용한다는 컨셉으로, 같은 건물 구획의 어느 칸으로든 이동할 수 있습니다.

마차는 두 칸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마차 토큰을 턴 표기 판에 올려놓아서 2번 이동했음을 경찰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컨셉상으로는 지나가던 마차 바닥에 찰싹 붙어서 간다고 합니다.

잭은 이동 시 앞에 경찰이 있으면 갈 수 없습니다. 마차와 등불은 경찰을 뛰어넘어갈 수 있습니다.

잭이 이동을 선언했다면 다음은 경찰 차례입니다.

경찰은 잭과 다른 이동 경로를 사용합니다.

잭은 숫자가 기입된 동그라미 칸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경찰은 지도에 있는 검은 네모칸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론상으로 잭과 경찰이 같은 공간에 머무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처음 룰을 익힐 때에는 이동에 대한 부분이 헷갈리기에 조금 자세하게 기입합니다.

경찰이 할 수 있는 액션은 총 3가지입니다.

첫 번째, 이동은 자신이 조종하고 있는 경찰 말을 0~2칸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이동 방향이나 거리는 자유지만, 최대 이동거리는 2칸입니다.

두 번째, 탐문은 현재 경찰이 위치한 곳 주변에 있는 동그라미 칸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잭이 어디있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경찰은 근처에 있는 동그라미 칸의 숫자를 잭에게 언급합니다. 이때 잭은 이곳을 지나간 적이 있다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탐문에 성공하면 노란 색 물방울 토큰을 해당 칸 위에 올려놓습니다. 탐문에 성공하면 바로 액션이 종료됩니다.

만약 탐문에 실패할 경우, 근접해있는 다른 칸도 탐문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검거는 해당 칸을 부르면서 잭 검거를 선언합니다. 잭 더 리퍼가 해당 칸에 있을 경우, 바로 경찰에게 검거되면서 게임이 종료됩니다. 검거는 각 경찰마다 라운드에 한 번씩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때 유의할 점은,

탐문 / 검거는 이동 후에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탐문을 했으면 검문은 할 수 없으며, 검문을 했으면 그 턴에 탐문을 시행할 수 없습니다.

또한 탐문 / 검거를 진행한 후에 이동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이동 -> 탐문 or 검거 입니다.

잭의 목표는 살인 이후 자신의 은신처로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고, 경찰은 잭을 검거하는 것입니다.

15번째 턴이 끝났을 때에도 은신처에 들어가지 못하면 아침이 밝아서 자동 검거로 처리되고 경찰의 승리로 게임이 끝납니다.

잭이 은신처로 무사히 들어가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갑니다.

이때 잭은 희생자 토큰을 하나 제거하고 다시 배치를 합니다. 이와 같은 순서로 4라운드까지 진행해서 검거에 실패하면 잭의 승리, 검거에 성공하면 경찰의 승리입니다.

*3라운드 때 더블 이벤트에 기반한 배치도 있지만, 이야기가 길어져서 생략하겠습니다.

3. 플레이 후기

플레이어 : 맛난파전(잭) / 버블(경감) / SH(탐정)

*약간의 각색이 있습니다. 설정상 본 게임에서 잭 더 리퍼는 처음 살해를 시작했으므로 기사가 날 리 없다든지 등이요.

그 여느 때와 같이 우중충한 날이었다.

런던 경찰청 B경감의 표정도 덩달아 우중충했다.

B경감은 방금 전까지 신문 기사를 읽고 있었다. 경감은 손에 쥐고 있던 신문을 와락 구겼다.

구겨진 신문에는 ‘신출귀몰한 살인마, 잭 리퍼. 그는 실존하는가?’ 라는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찍혀져 있었다.

잭 더 리퍼.

최근 B경감을 괴롭히는 놈, 이었다.

사실 놈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겠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범행 과정에서 찾은 유일한 단서는 희생자가 모두 매춘부라는 것뿐이다.

“빌어먹을. 또 비가 오는군.”

평생을 런던에서 살아온 B경감은 맑게 갠 날보다 흐린 하늘을 본 기억이 더 많다.

유독 짜증을 내는 것은, ‘놈’의 범죄가 일어나는 날이 언제나 비가 오는 밤이기 때문이다.

짙은 비 냄새 가운데에 흐릿한 피의 비린내가 섞여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안 되겠어.”

경감은 지나가고 있던 아무나 붙잡아서 뭐라고 속닥였다. 붙잡힌 경찰의 얼굴이 당황한 기색으로 물들고, 뭐라고 다시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잠시 후 경찰은 중절모에 갈색 코트를 거친 중년 사내를 데리고 온다.

콧수염을 진하게 기른 중년 사내는 경감 옆에 있는 의자에 털썩, 하고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오래간만이군. S.”

“탐정, 이라고 붙여주시죠. 영감님이 웬일로 나를 불렀습니까?”

“이미 알고 있을 텐데?”

경감은 표정에 불쾌하다는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신경질적으로 신문을 던졌다.

S탐정은 과장된 몸짓으로 신문을 받아낸다.

“잭 더 리퍼, 입니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하지만 한껏 일그러진 경감의 표정을 보면 정답인 듯 했다.

“짐승은 사냥개로 잡아야지.”

“경찰청의 위신이 떨어질 텐데요?”

경찰청이 일개 탐정의 손을 빌려서 범인을 잡았다, 라는 소문이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리라.

이미 S탐정이 경찰청 안에 들어온 것을 목격한 사람도 있을 터.

“무능하다고 손가락질하겠죠.”

쾅, B경감은 감정을 힘껏 실어 책상에 주먹을 내리쳤다.

“무능? 그게 희생자들 앞에서 할 이야기인가? 내가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좋아. 하지만 그 새끼의 재미를 위해 죽어간 사람들은 무슨 죄지?”

성격에 맞지 않게 길게 말을 내뱉은 경감은 얼굴이 흥분과 분노로 시뻘게져 있었다.

“결정됐군요.”

S탐정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해가 점점 기울어진다. 빗방울이 지면을 두들기는 날의 밤, 놈이 나타난다.

“덫을 놓으러 가야죠.”

바로 짐승을 잡을.

꺄아……아아……ㄱ…….

고성이 빗소리에 금세 묻힌다.

하지만 ‘잭 더 리퍼’를 잡으려고 화이트채플 거리 곳곳에 대기 중이던 사냥개의 귀를 속이지는 못했다.

“빌어먹을!”

어째서 경찰은 희생자가 생긴 뒤에야 범인을 찾을 수 있는 건가.

경감은 회의감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비명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잭 더 리퍼가 노리는 사냥감은 오직 ‘매춘부’ 뿐.

세간에서는 그 ‘증거’를 가지고 ‘매춘부에게 버려진 사람의 원한범죄다.’ ‘매춘부를 증오하는 귀족 중 하나다.’ 등 여러 소설을 써내지만 경감의 입장에서는 불쾌한 이야기일 뿐이다.

화이트채플 같은 빈민가에서는 하루 일을 쉬면 다음 날 끼니를 걱정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다. 잭 더 리퍼가 노골적으로 매춘부를 노리는데도, 당장 내일을 걱정하는 입장에서는 음산한 밤거리를 돌아다니지 않으면 안 된다.

경찰 인력은 한정되지만 화이트채플은 넓고, 예비 희생자는 많다.

잭 더 리퍼라는 희대의 살인마의 꼬리조차 잡기 힘든 이유였다.

경동맥에 새겨진 자상. 희생자는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천천히 죽어갔을 것이다.

그야말로 악취미.

“-놈이다.”

“헉, 헉- 영감님. 뭐 찾았습니까?”

경감은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그 손가락이 향하는 곳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애매한 사이즈의 족적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비가 놈의 흔적을 가려주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겠군요.”

화이트채플은 커다란 슬럼가이다.

인허가를 받지 않고 마구잡이로 지어진 건물들, 난잡한 거리는 놈이 숨기에 아주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하지만 이곳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지.”

화이트채플을 비스듬하게 가로지르는 대로.

이 대로를 통하지 않으면 복잡한 골목길을 헤매야 한다.

대담무쌍하게 경찰의 이목을 농락하며 살인을 저지른 놈이지만, 대낮에도 뻔뻔하게 돌아다니지는 못할 것이다.

경찰 몇 명이 대로변을 봉쇄하러 부지런히 움직인다.

B경감과 S탐정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 주변을 철저하게 수색했고 금세 동일한 족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게 끝이었다.

“아, 씨…….”

S탐정은 초조한 눈빛으로 발자국을 노려본다.

하늘로 붕 떴는지, 땅에 꺼졌는지.

주변을 쥐 잡듯 찾아봤는데도 비슷한 족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놈은 분명 이쪽으로 왔단 말입니다. 이 길로 쭉 내려가서 대로를 탔을 텐데 왜!”

“놓친 게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무언가가.”

경감의 말에 지그시 눈을 감고 고민하던 S탐정이 눈을 부릅 떴다.

“돌아갔습니다.”

“설마…….”

고개를 저으면서도, 경감은 납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부터 이 족적은 혼란을 주기 위한 거짓이었다.

경감은 사건 장소로 돌아가서 주변을 찾아보았다.

“여기였군.”

놈의 족적은 뒤로 선명하게 이어져 있었다.

휘이익-

호각을 한 번 분다. 뛰어가던 S탐정은 호각 소리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호각은 빙고, 두 번은 틀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영감님 말이 맞으면 이쪽이 분명하다.”

탐정의 촉이 속삭이고 있다. 놈은 대로로 향하고 있다고.

대로로 향할 것처럼 하다가 뒤로 돌아갔지만, 결국 그건 대로로 가려는 것을 속이기 위한 페인트 모션이라고.

“찾았다……!”

그리고 발견했다.

자만했던 놈의 빈틈을.

잭 더 리퍼가 보여준 행동을 보아하건대, 놈은 너무나도 대담하면서도 자만하고 있었다.

목적지가 대로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서쪽에 나있는 족적은 그저 경찰들을 헷갈리게 하려고 만든 함정.

만약 대로로 향하는 길목을 먼저 조사하지 않았다면 다시 한 번 수사가 미궁으로 빠져들었을 터. S탐정은 그런 놈의 영악함과 여유로움, 그리고 자만심에 기가 찬 듯 헛웃음을 쳤다.

“그 자만심이 네 목을 죌 것이다.”

신입 형사인 A는 사전에 받은 자료인 족적 사이즈를 생각하면서 자리를 지켰다.

A는 너무 신중하다고 선배들에게 혼나기는 하지만, 특유의 꼼꼼함으로 문제를 잘 해결하는 성격이었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탐문하고 바닥을 살펴봤지만, 잭 더 리퍼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별 소득은 없었다.

휘이익-

호각 소리가 들려온다. 놈의 흔적을 찾았나보다.

방향으로 보아하건대 이쪽으로 올 것 같지는 않다. 방금 전에도 범인의 족적으로 보이는 것은 찾아내지 못했으니까.

아. 이만 다른 곳으로 이동할까,

소득 없는 탐문에 지쳐 다른 곳으로 갈까 하던 A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한 번 길거리를 찾아보았다.

호각이 불린 시간과 족적의 시간 차이를 보건대.

놈은, 방금 전에 이곳을 지나쳤다.

수사망이 좁혀졌지만, 더 이상 잭 더 리퍼의 흔적을 찾아낼 수는 없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무심한 빗줄기는 놈의 발자국을 그대로 씻어내 버렸다.

S탐정은 화이트채플 전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놈은 분명 서쪽으로 도주한 게 분명합니다.”

대로를 타고 쭉 가면 화이트채플 서쪽 구역으로 바로 갈 수 있었다.

복잡한 도로 망, 놈의 은신처가 서쪽에 있다면 조사 범위를 그 주변으로 한정하고 찾아야 한다.

경감의 고개가 좌우로 흔들렸다.

“아니.”

경감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대로변에서 멀지 않은 곳.

화이트채플 거리의 중심부였다.

“놈은 이 근처에 숨어있다. 확실해.”

이미 자취를 감춘 놈을 찾을 방법은 요원했다.

퉁, 퉁

해가 뜬 지 얼마나 되었다고 바닥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로 다시 요란해진다.

“……이번에는 반드시 놈을 잡았으면 좋겠군.”

경감은 전에 끊었던 담배가 절실하게 떠올랐다.

다음 살인사건은 화이트채플 거리의 동쪽 끝에서 일어났다.

저번에는 북쪽 지역에서 살인을 저지르더니, 아주 대담한 놈이다.

“놈의 은신처는 중심부가 분명해. 모든 형사들은 대로변을 봉쇄한다는 생각으로 놈을 몰아라!”

사전에 경감이 내린 지시에 따라 형사들이 움직인다.

사건의 냄새에 민감한 S탐정이 살인이 일어난 곳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놈…….”

곧장 대로변을 타고 이어지는 족적.

하지만 S탐정은 이 ‘잭 더 리퍼’라는 놈에 대해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마치 다른 곳으로 갈 것처럼 부산하게 움직이던 S탐정이 사건이 일어난 곳 근처 거리로 다시 돌아왔다.

“네 심리 따위는 이제 다 안다!”

고도의 기만.

형사들이 한 번 탐문한 곳에 들어와서 대담하게 곁을 지나치며, 입가에는 조롱의 웃음을 지었으리라.

놈은 바로 근처에 있다.

S탐정은 호각을 3번 불었다.

호각 3번.

수상한 자가 있으니 모두 잡아놓고 신원을 조사하라.

포위망을 좁히던 형사 한 명이 대로변에서 누군가를 붙잡았다.

품속에 숨겨져 있던 붉은 칼날.

신원을 알 수 없게끔 모자를 푹 눌러쓴 사람이었다.

형사는 수상한 사람을 바로 제압하고 그 모자를 벗겨내려 하는데…….

이야기는 길게 썼지만 결론적으로 두 번째날에 잡혔다는게 함정. 주륵...

겜알못 파전

4. 아쉬운 점

화이트채플에서 온 편지는 원래 6인을 지원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6인은 매우, 매우 아주 비추입니다.

이 게임의 베스트 인원은 2명입니다.

원 제작 의도는 경찰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면서 잭을 찾아내란 건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갑니다.

~~이게 아닌가~~

협력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명령"을 내리는 사람과 "명령"을 받는 사람으로 나누어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잭을 쫓기 위해 협조해서 수사를 해야 하는데, 게임을 하다보면 결국 누군가가 지시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군요.

차라리 처음부터 1대1게임이라고 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은근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보이지 않는 잭을 찾으려다가 허탕을 치고 분개하는 경찰 플레이어도 있고, 너무 쉽게 잡혀서 게임에 흥미를 잃는 잭 플레이어도 있습니다.

게임의 이해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취향을 생각보다 많이 타는 게임이라는 게 아쉬운 점입니다.

5. 총평

세련된 경찰과 도둑 게임.

쫄깃한 심리전, 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처음 기획인 6인은 아예 잊어버리는게 좋습니다.

이 게임은 1대1 전용 게임입니다. 많아도 경찰 2명입니다.

1 vs 5라는 처음 컨셉은 미스지만, 19세기 영국 특유의 음울한 느낌과 잭 더 리퍼라는 으스스한 테마를 게임 내에서 제법 잘 녹여냈다고 생각하는 게임입니다.

리플레이성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많은데, 저는 리플레이성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게임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들끼리는 서로 수를 읽으려고 온갖 페인트를 하지요.

어떤 분께서는 2턴 만에 심리 읽혀서 첫 날 2턴에 게임이 끝난 적도 있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장마철, 비 오는 날에 추리가 땡긴다면?

화이트채플에서 온 편지, 가 당신의 마음을 충족시켜줄 것입니다.

6. 후기

비오는 날에는 사실 파전에 막걸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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