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빌딩 단어 게임 2탄 - 하드백

ottera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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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25 오전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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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소개

2017년 4월 현재 킥스타터가 진행 중인 하드백(Hardback)의 PnP 프로토타입입니다.

하드백은 Fowers Games에서 만든 페이퍼백의 후속작으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단어 만들기에 덱빌딩을 결합한 게임입니다.

테마는 플레이어들이 소설작가가 되어 명성(=승점)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인데, 배경이 현대였던 페이퍼백에서 19세기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카드 디자인이 고풍스럽지요.

제목인 하드백은 하드커버를 의미하는데, 사진으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가죽 장정한 책표지를 기본 이미지로 썼습니다.

전작 페이퍼백은 스크래블과 같은 기존의 단어 만들기 게임에 덱빌딩이라는 메카닉을 적용해서 혁신을 이루었다고 호평을 받았지요.

하드백 역시 덱빌딩을 기반으로 한 단어 만들기 게임인데, 후속작으로서 차별화된 메카닉과 재미를 선사합니다.

기본 규칙 및 특징

각 플레이어는 기본 카드 10장으로 구성된 개인용 덱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자기 차례가 되면 덱에서 뽑은 5장의 카드로 단어를 만들고, 단어에 쓴 카드가 제공하는 돈과 명성을 얻습니다.

번 돈은 그 차례에 모두 써야 하는데, 주로 자기 덱에 추가할 카드를 사는 데 쓰고 (사진에서 상단 7개의 카드가 살 수 있는 카드이고, 카드를 사면 공용덱에서 새 카드를 뽑아 장터를 채웁니다), 남은 돈은 검은색 '잉크' 토큰을 사는 데 쓸 수 있습니다.

명성은 점수판에 기록되며, 가장 높은 명성을 쌓는 것이 게임의 최종 목표입니다.

하드백의 차별화된 요소는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첫 번째가 바로 '어느 카드든지 뒤집어서 와일드카드로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와일드카드는 스크래블의 빈 타일처럼 아무 글자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규칙 덕분에 그 어떤 이상한 글자 조합을 뽑아도 단어를 아예 만들 수 없는 지경에 처할 일은 없어집니다.

(그 대신 와일드로 사용한 카드는 아무런 이득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덱에 추가할 수 있는 카드들이 4가지 장르로 구성됩니다.

'모험소설', '공포소설', '미스테리', '로맨스'로 구분되는 이 장르들은 각각 특화된 능력을 제공하며, 한 단어에 같은 장르의 카드를 2장 이상 사용해야 더 많은 이득을 얻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5글자보다 더 긴 단어를 만들고 싶으면 '잉크' 토큰을 사용해서 추가로 카드를 뽑아 쓸 수 있습니다.

단, 잉크를 써서 뽑은 카드는 반드시 그 글자를 단어 속에 넣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추가로 뽑은 카드로 더 많은 득을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함께 쓸 수 없는 글자를 여러 개 뽑아버려서 자기 차례를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요.

즉 잉크는 운을 시험하는 요소입니다.

소감

재미있습니다.

보통 단어 만들기 게임은 가장 어휘력이 뛰어난 플레이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마련인데, 하드백은 '와일드카드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어휘력이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영어 초보자가 플레이하기엔 어려운 이유가, 와일드카드를 너무 많이 쓰면 승점을 올리기 힘듭니다. 기본적인 어휘력은 받쳐줘야 하지요. 한국 기준으로 최소 중학영어 정도는 숙달해야 어느 정도 플레이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장르별로 특화된 카드들을 적절히 구입해서 보다 높은 수입과 승점을 낼 수 있는 덱을 만드는 것이 승리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그 외에도 여러모로 플레이어의 능란한 선택을 요구하는 전략적인 게임입니다.

저는 엔진빌딩 게임, 즉 바닥에서 시작해서 점차 더욱 많은 자원을 뽑아내는 '엔진'을 만드는 게임을 좋아하는데요, 하드백은 바로 이러한 엔진빌딩의 재미를 (역시 제가 좋아하는 장르인) 단어 만들기 게임에 투입했다는 점에서 딱 제 취향에 맞아떨어지더군요.

(굳이 단점을 뽑자면 바로 이 엔진, 즉 덱을 만드는 시간이 제법 걸려서 페이스가 느린 편입니다.)

향후 1인플을 포함한 협력 모드도 제공될 것이라고 하니, 앞으로 나올 완성본이 더욱 기대되는 하드백입니다.

사족

개인적으로 하드백이 가장 아쉽게 생각되는 점은 한글판이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설명서만 번역한 한글판이 아니라, 알파벳 대신 한글을 사용하는 한글판 이야기입니다.

한글을 사용한 단어 만들기 게임이라 하면 당장 생각나는 것이 라온인데, 라온도 (제가 플레이해본 적은 없지만) 스크래블이나 바나나그램 같은 타일 기반의 단어 만들기 게임을 훌륭하게 한글에 적용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만, 게임성 면에서 보면 단순합니다.

단순한 게임이라고 해서 경시할 것은 아니지만, 하드백처럼 좀 복잡하고 전략적인 한글 게임도 있으면 더 좋겠지요.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이 크게 작용하는 게임이다 보니 하드백 킥스타터에도 보면 다른 언어 버전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눈에 띄는데, 그나마 알파벳을 사용하는 유럽 언어들은 언젠가는 나올 가능성이 있지요.

하지만 한글은 알파벳과 다른 점이 많아서 게임을 제대로 구현하기도 힘들겠고, 한글판 수요도 별로 크지 않을 것을 생각하면...ㅠㅠ

꼭 하드백 한글판이 아니더라도, 그만큼 깊이 있는 게임성을 갖춘 한글 게임, 더 다양한 종류의 한글 게임들이 앞으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보드게이머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 게임을 소개하는 후기를 굳이 올리는 것도 실은 그래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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