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 - 혼슈 리뷰 : 무엇을 하고 싶었던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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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6-8 오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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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6년

게임 타입 : 카드게임, 셋콜렉션, 도시짓기, 핸드관리, 타일놓기

플레이 타임 : 30-40분

플레이 인원 : 2-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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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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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시를 만들어나가는 카드 게임. 혼슈를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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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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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트릭테이킹을 통해 일본의 도시를 건축하여 명예와 부를 가지기 위한 싸움을 벌입니다.

각 플레이어들은 시작 도시 한장과 자원을 두 개 받은 뒤 자신의 앞에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도시카드 6장을 받은 뒤 첫 플레이어부터 카드를 내려놓습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순서대로 카드를 한장 씩 내려놓은 뒤 1등부터 도시 카드를 가져가 자신의 시작도시에 붙입니다.

도시를 붙일 땐 카드를 위/아래 어느 방향에 상관없이 이어 붙일 수 있습니다. 단 호수는 가릴 수 없음을 유의하세요.

이렇게 모든 플레이어들이 도시를 붙이고 나면 방금 카드를 가져간 순서대로 다시 트릭테이킹을 시작합니다.

각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앞에 놓인 자원을 하나 사용하여 카드의 가치에 60을 더할 수 있습니다. 정말 필요한 카드가 바닥에 나왔을 때 가져가기 위한 방법이죠. 다음 사람도 60을 올리고 싶다면 똑같은 색의 자원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반복하여 손에 3장의 카드만 남으면(즉 도시 증축을 세번 하면) 옆 사람에게 넘깁니다. 그 세장으로 3번의 라운드를 더 진행한 뒤 새로 6장을 받아 게임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한번 더 반복하면 총 12라운드를 진행하게 되며 게임이 종료됩니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앞에 놓인 도시를 확인하여 점수를 받습니다. 점수는 크게 네가지 방법으로 받습니다. 숲 한칸당 2점, 가장 큰 도시의 칸 1개당 1점, 공장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여 해당 점수만큼 득점, 호수 0/1/2/3… 당 0/3/6/9/… 점을 받습니다. 사막은 점수를 주지 않지만 동점이 발생하면 승자 결정을 하는데 사용됩니다.

총 12라운드를 진행한 뒤 점수가 가장 높은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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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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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슈는 비빔밥 같은 게임입니다. 트릭테이킹, 드래프팅, 타일놓기, 셋콜렉션 등 정말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죠. 이렇게 이것저것 섞은 게임은 마치 잡탕 요리와 같습니다. ‘정말 먹을 수 있는거야?’ 싶은데 먹어보면 ‘어라, 의외로 괜찮은데?’ 하고 놀라거나, 숟가락을 입에 넣자마자 미뢰를 강타하는 구린 맛에(…) 삼킬지 말지 고민하거나 둘 중 하나죠. 혼슈는 어느 쪽이었을까요?

1. 꽤 재미난 마을건축

혼슈의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마을을 건축하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트릭테이킹을 통해 골라온 마을 카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최적의 위치를 찾아가는건 꽤 재밌는 일이었어요. 단순히 ‘몇 칸을 덮느냐’가 아니라 ‘카드를 위에 놓느냐 아래에 놓느냐’도 고민해야 합니다. 방향, 위/아래, 겹치는 범위에 따라 마을의 형태가 크게 바뀝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생각하며 건물이 서로 덩어리지도록 절묘하게 돌리고 겹쳐야 하죠. 서버비아나 아일 오브 스카이 같은 게임에서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위치 찾기 느낌이 혼슈에도 존재합니다. 그러한 장르의 게임을 좋아한다면 혼슈도 괜찮을 것 같군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혼슈의 장점은 저것 외엔 딱히 없는 것 같군요. 그럼 이번 리뷰의 본론과 다름없는 혼슈의 문제점을 매섭게 꼬집어 보죠.

1. 의미없는 트릭테이킹

혼슈는 트릭테이킹의 탈을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탈을 쓰고 있다’는 표현에 주목하세요. 엄밀하게 말하면 혼슈는 스스로를 트릭테이킹 게임이라 소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트릭테이킹을 통해 무언가를 시도하려 했죠. 그러나 트릭테이킹에서 오는 특유의 재미를 전혀 녹여내지 못했습니다. 트릭테이킹 특유의 향만 간신히 뿌린 듯한 느낌을 주는데서 멈추었죠. 이러한 느낌을 받은덴 한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트릭테이킹에 있어 선잡기/내주기는 게임의 심장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상대방에게 감점을 먹이거나(하트), 높은 카드를 빼앗거나 (유고), 상대방의 비딩을 무산 시키고 내 비딩을 충족시키는 등(위자드/브릿지) 게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필요할 때 선을 잡고 필요 없을 때 선을 내어주는 줄다리기를 능숙하게 해내야 합니다.

그러나 혼슈엔 이러한 줄다리기에 큰 의미가 없습니다. 좋은 카드인지 아닌지 직관적으로 알아보기도 힘든데다, 이기든 지든 도시 카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즉, 도시 설계만 잘하면 트릭테이킹 단계에서 패하더라도 충분히 괜찮은 성적을 낼 수 있기에 트릭테이킹에 목숨을 걸 필요가 없죠. 자원을 소비하면 자신이 낸 카드 숫자에 +60을 할 수 있지만 그것도 큰 의미를 찾긴 어렵습니다. 차라리 공장에 넣어서 점수를 쌓는게 나으니까요. 게다가 진행 순서도 매 라운드마다 바뀌기 때문에 챙기기 여간 귀찮은게 아니예요. 이 단계에 이르면 이런 결론에 도달합니다.

‘무엇을 위해 트릭테이킹에 열을 올리는가?’

게임에 존재하는 카드 배분 시스템에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되는거죠. 이 질문이 머리에 각인되는 순간 혼슈의 재미가 팍팍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2. 의미없는 카드넘기기

이상하게도 혼슈엔 카드 넘기기 단계가 있습니다. 아마 드래프팅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좀 더 머리를 굴릴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장치겠지요. 그런데 이것은 오히려 플레이어들에게 선택지를 좁히는 나쁜 시스템으로 활용 됩니다.

여러분 손에 60, 51, 48, 30, 21, 3의 카드가 있다고 해보죠. 이 중에 세 장은 옆사람에게 넘겨야 합니다. 자, 높은 카드를 낸 사람부터 도시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그럼 상대방에게 넘어가면 곤란한 카드 세 장은 무엇일까요? 바로 높은 카드 세장. 60, 51, 48 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높은 카드를 쓰고 낮은 카드를 넘기는 것이 가장 이득인 셈이죠. 정말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선 높은 카드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용할 카드와 넘길 카드가 정해진 셈이니, 플레이어는 사용할 세장에 대해서만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면 됩니다. 카드 3장으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딱 6개 뿐입니다. 주사위를 굴려도 6가지 경우의 수가 있는데 말이예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카드 넘기기 단계 대신 처음 받은 6장의 카드를 가지고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짜며 게임을 운영하도록 유도하는 편이 훨씬 더 재미있었을 겁니다.

3. 밋밋한 일러스트

일러스트는 개인의 기호가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라 호불호가 갈립니다. 그러나 제가 혼슈를 함께 즐긴 사람들은 하나 같이 “카드에 있는 벚꽃 문양만 없으면 일본인걸 모르겠다” 라고 말하더군요.

저도 동의합니다. 호수, 사막(?), 갈색건물, 아이콘에 가려진 회색건물. 어느하나 일본을 상징하는 것이 없습니다. 하물며 숲이라도 예쁜 분홍색 벚꽃나무로 가득 했다면 어땠을까요? 테이블 위에 펼쳐진 분홍빛 잎이 일본을 떠오르게 하지 않았을까요?

일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벚꽃(엄연히 벚꽃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한 종이지만요)을 박스 커버와 카드 뒷면에 한가득 그려놓곤, 정작 게임 내내 보게 될 카드 앞면엔 벚꽃 하나 없는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일러스트 디자이너, 게임 디자이너, 퍼블리셔 셋 다 앞에 앉혀놓고 ‘도대체 왜 그랬어요?’ 하고 묻고 싶네요.

4. 소생불가 옵션 규칙.

혼슈는 무려 8장에 달하는 추가 스코어링 카드를 게임에 넣었습니다. 게임 시작 전에 하나를 공개하여 추가적으로 득점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 위함이죠. 게임의 완성도가 높았다면 이러한 작은 배려 또한 전략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여흥으로 다가왔을겁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요소들이 혼슈의 재미를 다 깎아내는 상황에서, 이러한 카드가 1장 추가된다 하여 게임의 재미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어요. 정말 게임을 전략적으로 만들고 싶었다면, 트루아처럼 개인에게 비공개 스코어링 카드를 하나씩 주고, 게임이 끝나면 모두 공개하여 다 함께 점수를 받아가는 방식이 훨씬 나았을겁니다.

"전체적으로 소생불가능한 상황인가?" 라고 묻는다면 "정말 노력하면 살릴 수 있을 정도..." 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유일하게 마을을 키워가는 퍼즐 단계는 꽤 재밌었거든요. 다만 도시 카드를 나눠가지는 과정이 너무나 지루하고 번거로워서 전체적인 재미를 다 깎아먹고 있습니다. 혼슈의 전반부는 너무나 애매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예요. 트릭테이킹이라곤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트릭을 가져가는건 아니기 때문에 트릭테이킹은 아닙니다. 드래프팅이라곤 했지만 카드를 넘겨서 그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도 아니라 드래프팅이라고 하기도 애매합니다. 이렇게 존재의 이유를 알 수 없는 트릭테이킹&드래프팅은 아예 내다버리고, 경매나 무언가 다른 방식으로 도시카드 배분단계를 고치지 않는한 혼슈에 아무리 많은 확장을 부어넣어도 게임성이 나아질 것 같진 않았습니다.

예전에 보드게임 디자인 노하우 관련 글을 읽었을 때, “너무 많은 시스템에 욕심내지 마라.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임이 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폭풍의 대권주자가 대표적인 게임이라 생각했는데, 혼슈도 들어서서는 안되는 영역에 살짝 발을 들이민 느낌이네요.

여러가지로 참 아쉬운 게임입니다.

블로그 :: www.raccooncave.com/hons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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