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 폴드 잇!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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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15 오후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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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6년

게임 타입 : 민첩, 순발력, 퍼즐, 동시액션, 실시간, 패턴인식

플레이 타임 : 20분

플레이 인원 : 1-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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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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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보드게임 디자이너 및 출판사에 대한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팬심이랄까요? 충성심이 굉장히 약하죠. “OOOO 디자이너의 게임은 룰이 간결하지만 깊이가 있어서 좋다” 식으로 감상을 남길 때도 느낀 그대로를 말한 것일 뿐. 그 디자이너의 열렬한 팬이라고 자처하진 않습니다.

이렇게 무심한 저인데, 최근 한 디자이너의 행보에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Taeyun Goh(고태윤?) 작가님인데요. 다른 작가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재미난 점을 발견했거든요. 오늘은 폴드 잇! 을 리뷰하며 이 분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늘어놔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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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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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드 잇은 기본적으로 라스트 맨 스탠딩(Last Man Standing)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서바이벌이죠. 각 플레이어는 3개의 별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하며 꼴찌로 주문서를 완성하거나 오답을 낼 때마다 별을 하나씩 잃어버리게 됩니다. 별 3개를 모두 잃게 되면 게임에서 탈락하게 되죠.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플레이어들은 주문서 카드에 나온 음식만 보이도록 천조각을 이리저리 접어 주문을 완성해야 합니다. 천조각은 양면이 똑같습니다. 또한 천조각을 접을 땐 경계선을 따라 접어야 합니다. 대각선으로 접거나 음식이 반이 접히는건 반칙으로 여겨지죠.

정답을 찾아내면 “폴드 잇!”을 외치고 나무 토큰을 가져갑니다. 이 나무 토큰은 인원 수 보다 하나 적은데, 이 토큰을 가져가지 못한 사람 – 즉, 꼴찌 -는 별을 잃습니다. 그리고 정답을 확인하고 오답자들 또한 별을 잃죠.

게임 자체는 굉장히 간단한 축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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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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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폴드 잇! 의 게임방식은 크게 특별한 요소가 없습니다. 무언가를 보고 패턴을 인식한 뒤 그걸 똑같이 만드는건 수 많은 게임에서 이미 쓰고 있는 방법이니까요. 대표적으로 할리갈리 컵스나 할리갈리 링엘딩이 있죠. 폴드 잇이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딱 하나. 바로 천입니다.

1. 천이라니!

폴드 잇에 사용되는 게임 소재는 정말 독창적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천조각이라뇨! 물론 게임을 개발할 때 천이라는 소재에서 시작하여 접기로 발전한건지 아니면 접기라는 아이디어에서 천에 도달한건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독보적으로 뛰어난 아이디어임은 부정할 수가 없죠.

게다가 내구력도 상당한데다 크기나 촉감도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현재 판매가가 27,000 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생각보다 싼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요. 이렇게 무언가를 따라 만드는 게임은 격렬해지기 마련이라 콤포넌트의 내구도가 대단히 중요한데요. 아이들이 거칠게 다루어도 충분히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발상 & 퀄리티 모두 만점입니다.

2. 생활소품의 활용과 테마의 신선함

표면적으로 알려진 고태윤 작가님의 대표 작품은 폴드 잇! 뿐 입니다. 전 완성 단계에 있는 게임을 하나 해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허, 폴드 잇 말고도 이런 생활 소품을 게임 에 녹여낸 게임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던 찰나, “폴드 잇!을 만드신 분의 작품입니다.” 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제가 잘못 들은게 아니라면요). 폴드 잇! 을 리뷰하려 맘을 먹은 전날 이런 기회가 생기다니!

위에서 고태윤 작가님의 행보에 꽤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 이유는 테마의 신선함 때문이예요. 전 고태윤 작가님을 만나본 적도, 따로 연락도 해본 적도 없지만 그 분의 게임을 통해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보통 게임 디자이너들은 보드, 카드, 미플을 이용하여 게임을 다듬어 가는 편이죠. 그런데 고태윤 작가님의 작품은 파격적이라 할 정도로 예상치 못한 물건이 들어있더군요. 또한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한 그 물건을 게임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독특한 가족 게임에 큰 관심을 보이는 저로선 관심이 안갈 수가 없죠. 게다가 해보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룰도 괜찮아요. 그걸 증명하듯 아이들도 눈빛을 반짝거리며 좋아하고요.

고태윤 작가님의 게임은 두 개만 해본셈이라 “고태윤 작가님은 이런 성향이다” 라고 정의 내리긴 어렵습니다만, 매번 비슷한 테마, 비슷한 콤포넌트, 비슷한 보드만 보다가 이렇게 튀는 게임을 해보니 리뷰를 쓰는 입장에선 참 즐겁네요.

3. 생각보다 어렵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게임은 재밌어야 하겠죠? 모두가 동시에 천조각을 접어 퍼즐을 맞추는 과정은 정말 즐겁습니다. 주문서를 보고, 그림을 파악한 뒤, 어떻게 접어야 하는지 머리 속에 그리고, 정확하고 올바른 수순으로 천을 꼬깃꼬깃 접는게 참 재밌어요. 게다가 제법 미끌미끌한 느낌이라 정말 잘 접어야 합니다.

난이도는 쉬움과 어려움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쉬운건 너무 쉽고 어려운건 너무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쉬운건 아이들에게 딱 좋은 듯 해요. 어려운 문제는 모든 플레이어가 끙끙대며 풀지 못하는 일도 종종 있었는데요. 문제가 괴악하게 어렵기보단 플레이어들이 ‘접는다’는 방식에 익숙치 못한 이유가 더 커보입니다. 그러니 게임의 문제는 아니라 보여요.

폴드 잇!도 타 게임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어가 레벨업(!) 하는 게임입니다. 플레이 횟수가 늘어날 수록 요령을 알게 되거든요. 그 경지에 이르면 퍼즐을 풀기보단 순발력 싸움이 되더군요. 저는 아직도 접는다는 개념에 익숙치 않은데다 뒷면을 활용하는 패턴에 약하여 계속 꼴찌를 하고 있습니다만, 깨달음을 얻고 실력이 늘어 순발력 싸움이 되더라도 재밌게 즐길 것 같습니다. 전혀 사용하지 않던 방법으로 뇌를 쓰는 것 같아 매 게임이 너무 재밌네요.

그럼 폴드 잇!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1. 트롤링이 가능한데?

게임 자체는 딱히 결점이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룰에 구멍이 있어요. 룰을 정당하게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보입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꼴찌인 사람은 별을 하나 잃는다’와 ‘오답자는 별을 하나 잃는다’ 인데요. 내가 상대방보다 별 토큰이 하나라도 많다면 게임 시작과 동시에 일부러 나무토큰을 가져감으로써 둘이 동시에 별을 잃는 자폭 전략을 펼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무언가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답자가 있다면 꼴찌 플레이어는 잃어버린 별을 돌려 받는다” 혹은 “오답자는 꼴찌 플레이어의 별을 대신 지불한다” 식으로 말이죠. 보드게임 규칙을 만들 때 악랄한 트롤러(…)을 한 두명씩 테스터로 집어넣어 어떻게 게임을 파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테스터로 있었다면 곧바로 눈치채고 자랑스럽게(…) 디자이너 앞에서 트롤링 시연을 했을거예요. 흐흐흐.

전체적으로 가격 대비 게임성이 뛰어납니다. “행복한 바오밥의 게임은 구성품 대비 가격대가 비싼 것 같다”는 말을 종종하곤 했는데, 폴드 잇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흠 잡을데가 없네요. 물론 퍼즐과 순발력 요소가 뒤섞인 게임이라, 할리갈리 컵스 같은 게임을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폴드 잇!도 재밌단 인상은 받지 못할 거예요. 그러나 지금까지 함께 게임을 즐긴 아이들은 모두 좋아했습니다. 한국에서 좋은 게임을 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블로그 :: 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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