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없음) EXIT 시리즈 후기

클래리티

16,239

2017-6-8 오후 5:11

IP: 117.111.***.***

블로그 방문

팔로우

BEST

쪽지발송

내용 댓글16

안녕하세요.

최근 인상 깊게 했던 EXIT 시리즈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스포일러는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사진도 거의 없습니다.

다만 '박스를 열자마자 나온 내용물들'에 대한 사진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마저도 원하지 않으시면 백스페이스를 눌러주세요.

1. 소개

EXIT 시리즈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방탈출을 보드게임화한' 게임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Escape Room: The Game이라던가, Escape the Room 시리즈, Unlock!, EXIT 등등 최근 이런 류의 게임이 많이 나왔죠.

이 중 EXIT는 테라포밍 마스, 북해의 침략자와 함께 올해 KDJ의 후보작으로 오를 정도로 그 게임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EXIT는 주로 카드로 구성된 방탈출 게임입니다. Unlock!과 조금 비슷한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총 3개의 각자 다른 게임이 영문판으로 나와있으며, 독일어로 3가지 시나리오가 더 나와있는 상태입니다.

각 박스엔 하나의 큰 게임이 들어있으며, 약 10여개의 퍼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하기 위해선 게임 외에 종이, 연필, 가위가 필요합니다.

......네, 이 게임은 내용물을 적극적으로 파손하면서 진행해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1회용 게임, 일종의 레거시 게임이죠.

게임엔 룰북과 퍼즐들이 담겨 있는 책자 하나, 문제들이 적혀있는 Riddle Cards,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려주는 Answer Cards, 도저히 모르겠을 때 참조할 수 있는 Help Cards, 그리고 코드를 넣을 수 있는 원판과 시나리오에 따른 몇가지 추가 구성품이 들어있습니다.

책자를 뒤지다 보면 Riddle Cards들을 얻게 되며, 이들에 문제가 적혀있습니다. 문제의 답은 순서대로 3가지 숫자, 문양, 색깔 등등 무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것을 사진에 보이는 원판에 빙빙 돌려서 입력하면 숫자가 나옵니다. 그 숫자가 Answer Cards의 숫자가 되며, 이를 뒤집어 우리의 풀이가 맞는지 틀렸는지 확인을 할 수 있습니다.

만일 풀이가 맞다면, Answer Cards엔 새로운 Riddle Cards의 알파벳들이 적히게 됩니다. 이 카드들을 찾아서 펼치면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하고, 이를 책자와 이전에 얻은 Riddle Cards 등을 활용하여 풀어나가면 됩니다. 풀이가 틀리다면 틀렸다고 적혀 있지요.

Unlock!이나 Escape Room: The Game처럼 시간 제한은 따로 없고요, 대신 얼마나 빨리 탈출했는지, 그 과정 속에서 힌트 카드를 몇개를 봤는지에 따라 얻는 '별점'이 다릅니다. 힌트를 하나도 보지 않고 60분 내로 탈출하면 10점, 힌트를 8개 이상인가 보고 2시간 이후에 탈출하면 1점,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룰북의 뒷면엔 참가자들의 이름 및 성적(?)을 적는 란이 있습니다. 탈출 후에 작성해서 책장 구석에 보관하시면 됩니다.;;

2. 감상

위에 언급한 여러 방탈출 게임 중 해본게 이것과 Escape Room: The Game밖에 없어 다른 게임과의 비교는 조금 힘들지만, 확실히 Escape Room: The Game보다는 재미있었습니다.

방탈출 게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만든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고, 정작 플레이어들이 보기엔 억지스러운 퍼즐들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 방탈출을 해보셨다면 아마 공감하실거에요. 도저히 모르겠어서 도우미 불러서 물어보니 전혀 논리적이지 못한 답을 들을 때의 허탈함... 내가 고작 이런거 해결하려고 몇십분 동안 끙끙거렸나 싶기도 하죠. Escape Room: The Game에는 (Virus를 제외하고) 한 시나리오 당 이런 퍼즐이 두세개씩은 발견이 되었었는데, EXIT엔 그런 퍼즐들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당장 풀어야 하는 퍼즐의 개수도 훨씬 많은 느낌이고요.

답을 입력하는 원판 역시 생각보다 꽤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얼핏 보면 엉뚱한 답에 다다를 수도 있을 것 처럼 생겼는데, 절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만들어졌어요. 앱을 이용하는 Unlock!이나 가끔 제대로 입력한 답을 씹는(!) Escape Room: The Game의 디코더보다 좋은 접근 같습니다.

다만 언어적 장벽이 좀 큽니다. 긱 글들을 보니 애초에 독어->영어 번역이 매끄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이러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저희는 꽤 여러번 헤맸습니다. 뭔 소린지 모르겠어서 힌트 카드를 본 적도 있네요.; 동음이의어나 그 언어 특유의 뉘앙스를 활용한 퍼즐도 은근 있어서 영어 잘 하시는 분들이 한 분 정도는 꼭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토리 부분이 많이 빈약하고 인위적입니다. 뭔가 '우리가 여기 갇혔고 퍼즐을 풀어야 탈출할 수 있어!'의 느낌보단, '자, 이제 방에 갇힌 척 하고 퍼즐을 풀어보자!'에 가까워요. 위에서 이야기한 번역의 문제일까요? 물론 방탈출 게임에서 스토리는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니 별 불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몇몇 분들이 싫어하실만한 요소인데, 카드와 책자를 찢고 자르고 글씨를 써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이 끝나면 내용물이 다 파손되어 있기 때문에, Unlock!과는 달리 중고로 팔 수도 없습니다. 즉 1회용 게임 시나리오 하나에 10달러+배송비를 써야 한다는 소리인데,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꽤나 비효율적이라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4명 정도 팟을 모아서 2.5달러씩 지불하는 형태가 가장 합리적일 것 같네요.

3. 각 시나리오 감상

The Secret Lab

난이도 2.5/5, 별점 6/10

개인적으로 가장 별로였습니다. 제일 쉽다는 평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이게 제일 어려웠어요. 문제는 그게 퍼즐들이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해서 어려웠던게 아니라, 작위적인 퍼즐들이 제일 많았거든요. 힌트 카드의 답 보고 화가 났던 퍼즐도 두 개 정도 있었고요. 아, 마지막 퍼즐은 쉽긴 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다만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가는 용도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나올 시나리오 3개의 난이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EXIT의 입문 시나리오로는 무난합니다. 이걸 해보고 다음 두 시나리오를 해봐야 감동이 배가 될거에요.

The Abandoned Cabin

난이도 3.5/5, 평점 7/10

세 시나리오 중 가장 좋은 평을 받는 폐가입니다. 그럴만도 한게 캐빈 인 더 우즈를 연상시키는 스토리부터 매력이 있어요. 퍼즐들의 난이도도 딱 적절하고, 탈출한 후의 만족감도 큰 편입니다.

정말 마음에 들었던 퍼즐이 두개 있는데, 둘 다 언어 요소가 많은 퍼즐이었던 지라 조금 아쉬웠네요. 하나는 언어랑 상관없이 우연찮게 해결했고, 하나는 도저히 모르겠어서 힌트 카드를 봤습니다. 물론 힌트 카드를 본 후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빠졌었죠.

The Pharaoh's Tomb

난이도 4/5, 평점 9/10

사실 이 리뷰는 이 시나리오 때문에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대부분의 퍼즐들이 작위적인 느낌 없이 머리 싸매면 다 해결할 수 있는 형태이고요, 개중 2개의 퍼즐이... 와.

자세히 말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 말도 못하겠는게 제일 아쉽네요. 한가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 시나리오를 반드시 마지막에 해보셔야 한다는 겁니다. 이걸 먼저 하고 다른 시나리오들을 하게 되면 너무 싱겁게 느끼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긱에선 조금 호불호가 갈리는 시나리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나만 사서 해보실 거라면 폐가를 추천드립니다. 물론 이런 류의 게임을 좋아하시면 3가지 다 해볼 가치가 있고요, 만일 3가지를 다 하신다면 비밀 연구소 -> 폐가 -> 파라오의 무덤 순으로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적어도 파라오의 무덤은 반드시 마지막에 하세요!!

4. 정리

홍대나 강남역 방탈출을 해봤고 좋아한다 : 추천

영어 잘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 : 추천

팬데믹 레거시도 카드 찢어본 적이 없다, 한번밖에 못하는 게임 따위 어차피 다 돈벌이용 아닌가? : 비추천

파티원 모두가 영어 울렁증이 있다 : 비추천

혼자 퍼즐이나 풀면서 놀고 싶다 : 추천 (공식적으로 1인플 지원합니다. 물론 혼자 푸는 거지만...)

이정도로 마무리하고 싶네요. ㅎㅎ 저는 1회용 게임이지만 그만큼이나 재밌게 했습니다.

5. 여담

언어적 장벽으로 인해 이 게임이 많이 언급이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지화는 이런 게임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저가 한글화하면서 스포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 게임들 말이죠. 타임 스토리스, 광기의 저택 2판, 글룸헤이븐, 셜록 홈즈 컨설팅 디텍티브, 왓슨 앤 홈즈, Unlock!, EXIT 등의 방탈출 게임들 등등. 지금 보니 이런 류의 게임 중 정식으로 한글화가 된 게임은 팬데믹 레거시 뿐이네요. 물론 그 사실 자체도 매우 행복했습니다만.

마침 KDJ 후보에 오르기도 했는데... 비록 경쟁작들이 무시무시하지만 만에 하나 KDJ를 수상하게 되면 현지화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내용 보기

팔로우

피드

저장

클래리티

님에게 댓글 작성

댓글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