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보는 리뷰 - 보라보라
본 리뷰는 글만 존재합니다. 상세한 룰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룰은 룰북에서, 게임 구매 결정은 리뷰에서,
제목 : 보라 보라
플레이 인원 : 1~4 인
플레이 타임 : 인당 25분 가량
난이도 : 중
리플레이성 : 중상
장점
1. 주사위 눈금별 다양한 활용성
2. 액션 간 균형이 잘 맞춰짐
3. 의외로 간단한 진행
4.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 가격
5. 룰북을 제외한 언어 의존성 0
단점
1. 번잡한 세팅 (초기 세팅 + 라운드 세팅)
2. 장기적 전략 미흡
3. 그럼에도 존재하는 주사위 운빨
4. 테마 무관
특징
1. 주황색 신 확장은 구매 안 하고도 별도 컴포로 적용 가능함. 간단하면서도 운을 줄여주므로 넣는 것을 추천
2. 점수 포기하면 한없이 편하지만, 고득점 목적으로 하면 한없이 빡빡함
한줄 평가 - 8.5 - 펠트 작품 중 트라야누스, 진년과 함께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주사위 눈이 높으면 좋지만 쓰기가 힘들고, 낮으면 안 좋지만 남을 견제하는게 탁월함. 플레이어의 운영 여하에 따라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도록 만든 전략 게임이지만,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기는 힘든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재미 면에서는 우수한 명작. 저렴한 중고가는 덤.
게임 평가
이 게임은 전형적인 펠트 게임입니다. 다양한 고민거리가 있고, 세팅 번잡하고,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없으며, 뭐만 하면 점수로 연결되요. 바로 그 점이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요소이자, 어떤 사람들에게는 진절머리나는 게임인 이유겠죠. 일단 게임 내적 요소를 잠깐 살펴볼까요.
인원 수에 따라 액션 가짓수가 달라지지만, 그런 것을 차치하고 본다면 액션은 크게 가지입니다.
1. 부족 영역 확장
2. 남자 or 여자 영입
3. 사제 파견
4. 건물 건설
5. 교환
전부 다 간단합니다.
부족 영역 확장은 최초 자기 오두막에서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때 쓰는데, 해로든 육로든 해당하는 눈금 이상을 배치하고 이동하면 됩니다. 해당 자리에 기존 오두막이 있었다면 눕혀놓고 들어가면 됩니다. 이 때 빨간 신을 써서 해당하는 영역 근처의 물고기 수만큼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남자 or 여자 영입은 해당하는 눈금 이하의 남자나 여자 중 하나를 자기 보드로 데려오면 됩니다. 이 때 빈 공간이 있어야만 합니다. 집이 없으면 남자나 여자를 데려올 수 없다는 뜻이죠.
사제 파견은 자기 사제 중 하나를 신전 칸 중 배치한 눈금 칸에 두면 됩니다. 해당 위치에 사제가 있었다면 그 사제를 밑으로 쫓아내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불 (신 카드 or 공물) + (조개 or 문신)을 받으면 됩니다.
건물 건설은 자기 보드 위 자원 칸 중 인접한 2개를 지불하고 해당 위치에 자기가 배치한 눈금 이하의 건물을 두면 됩니다. 라운드에 따라 점수를 받고, 불을 받습니다.
교환은 배치한 눈금을 알아서 쓰면 됩니다. 성인식 (해당 부족원을 내리면서 문신 or 조개를 받음)이나 1점을 얻는데는 1눈금이 듭니다. 신 카드, 공물, 자원, 오두막을 마지막 칸으로 보내는데는 각각 2눈금이 듭니다.
각자 주사위를 쓰는 A 페이즈가 끝나면, 선부터 남자와 여자 각 한 종류씩 사용하는 B 페이즈가 진행되고, C 페이즈 (선 교체, 사원 점수 및 신 타일 획득, 장신구 구입, 미션 클리어 및 새로운 미션 획득) 가 진행됩니다.
이를 6라운드 반복하고, 최종 점수 계산을 하면 게임이 끝납니다.
얼핏 보면 특별할게 없는 게임입니다. 그렇지만 이 게임의 진가는 B 페이즈에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가짓수가 겹치는 것(육로와 해로, 남자 고용과 여자 고용) 제외해도 10가지 가량 됩니다. 라운드마다 깔리는 남자와 여자에 따라 자신이 하고 싶은 전략을 변경해야합니다. 거기에다 같은 남자나 같은 여자를 데려오면 능력이 점점 더 향상되기 때문에 이게 게임의 테크트리가 됩니다. 이로 인해 참 다양한 전략이 있는데, 매 라운드 점수 꽁으로 먹기, 선 먹기 + 점수 획득, 장신구 부자, 인력 시장, 건물주, 오두막 대지주 등이 있죠. 하지만 이 시스템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데, 반대로 말해서 내가 원하는 남자나 여자가 안 나온다면 원한 전략을 펼쳐낼 수 없습니다. 따라서 게임은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 이번 라운드를 통해 내가 원하는 전략을 어떻게 구현해나갈 것인가-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어요. 최대한 그려봤자 다음 라운드나 다다음 라운드 미션을 어떻게 깨겠다- 가 전붑니다. 그 외에는 다 라운드가 되어봐야 알 수 있어요.
이 점이 바로 이 게임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시작부터 게임은 내가 해야하는 것을 지정해줍니다. 미션 9개 깨기, 장신구 6개 사기, 건물 다 짓기, 자원 다 채우기, 오두막 확장 다 하기, 12칸 전부 고용하기. 이 흐름에서 벗어나는 것은 자유지만, 추가 점수 6점이 마냥 적은 점수가 아니기 때문에 포기하기 힘듭니다. 거기에다 보라보라는 여러 방식으로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틀어막습니다. 추가 점수를 주는 방식, 적은 액션 가짓수, 다른 플레이어의 낮은 주사위 눈금, 라운드마다 깔리는 남자와 여자 타일.. 이와 반대되는 게임으로 생각되는게 오딘인데, 오딘은 플레이어에게 많은 선택지를 줍니다. 플레이어가 해야할 건 산더미같은 감점 채우는 것을 한 가지이고, 이 감점을 채우는 방식은 자윱니다. 목축업을 하든, 약탈을 하든, 사냥을 하든, 이주를 해가면서 내실에 충실하든, 다른 섬을 탐험하고 농가를 채우며 새로운 점수를 획득하든. 그래서 끝난 이후 플레이어의 모습은 가지각색이죠.
그렇지만 보라보라는 아닙니다. 오히려 아그리콜라와 좀 더 닮아있는 모습이죠. 모든 플레이어가 비슷비슷합니다. 인원 거의 다 채웠고, 오두막 좀 확장했고, 건물 좀 지어져있고, 미션 좀 깼고.. 그 사이에서 조금씩 차이가 날 뿐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보라보라는 "주사위 눈금 쓰는 방식" 빼고 특별할 것 없는 게임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문제 아닌 문제는 이 주사위 눈금 쓰는 방식이 너무나 잘 먹혔고, 이 특별할 것 없는 게임이 밋밋한 게임이 아니라 꽤나 매끈하게 뽑힌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초기 건물은 무척 세보이지만, 결국 후반가면 뒷심이 달리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신은 초반엔 약해보여도, 주기적으로 주어지는 신 타일과 점점 불어나는 점수로 뒷심을 줍니다. 오두막 확장을 먼저 하면 좋은데, 뒷 주자가 따라와서 내 오두막을 쓰러뜨리면 점수 차이가 큽니다. (1점이라 쳐도, 내가 얻을 1점이 상대방의 1점이 되니 총 2점 차이나는 셈이죠.) 랜덤으로 남자와 여자가 깔리기 때문에 선점 경쟁이 치열합니다. 선에서 밀리면 원하는 미션이나 장신구를 뺏기기 때문에 선도 소홀할 수 없어요. 그야말로 모든 요소를 챙겨야되는데, 이 모든 요소가 모나지 않게 균형잡혀 있습니다.
저는 보라보라를 언제든 즐겁게 할 수 있지만, 이 점은 단언할 수 있어요. 보라보라는 신선한 게임은 아닙니다. 그리고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게임도 아닙니다. 위에서 말했듯, 라운드마다 미션을 깨고, 장신구를 사고, 마지막 추가점수를 위해 달려가는 순간 내 눈금으로 뭘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되거든요. 하지만 익숙한 게임이면 어떻고 쥐어짜면 어떻습니까? 이 게임은 재미있습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신선한 게임을 찾으신다면 이 게임은 당신이 찾는 게임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묵직한 주사위 전략 게임, 검증된 게임을 찾는다면, 보라보라는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