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슬루스 리뷰 - 추리게임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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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6-7 오후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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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1971년

게임 타입 : 추리, 카드게임

플레이 타임 : 60분

플레이 인원 : 3-7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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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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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여구는 필요 없습니다. 오늘은 추리게임의 정수, 슬루스를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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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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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들은 추리를 통해 사라진 보석을 찾아야 합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보석 카드 한 장을 게임에서 제외합니다. 이 카드가 정답 카드가 되죠.

각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앞에 4장의 힌트 카드를 깔아놓고, 턴이 올 때마다 한 장을 사용하여 질문 한 뒤 새로운 힌트카드를 뽑는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합니다.

힌트 카드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단일 속성 힌트 카드는 한명을 지목하여 해당 속성에 부합하는 카드가 몇 장 있는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두가지 속성을 가진 힌트 카드는 한명을 지목하여 해당 속성에 부합하는 카드가 몇 장 있는지 “보여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수힌트 카드가 있습니다. 이 힌트카드도 단일과 두가지 속성으로 나뉘는데, 힌트에 따라 상대방에게 3가지 속성(색상, 갯수, 종류) 중 하나를 마음대로 물어보거나 카드에 씌여진 속성 + 한 가지 다른 속성을 물어볼 수 있습니다.

만약 마음에 드는 힌트카드가 없다면 4장을 모두 버리고 새로 4장을 뽑는 것으로 턴을 넘길 수 있습니다.

정답을 알아냈다면 정답을 외친 뒤 확인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만약 정답이라면 게임에서 즉시 승리. 실패라면 게임에서 탈락한 채로 다른 플레이어들의 힌트 요청에 응해야 합니다.

자기 차례 때 정답을 맞출거라 선언한 뒤 자유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땐 앞에 깔린 4장의 힌트카드와 상관없이 원하는 질문을 원하는 상대에게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고 난 뒤 반드시 정답 맞추기를 시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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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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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장르의 여러 게임을 접하면 어느정도 단계를 매기게 됩니다. 야구로 치면 메이저 리그, 마이너 리그, 아마추어 리그 같은 셈이지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급 게임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아마추어 리그부터는 살짝 주저하곤 하죠. 오늘 이야기 할 슬루스는 메이저리그 급, 즉 천상계에 위치하는 추리 게임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슬루스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죠!

1. 모두가 힌트를 주지 않는다.

슬루스를 이야기 하기 전에 추리게임의 대명사, 클루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수 없습니다. 클루의 증거수집엔 실패란 개념이 없습니다. 즉, 인물/흉기/장소를 물었을 때 왼쪽사람부터 돌아가며 있다면 한 장을 공개! 없다면 다음 사람이 있다면 공개하는 식으로 한바퀴를 크게 돌기 때문이죠. 매 턴마다 정보가 이동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정답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슬루스엔 실패란 개념이 있습니다. 한명을 지목하여 증거를 수집하기 때문에 ‘없다’는 대답이 잦은 빈도로 돌아오기 때문이지요. 질문을 던질 때마다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정말로 없다고?” 하는 의문이 들고, 계속 헛발질을 하다보면 조급함으로 이어집니다. 이 조급함은 실수를 불러오고, 다른 플레이어들의 추리를 따라잡으려다 오히려 무언가 엉켜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되죠.

거의 일정한 속도로 추리가 이뤄지는 클루와 달리 플레이어의 논리적 판단과 약간의 운에 따라 힌트의 유무가 결정됩니다. 한번 추리의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그 격차를 따라잡기 힘든 클루와 달리 엎치락 뒤치락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니 “아, 거의 알았다” 하는 말이 들려오는 순간부터 그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집니다. 클루와 달리 힌트가 없다는 이야길 들었을 때 ‘윽!’ 하고 당황하는 느낌이 꽤나 즐거웠어요.

2. 짧은 대답 속에 담긴 커다란 힌트

슬루스를 하다보면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힌트가 있습니다. 바로 두 개의 속성을 물어본 뒤 육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힌트 카드들이지요. 직접 보는만큼 이 카드만 잘 활용하면 게임에서 손쉽게 이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더욱 중요한 정보를 놓치고 있습니다. 바로 대답자가 알려주는 카드 갯수와 없다는 대답입니다.

얼핏보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카드 갯수 힌트와 없다는 대답은 별거 아닌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다른 힌트와 조합하는 순간 정말 강력한 힘을 발휘하죠. 논리적으로 하나씩 가능성을 배제하면 한번에 2~3개씩 오답을 지워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나가듯 살짝 흘러나온 이 힌트를 가지고 얼마나 정보를 캐낼 수 있는가? 를 실력의 척도로 생각합니다.

아주 작은 정보에서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사실을 깨달았을 때. 슬루스의 재미는 폭발하죠.

3. 단 한번의 자유!

타 게임과 달리 슬루스는 질문에 제한이 있습니다. 자기 앞에 놓여있는 4장의 힌트 카드 중 하나를 골라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죠. 이 방식은 한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답에 거의 도달했을 때, 필요한 질문카드가 없어 정답을 추려내지 못하는 엄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죠.

당연히 슬루스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리 선언을 하고 바로 정답을 외칠 수 있지만, 자기 차례 때 카드에 상관없이 원하는 질문을 하고나서 정답을 찍을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합니다. 만약 이 규칙이 없었다면 슬루스는 힌트빨(?)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정답을 거의 알았는데 필요한 한 장의 카드가 나오지 못해 정답을 눈 앞에서 놓치는 억울한 일이 자주 생겼을테니까요.

이 자유질문을 효율적으로 쓰는 일은 꽤나 어려운 일입니다. 실패를 각오하고 자유 질문을 던졌는데 “없어” 같은 대답이 돌아오면 멘탈이 바사삭- 하고 부서지거든요. 반대로 올바른 사람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올바른 추리를 통해 올바른 정답에 도달하면 그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 또한 슬루스에서 느낄 수 있는 멋진 재미 중 하나이지요.

4. 간단한 규칙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규칙

슬루스는 다양한 파생 규칙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보석을 한 개만 숨기는게 아니라 두 개, 세 개를 숨기는 식으로 난이도를 급격하게 올리는 것이죠. 하나씩 추가 될 때마다 게임의 난이도는 껑충껑충 높아집니다. 그러나 그만큼 정답의 쾌감도 굉장해지죠.

슬루스가 제안하는 또 다른 규칙은 모든 힌트를 갯수로만 받는 것입니다. 난이도가 말도 안될 정도로 높아지기 때문에 아직 도전해보진 않았지만, 제 추리 실력이 더 나아진다면 꼭 해보고 싶은 규칙 중 하나입니다.

그럼 슬루스가 가진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죠.

1. 게임을 망치는 작은 실수

모든 추리게임이 그렇습니다만 슬루스 또한 대단히 민감한 게임입니다. 힌트를 주거나 받을 때 작은 실수 하나가 있어도 전체의 흐름이 크게 망가질 수 있죠. 처음 할 땐 ‘실수가 반드시 나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간단하게 테스트를 해본 뒤, 본 게임에 들어가는게 좋습니다.클라이막스까지 올라갔는 때 게임에 에러플이 있었다? 게임이 약 45분~1시간 가까이 걸릴 수 있는데, 게임이 끝났을 때 “실수한거 누구야!” 같은 말이 나오면 게임이 터졌다는 큰 아쉬움이 들거든요. 힌트를 주고 받을 때 두번 세번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시는게 좋습니다.

2. 추리용지의 아쉬움

추리용지가 상당히 미묘합니다. 한 손으로 들고 쓰기엔 너무 크고, 그렇다고 바닥에 내려놓고 하기엔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잘 보여요. 클루에 동봉된 작은 추리시트 정도면 딱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다른 사람이 못 보도록 가릴 수 있는 무언가 동봉 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박스 크기 상 이 방법은 거의 무리지만요). 큰 문제는 아닙니다. 얇은 책이나 다른 종이를 주어 가리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으니까요. 아,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양면이 아닌게 너무 아쉽더군요.

3. 추리카드의 운

비록 단점으로 적긴 했지만 치명적인 문제점은 아닙니다. 슬루스에서 이기려면 당연히 뛰어난 추리 실력이 있어야 하지만, 충분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카드 또한 뒷받쳐 주어야 합니다. 아무리 갯수와 없다는 힌트를 통해 다양한 것을 추리할 수 있다곤 하지만,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고 추리시트에 기록하는 것만큼 직접적이고 크게 도움되는 힌트는 없거든요. 자신의 앞에 깔린 4장의 힌트 모두 쓸모없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다만 후반엔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그래도 제가 힌트를 갈아 엎을동안 다른 플레이어들이 척척 힌트를 받아적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요. 순도 100%의 추리게임을 원하신다면 오히려 클루 카드게임이 나을 수 있습니다. 질문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은 나오지 않으니까요.

힌트 카드를 통해 질문을 한다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카드 빨이 받쳐주지 않아서 추리를 못한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카드가 잘 받쳐주지 않더라도 테이블 위에서 오가는 다양한 힌트를 들으며 정보를 모아갈 수 있기 때문이예요. 이런 정보를 잘 모아놓고 있다가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지는 것으로 추리의 물꼬가 틀기도 하죠. 추리게임에 필요한 것만 추려내서 매끈하게 다듬은 정말 좋은 게임입니다.

테마라곤 하나도 없는데다 기계적으로 질문을 해가며 정답을 찾아가는 게임이기 때문에 하하호호 즐거운 분위기를 기대하진 않으시는게 좋습니다. 어느 테이블에서 슬루스를 즐기며 키득키득 웃고 있다면, 그것은 두뇌를 풀 파워로 사용하며 추리라는 요소 그 자체를 진심으로 즐기기 때문이지, 게임 자체가 흥을 복돋아주거나 미소를 나오게 만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클루, 코드 777, 다빈치코드 류의 추리 게임을 좋아하신다면 슬루스를 반드시 해보시길 바랍니다. 특히 4인 이상을 추천합니다. 정보의 파편화가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다른 추리게임에선 느낄 수 없는 한 단계 더 빡센(?) 재미를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블로그 :: www.raccooncave.com/sle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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