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 센추리 : 향신료의 길 리뷰 - 호불호 강한 향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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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3 오전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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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7년

게임 타입 : 셋콜렉션, 카드 드래프팅, 핸드관리

플레이 타임 : 45분

플레이 인원 : 2-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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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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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렌더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여기저기에서 엄청난 호평이 쏟아져 나온걸 기억합니다. 특유의 딱딱함과 반복적인 행동 때문에 호불호가 있음에도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죠. 전국대회가 벌어질 정도니까요. 오늘은 스플렌더의 카운터 게임으로 불리는 센추리: 향신료의 길을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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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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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추리는 향신료를 꾸준히 획득/업그레이드/교환을 통해 승점으로 바꾸어야 하는 게임입니다. 모든 플레이어는 자신의 앞에 일정 갯수의 시작 향신료를 가지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손에는 노랑 향신료 2개를 얻는 카드와 업그레이드를 두 번 시켜주는 카드를 한 장씩 손에 들게되죠.

자신의 차례가 되면 4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해야 합니다. 상인 카드 중 하나를 가져오거나(좌측에서 멀어질 수록 향신료를 하나씩 지불해야 합니다), 자신의 손에서 상인 카드를 써서 효과를 적용하거나, 향신료를 지불하고 승점 카드를 가져오거나, 한 턴을 쉬는 대신 자신이 사용한 상인 카드를 모두 손에 들고 올 수 있죠.

승점 카드를 가져올 때 가장 왼쪽의 카드를 가져온다면 금속 동전을 얻게 되며, 좌측에서 두 번째 카드를 가져오면 은색 동전을 얻게 됩니다.

일정 수량의 점수카드를 획득하면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되며, 게임이 끝났을 때 동전과 승점카드를 모두 합쳐 가장 점수가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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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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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센추리가 핫하군요! 여러 차례의 게임 후 어떤 감상을 가졌는지 한번 이야기 해볼까요!

1. 높은 품질의 게임

센추리의 게임 품질은 거의 최상급에 가깝습니다. 시원시원한 크기의 카드, 가벼우면서도 큼직한 향신료(큐브), 플라스틱 그릇, 짤그랑거리는 금속 동전까지. 게임을 열었을 때 우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죠. 그만큼 초보자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요소가 많습니다. 불필요한 가격 상승을 야기하는 일부 콤포넌트(금속 동전, 플라스틱 그릇)가 있습니다만 게임 자체가 초보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했다는걸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스플렌더와 마찬가지로 같은 그림을 재활용 했단 점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게임에 큰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2. 빠른 템포

매 턴마다 요구하는 여러가지 수 읽기에 비해 게임의 속도는 굉장히 빠른 편입니다. 자신의 차례 때 상인 카드 가져오기,상인 카드 사용하기, 점수 카드 획득하기, 한턴 쉬고 사용한 상인 카드를 손으로 가져오기라는 4가지 액션 중 하나만 하면 되기 때문이죠.

게다가 게임 대부분은 자신이 손에 든 상인카드를 통해 향신료를 추가, 업그레이드, 교환 작업을 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바닥에 깔린 시장(카드가 깔리는 공간)에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미리 계획해 둔 작업 수순을 재고해야 할 일도 많지 않습니다.

결국 간단한 액션 + 급격히 요동치지 않는 시장이란 두가지 요소가 함께 어우러지며 굉장히 빠른 속도로 게임이 흐르는 셈이죠.

게임 난이도가 높지도 않은데 게임 종료 후 보드게이머들이 크게 지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지나친 장고 및 종료 조건이 너무 어려워 게임이 늘어질 때 인데요. 센추리에선 이러한 탈력 현상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게임이 끝나자마자 한번 더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산뜻하고 경쾌하죠.

때로 계획이 급선회 하며 잠깐의 계산을 하는 상황이 생기긴 합니다. 그러나 장고의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함께 해도 속도가 빠른 편이예요.

3. 잘 버무려진 여러가지 시스템

사람들은 카드를 모아 엔진을 만들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승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스플렌더와 센추리를 비교합니다. 그러나 사실 센추리 안에는 총 두 가지 게임의 색깔이 녹아있어요. 바로 콘코디아(Concordia)와 바자(Bazaar) 이죠. 더 범위를 넓게 잡으면 다른 게임도 언급할 수 있지만 가장 색채가 크게 묻어나는 게임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일정한 교환률에 따라 향신료를 추가하고, 교환하고, 업그레이드 한다는 점에서 제가 초창기에 리뷰했던 게임 중 하나인 바자를 굉장히 닮았습니다. 두 게임 모두 교환/업그레이드 한 이후에 남은 향신료(보석)의 갯수를 머리 속으로 그리고, 다음 턴에 또 다른 교환/업그레이드를 하면 보유 중인 향신료(보석)가 어떻게 되는지 계산할 수 있어야 하죠. 이렇게 여러차례 교환/업그레이드를 거치며 점수를 확보하기 위해 ‘최소 몇 턴이 필요한가?’ 를 계산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둘의 차이점이라면 센추리는 공용 보석 교환표가 아닌 개인용 향신료 교환 카드(상인카드)를 쓴다는 점이죠. 덕분에 부드러운 교환/업그레이드 작업을 위해 내게 필요한 상인 카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고민거리가 생겨납니다.

그러한 상인 덱을 사용했다 회수하며 최대한 효율적으로 굴려야 하는 점은 콘코디아를 닮았습니다. 두 게임 모두 좋은 카드를 구입해와도 단 1회만 사용하고 자신의 앞에 버립니다. 다시 쓰려면 필연적으로 한 턴을 쉬며 카드를 모두 회수해야 하죠. 이것은 턴 낭비를 야기합니다. 부드러운 톱니바퀴처럼 잘 짜여진 상인 덱은 매번 모든 카드를 소모하며 쉬어가는 턴 낭비를 최소화 합니다. 반대로 모래가 낀 듯한 상인 덱은 빈도 높은 쉬어가기 없인 오래 버티지 못하죠. 둘의 차이점이라면 콘코디아는 자신이 만든 덱이 나중에 점수로 변환되기 때문에 강하고 개성있는 덱이 승리를 가져다주지만, 센추리는 부드럽고 유연한 덱이 플레이어에게 승리를 가져다 줍니다. 불필요한 쉬어가기 / 상인카드 구매에 턴을 낭비하지 않기 때문이죠.

재밌게도 센추리는 향신료 그 자체를 생각나게 합니다. 스플렌더, 바자, 콘코디아는 각자의 특색과 자기주장이 강한 향신료입니다. 그리고 센추리는 이 세가지 향신료를 절묘하게 섞어 강한 향/맛을 조화롭게 만들고 자기만의 맛으로 만들어 내려 했죠. 그 맛이 어필할 수 있는 맛이냐- 하는건 다른 문제지만요.

자, 그럼 이 게임을 하며 크게 실망한 것들을 하나씩 살펴봅시다.

1. 내다버린 색맹에 대한 배려

이 게임은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습니다. 남녀노소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제 리뷰를 자주 보신 분들은, 이런 게임일 수록 제가 민감하게 보는게 하나 있다는걸 아실겁니다. 바로 색맹에 대한 배려죠.

게임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향신료(큐브)의 색상이었고, 두번째로 눈에 들어온 것은 모양의 구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곧바로 색맹 시뮬레이터에 사진을 돌려보았고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시뮬레이터이기 때문에 실제론 어떻게 보일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포럼을 찾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죠. 색을 구분할 수 없어 게임을 포기한 사람도 보았습니다. 저는 장점에서 금속코인과 플라스틱 그릇을 이야기하며 ‘불필요한 가격 상승’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바로 이 부족한(혹은 무심코 지나쳤을) 배려심 때문입니다.

화려한 콤포넌트는 게임에 감칠 맛을 내줍니다. 같은 게임을 하더라도 콤포넌트가 화려할 수록 더 재밌다고 느끼죠. 많은 사람들이 금속 동전, 화려한 장식, 리테마 같은 것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사실 콤포넌트의 진짜 목적은 불편함 없이 게임을 즐기도록 돕기 위한 보조 도구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편한 종이 기록 대신 가져오고 버리기 쉬운 토큰/큐브를 쓰는 것처럼요. 이렇게 사람들을 돕기 위해 존재해야 할 콤포넌트가, 센추리에선 오히려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없고를 가르는 장벽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 개발사에서 진짜로 신경썼어야 할 부분은 화려한 금속동전과 멋진 플라스틱 그릇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먼저 했어야 할 것은 향신료 큐브와 아이콘의 모양을 구분 가능하게 바꾸는 것이었죠. 더 많은 사람들이 센추리를 즐길 수 있도록요.

2. 곳곳에 보이는 부족함

센추리는 여러가지 게임을 섞은만큼 각 게임의 장점과 단점을 조금씩 가지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제겐 단점이 압도적으로 크게 다가왔습니다.

부족한 인터액션부터 이야기 해보죠. 센추리엔 다른 플레이어와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상인 카드를 선점하려는 정도의 싸움은 벌어지지만 그것도 초반부만 잠시 싸움이 벌어질 뿐, 엔진이 어느정도 완성되면 선점 싸움은 옛날 이야기가 되고 거의 방치 되는 수준에 이르죠. 이때부턴 그냥 승점카드를 누가 먼저 먹느냐 하는 레이스 싸움입니다.

주 비교 대상인 스플렌더를 생각해볼까요? 스플렌더는 시작부터 1단계 보석카드를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입니다. 3점을 주는 귀족타일 때문이죠. 덕분에 매 턴마다 플레이어들이 보석 칩을 가져갑니다. 이렇다보니 가끔은 토 나올 정도로 보석 칩이 시장에 안풀리는 상황도 생깁니다. 어느정도 초반 엔진이 정해지면 귀족 타일을 가져갈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대략 갈리게 됩니다. 귀족 타일을 원하는 사람들은 한 장이라도 관련 카드를 모으려 다투고, 포기한 사람은 고득점 카드를 노리며 특정 카드를 모으기 시작하죠. 중반쯤 되면 웬만큼 엔진이 완성된 상황이기 때문에 게임 속도가 갑자기 가속합니다. 공짜로 가져올 수 있는 보석카드도 많이 생기죠. 그 와중에 상대방이 원하는 카드를 낚아채며(짓지도 못하면서!) 상대방의 질주를 막아버리기도 하죠. 센추리처럼 간단한 규칙을 가지고 있는데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초중후반 내내 치고받는 인터액션으로 가득합니다. 센추리엔 이게 없었어요.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자원의 교환 방식이 너무나 단순했습니다. 바자(Bazaar)는 양방향 교환이 가능합니다. 즉 A를 B 로 바꾸거나 B를 A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가지 보석을 소유했을 때 계산해야 할 양이 꽤나 많아지죠. 그러나 센추리에선 단방향 교환만 성립합니다. 즉, A를 B로만 바꿀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고민거리가 대폭 줄어들고, 이 특정 상인 카드를 효율적으로 쓰려면 자원 획득 / 업그레이드를 통해 내 자원 상황을 A라는 상황에 맞추어야 합니다.

이러한 점은 내가 향신료를 자유자재로 트레이드하며 승점을 모으는게 아니라, 내가 상인 카드에 맞춰 향신료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내가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게임이 나를 이끄는 느낌을 받았죠. 물론 바자는 교환에 있어 운이 0%에 수렴하는 순수한 두뇌 게임이니 올바른 비교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교환 과정을 통해 승점에 도달하는 것을 기대한 저로선 센추리는 너무나 부족한 면을 보였죠.

3. 방치되는 시장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을 고르라면 중후반 이후 방치되는 상인 카드들 이었습니다. 스플렌더의 경우 1단계, 2단계, 3단계로 카드 더미를 나누고 점점 더 높은 승점을 부여함으로써 게임 내내 카드를 꾸준히 모아야 할 목적을 부여합니다. 콘코디아는 게임 종료 후 개인 덱에 들어있는 카드 갯수와 종류에 따라 점수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이 끝나는 순간까지 카드 한 장이라도 더 모으려고 노력해야 하죠.

센추리에선 어느정도 엔진이 만들어지면, 더 이상 상인 카드를 가져와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떠한 점수도, 어떠한 보너스도 주지 않기 때문이죠. 스플렌더나 콘코디아처럼 카드를 꾸준히 가져오는 행위가 점수를 추가로 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그렇다면 향신료 싸움에서 밀리더라도 상인들을 모아 경쟁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중반부터 게임의 절반이 통째로 날아가버리는 센츄리는 단순히 큐브 교환을 통해 점수를 모으는 게임으로 바뀌고, 이것은 너무 반복적이고 단순하게 느껴졌습니다.

4. 인원 문제

센추리는 가족게임 치고 인원을 제법 탑니다. 부족한 인터액션 때문에 사람이 많을 수록 견제가 많아지고, 견제가 많아질 수록 게임이 재밌어지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죠. 스플렌더가 2~3인이 최고라면 센추리는 4~5인이 최적으로 보입니다. 보드게임 특성 상 사람 찾는게 가장 힘든걸 고려하면, 최대한의 재미를 뽑아내는 4~5인을 꾸준히 모으는건 제법 힘들 수도 있겠어요.

아쉽게도 센추리는 콘코디아 / 바자 / 스플렌더 셋을 모두 해본 제겐 어느쪽도 치우치지 못한 애매한 게임이었습니다. 제목대로 강렬한 향신료의 맛을 원했는데… 사찰 음식을 먹은 느낌이라 당황스럽네요. 처음 센추리를 했을 때 너무나도 밋밋한 맛에 깜짝 놀랐고, 무언가 잘못된건 아닌지 룰북을 여러차례 다시 보았습니다.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연거푸 게임을 즐기고 나서야 간신히 특유의 은은한 맛을 느낄 수 있었죠. 사람들이 센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보입니다. 그러나 그 이유가 제게 해당되진 않는 것 같네요.

센추리는 3부작으로 제작된다고 들었습니다. 1부작 때문에 2 & 3 부작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낮아졌지만… 앞으로 어떻게 게임을 만들어 나갈지 지켜보긴 하려 합니다.

블로그 :: 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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