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되돌아보기 (01)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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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8 오후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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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말부터, 저는 제가 플레이한 모든 게임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2016년에 제가 한 모든 게임 세션은 간단하게나마 기록이 되어 있지요. 보면 자주 한 게임도 있고, 한 번밖에 못 한 게임도 있으며, 그 한 번조차 고통스러웠던 게임도 있네요.

이 시리즈(?)는 2016년에 플레이한 게임들을 매달 돌아보고 짧게나마 커멘트를 남겨보기 위해 쓰고 있습니다. 1년치 후기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ㅎㅎ

2016년 되돌아보기

01. 1월

2016년을 정리하는 1년치 후기, 그 중 1월입니다! 여러가지로 인상 깊었던 게임들에 대해 간단히 커멘트를 남겨보겠습니다.

1월엔 온라인 오프라인 합쳐서 총 47게임을 했네요.

레이스 포 더 갤럭시 Race for the Galaxy

레포갤은 온라인으로 한 게임 수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장소의 제약이 없고, 카드마다 텍스트가 있어 아이콘에 허덕일 필요가 없으며, 플레이 시간도 줄여주거든요. 단점이 있다면 실제 게임이 책장 구석에서 먼지가 쌓여간다는 것 정도...?

★ 크게 두 가지 승점 루트가 있고 (개발/개척 또는 생산/소비) 시작 행성, 처음 들어온 카드를 조합해서 어떻게 진행할지 계획을 세우고, 이후 추가로 들어오는 카드들 중 버릴 것과 지을 것을 잘 판단해야 합니다. 즉 전략과 전술 둘 다 중요합니다.

★ 상대방의 눈치를 잘 봐야 합니다. 자신이 할 행동을 숨겼다가 동시에 공개한 후 진행하는 동시 액션 게임인데, 상대방이 고른 행동에서 최대한 이득을 봐야 이길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 카드로만 진행되는 게임이다보니 카드빨이 좀 있습니다. 군사 행성으로 시작하는데 일반 행성만 잔뜩 나오면 짜증이 납니다.

★ 하지만 워낙 플레이 타임이 짧아 (오프라인 30분, 온라인 10분 이내) 카드빨로 인한 괴로움이 상쇄되는 느낌입니다. 바로 다시 플레이해서 복수해주면 되니까요.

♥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엔진 빌딩 게임입니다. 이런 류의 게임이 꽤 많은데 그 중 딱 하나만 고르라면 이겁니다.

팬데믹 레거시 Pandemic Legacy (스포 없음)

이 날은 1 2 3 4월을 깨고 5월에 연속으로 두 번 진 후 6월 첫 시도까지 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세션을 끝낸 후 별별 생각이 다 들었었네요... 나는 오늘 대체 뭘 한거지 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 이 게임은 일반적인 보드 게임의 관점에서 바라보기가 힘듭니다. 내가 주인공인 영화를 한 편 본 느낌이 강해요. 경험의 측면에서 따졌을 때 이 게임은 10점 만점에 100점짜리 경험을 선사하는데, 다르게 보면 모든 걸 아는 상황에서 다시 하고 싶진 않거든요.

★ 본판 팬데믹도 한 1~2년은 거들떠도 안 볼 것 같습니다.

★ 협력 게임의 맹점 중 하나인 '한 번 깨고 나면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비틀어서 '그럼 한 번만 하고 끝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통쾌했습니다.

♥ 앞으로 얼마나 많은 레거시 게임이 나올진 모르겠지만, 이걸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아키올로지: 새로운 탐험 Archaeology: The New Expedition

아키올로지는 핸드 관리+셋 컬렉션 형태의 카드 게임으로, 고고학자가 되어 무덤들을 도굴하고 그 보물들을 은행에 팔아치우는 게임입니다.

★ 게임 자체는 간단한 셋 컬렉션 게임이면서, 남의 카드를 뺏게 해주는 도둑과 손의 카드 절반을 버리게 만드는 모래폭풍의 존재 때문에 꽤나 긴장감이 있습니다.

★ 구판과 비교를 하자면 모래폭풍을 한 번 막아주는 텐트가 있고, 지도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6군데로 증가하여 게임이 다채로워졌습니다. 물론 그 게임이 그 게임이라 본판을 안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녀석도 별로 안 좋아하실 겁니다.

☆ 간단한 게임인데 반해 룰이 약간 더럽습니다. 비슷한 형태의 카든데 도둑을 뽑으면 거기서 끝이고 모래폭풍을 뽑으면 한 장을 더 뽑는건 햇갈릴 소지가 있습니다. 덱 다 떨어졌을 때 추가 액션 하는 부분도 조금 꼬여있는 느낌입니다.

☆ 플레이 타임이 필러 게임 치곤 깁니다. 45분 정도 걸리는데, 2-30분 지나면 '이쯤 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어차피 다들 책장에 카드 게임 하나쯤은 가지고 계시잖아요...? 그 목적으로는 충분합니다.

글래스 로드 Glass Road

우베 아저씨의 잊혀진 게임 중 하나인 글래스 로드입니다.

★ 플레이 타임이 2인 기준 3-40분 정도로 짧으면서도 우베 게임 특유의 자원 관리하는 맛, 콤보 때리는 맛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 게임이 굉장히 깔끔한데, 그 핵심은 자원 다이얼에 있습니다. 고급 자원이자 승점이라고 볼 수 있는 유리와 벽돌은 1:4, 1:3 자원 교환으로 생산하게 되는데, 다이얼을 통해 간단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걸 아그리콜라처럼 자원을 내고 받는다고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 동시 액션 게임으로, 레포갤처럼 상대의 플레이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고, 상대방이 내 생각대로 움직여줬을 때의 쾌감이 끝내줍니다.

☆ 3인 이상에선 운적 요소도 커지고 턴 순서도 이상해지고 플레이 타임도 늘어납니다. 아그리콜라를 하세요.

♥ 2인 한정, 제가 제일 좋아하는 우베 게임입니다.

타이드 오브 타임 Tides of Time

2인 전용 카드 드래프팅 게임입니다. 올해 타이드 오브 매드니스라고, 여기에 크툴루 테마를 입히고 즉시 패배하는 조건을 추가한 게임이 발매됐습니다.

★ 카드가 아주 이쁩니다. 물론 게임 중엔 아이콘밖에 안 보이지만요.

☆ 흥미로운 시도들이 여럿 보이는데, 결정적으로 재미가 별로 없습니다. 게임이 깊이는 있는데 다채롭지 못해서 그 깊이를 느낄만큼 돌아가질 않습니다.

♡ 스시 고 파티, 페어리 테일 같이 다인도 좋고 2인도 괜찮은 카드 드래프팅 게임들이 있어서 위치도 애매합니다.

도미니언 Dominion

메가톤급 히트작, 덱빌딩의 아버지 도미니언입니다.

☆ 돌이켜보면 저는 덱 빌딩'만' 하는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것 저것 해봤지만 스타 렐름 말고는 와닿는 작품이 없었어요.

☆ 하면 할 수록 진국이 우러나오는 게임일거라 생각하는데, 정작 그 깊이를 느낄 정도로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 게임이 너무 메커니즘에만 치중되어 있어서 게임을 하면서 내가 뭘 하고 있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버건디의 성 같이 테마가 없는 보드 게임도 많지만 그래도 그 녀석들은 최소한 보드 위에 뭔가가 완성되가는게 보이는데 덱 빌딩 게임들은 그나마도 없으니까요. 남는건 두꺼워진 내 덱 정도?

♡ 다른 분들이 하자고 하시면 할텐데 제가 가는 모임에서도 잘 안 돌아가다보니 더욱 기회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