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떠나라. 찾아라. 그리고 추리하라. - 왓슨 앤 홈즈

개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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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15 오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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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왓슨 앤 홈즈 2017년판의 2, 3번 시나리오를 마치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게임에 대한 평가는 추후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본 리뷰에는 시나리오 2의 브리핑 파트의 일부분이 수록되어있습니다.

스토리의 시작부분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언제나 어디서나 범죄자들의 만행은 끊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완전범죄를 꿈꾸죠.

뒤쫓는 경찰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단서들은 아지랑이처럼 사라지고, 목격자들의 증언은 앞뒤가 맞지를 않고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베이커가 221B의 2층. 오늘도 그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여러분들을 기다리는 기상천외한 사건들. 과연 여러분들은 홈즈, 왓슨과 함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 수 있을까요?

본격 추리게임. 왓슨 앤 홈즈 입니다.

▲ 너무나 잘 빠진 재판의 박스아트. 여러분들을 범죄가 소용돌이치는 런던으로 모십니다.

1. 어떤 게임인가?

게임이 시작되면 여러분들에게 사건에 대한 브리핑이 배달됩니다. 브리핑에는 사건에 대한 간략한 개요가 소설 형식으로 쓰여져 있지요.

누군가 한 명이 읽어줘도 좋고, 돌려가면서 읽어도 좋습니다. 저희는 한 분이 읽어주신 후 미처 파악 못한 정보는 핸드폰으로 촬영해서 봤네요.

이렇게요.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달성해야 할 목표들이 함께 전달됩니다. 그리고 홈즈의 말 처럼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요.

과연 로더릭 포터필드는 누가 죽였을까요? 왜? 그리고 어떻게 죽은걸까요? 이 모든 것들의 열쇠가 여러분들의 앞에 있습니다.

▲ 이번의 무대는 바로 이 곳!!

여러분들의 앞에 (시나리오별로 다르지만) 십여몇장의 카드가 깔리게 됩니다. 어떤 카드는 장소이고, 어떤 카드는 증인일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여러분들의 추리에 따라 저 장소들을 돌아다니면서 단서를 모아서 범인을 잡아야 합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장소 선택을 마친다면 각자 자신의 장소카드를 들고오고, 그 뒤에는 브리핑과 같이 소설 형식으로 단서가 써있습니다.

그 단서는 증인의 증언일 수도, 장소에서 발견된 어떤 물건일수도 있습니다. 대놓고 알려줄 수도, 단서가 아닌 척 은근슬쩍 흘리기도 하지요.

모든 플레이어가 단서 확인을 마쳤다면 이러한 라운드를 여러번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정답을 맞춘 사람이 승리하게 됩니다.

▲ 고마운 홈즈와 꼴도보기 싫은(...) 왓슨

단지 이것뿐이었다면 이 게임은 마치 여러분들의 어릴 적 친구였던 "게임북" 수준의 컨텐츠 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게임은 게임을 게임답게 만드는 요소들이 몇몇 있습니다.

그 첫번째 요소는 마차 토큰 시스템입니다. 모두가 다른 장소에 가고싶어진다면 정말 행복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노골적으로 중요해보이는 장소(이를테면 시체발견장소)는 자연스레 모두가 가고싶어하는 핫플레이스가 됩니다.

이렇게 여러명이 한 곳에 몰릴 경우 마차토큰을 사용해 비딩을 진행 후 밀려난 플레이어는 다른쪽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지요.

물론 마차토큰은 한정되어있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마차 토큰을 받을 수 있는 행동칸으로 가야하므로 단서를 얻을 소중한 기회를 한 번 쉬게 되지요.

따라서 플레이어들은 어느 타이밍에 어느장소를 가야 하는가를 잘 판단해 주어진 마차토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두번쨰 요소는 경찰토큰 시스템입니다. 자신이 본 정보가 너무나 중요해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면 그 장소에 경찰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은 경찰에 가로막혀 그 장소에 들어갈 수가 없게 되지요. (당연하게도 이를 없앨 수단도 있긴 하지만요.)

...이쯤되면 아시겠지만 이 시스템은 방해의 목적도 있지만 블러핑의 목적도 있습니다.

누군가 어떤 장소에 들어가더니 경찰을 배치해서 장소를 봉쇄한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아이템을 사용해서 그 장소를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이를 블러핑으로 판단하고 다른 장소로 향할것인지 판단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 시스템은 왓슨 시스템입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단서를 얻을 장소를 선택했다면 누군가 마차토큰 세 개를 내고 왓슨 찬스를 쓸 수 있습니다.

왓슨의 희생양(...)이 된 플레이어는 자신의 카드를 모두에게 큰 소리로 읽어주어야 하지요.

따라서 모두들 몰리는 핫플레이스에 3마차로 들어갔다고 끝이 아닙니다. 누군가 그 장소에 왓슨을 보내버린다면 자신은 하나의 정보만 얻을 뿐이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각자 고른 정보+왓슨의 정보까지 얻게 되는거죠. 그래서 눈치싸움이 꽤나 치열해집니다.

2. 장단점은?

일단 무엇보다 신선했습니다. 물론 제가 많은 보드게임을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전 이런게임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동안의 추리게임이 게임 시스템 내에서의 추리를 했다면 왓슨 앤 홈즈의 경우 드라마 안에서의 추리를 해야합니다.

예를들어 클루의 경우 범인, 범행장소, 흉기를 찾아야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게임에서의 목표일 뿐 몰입의 여지는 별로 없거든요.

하지만 왓슨 앤 홈즈의 경우 등장인물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파악하고, 스스로 단서를 찾아 판단해 다음 추리를 이어가야하는,

그야말로 드라마 속에서 활동하는 플레이가 요구됩니다. 마치 크라임씬의 출연자가 된 기분 같았어요.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알짜배기만 찾고 페이크 정보는 쳐내는 과정 자체가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차토큰이나 왓슨 시스템이라는 과하지 않은 양념으로 언뜻 [소설읽기]수준으로 급락하지 않도록 게임의 테이스트를 유지해주고 있죠.

그다지 길지 않은 플레이타임과 간단한 룰도 매력있었습니다. 룰 자체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가장 큰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플레이 회수의 제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미 플레이 한 시나리오의 경우 다시 할 의미가 전혀 없으니까요.

....하지만 여러분 댁에 13번도 플레이하지 못한 보드게임, 하나도 없으시진 않잖아요? 적어도 이 게임은 10여회를 즐겁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팬데믹 레거시와는 다르게 플레이 도중 키트가 손상되지 않기때문에 클리어 한 후에도 마스터 역할을 맡을 수 있기도 하고요.

그거 말곤 단점이 있을라나요... 텍스트가 많으니 한글화가 필수라는 것 정도...?

아 그리고 첫 플레이의 경우 답을 쓰는 요령에 대해 헤맬 수 있다는 것도 단점은 단점이겠군요.

3. 그래서?

추리소설 좋아하시나요? 그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추리하는 맛을 즐기셨다면 더할 나위 없는 지적 자극이 될 것입니다. 확신해요.

적어도 저는 여태껏 보드게임을 통해 이러한 경험을 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살아오면서 많은 추리소설을 보고, 만화를 보고, 영화를 봐왔지만

이렇게 드라마 속에서 액티브한 주체가 되어서 추리를 진행해 본 경험도 처음이었습니다. 최고의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많은 텍스트에 지치신 분이라면 조금 추천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정보 처리에 자신이 없으시다 해도 조금 갸우뚱할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왓슨의 정보는 구두로 전달되기 때문에 들으면서 열심히 들으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가려내서 받아적는 능력,

그리고 그러한 정보들을 취합해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꽤 요구되는 편입니다.

그래서 어떻냐고요? 기다림에 지쳐 쓰러질 것 같습니다. 언제 다음 시나리오를 진행할 지 엄청 기다려져요.

이상, 여러분들의 추리세포를 자극할 그 게임. 왓슨 앤 홈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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