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최근엔 새로운 신작에 관심이 가질 않네요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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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6-15 오전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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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로운 신작게임에 관심이 크게 줄었습니다. 아주 간간히 한두개만 접해보는 정도? 거의 구매도 하지 않고 있구요.

...생각해보니 새로운 게임을 배우는것도 썩 좋아하진 않네요.

요즘 게임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다가 무언가 깨달아서 그런것 같습니다. 게임 내내 "디자이너는 왜 이 기능을 넣었을까?" / "왜 이런게 존재하는걸까?" 하는 고민을 하는 경우가 꽤 잦아졌어요. "내가 모르는게 얼마나 더 있을까?" 하는 궁금함도 많이 생기구요. 결과적으로 게임을 파고드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파고들고 파고들어서 "아ㅡ!! 내가 몰랐던! 이런 것이 있구나!" 하고 무언가를 깨닫는 것. 그게 신작 구매보다 더 큰 즐거움이 되었어요.

아무래도 태깅한 게임들이 이런 마인드에 큰 영향을 준듯 한데, 게임 별로 어떤 점에 관심을 보이는지 가볍게 풀어보겠습니다아~

1. 푸에르토 리코

후기에도 몇번 언급했지만 "재밌다 -> 별로네 -> 재밌다!" 로 독특한 감상을 가졌던 게임입니다.

처음엔 내가 고른 역할을 모두가 한다는 개념이 대단히 흥미로웠습니다. 게임의 난이도에 비해 다양한 승리전략이 있는 것도 좋았구요. 그러나 서너판 하고나자 "건물이 매번 똑같아서 비슷한 느낌이 든다"는 이유로 점점 기피하기 시작했죠. 모든 게임이 다 고만고만~ 했고, 모든 게임이 다 뻔한 패턴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지루했습니다. 건물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확장이 반드시 필요한 게임이라 생각했죠. 고수분들의 조언도 들어봤지만, 그래도 뭔가 와닿진 않았습니다.

최근 여행을 하며 앱으로 푸에르토 리코를 틈틈히 했는데 어느순간 "어?" 하며 "그때 말했던 것들이 이런거구나!" 하며 깨달음이 한번에 왔습니다. 눈이 번쩍 띄였다고 해야하나요. 초중후반에 집중해야 하는 것들, 오프닝으로 가장 적합한 건물들, 고정된 전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황에 맞춰가며 전략을 만들어가는 것임을, 생산자를 잡아야 하는 그 타이밍을, 각 역할을 통해 상대방을 얼마나 끊을 수 있는가를, 가끔은 할 수 있는 액션도 안하는게 한가지 방법일 수 있음을... 오히려 건물이 고정되어 있기에 다들 같은 선상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경쟁할 수 있음을...

이렇게 큰 흐름을 깨닫고난 뒤부턴 건물 하나하나에 숨겨진 디자이너의 의도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왜 컨스트럭션 헛이 있을까? 사람이 많을때 역할만으로 쿼리를 집을 수 있는 수가 제한되어서 그런걸까? 팩토리를 쓴다면 어느 타이밍에 지어야 하지? 하시엔다는 왜 있는걸까? 디자이너는 어떤 상황에서 하시엔다의 필요성을 보았을까?" 등등... 틈틈히 푸코를 돌리며 디자이너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그 과정이 정말 재밌더군요 ㅎㅎ 최근엔 대학에 대해서 이리저리 테스트해보며 연구를 해보고 있습니다. 그치만... 얜 정말 언제 써야할지 모르겠군요 ㅠㅠ 같은 맥락으로 레포갤에선 "도박세계"를 어떻게 써야하는가 / 디자이너는 무슨 의도로 만든것일까? 이리저리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2. 하이브

하이브... 상당히 괜찮은 추상전략인데 그렇게 인기 있는 게임은 아니죠. 처음 배웠을땐 "으으음~ 그냥 할만하네" 정도로 생각했는데... 기물을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이녀석은 이런 의도로 쓰라는거구나" 하고 감이 오기 시작하자 아주 재밌게 느껴지더군요.

체스를 두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기물마다 가장 효율적인 위치 / 상대방을 압박하는 방법 / 다른 기물과의 조화에 따라 활용법이 무궁무진 합니다. 그래서 체스를 배울땐 엔드게임을 먼저 배우며 기물 하나하나의 특징과 효과를 머리로 깨달은 뒤, 미들게임에선 기물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상대방을 압박하는걸 배우고, 마지막으로 기물들이 마음껏 활개칠 수 있도록 기물을 배치하는 오프닝을 배우지요.

하이브도 기물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재밌는 구석이 많이 보입니다. 긴 거리를 한번에 뛰어넘는게 장점으로 보이지만 사실 복잡한 형태에서 이리뛰고 저리뛰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메뚜기. 사용하기 애매한듯 하지만, 다른 유닛들의 진로를 방해하거나 아군 기물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거미, 기동력을 포기한 대신 상대방의 핵심 기물을 압박하고 눌러 기물교환을 강요하는 역할이지만 중요지점에 자리를 차지하고 기물을 폭풍 소환시켜주는 풍뎅이, 상대방의 기물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발을 붙잡아두며 치고빠지는 개미...

한번 승기를 놓치면 역전하기가 제법 힘들지만, 상대의 사소한 실수 하나에도 곧바로 역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지요. 알면 알수록 기물마다 다른 숨은 모습이 보여 참 재미있습니다.

3. 스타렐름즈

이 게임은 독특하게, 카드 한장한장에 "왜?" 라는 질문을 하기보단 "과연 어느정도의 덱 사이즈가 가장 효율적일까?" / "어떠한 조합이 가장 밸런스 있는 것일까?" 골똘히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처음에 이 게임을 배웠을땐 즉흥적으로 슉슉슉 카드를 구해서 적당히 휙휙휙! 쓰는 재미로 했는데... 그러다보니 동족 카드가 잘 뜨지 않아서 콤보가 터지질 않아 지는 일이 잦더군요. 이후엔 단색 올인 전략을 써보기도 했는데... 그것도 중앙에 특정 색상이 안뜨면 심하게 망하고... 게다가 계속 걸리적거리는 바이퍼/스카웃 및 돈 카드 때문에 스크랩을 통한 덱 다이어트에 생각이 도달했습니다.

이러다보니 "과연 한 게임에서 얼마나 스크랩 하는게 가장 덱효율이 괜찮을까? 스크랩 카드는 몇장이나 있는게 좋지? 4가지 종족 중에서 두가지 정도만 모으는게 가장 실용적인가? 후반엔 돈을 모두 스크랩해도 괜찮을까?" 여러가지 고민이 되더라구요. 물론 덱빌딩 게임이라 덱빨이 안받으면 펑~~ 하고 폭발하는 경우가 잦긴 하지만, 친구들에게 "카드 연계가 좋아져서 처음보다 상대하기 힘들어졌다" 는 평을 받고 있어서 고민하는 보람이 있는듯 합니다. 본판만으로도 재밌어서 한동안 확장은 구입하지 않으려구요.

그렇지만 성향이 있다보니, 공격적인 초록카드가 뜨면 일단 가져가려는 습관은 참 버리기가 힘드네요 :(

4. 리코쳇로봇

정말 의외죠? 이런 게임이 파고들 요소가 있나? 하실거예요. 그런데 있습니다.

처음엔 고수들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렸습니다. 분해서 그런지 혼자 틈틈히 온라인으로 문제도 풀어보고, 바닥에 놓아놓고 이리저리 다양한 움직임을 연구해보았죠. 그러는 과정에서 "어? 이럴땐 이렇게 하면 독특한 해법이 나오는구나~" 하고 깨달았죠. 하다보니 그 해법에 뼈와 살이 붙으며... 특정 로봇을 옆으로 두칸씩 이동시키는 게걸음, 로봇들을 높게 쌓아 발사대로 이용하기, 발 디딜 곳 없는 곳에 로봇들을 부딪치게 하여 임시 발디딤대 만들기 등... 온갖 기묘/복잡/황당한 방법으로 문제들을 풀어내다보니 "너굴 스타일 또 나왔네" 하는 말까지 나옵니다.

너무 골똘히 생각한 나머지 가장 쉬운 정답을 두고도 복잡하게 풀려고 하는 나쁜 버릇이 생기긴 했지만, 20~30수가 넘어가는 문제가 나타나면 거의 저 혼자 풀어낼 정도로 크게 실력 향상이 되었어요. 아직도 "내가 모르는 기발한 방법이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늘 새로운 패턴과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D 아직도 파고들 요소가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열심히 파고들어도 100% 즐겼다는 느낌은 커녕 "아직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 하고 부족한 마음만 드니....

게다가 이것말고도 더 파고들고 싶은 게임이 많아서 큰일이네요.

황투 / 버건디 / 던전페츠 / 던전트위스터 / 하트 / 마작 / 반지의제왕 대결 / 르아브르:내륙항 / 메이지나이트 / 오를레앙 / 세키가하라 / 인쉬 ....

신작들은 언제 하게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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