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오거나이저가 나오기까지...

진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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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7-29 오후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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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진시월입니다.

휴일인 오늘 일을 하다가 잠깐 막히는 부분이 있어 기분전환이나 할 겸

오거나이저 제작과정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잠깐 자유게시판에 쓸까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나름 노하우(?)에 속한다고 생각하여 본 게시판에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말 그대로 제가 오거나이저를 설계할 때 거치는 과정을 적어볼까 합니다.

1. 게임 구매.

모름지기 최우선 순위입니다. 설계할 게임이 없다면 시작도 없습니다.

2. 오거나이저 필요성 여부 판별.

게임을 구매하면서 자동적으로 판가름이 나는 문제죠. 기본 옵션 같은 거랄까......

기본 트레이가 있는 제품들은 오거나이저 설계를 지양하는 편입니다. 트레이가 있는데 굳이 비용을 들여가면서 오거나이저를 설계해야 하느냐? 의 문제를 직면하는 부분이죠.

게임 내에 기본으로 달려오는 트레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거나이저를 설계하게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플텍을 끼우니 기존 트레이에 보관이 불가능하다.]

정말이지 통곡을 금할 수 없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컴포넌트에 카드가 있는 게임은 이 문제를 피할 수가 없죠. 그래도 최근에는 플텍 사용을 고려하는 쪽으로 트레이가 나와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확장을 사 원 박스로 보관하려고 하니 기존의 트레이가 불필요하다.] 입니다.

제가 설계한 오거나이저의 경우 클랭크와 스플렌더가 대표적이겠군요.

3. 컴포넌트 측정.

오거나이저를 설계하기로 결정을 했으면 이제 컴포넌트들의 크기를 측정해야 합니다. 부피를 알아야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습니다.

4. 아이디어 내기.

어쩌면 오거나이저 설계에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미 다른 업체들이 만든 오거나이저를 참고해 아이디어를 찾습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니까요.

그리고 아이디어를 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세팅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즉, 게임세팅이 편한 설계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룰북에 기재된 세팅 이미지를 많이 참고하는 편입니다. 그 밖에 이곳 보라나, 긱에 들어가 세팅에 관련된 글이나 사진들을 보고 참고하기도 하죠.

5. 도면 그리기.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이제 그걸 표현해 내야 합니다.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캐드입니다.

꼭 캐드를 통해 작업을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스케치업, 라이노 등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습니다. 저는 그저 캐드가 손에 익은 프로그램이니까 사용하는 것일 뿐입니다.

6. 설계 검증하기.

각자 주어진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표현했으면 설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도면을 그리다보면 순간 치수를 혼동해서 잘 못 그리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저는 캐드 내에서 3d 랜더링 작업을 통해 설계에 오류가 있는지 판별합니다. (그러나 이러다가 몇몇 파츠 누락하는 경우가 있다는 건 함정.)

7. 견적 및 시제품 가공 의뢰.

설계 검증까지 끝났으면 남은 건 실물을 만드는 것뿐입니다.

저는 장비가 없으므로 장비를 보유한 공방을 이용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비용이 발생하게 되죠.

공방에 도면을 보내고 견적을 받으면 가공을 의뢰합니다.

예전에는 캄바오공방을 애용했지만 공방이 문을 닫고, 캄바오님의 장비가 고장이 나면서 갈곳을 잃을 뻔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캄바오님께 새로운 공방을 소개받아 이용 중에 있습니다. (세민레이저산업) -장비 출력이 좋아서 그런가? 깔끔하게 커팅되어 옵니다. 굿굿!

8. 시제품 조립하기.

커팅된 시제품이 왔으면 조립을 해야 합니다. 조립하기 전의 시제품은 요상하게 생긴 땔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9. 실사용 후 문제점 수정 및 보완하기.

막바지 작업이죠. 실제로 써보고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사용이 가능한지, 아니면 보완이 필요한지 판별합니다. 그야말로 최후 검증 단계입니다. 여기서 실수하면 그 때는 파장이 큽니다.

10. 보라에 도면 공개하기.

시제품에 문제가 없으면 뜻하던 오거나이저가 생겼다는 것에 만족하고 끝!..........이 아니라 보다 많은 분들이 이용하실 수 있도록 도면을 공개합니다.

도면 공개한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공개하기 전에는 그저 나 한 사람을 만족시키는 거지만 공개를 하면 여럿을 만족시킬 수 있으니까요!

정리를 하다보니 총 10단계를 거쳐 진행이 되는군요. 10단계에 이르기까지 문제점이 발견되고 이를 보완하거나 해결하지 못하면 해당 프로젝트는 폐기됩니다. 즉 도면 공개가 되지 않는다는 거죠.

몇몇 오거나이저가 그렇게 빛을 보지 못한 게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애석하지만 어쩔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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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오거나이저 제작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이대로 끝나기 아쉬우니 심화과정을 해볼까 합니다.

Q 오거나이저 설계시 중점에 두는 사항은?

1. 세팅의 편리함

2. 수납성

3. 멋

입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발언을 한 적이 있지요.

지금에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원래 실용주의자라 옛날에 건축을 할 때에도 디자인을 너무 안 본다고 꾸중을 듣곤 했음죠.

그런 제가 디자인을 중점사항 중 하나로 꼽은 이유는 보드게임에서 오거나이저가 차지하고 있는 애매한 위치 때문입니다.

오거나이저는 한 번 쓰면 그 편리함에 쉽게 매료되지만 애석하게도 애매한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1. 범용성이 적다. 오로지 그 게임에 맞춰 제작되기 때문에 범용성이 없다시피 하죠.

2. 게임에 맞먹는 가격.

2번의 경우 오거나이저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만큼의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꼭 오거나이저 있어야 하느냐? 반문하면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소 불편을 감내하면 굳이 있을 필요가 없거든요. 게다가 우리에게는 다XX라는 가성비 좋은 녀석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오거나이저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납은 기본이고

ㄱ. 다XX 반찬통보다 게임 세팅에 효율적일 것.

ㄴ. 사고 싶은 요구가 들 것.

이 두 가지 요소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가 앞서 말한 세팅의 편리함, 수납성, 멋이죠.

역시나 저는 실용주의자이기 때문에 게임의 세팅에 좀 더 중점을 두었습니다. 수납만 따질 거면 반찬통 쓰면 되니까요.

여기서 세팅의 편리함은 단순히 세팅에 국한되지 않고 수납의 범주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여태까지 오거나이저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지만 의외로 쉽게 간과하고, 지키기 힘든 것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건 바로 [사용하기 편한가?] 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컴포넌트 중에 주사위 3개가 있습니다. 정육면체인 이 주사위는 가로, 세로, 높이 폭이 16mm 정도 됩니다.

이 주사위 3개를 나란히 수납하려고 합니다. 단순하게 주사위 3개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부여합니다. 48*16*16의 크기를 가지겠군요.

하지만 여기에 MDF 3T로 작업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으므로 이를 반영하고 뚜껑을 사용하지 않는 설계로 작업을 하면 실질적으로 54*22*19의 크기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마지막으로 나온 54*22*19의 값은 별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손가락을 넣어 꺼낼 수가 없거든요. 결국 주사위 3개를 꺼내기 위해서는 해당 수납함을 뒤집어서 주사위를 쏟아내야 합니다.

표현하기 쉽게 주사위를 예시로 들었지만 만약 해당 컴포넌트가 수납함에서 하나씩만 꺼내야 하는 토큰, 타일이라면 어떨까요?

이렇게 되면 오거나이저가 가져야 할 편리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저도 그렇지만 오거나이저를 설계를 하다보면 공간을 나누는데만 정신이 팔려서 종종 이 부분을 간과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시제품을 만들어보면 그 때서야 문제점을 발견하고 수정하게 되죠.

이 때 발생하는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그렇게 피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Q.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가장 쉬운 방법은 여유공간을 주는 겁니다. 컴포넌트가 다소 흔들리게 되더라도 그걸 감안하는 거죠. 대체로 토큰이나 주사위 같은 부피가 있는 컴포넌트들을 수납하는 파츠에서 할 수 있는 선택사항입니다.

Q. 여유공간을 줄 작업공간이 없고, 카드나 타일 같은 컴포넌트는 어떻게 하나?

실질적으로 가장 자주 부딪치는 문제입니다. 박스의 크기는 정해져 있고, 그 안에 모든 컴포넌트들을 수납해야 하기 때문에 공간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게자가 확장까지 원박싱을 하려는 오거나이저의 경우 이 문제는 반드시 직면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죠.

위의 주사위 3개로 다시 예시를 들어볼까요?

아무리 구상을 해도 주사위 3개를 수납하기 위해 주어진 작업공간은 54*22*19이라면 벽에 홈을 넣어줍니다. 해당파츠가 집이라고 치면 문을 만들어주는 거죠.

위 그림처럼 홈을 넣어줍니다. 그럼 보시는 것처럼 주사위를 꺼내기 수월해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카드나 타일 등의 컴포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신에 주의할 점은 저 홈을 통해 컴포넌트가 새어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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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제법 길어졌군요. 비록 수박겉핥기식이지만 수납공간의 측정 및 분배, 정해진 공간 내에서 편리성을 찾는 법을 알아봤습니다.

다음에는 의외로 사용빈도가 높은 오거나이저 수납함 뚜껑 만들기에 대해 이야기 해보죠! (과연 그게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그럼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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