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써보는 설날 가족게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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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1 13:32

@ 폰으로 작성하여 가독성이 조금 떨어질 수 있습니다. @ 후기작성 계획이 없었기에 사진이 없습니다. 나중에 긱 이미지라도 넣을게요! 저는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면 다같이 보드게임을 해야지! 라는 작지만 큰 소망을 이 취미를 시작한 2010년부터 마음속에 항상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드게임을 할수록 복잡하고 새로운 방식의 게임들을 만나게 되고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더해졌습니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만을 매년 더하던 저는 작년 추석, 고심 끝에 선정한 스트림스와 라스베가스를 시작으로 첫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구성원 : 이모네가족, 우리가족, 큰삼촌네가족, 작은삼촌네가족) 그리고 상상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스트림스는 7살 어린이부터 50대 이모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위엄을 보여줬으며(설 끝나고 쓴 용지가 50장이더군요...) 라스베가스는 주사위로 이런 게임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정말 신기하다는 말도 들었죠. 그리고 이번 설날, 좋아했던 친척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긴 시간동안 고민하며 고른 게임들이 출격했습니다! 연휴 첫 날, 외숙모들은 전을 부치고 나머지 사람들이 모여 1. 너도?나도! 를 꺼내듭니다. 역시 같은 주제라도 생각하는게 전부 다른 것이 너무 재밌었고 다들 즐거워했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개봉한 새겜이었는데 채점용지를 다 써버릴 정도였으니까요. Awesome! (단, 7살~8살 조카들과 함께했을 때 이 친구들이 다른 사람들과 맞는 답이 없을 때 본인의 답 말하기를 부끄러워하거나 점수가 낮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사람들 생각이 다 다른거지 네가 틀린게 아니야~` 라고 잘 다독여줘야 할 부분이 생겼고 잘 말해줬습니다.) 다들 즐겁게 워밍업을 한 상태에서 2. 내부자를 내밉니다. 이 게임도 간단하면서 다같이 즐겁게 할 수 있을거라 판단하여 올렸죠. 첫 두판은 제가 마스터였는데 내부자가 누군지 보이더군요. 답쪽으로 몰아가려는 질문을 툭툭 던지는것이ㅋㅋ 너무 귀요미.. 이 게임은 한판이 짧아서 연휴 중간중간 많이 했었는데 나중에는 아주 다들 능글맞게 잘하더랍니다. 이 게임은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어서 안하는 친척들도 많이들 보더군요. 마스터가 어린조카 끌어안고 조카가 대답 대신해주기 등등 여러 방식으로도 많이 했습니다. 내부자도 뽕을 뽑았네요. 다같이 저녁을 즐겁게 먹고! 3. 노땡스를 꺼내듭니다. 이 친구에 대해서는 사실 조금 반신반의했습니다. 마이너스경매를 아는 사람도 없고 즐거워해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으니까요. 첫판을 한번 돌려서 이렇다라는 느낌을 준 뒤, 두번째 판을 시작하니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후반부가 다가올수록 카드가 펼쳐질때마다 여기저기서 함성과 한숨이 터지는 모양새가 너무 재밌게 느꺼졌고 이 게임 또한 참가한 친척들이 다들 즐거워해줘서 좋았습니다. 얘도 3판정도는 한 것 같네요.(3라운드 점수 합산한 것을 1판 기준으로입니다. 꽤 많이 했죠?) 이제 이모, 외삼촌들, 어머니는 한잔하러 들어가시고 전 친척동생 3명과 함께 4.할리갈리 를 시작합니다. 이미 다 알고 있던 게임이었기 때문에 비장한 각오로 시작했건만.. 보드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20대 초반의 제 모습은 어디로가고 신경세포는 다 죽은듯한 손만이 남아있더군요. 아흑.. 고등학생 친구들은 아주 빨랐습니다.. 네.. 연휴 둘째 날이 밝았습니다. 7살 조카들도 부담없이 할 수 있는 게임으로 구해놨던 게 퀵픽이었죠. 5. 퀵픽을 꺼내 어머니와 고1친척과 7살조카 두명 총 다섯명이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정답을 몰아주기도 하고 표정을 이리저리 찡그리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시도 하고... (리플레이성은 좋지 않을 듯 싶었습니다. 한판하고나니 정해진 마스크들의 표정이 보이더군요. 낮잠자는데 자꾸 하자고 깨워서 피곤당황..) 조카와 놀아주기 2탄! 6. 아이스쿨 이었습니다. 박스를 꺼내 요리조리 조립합니다. 그리고 고3친척을 데려와 넷이서 사이좋게 펭귄을 요리톡조리톡~ 나잡아봐라~ 꺄~ 약 5회플을 해봤기 때문에 기술수준을 처음하는 친구들에 맞춰서 톡톡칩니다. 마찬가지로 7살 조카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이 게임은 수준이 맞는 중수끼리 붙었을때의 치열함에서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임을 계속계속하니까 지치더군요. 잠시 휴식을 선언한 뒤 낮잠을 잡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다같이 점심을 먹고 나서는 7. 블리츠를 합니다. 서로간의 순발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게임이죠. 전 경험자였기 때문에 천천히 플레이를 합니다. 하지만 상대보다 빨리 말하지 못하니 재미가 크게 안느껴진 친척들이 많았던건지 여태껏 한 게임중 반응이 가장 미적지근합니다. 조금 의기소침하여 슬쩍 집어넣습니다. 살짝 쉬면서 저녁을 먹은 뒤, 8. 포세일을 시도해봅니다. 사실 얘도 큰 기대는 안하고 설명해주고 플레이를 했는데 이게 왠 걸? 경매라는 테마에서 나오는 그 순간순간의 고민을 하고 그 결과를 기뻐하는 모습들이 보여집니다. 약 네판정도를 했는데 전 항상 2~3등을 하고, 한 명은 집경매를 끝내주게 못하는데 그것들로 돈받는건 끝내주게 잘해서 1등을 놓지 않고, 한 명은 본인이 이번엔 무조건 1등이라 허세를 부리다가 돈결과는 꼴지를 하는 등 각자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게임도 다들 즐거워해줬네요. 어느새 밤 11시가 되고 저, 어머니, 작은삼촌, 고3친척 네 명이 정예로 남아 9.티켓 투 라이드 10주년판을 합니다. 처음 시도하는 볼륨의 보드판 게임이었기 때문에 예쁜 친구들이 출격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꺼낸 선택이었죠. 설명 15분 후 바로 게임을 시작합니다. 물론 점수를 내기 위한 방식이나 팁도 잊지 않았죠. 어수선한 초반부를 지나 기차가 깔랄수록 이쁘다는 감탄과 함께 서로의 눈치싸움, 티켓을 제일먼저 집어드는 자의 의기양양함 등등 재미난 장면들이 연출됩니다. 그렇게 한시간 반이 지나고 (`보드게임 모임가서 이런 게임들을 하는겨?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 옛날엔 이해안되던 부분들이 조금씩 이해되네..` 라는 말까지 듣네요.) 점수계산결과! 티켓은 적지만 아랫쪽의 긴 철로들과 롱기스트10점을 바탕으로 큰 점수를 많이 챙겨가신 어머니께서 127점으로 1등을! 중원의 짧은 철로들을 이어 티켓을 많이 획득하신 작은삼촌이 113점으로 2등을! 차지합니다. (자연스럽게 져준 것 같지만 최선을 다한 건 안비밀 ㅠㅠ) 원래도 예쁜 게임이었지만 같이 게임을 한 친척들과 다같이 보니 더 예쁘더군요. 소망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니 울컥하면서 감동이.. 그렇게 새벽 한시가 되었지만 열기가 식지 않은 우리 네명은 자다깬 친척을 붙잡고 노땡스, 포세일을 한번씩 더한 뒤 두시 반에 잠들었습니다. 헤어지면서 추석때 또 게임하자! 란 말을 들으며 모두를 배웅한 뒤 다들 간 자리에 말없이 앉았습니다. 테이블을 꺼내 펼쳐보니 한게임 한게임이 전부 생각나더군요. `보드게임 덕분에 이런 추억을 쌓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내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뭔가 짠하달까? 그랬습니다. 상상이상으로 즐거워해준 친척들 덕분에 훨씬 즐거운 명절이었습니다. 연휴기간임에도 모임을 참석하지 못했던 부분이 전혀 아쉽지 않을 정도로요. 저는 다음 명절에도 친척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