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 리코셰 로봇 : 길찾기 게임의 최강자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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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6 오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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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1999년

게임 타입 : 퍼즐, 길찾기, 실시간

플레이 타임 : 30분

플레이 인원 : 1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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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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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셰 로봇이 한글판으로 출시 되었군요. 예전에 써놓은 리뷰에 보강할 점은 없나… 하고 살펴보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렇게나 리코셰 로봇을 좋아하면서도 정작 리코셰 로봇 리뷰는 쓰지 않았네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죠. 예정에 없던 즉흥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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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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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셰 로봇은 직선 운동을 하는 로봇들을 이리저리 움직여 목표지점에 도달시켜야 하는 게임입니다. 벽이나 다른 로봇에 부딪치면 그 자리에 정지하며 그것을 1수로 칩니다.

라운드가 시작되면 문제 토큰을 하나 골라 공개합니다. 해당 색상의 로봇을 해당 아이콘 지점으로 보내야 하죠.

모든 플레이어들은 동시에 수읽기를 시작하며, 수를 찾은 사람은 이동 횟수를 외치며 모래시계를 뒤집습니다.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기 전에,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보다 더 짧은 경로를 찾아내고 외쳐야 합니다.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면 낮은 횟수를 외친 사람부터 해답을 보여주며, 정답일 경우 문제토큰을 가져갑니다. 만약 해답 설명에 실패하면 다음으로 낮은 횟수를 외친 사람이 해답을 보여주길 반복합니다.

누군가 문제토큰을 가져가면 라운드는 종료되며 로봇들은 마지막으로 도착한 지점에서 새로운 라운드를 맞이하게 됩니다. 일정 횟수의 문제 토큰을 획득하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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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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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셰 로봇은 깔끔한 인상을 주는 게임입니다. 깔끔한 이동방식, 깔끔한 규칙, 깔끔한 진행, 깔끔하게 나뉘는 호불호(…) 까지. 퍼즐 게임을 디자인 할 때 모든 잡다한 요소를 걷어내면 리코쳇 로봇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끈하게 다듬어진 인상을 주죠. 리코셰 로봇의 매력과 한계점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1. 두 가지 형태의 경쟁

리코셰 로봇엔 반드시 최선의 수가 하나 혹은 그 이상 존재합니다. 웬만큼 꼬인 문제가 아니면 대체로 10수 정도면 풀 수 있죠. 플레이어들은 이 최선의 수를 찾기 위해 쉴새 없이 경쟁하며 두뇌를 사용해야 합니다.

리코셰 로봇에서의 경쟁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당연히 첫번째는 ‘누가 최선의 수를 빨리 찾는가’ 하는 경쟁이며, 두번째는 ‘최선의 수가 보이지 않을 때 얼마나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수를 내놓을 수 있는가’ 하는 경쟁입니다. 물론 이 두 가지 형태의 대결은 흑과 백처럼 경계가 또렷하게 나뉘어있지 않습니다. 제각기 최선의 수를 찾으려 노력하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차선책으로 창의적인 방식으로 도전하기 시작하니까요.

리코쳇을 대단히 즐기는 사람은 대체로 둘 중 한 종류의 경쟁을 즐기거나 혹은 둘 다 즐깁니다. 최선의 수를 빠른 시간내에 찾아내는게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선의 수도 좋지만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수를 찾아내는걸 더욱 즐거워 하는 사람이 있죠.

전 후자에 속합니다. 최선의 수보단 창의적인 수를 찾아내는게 더 즐거워요. 현란하게 로봇들을 움직이며 없었던 벽을 만들고, 로봇을 겹쳐 존재하지 않았던 발돋움대를 만들며, 약간의 움직임으로 로봇들의 위치를 바꿔치는 다양한 변화를 보며 감탄하길 좋아하죠.

만약 평소에 퍼즐을 좋아하고, 최적의 수를 찾는 경쟁을 좋아하거나 창의적인 수를 찾아내길 좋아한다면 리코셰 로봇이 취향에 맞을 확률은 매우 높습니다.

2. 시간의 압박

리코셰 로봇에는 두 가지 시간의 흐름이 존재합니다. 첫번째 흐름은 문제가 나오는 순간부터 처음으로 답을 외치는 사람이 나오는 그 순간까지 입니다. 제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정적이고 고요한 분위기가 형성 됩니다. 답을 찾지 못해 여기저기에서 끙끙 거리는 소리는 들려오지만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을 받죠.

두번째 시간의 흐름은 첫번째 정답이 나오고 모래시계가 뒤집히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정적이던 게임에 모래시계가 흐르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바뀝니다. 겉으로 보기엔 침묵과 신음만 가득한 분위기가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얼마 되지 않는 제한시간 속에서 참가자들의 눈과 두뇌는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내게 이런 집중력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속도가 급작스럽게 빨라졌다는 정신적인 압박을 받게 되죠.

이 압박 속에서 상대방 보다 더 효율적인 수를 찾는 순간! 정답을 외치고 ‘휴!’ 하고 한숨을 내쉬면 기쁨과 안도감이 동시에 찾아옵니다. 이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곧 이어 누군가 더 효율적인 정답을 외치면 좌절이 찾아오지만요.

이렇게 강한 시간의 압박을 받고난 뒤, 다른 사람이 찾아낸 정답을 확인할 때 / 내가 찾아낸 정답을 설명할 때 테이블 전체에 퍼지는 “아~~~~ 저런 수가 있구나” 하는 놀라움과 감탄은 시간의 압박 속에 받은 스트레스를 모조리 풀어줍니다. 이 때의 기분이 굉장히 좋아요.

그 밖에 여러명이 할 수 있다던가 세팅이 쉽다던가 하는 장점도 있습니다만 리코셰 로봇를 대표하는 장점은 아니기에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리코셰 로봇의 치명적인 단점을 두 가지 짚어보죠

1. 순도 100% 실력 게임

리코셰 로봇엔 운이 없습니다. 문제가 나오는 순간부터 모든 결과는 플레이어에게 책임이 있으며, 정답을 찾을 수 있는가 없는가는 순전히 그 사람의 실력에 달렸습니다. 이러한 순도 100% 실력 게임은 플레이어간의 경쟁을 유도하지만, 반대로 진입장벽을 높히는 부작용도 동반합니다.

초보자들이 경험자들을 이길 수 있는 확률은 대단히 낮습니다. 초보자들이 한가지 경로를 보고 있을 때, 경험자들은 2~3개를 보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리코셰 로봇을 처음하는 사람이 저를 상대로 3개라도 맞추면 극찬을 할 정도입니다.

비슷한 게임인 뮤턴트 미플스와는 달리 리코셰 로봇엔 초보자들을 위한 배려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무자비함은 괴수를 만난 초보자들의 박탈감으로 이어질 수 있죠. 비슷한 실력자들과 한다면 이기려는 마음으로 게임에 임하는게 가장 즐겁습니다. 그러나 리코셰 로봇 괴수들과 게임을 하게 된다면 목표를 최대한 낮게 잡고 한 수 배운다는 느낌으로 게임에 임하시는게 정신적으로 좋을 수 있습니다.

2. 극강의 호불호

실력이 좋고 나쁨을 떠나 리코셰 로봇은 사람들의 호불호가 대단히 심한 게임 중 하나입니다. 퍼즐게임인데다, 테마는 있으나 마나하며, 순도 100% 의 수 읽기 뿐이고, 게임 내내 침묵만이 존재하고, 답을 설명할 때 잠시 대화가 있을 뿐입니다. 리코셰 로봇을 하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눈다던가 근황을 이야기 한다던가 하는 행동은 기대하지 마세요.

밝은 게임이 좋다 / 대화가 많은 게임이 좋다 / 운이 작용하는 게임이 좋다 하시는 분들은 리코셰 로봇의 리- 만 들려도 도망치시길 바랍니다. 30~40분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람들 속에 앉아 ‘나는 누구이며 여긴 어디인가. 나는 전생에 무엇을 잘못 했기에 이 로봇들을 움직이고 있어야 하는가. 이 로봇들은 왜 저기에 가야하는건가.’ 하는 유체이탈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경험은 퍼즐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어요.

퍼즐 문제를 유난히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에겐 그야말로 갓게임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게임입니다. 실제로 매년 100개의 게임을 선정할 때 리코쳇은 언제나 상위권이었죠. “퍼즐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곧바로 들이미는 퍼즐게임 삼신기 중 하나 입니다. 이 정도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시겠지요?

다만 워낙 호불호가 강한데다 실력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임이라, 추천하면서도 속으로 ‘분명히 싫어하겠지’ 라고 생각하는건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러나 기회만 있다면 누구나에게 추천하고 싶은 게임 중 하나입니다.

+ 참고로 저는 리코셰 로봇 구판을 소장하고 있으면 구판의 기본 맵만 즐깁니다. 새로운 버전에는 같은 색의 벽을 통과하네 마네- 90도로 꺾이네 마네- 뭔가 자질구레한 규칙이 하나 추가 되었거든요. 개인적으로 리코셰 로봇의 깔끔함을 해치는 듯 하여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있어도 나쁠건 없단 생각이 드네요.

블로그 :: 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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