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되돌아보기 (02)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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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2 오전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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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말부터, 저는 제가 플레이한 모든 게임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2016년에 제가 한 모든 게임 세션은 간단하게나마 기록이 되어 있지요. 보면 자주 한 게임도 있고, 한 번밖에 못 한 게임도 있으며, 그 한 번조차 고통스러웠던 게임도 있네요.

이 시리즈(?)는 2016년에 플레이한 게임들을 매달 돌아보고 짧게나마 커멘트를 남겨보기 위해 쓰고 있습니다. 1년치 후기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ㅎㅎ

2016년 되돌아보기

02. 2월

2월 정리입니다. 생각해보니 2월은 정산 글을 쓴 적이 있는 것 같네요.

2월엔 50 게임을 했네요.

롤 포 더 갤럭시 Roll for the Galaxy

레포갤의 주사위 버전, 롤 포 더 갤럭시입니다.

★ 레포갤과 비교하자면 레포갤은 카드와 승점칩만으로 진행되어 깔끔하고 세팅 편하고 휴대성이 좋은 반면, 롤포갤은 주사위 굴리는 손맛이 좋고 아이콘이 더 직관적입니다. 플레이 타임이나 깊이는 비슷해요.

★ 레포갤과는 달리 모든 타일에 텍스트로 설명이 써 있다보니 타일의 기능을 알기 쉽습니다. 처음 이 시리즈를 접하신다면 롤포갤부터 하시길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 다만 타일 한글화를 해야 한다는 점, 가림막 뒤에서 주사위 조작을 하기 때문에 에러플을 잡아주기 힘들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깔끔한 레포갤을 조금 더 좋아하지만, 롤포갤도 정말 좋은 게임입니다. 이 둘은 순전히 취향차인거 같네요.

네이션스 Nations

쓰루 디 에이지스보다 조금 더 '유로'스러운 문명 게임입니다. 아래는 쓰루 구판 기준입니다. (신판은 못 해봤습니다.)

★ 쓰루는 모든 플레이어가 똑같은 조건에서 시작하지만 네이션즈에서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른 문명으로 시작하여 능력이 다 다릅니다.

★ 쓰루는 액션 포인트로 진행되며 한 플레이어가 액션 포인트를 다 써야 다음 플레이어로 넘어갑니다. 네이션즈는 바로바로 턴을 받습니다.

☆ 쓰루에선 거진 모든 카드를 한 번은 봅니다. 네이션즈는 상당 수의 카드가 게임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 쓰루의 카드들, 특히 원더 카드들이 네이션즈에 비해 훨씬 더 특색있습니다.

★ 쓰루의 전쟁 및 침략은 다른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힙니다. 네이션즈의 침략은 자원을 받아오는 수단일 뿐이며, 군사력 대신 사회 안정도를 올리면 전쟁으로 인한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 쓰루는 3~4시간, 네이션즈는 2시간 정도 걸립니다.

♥ 짧고 깔끔하고 직접적인 상호 작용이 적은 게임을 선호하신다면 네이션즈를, 무겁고 깊으면서 상호 작용이 강한 게임을 원하신다면 쓰루 디 에이지스를 추천합니다.

타르기 Targi

리뷰를 쓴 적이 있습니다. 최고의 2인 게임이었죠. 타르기 : 2인 유로게임의 교과서

★ 일반적인 일꾼 놓기 게임에선 플레이어들이 '내게 제일 이득이고 상대에게 가장 손해인 자리'를 지속적으로 고민한다면, 타르기에선 일꾼을 어떻게 겹쳐야 할지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거리가 두배이고 재미도 두배입니다.

★ 그러면서도 룰이 복잡하지 않아 더 좋습니다.

♥ 요즘은 7 원더스 듀얼 하느라 못하고 있는데 조만간 하고 싶네요.

7 원더스 듀얼 7 Wonders: Duel

역시 리뷰가 있습니다. 최고의 2인 게임이지요. 7 원더스 듀얼 : 그 아버지에 그 아들

★ 처음엔 재밌지만 깊이가 얕지 않나 했는데, 하면 할수록 새로운 길이 보이면서 더 재미있어지네요.

☆ 확실히 특정 카드가 강합니다. 자원 카드도 자원 카든데 노란 카드가 정말 좋습니다. 경제력에서 딸리기 시작하면 점수 싸움은 힘들고, 깜짝 군사나 과학 승리를 노리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 과학이나 군사가 약한 것 아닌가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군사는 안 좋은 것 같습니다. 특히 군사력이 밀리는 사람이 다음 시대 턴 순서를 정한다는 룰이 문제에요. 하지만 과학은 충분히 좋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제가 총 11게임을 이겼는데, 그 중 4승이 과학 승리거든요. 물론 제가 과학 승리를 좋아해서도 있지만...

(이 글을 써놓고 오늘 올리려고 했는데 마침 차나한잔님이 관련 글을 올려주셨네요 ㅎㅎ 뒷북을 친 느낌이 ㅋㅋ)

♥ 게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완벽한 게임입니다. 확장을 아직 못해봤는데, 재밌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어요.

라스 베가스 Las Vegas

친구들이 집들이를 하러 집에 왔습니다. 책장에 빼곡히 들어 차있는 보드게임들을 보고 놀란 표정의 친구들에게 게임을 하나 건넨다면, 당신은 어떤 게임을 고르시겠습니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라면 라스 베가스를 맨 먼저 고려할 것 같습니다.

★ 가족 게임이나 입문 게임으로서 이 게임이 실패한다는게 상상이 안 됩니다. 간단하고 직관적인 룰, 의미 있는 선택지들, 빵 터지는 주사위, 적당한 플레이 타임까지 완벽합니다.

☆ 테마가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건 좀 아쉬운데, 게임 자체랑은 또 잘 어울리지요.

★ 확장을 끼면 더욱 전략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본판의 재기발랄함이 좋아요. 킥커 주사위도 그래서 안 좋아합니다.

♥ 루디거 돈 (과 필 워커-하딩)의 가족 게임은 일단 믿고 해볼만한거 같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Saint Petersburg

엔진 빌딩, 셋 컬렉션 게임인 상트 페테르부르크입니다. 구판밖에 못 해봤습니다.

☆ 소위 말하는 클래식 게임들 중 이상하게 안 끌리는 게임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상트입니다.

☆ 아트웍이 못생겼고, 테마가 전혀 안 느껴지고, 템포가 너무 느리고, 게임이 밋밋해요. 이래 버리니 나중엔 카드 섞고 세팅하는 것조차 번거롭게 느껴지더라고요.

♡ 2판에 꽤 많은 변화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한번쯤 다시 해보고 싶기는 합니다.

팬데믹 더 큐어 Pandemic: The Cure

팬데믹 더 큐어는 팬데믹의 스핀오프로, 주사위 게임입니다.

★ 보드가 따로 없이 타일 몇개와 플라스틱 조각만 조금 맞추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 휴대성이 좋고 공간 차지가 적습니다. 게임 시간도 더 짧습니다.

★ 팬데믹의 시스템 중 가장 정교하게 짜여진 부분이 바로 감염 덱이지요. 전염 카드가 터질 때마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감염 카드들을 섞어 감염 덱 맨 위에 놓고 다시 뽑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어느 도시가 감염될지 대충은 알지만 확신을 할 수가 없어요. 질서 안의 무질서라고 해야 할까요? 그에 비해 팬데믹 더 큐어에선 이 감염 단계가 주머니에서 무작위로 꺼낸 주사위를 굴려 그 눈금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생각지 못한 곳에서 확산이 일어나곤 합니다.

★ 이러한 랜덤성은 게임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이 게임은 가볍고 유쾌한 게임이기에 이러한 랜덤성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 진지하지 않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하기에 좋습니다.

☆ 문제는 결국 이 게임도 협력 게임이고, 저는 몇몇 게임을 제외하면 협력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요. 제 중요한 게임 파트너인 여자친구도 협력이라면 질색합니다.

♡ 확장을 제외한 팬데믹과 팬데믹 더 큐어 중 고르라면 저는 팬데믹 더 큐어의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하지만 제 책장엔 협력 게임이 있을 공간이 없습니다.

켈티스 Keltis

로스트 시티의 다인 버전이라는 평을 듣는 라이너 크니지아의 SDJ 수상작 켈티스입니다.

☆ 게임이 너무 안 이쁩니다. 푸른색 보드 위엔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이콘들이 흩뿌려져 있고, 내가 왜 숫자 카드를 내려놓고 전진을 하고 있는건지 전혀 공감이 안 됩니다. 테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추상 전략의 깊이가 있지도 않아요. 게다가 필러 게임도 아닙니다.

☆ 로스트 시티의 재미 포인트가 무엇인가요? 1 대 1이라는 한정된 구도 안에서, 같은 색의 카드를 더 모아서 내려놓을지 먼저 내려놓고 새 카드를 받을지, 내가 내려놓을 수 없는 카드를 버릴지 아니면 상대방이 못 가져가도록 끝까지 들고 있을지, 상대방의 진행 정도를 보고 게임을 빠르게 끝낼지 디스카드의 카드를 먹으면서 버틸지 고민하는 것일 겁니다. 이 모든 고민은 나와 상대방 단 둘 간의 끊임없는 상호 작용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한 행동이 바로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고, 상대방이 한 행동이 바로 나에게 영향을 주거든요.

☆ 하지만 켈티스에선 이러한 고민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내 예측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2명, 3명으로 늘어났거든요. 치고 받고 상대방 눈치 보는 맛이 싹 사라졌어요.

☆ 심지어 같은 카드가 2장씩 있어서 '이 카드를 버리면 난 다신 똑같은 카드를 받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긴장감도 줄어들었습니다.

♡ 여럿이서 로스트 시티를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작년에 수목원이 발매되었습니다.

리빙 어스 Leaving Earth

냉전 시대 강대국들의 우주 개척을 그린 리빙 어스입니다.

★ 테마가 찐하게 묻어납니다. 자세한 배경 설명 덕분에 게임에 몰입이 잘 됩니다. 플레이어들이 손에 공책을 쥔 채 말없이 수학 계산을 하고 있노라면 정말로 우주 과학자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얼핏 보면 모든 게임이 비슷하게 흘러갈 것 같지만, 매 게임마다 각 행성의 설정과 미션이 달라지기에 리플레이성이 꽤 보장됩니다.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절대적인 테크트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이 게임에서 상호 작용이란 미션 선점하는 정도밖에 없어, 각자 자기 게임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른 사람이 뭔가 계산하는 동안 내가 할게 없기에 대기 시간도 깁니다. 따라서 사람이 많아질 수록 재미가 없어진다는 묘한 단점이 있습니다.

☆ 세팅과 룰 설명이 오래 걸리기에 모임 등에서 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시도하세요.

♥ 솔플 게임으로 꽤 좋다고 생각하는데, 복잡한 세팅이 항상 발목을 잡네요. 솔플의 최대 적은 세팅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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