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론이 돌아왔다, 4년 9개월 간의 전략 연대기 (1)

sk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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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6 오전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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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keil입니다.

"반지의 전쟁" 플레이 횟수 100회 달성하면 연재글을 쓰겠다고 했는데,

지난 토요일에 정확하게 100회가 됐네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그렇게 오래 걸리고 복잡한 게임을 100회나 할 수 있나?"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

제가 이번 연재글에서 얘기하려는 것은

"반지의 전쟁 (2판)" 번역 때부터 100회까지 제가 느끼고 배웠던 것들입니다.

반지의 전쟁을 전혀 모르시거나 많이 해보지 않아서 암흑군단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완전한 "무(無)"에서부터 얘기할 겁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사우론이 돌아왔다, 4년 9개월 간의 전략 연대기 (1)

War of the Ring 반지의 전쟁 (1판)은 2004년에 출시되었습니다.

옛날 얘기지만 1판이 보드게임긱 전체 랭킹에서 4위까지 갔던 적이 있습니다. (현재는 59위네요.)

저도 초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 기억엔 두어 번 했던 것 같은데 규칙에 맞게 제대로 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당시 저의 수준에는 너무 어려운 게임이었거든요.

그리고 몇 년 후에 2판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보드게임긱에는 2판의 출시년도가 2011년으로 되어 있지만

아마 실제로는 2012년에 나왔을 겁니다.

서툰 솜씨로 퍼블리셔인 Ares Games에 이메일을 보내서 번역을 하고 싶다고 얘길 했습니다.

퍼블리셔마다 지적재산권 정책이 달라서 모두가 그런 제안에 호의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들 입장에서 충분히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긍정적인 답장이 올 것이라 믿고 규칙서 번역부터 시작했고,

틈틈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지 않은, 소설 "반지의 제왕"의 자료도 찾아봤습니다.

온라인에 룰북은 공개되어 있었지만 카드 텍스트가 문제였죠.

그런데 운이 좋게도, 공동 디자이너들 중 한 명인 Roberto Di Meglio 로베르토 디 메글리오 씨가 이메일에 카드 파일을 첨부하며

번역을 허락해줬습니다.

이때가 2012년 5월 초였습니다.

몇 주간 작업해서 초안을 완성했고 지인과 카드 이미지가 살아 있는 한글화 자료로 플레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자료가 없었을 때에 3월부터 두 달 정도는 파랗고 빨간 배경에 텍스트만 있는 조악한 자료로 5번 정도 했습니다.)

카드 작업이 끝나자 입문자에게 요약 규칙을 시각적으로 보이기 위한 참조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5월 말에 시작해서 며칠 만에 (게임에 원래 포함된) 참조표 한글 버전을 완성했고,

같이 하는 지인이 반지 추적 해결 부분을 어려워해서 제가 따로 참조표 하나를 더 만들고

메글리오 씨에게 보내서 내용이 맞는지 확인까지 받았습니다.

그걸 토대로 지인과 5번 정도 더 한 후에 반지의 전쟁에 대한 번역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번역 작업에 착수한지 반 년이 지나서 어느 새 8월이었죠.

제가 가끔 반지의 전쟁 번역 작업 얘길 할 때에

"긴팔 입고 시작했다가 반팔 입고 끝냈다"고 했던 게 이겁니다. ^^;;

2012년 3월 초로 돌아가서요.

제가 지인과 한 처음 10번의 플레이는 엉망이었습니다.

규칙서가 48쪽인데 이걸 어떻게 효율적으로 설명해야 할지 몰랐죠.

지금 생각해 보면 알아듣지도 못하는 걸 꾹꾹 참고 들어준 지인에게 감사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둘 다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번역하면서 여러 번 읽어본 제가 조금이라도 더 알고 있으니

지인에게 "그나마" 쉬운 암흑군단을 하라고 했습니다.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앞에 있는 행동 주사위, 덱으로 쌓여 있는 사건 카드들,

멋있긴 한데 서로 구별이 되지 않는 피규어들을 보면 앞이 깜깜해집니다.

게다가 게임 보드 (지도)를 보면 지역마다 꼬부랑 글씨로 지명도 써 있는데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오죠.

뭐, 그냥 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룰로 진행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거든요.

하면서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나오면 그때마다 규칙서를 읽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따로 메모했다가 게임 디자이너나 보드게임긱의 유저들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였으니까요.

1. 사루만의 등장

전략 게임을 조금이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행동 주사위 개수가 무얼 의미하는지 알 겁니다.

Action Point Allowance System 행동 포인트 허용 시스템에서 행동 포인트를 늘리는 것,

그리고 Worker Placement 일꾼 놓기에서 일꾼 개수를 늘리는 것 모두

플레이어가 더 많은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반지의 전쟁에서, 자유민족은 4개, 암흑군단은 7개의 행동 주사위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딱 봐도 자유민족이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게임 턴마다 행동 3개씩 적게 하니까요.

게다가 전략 게임을 많이 해본 지인은

2번의 행동만 하면 사루만이 등장하며 사루만이 등장한 이후에 암흑군단의 행동 주사위가 1개 더 늘어난다는 것도

금새 알아냈습니다.

그러면 자유민족은 4개, 암흑군단은 8개.

2배의 행동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가 자유민족을 맡은 제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였습니다.

저는 계속 졌습니다.

원정대가 모르도르로 가는 도중에 로한국과 곤도르국은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암흑군단이 로한국과 곤도르국의 모든 거점과 도시를 점령하면 승리 점수 8점을 얻습니다.

남쪽에서 가장 가까운 Lórien 로리엔마저 점령하면 게임은 암흑군단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머리를 계속 굴려봤습니다.

암흑군단 군대의 속도를 조금만 더 늦추면 원정대가 모르도르에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암흑군단 군대가 휩쓸고 지나간 정착지에 다시 부대를 모집하고

점령당한 도시나 거점을 탈환해서 암흑군단의 승리 점수를 깎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자 지인은 매우 당황해 하면서 이동하는 군대의 부대를 정착지마다 1개씩 흘리고 가서

제가 모집하지 못 하게 막았죠.

하지만 몇몇 분들은 알고 계실 겁니다.

이건 명백하게 미스플레이라는 걸요. ^^;;

규칙서 26쪽 모집 제약 부분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 당신은 적에게 점령되어 있는 (즉, 현재 적의 부대에게 점유되어 있거나 적의 지배 마커가 있는) 정착지에

병력들을 소집할 수도 없고 모집할 수도 없습니다.

상대의 군대가 점령하고 지나간 정착지에는 상대의 정착지 지배 마커를 반드시 놓아야 했습니다. ㅋ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반지의 전쟁은 자유민족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일까요?

2. 서부 방어하기

제가 보드게임긱에서 반지의 전쟁에 대한 질문을 올릴 때마다 답변을 해준 유저들 중 한 명이

스웨덴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Kristofer Bengtsson 크리스토퍼 벵츤 씨였습니다.

이 사람은 War of the Ring Strategy 101 반지의 전쟁 전략 101이라는 연재글을 썼습니다.

저는 벵츤 씨에게 허락을 구하고, 2012년 4월부터 시간 날 때마다 11개의 글을 하나씩 번역했습니다.

제가 자유민족으로 계속 패배하고 파훼법을 찾고 있었는데,

그의 연재글의 6번째 글이 바로 "서부 방어하기"였습니다.

그 글은 초반에 취약한 로한국과 곤도르국이 아주 약간의 행동만 투자하고도

꽤 많은 시간을 벌 수 있는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로한국은 Helm"s Deep 헬름즈 딥에 있는 정규 부대 1개를 Fords of Isen 포즈 오브 이센으로 당겨서,

곤도르국은 Minas Tirith 미나스 티리스에 있는 군대를 Osgiliath 오스길리아스로 당겨서

벽을 두텁게 쌓으며 방어 이점을 챙기는 것이었습니다.

자유민족이 1턴에 나온 소집/군대 행동 주사위 결과 1개 (또는 서부의 의지 행동 주사위 결과 1개)만 투자하고도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이죠.

벵츤 씨의 전략 글에서는 Edoras 에도라스에 있는 군대도 포즈 오브 이센으로 당기면 (즉 행동 1번을 더 투자해서)

방어하기에 더 좋다고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이 전략을 이해하려면 국가 정치 카운터가 어떻게 활성화되고 전진하는지

그리고 요충지에서 방어하는 군대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에 대한 규칙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규칙서 34쪽은 가운데-땅의 정치에 대한 장(章)입니다.

자유민족의 국가 정치 카운터를 활성하는 것과 전진시키는 것에 공통적으로 있는 규칙이 있습니다.

- 그 국가의 부대들을 포함하고 있는 군대가 공격 받습니다.

즉, 이센가르드군이 포즈 오브 이센에 있는 로한군을 공격하면 로한국의 정치 카운터가,

모르도르에서 나온 사우론군이 오스길리아스에 있는 곤도르국을 공격하면 곤도르국의 정치 카운터가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1칸 전진도 하는 것입니다.

자유민족 입장에서 비활성인 국가를 활성화하려면 원정대를 보내거나 동료를 원정대에서 분리시켜서 보내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그리고 규칙서 31쪽 요충지와 도시, 거점 그리고 포위에 이러한 내용이 있습니다.

- 도시나 요충지를 포함하는 지역을 방어하는 적에 맞서는 공격 도중에

첫 번째 전투 라운드에만 공격자는 ("5" 이상 대신에) "6"의 결과에 대해 명중을 얻습니다.

포즈 오브 이센과 오스길리아스는 각각 로한국과 곤도르국의 최전방에 있으며

지도에 있는 유이한 요충지입니다.

암흑군단 군대가 이곳을 돌파하려면 전투 주사위 굴림의 성공률이 1/3에서 1/6으로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계산하면) 서로 같은 개수의 전투 주사위를 굴렸을 때에

암흑군단 쪽은 약 2배만큼의 피해를 입어야 할 겁니다.

벵츤 씨의 전략 글 하나로 해법을 찾았습니다.

로한국과 곤도르국을 효율적으로 방어하면서

이 두 국가의 정치 카운터를 활성화하고 전진까지 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말이죠.

사우론이 돌아왔다, 4년 9개월 간의 전략 연대기는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다음 글: 사우론이 돌아왔다, 4년 9개월 간의 전략 연대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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