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들과 레지스탕스 아발론 두판하고 교실이 폭발했네요

차나한잔

1,740

2016-12-28 오전 1:51

IP: 118.47.***.***

블로그 방문

팔로우

BEST

쪽지발송

내용 댓글34

오늘은 진도가 빨라서 자유시간을 주었습니다

아발론을 한판했죠

저에게 있어 어른들과 보드게임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케이스입니다

직업과 취미를 조화시키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플레이를 하게 되는 편이죠

아이들과 할때의 장점은

어른보다 잘하는 아이들도 꽤나 보여서 긴장감이 비슷하게 유지되고(봐주면서 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사람을 가리는 특유의 부끄러움이 적어서 분위기가 시끌시끌하고 재밌게 흘러가나는 점이 있습니다

대신 좀더 심도있는 게임을 교실 여건상 시도해보지못한다 라는 단점이 있네요

아발론은 아이들과 한다면 정말 제대로 즐길수 있는 게임입니다

완전 어린애들하고 하면 지들끼리 싸우다 울겠지만 적당히 눈치가 있는 고학년이면 그런문제도 없죠

세라운드를 진행했습니다(9인플)

멀린, 퍼시발, 쫄따구 vs 어쌔신, 모드레드, 모르가나

1라운드 : 저는 모드레드가 걸렸습니다 악당이 꿀잼이죠 ㅎㅎ

아발론할때 눈치가 상당히 좋은 주모군이 모르가나로 같은 팀이었습니다

아이들끼리 누가 악당이니 얘기하는걸 구경하는게 완전 꿀잼입니다

시작부터 선끼리 벌써 서로 몰아가고있습니다 ㅋ

퀘스트 1의 원정대를 고를 시간, 안타깝게도 제 옆에 앉은 착한 쫄따구 아이가

저와 주모군을 원정대로 찍었습니다 흠... 한명만 들어가는게 좋은데..... 투표도 통과했습니다

3인 중에서 실패를 2명이나 내면 엄청 불리해지는 상황이었죠

저는 속으로 "주모군... 너는 실패내라... 나는 성공낼게"하면서 SUCCESS를 자신있게 냈습니다

알고보니 주모군도 똑같이 SUCCESS를 냈더군요 퀘스트 성공 ㅡ.ㅡㅋ

물론 주모군과 몰래 눈치로 "넌 실패내라 난 성공낸다" 라고 하고싶었지만, 보드라이프분들이 그건 룰에 어긋난다고 말씀해주셔서

텔레파시로 진행했는데 잘 안풀렸네요

퀘스트가 성공하니까 "이 원정대는 안전한 원정대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더군요

주모군하고 제가 입을 주로 털어댔습니다 나머지 한명 악당은 조용한 여자애였거든요

주모군이 말하더군요 "이야~!! 두번째 원정도 이 원정대 그대로 가자!! 실패나오면 쟤가 악당이네!!(착한 쫄따구를 가리키며)"

정치질이 성공해서 그대로 원정대가 떠났습니다

문제는 저와 주모군이 둘다 원정대였기 때문에 한명만 실패를 내야했습니다

주모군..... 이번만큼은 FAIL를 낼 생각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SUCCESS를 냈습니다

녀석......

또 SUCCESS를 냈더군요!! ㅡ.ㅡ

아이들은 완전 달아오릅니다. "이야 또 성공이야 대박!!"

지들끼리 분위기가 "1,2번 퀘스트 원정대는 착한 사람들이 확실하다"라는 것으로 형성되었죠

세번째 원정대도 저와 주모군이 떠나게 됐습니다

아아..... 이번에는 FAIL을 내야되는데 주모군도 똑같이 생각해서 FAIL을 내면

2/4 확률로 의심받을수있다...

그래서 SUCCESS를 낼까했지만

그러면 주모군도 SUCCESS를 낸 경우에는 어이없게도 선 3연승으로 원정대에 악당이 항상 들어갔음에도

멀린을 찍어야만하는 최악의상황.

주모군도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을테니 FAIL을 안전하게 낼수밖에 없을테고 그럼 난 SUCCESS를 내서

실패를 한개만 보이게 한다? 그런데 이걸 주모군이 똑같이 생각하고있다면 멀린을 찍어야하니.....

어느 보드게임에서도 한 적이 없던 심각한 장고 끝에

결국 FAIL을 골랐습니다

주모군 녀석 뭘냈을까 봤더니

FAIL을 냈더군요!!!!!!!!!!!!!!!!!!!!!!!!

갑자기 실패가 두명이 나오자 아이들이 "어 뭐야 악당이 둘이나 있네!!!" 수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저는 한숨을 쉬면서 "하아 아까 원정대 아니었던 애들이 들어왔더니 갑자기 실패가 나오네 너하고 너 말이야"

옆에 악당 여자아이가 거들더군요 "그러게(흥분해서 반말) 내가 보기에는 얘하고 얘가 악당인데??"

분위기가 완전 착한 쫄따구들이 FAIL을 낸것으로 몰아가는데 성공했습니다 ㅋ

주모군 "야 안XX 너 완전 악당이네 ㅉㅉ"

안모군 "아니거든!! 이거 완전 또 악당으로 날 몰아가네!!!!"

저도 거들었죠

"야 안XX 너 이녀석 오늘따라 연기력이 좋구나"

주모군이 이죽거리더군요 "맞아요 얘가 들어오니까 갑자기 FAIL 나오는거봐요 ㅋㅋ"

애들이 완전히 악당들쪽에 속아넘어갔더군요

껄껄.. 이 분위기면 안전하게 3,4,5라운드를 연승할수도있겠다 감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안모군 "나 악당아니거든!! 봐라!! (카드를 공개하며)"

.......................................................(일동 침묵)

갑작스러운 사태로 인해 1라운드가 종료되었네요 ㅠ.ㅠ

하지만 정치질이 잘먹혀서 재미는 볼대로 다본 한판이었습니다 ㅋ

"안XX 너 또 그러면 강퇴다"

그리고 2라운드를 시작했습니다

2. 저는 또 모드레드가 걸렸습니다

아까 흥분해서 카드를 공개한 안모군이 어쌔신이더군요

안모군은 착한 쫄따구가 걸리면 의욕을 상실하는 모습을 자주보입니다

아까봤듯이 여기서 악당으로 몰아가면 멘탈이 흔들리는 아이죠....ㅠ.ㅠ

하지만 갑자기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의욕이 상실된 모습을 어쌔신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연기했죠

제가 그 부분을 잘 어필해줬습니다

"안XX 이번 라운드도 의욕이 없어보이는구나... 가서 쉴래?"

"아니요;;;"

"너의 정체가 뭔지는 대충 알겠지만 그래도 매너플레이를 하도록 하렴"

캬..... 아이에게 인성교육을 함과 동시에 모든아이들이 "안모군은 악당이 아니다"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정치질까지. 굳

첫번째 원정에서는 저혼자 악당으로 들어갔습니다

SUCCESS를 낼까하다가 FAIL을 냈습니다

실패가 나와버리니 애들이 웅성댑니다

제가 사기친적이 여러번 있어서 다들 저를 쳐다보더군요

뻔뻔하게 말해야합니다

"흐음.... 같이 원정대로 들어갔던 주모군이랑 김모양... 둘중에 누구일까...."

옆에 이모군이 웃으면서 저한테

"선생님이 악당인데 왜그래요!!" 라고 말했지만 흔들리지않았습니다

"일단 너도 악당 당첨 수고"

제가 뻔뻔하게 나오니 주모군이 말하더군요

"아 이거 선생님이다! ㅎㅎ 잘봐바! 어쩌구저쩌구"

"뭐 임마 내가 정체를 들킬수 없는 입장이지만, 모드레드가 너란것은 분명해졌구나 넌 절대로 원정대로 떠나면안될것이야!"

(저를 악당으로 확신하고 열변을 토하고 있는 주모군. 왼쪽에 손가락을 들고있는 남자아이. 안모군은 가운데 검은색 티셔츠 아이)

두번째 퀘스트에서는 악당으로 안모군이 들어갔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FAIL이 나왔죠 악당으로 2연승중입니다.

주모군이 이때 "아 이거 안XX 니가 악당이다!!"

"얘가 악당이라고?"

"ㅇㅇ 얘가 아까 말하는것도 이상했는데 실패가 나와서 빼박이에요"

"그럼 누구누구가 악당이니?"

"그걸 왜 물어봐요 당연히 선생님하고 안XX하고 저기 저 여자애죠 직업은 선생님은 모드레드 쏼라쏼라"

정답이었습니다 이녀석 멀린인가....

이렇게 되니 갑자기 평소 시끄러운 이모양(사진 오른쪽 여자애)이 입을 털기 시작합니다

"하하하하하 ㅋㅋ 선생님 악당 확정 ㅋㅋ 원정대 토큰 주면? 절대안돼~"

안모군도 주절대기 시작합니다

"아 또 뭐야 !!!! 내가 왜 또 악당이 돼!!!!!!!!!!!!"

여기서 분위기가 넘어가게되면 3,4,5 원정대는 장담할수가 없죠

저도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이야 주모군 항상 느꼈지만 사람 몰아가는게 보통이 아니야. 예전부터 그런 솜씨로 여럿 등쳐먹었지"

"선생님... 저는 제 롤계정 걸수있습니다."

"야 나도 롤계정 걸수있어 니껀 얼마 안나가는 브론즈지만 난 플래티넘 티어지" (다들 웃음)

"아 저 골드에요!!"

"내가 아까부터 모드레드가 누구인가..를 항상 생각했는데 주모군 너란것이 여기서 밝혀지는거같구나

그리고 확실하진 않지만 아까 원정대에 참여했던 얘하고 얘 둘중에 하나는 무조건 빼박 악당이다 나머지 아이들 잘생각해라"

그리고 착한 쫄따구 진모군이 원정대토큰을 분배하면서 클라이막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진모군 "이거 누구누구 줄까 하나는 나하고 음... 김모양(사실 멀린)하고 선생님 일단 줄게요"

주모군 "야 왜 선생님 줘!!!!!!!! 지고싶냐"

"주XX 무슨 말이냐 그게 또 정치질 시작했냐"

이모양 "선생님 악당이잖아요"

"야 너랑 나랑 같은 편인데 왜 갑자기 불필요한 연기를 하니"

이모양 "저는 악당이 아니라는데 우리반애들한테 치킨 쏠수있어요"

"나는 내 명예를 걸지"

"선생님 명예 없잖아요"

주모군 "선생님이 거는건 아무 의미가 없어 이대로 가면 우리가 진다고"

"너희들.... 예전부터 fAIL이 나오면 항상 나를 악당으로 모는 경향이 있어.

하지만 생각해봐라 내가 착한 쪽으로도 게임을 이미 많이했다는걸. 이번판도 쉽게 이기고싶다

주모군과 김모양(멀린인 아이)은 정말 수상하고 절대 원정대로 가면 안되는 애들이야"

제말을 듣더니 진모군이

"야 김XX 니 토큰 가져와!"

그러자 교실이 폭발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국회의사당을 보는듯했네요

주모군이 얼굴이 빨개져서 열변을 토하더군요

"야 선생님이 들어가면 우리 게임진다고"

(엄청 시끄럽고 아이들이 극도로 흥분해있음)

"주모군 너 상당히 얍삽하게 게임하는구나. 내가 미래를 알려주마. 악당이 이기면서 게임끝나고 너는 악당카드를 공개하면서

하하 난 사실 악당이지롱 하면서 낄낄대겠지"

안모군(악당) "맞아!! 너 그렇게 게임해왔잖아!!"

이모양 "선생님 선생님 그렇게 말해도 원정대 투표에서 절대 통과 안될거에요"

"악당 둘이서 팀플레이 하는것보소 게임 끝나고 보자"

원정대 투표의 시간

"얘들아 무조건 반대해!! 안모군하고 선생님 들어가면 무조건 반대야~"

"그렇게 하면 악당이 이긴다 낚이지마라"

결국 5:4로 가결됐습니다

껄껄 이겼네요 ㅋ

저는 당연히 FAIL을 냈습니다

악당 3연승으로 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카드를 공개하더군요

주모군 "것봐 나 퍼시발이었잖아"

애들이 "선생님은 뭐에요" "하하 당연히 악당이겠지"

"아닌데???? 얘들아 악당 누구였냐 진짜 ㅡㅡ;;; 나 착한 쫄따구였다니까!!!

내 카드를 보여주마.... 모드레드 라고 착하다고 써있구만 낄낄"

이렇게 게임이 끝났네요 아 요즘 지는 판도 몇번있었는데

오늘은 정말 흥미로운 내용으로 이겨서 기분이좋습니다

보드게임의 참재미를 느꼈네요 ㅋ

아래는 얼마전 올린 학급신문 기사인데 갑자기 떠오르는군요

안모군이 멀린인척하는 저에게 제대로 낚여서 게임을 진적이 있는데 그때 쓴거죠 ㅎㅎ

아발론은 사람들 등쳐먹다가(?) 끝나고 정체를 공개하면서 놀릴때가 그렇게 꿀잼입니다

이제 졸업이 얼마 안남았는데 아발론은 추억쌓기에 정말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전략게임도 결국 즐겁자고 하는 것이고, 파티류게임이긴하지만 게임의 본목적인 즐거움 측면에서 이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있네요

녀석들 나중에 아발론이 그립다고 찾아올려나요?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내용 보기

팔로우

피드

저장

차나한잔

님에게 댓글 작성

댓글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