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스토리 2회플 후기 ~가난할거면 확실하게 가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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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1 12:39

저번주에 패치스토리를 수령해서, 3일간 룰북 정독 후에 지난주 토, 일요일에 2인플, 4인플을 돌려보았습니다.
2인플은 외출을 나가서 부대 근처 커피숍에서 스무디 하나 시켜놓고 플레이했는데요.
4인 테이블에 앉아서 플레이했는데도 테이블이 꽤 좁더군요. 여유공간이 넉넉히 필요할 듯 합니다.
처음 플레이 시작할 땐 여유 있는 것 같더라도 맵이 자꾸자꾸 커지니까요 ㅎㅎ

2인플이라서 경매 시에 카드가 두 장밖에 안 깔리니까 플레이 제약이 좀 있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가져온 타일의 양면중 한 쪽을 골라 패치할 수 있어서 문명의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더 수월했습니다. 만약 원하는 타일을 뺏기더라도 좀 더 고민해볼 여지도 있구요.
블라인드 경매로 진행되니까 경매 때 선이라고 해서 더 유리한 것도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결론은 아주 좋았습니다 ㅎㅎ

한두 라운드를 플레이하다보니 결국 이 게임 정치력이 없으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구나 하고 느껴서 그런지, 둘 다 밥, 철, 무기 같은 건 적당히 올리고 정치력에 좀 더 투자를 해서 초반에 정치력이 5~6이 되었습니다. 정치력은 많아서 손해 볼 게 없겠더군요. 남는 건 투표권으로 바꾸면 되죠 뭐.

식량 <-> 철광석 <-> 돈 의 교환은 꽤나 자유로운데에 비해서, 정치력은 다른 자원이 아무리 많아도 정치력을 늘릴 수단이 없더군요. 빨리 올려둬야 답답하지 않게 플레이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2인플이라고해서 게임이 크게 바뀌는 건 없었지만, 교역로 관련 된 특수능력들이 현저히 약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교역로에서 획득 자원 +1]이라던가 [교역 비용 -2] 같은 능력은 교역로가 많아야 의미가 있는데 2인플에서 교역로는 많아야 일반 교역로 하나에 동맹 교역로 둘이니까요. 사실상 두 플레이어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면에서 두 국가가 동맹을 맺을 확률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봤을 때 결국 교역로는 하나인 셈이죠...

1시대는 둘다 이것저것 해보느라 비슷비슷하게 끝나고, 2시대가 되어서 승부가 서서히 판가름나기 시작했네요. 제가 [캠페인 시 투표권 +2] 활성화 칸에 일꾼을 하나 올려놓은 상태에서, 잔 다르크(캠페인 시 투표권 +2, 전쟁시 투표권2개를 철광석 1개인것처럼 사용가능)를 가져와서 매 턴 정치력을 1만쓰고 투표권을 5개씩 받아오기 시작했습니다. 2인플은 서로서로가 투표권 갯수를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지 투표권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두 국가의 군사력이 거의 비슷한 상태에서, 제가 2시대 말에 전쟁을 건 후 투표권 열 몇개를 집어들어서 전쟁에서 완벽한 승리를 챙기고, 이어지는 시대 끝날 때 투표에서도 투표권 열 개로 Most를 가져가니 점수 차이가 많이 벌어졌습니다.

그 후 시간이 부족해서 2시대까지만 하고 플레이를 중단하였습니다. 중간 점수를 계산해본 결과 제 친구가 30점 안팎, 제가 80점 가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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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는 부대원들을 모아서 4인플레이를 했습니다. 4인플에서 확 느껴지는 것은 일단 돈의 압박이더군요. 별거 아닌 경매에서도 6원 7원을 아낌없이 불러가며 남들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었고(그게 저였습니다), 그렇게 한번 분위기가 불타오르면 파동이 퍼져나가듯이 다른쪽 타일에서도 치열한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은 그냥 제일 안좋은 타일로 알아서 피신...

저는 전날 플레이했던 경험을 살려서, 불가사의나 영웅에 집착하기보다는 일반 건물을 많이 가져오는 방향으로 컨셉을 잡고 각 자원을 안정적으로 획득하는 플레이를 선택했습니다. 다른 두 플레이어도 감을 빨리 잡았는지 국가를 수월하게 이끌어가고 있었죠.
다만 한 플레이어가 문제가 있었는데, 처음에 경매의 중요성을 잘 인식을 못해서 돈 타일을 덮고나니 매 턴 돈이 부족해서 다른 사람들이 남긴 안좋은 타일만 가져오기 일쑤였습니다. 그 플레이어는 저희에게 "도와달라, 너무 어렵다, 게임 하기 싫다" 등등의 말을 하기 시작했고 저는 불안해졌죠.
"아 이렇게 첫판부터 게임에 대해 안좋은 기억을 심어주면 안되는데......"
저는 마침 페트라 불가사의를 지어서 돈이 많았기 때문에, 매 턴 그 플레이어에게 3원을 주고 5점을 받아 챙겼습니다. 3원에 5점이면 남는 장사 아닙니까? 그걸로 승점을 착착 쌓아 올렸죠.

다만 그 꼴지 플레이어는 영웅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초반에 영웅이 셋? 넷? 정도였구요. 남들이 잘 하기 싫어하던 오성과 한음을 동시에 가져가는(....) 슬픈 일이 발생하면서 영웅 숫자는 점점 더 증가했습니다. 그 플레이어는 꾸준히 숭배만 했습니다.
철 생기면 문화유산 숭배, 밥 생기면 영웅 숭배... 우리는 그를 사이비 종교 수장이라고 놀렸습니다.
(전 은총을 받고 있는겁니다!! 신이시여 제게 은총을 주십시오!! 라고 그는 꾸준히 외쳤습니다)
플레이 하다보니 3시대에는, "어쩌다보니 그냥 동맹을 맺긴 했는데 서로를 너무 공격하고 싶었던 두 사람"이, 한 명이 동맹을 파기하고 다음 턴에 다른 한 명이 바로 전쟁을 거는 "합의 전쟁"을 하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갖고있던 철을 스무 개 이상 사용해서 엄청난 공격력을 폭발시키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꼴지 플레이어는 배고파요, 밥주세요를 남발하며 많은 원조를 받았고 원조 받는 족족 숭배에 투자했습니다. 배고픈 사람들 밥 먹이라고 식량 원조해줬더니 우상 숭배에다가 다 쓰다니!

어느덧 3시대가 끝나고 점수 계산을 했습니다. 저는 압도적이진 않아도 제가 1등을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208점을 획득했고, 나머지 두 플레이어는 150점, 140점 가량....
그런데, 그동안 조용히 있던 꼴지 플레이어가 점수를 계산하는데, 170, 180, 190, 200.... 210, 220.. 230점!
모두에게 불쌍한 척을 하며 원조를 잔뜩 받아 챙긴 꼴지가 1등을 한것입니다. 아마도 그가 제우스 신상을 가져가서 엄청난 숭배를 한 게 득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조용히 피라미드, 마추픽추 등을 챙겨서 점수를 엄청나게 번 것이었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그는, "하하하하하, 너흰 모두 내 손안에서 놀아난거야 이 꼭두각시들아. 너흰 내 승리를 위한 장치에 지나지않았어" 라고 외치며 시크하게 웃었고, 우리 중에서 가장 짬이 딸렸던 그는 분노한 나머지 세 명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았...........지는 않았고 방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판을 통해 크게 깨달은 것은, 가난할 거면 확실히 가난하라. 불쌍할 거면 제대로 불쌍해라. 입니다. 그는 자신이 점점 유리해져가는 것을 느끼면서도(처음에는 확실히 꼴지였습니다) 자신의 불리함을 끝없이 어필했고 우리 모두는 그에게 속아넘어갔습니다.
심지어 그는 매 턴 돈 생산량이 1밖에 안되었고(...) 자신이 경매 시 타일을 고를 때,
"여러분 이 중에 제일 안 좋은 타일이 뭐에요? 그거 제가 가져갈게요." 라고 말하며 우리가 자신을 의심하지 못하게 확인사살까지 한것입니다.

비슷한 문명 게임인 쓰루 디 에이지스와 비교했을 때 상대의 현재 점수, 자원 상황을 알 수 없는 패치스토리는 쓰루보다도 언플이 훨씬 중요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끝으로, 제가 패치스토리를 하면서 느낀 바를 간략하게 적어보자면

1. 원조를 통해 자원 세 개를 주고 5점을 얻는 것은 매우 괜찮은 플레이이다. 그러나 내가 준 3 개의 자원으로 상대는 5점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2. 정치력을 많이 올려라. 정치력은 절대 당신을 배반하지 않는다.

3. 상대는 어차피 내 점수를 모른다. 끊임없는 불쌍한 척으로 적에게서 동정을 유발하라. (.....)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