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노스포일러] 마시 케이스 리뷰 - 완벽한 확장

너굴너굴

2,019

2016-11-26 오전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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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5년

게임 타입 : 협력, 추리, 스토리텔링, 주사위

플레이 타임 : 90분

플레이 인원 : 2 –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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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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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는 타임 스토리즈 베이스 게임의 확장인 마시 케이스를 다룹니다. 베이스 게임에 대한 리뷰[클릭]를 읽어보신 후 읽으시길 추천합니다. 또한 전체적인 테마에 및 첫 장면을 포함하고 있지만 핵심적인 스포일러는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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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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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리뷰[클릭] 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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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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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스토리즈: 어사일럼 리뷰에서 몇 가지 지적한 것이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강한 캐릭터의 개성과 그로인한 몰입 방해. 풀리지 않는 의문점. 복선없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캐릭터 등 스토리에 대한 불만이었지요. 마시케이스는 제가 가졌던 아쉬움들을 단번에 모두 날려버린 최고의 확장이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내용을 최대한 밝히지 않는 선에서 어떤 부분이 어떻게 고쳐졌으며 왜 마음에 들었는지 이야기 해보도록 할까요.

1. 독이 되었던 캐릭터의 개성

어사일럼의 문제점 중 하나는 지나치게 개성이 강한 캐릭터였습니다. 식인을 한다던가, 살인을 할 수 없다던가, 혼자 있길 싫어한다던가, 마약을 한다던가 하는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자극적이고 강렬한 개성은 ‘이 캐릭터를 선택하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만들었습니다. 사실은 스토리와 전혀 상관없는데도 말예요.

이런 훈제청어(Red Herring: 집중력을 분산시키거나 잘못된 쪽으로 유도하기 위한 힌트) 때문에, 캐릭터의 성격 자체에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걸 깨달은 플레이어들은 게임 중간에 혹은 끝이 날 쯤에 실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럴거면 왜 캐릭터를 신중하게 고른거야?” 하면서요. 제가 그런 경우였습니다. 캐릭터고 뭐고 그냥 수수께끼나 푸는게 차라리 나았죠.

그러나 마시 케이스에서는 좀비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역할의 캐릭터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왜 마시라는 여성을 찾아야 하는가? 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지만 ‘그 도시에 남아있는 생존자 중 4명을 선택했다’ 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말은 되니까 불만은 없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평이한 캐릭터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게임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았어요.

2. 다양한 아이템의 활용

어사일럼에선 하나의 아이템이 하나의 장소에 반응합니다. 그래서 한번 사용한 아이템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외적으로 일부 아이템은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긴 했지만 그 수가 많진 않았지요. 그러나 마시 케이스에서는 하나의 아이템을 여러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며, 심지어 한 지역에 있는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똑같은 아이템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와, 이게 여기에서도 필요해? 별거 아닌 줄 알았더니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었구나!” 하고 놀라는 재미가 있었죠.

한 아이템이 다양한 장소에서 쓰인다는 사실은 별거 아닌 변화 같지만,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미 사용한 아이템이라도 다른데서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썼으니 이제 필요없어.” 같은 마음가짐보단 “또 필요하려나?” 같은 기대감을 가지게 만듭니다. 거기에 미션을 실패하고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갈 때도, 그 아이템이 사용되는 여러 장소를 동시에 생각하며 최적화 된 동선을 찾아야 하는 깊이가 생겨나죠.

3. 적절한 실패 보상

어사일럼에서 미션을 실패하게 되면 플레이어들에게 특별한 보상을 주는데 이 규칙이 게임의 난이도를 크게 바꾸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첫 작품이다보니 플레이어를 위해 많은 배려를 해준 것 같은데, 저는 좀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게임의 긴장도가 함께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마시 케이스에서는 어사일럼처럼 넉넉한 보상을 주지 않습니다. 몇번을 실패하더라도 언제나 비슷한 상황에서 게임을 시작하죠. 그렇기 때문에 보상을 받고도 미션을 완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실패해도 괜찮아. 분명 보상을 해줄테니까.” 같은 안일한 생각을 하지 못하게끔 하는 엄격함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4. 적절한 복선과 이야기의 큰 그림을 그리게 해주는 적절한 힌트

어사일럼 스토리의 가장 큰 아쉬움 중 하나는 초반부와 후반부의 온도차가 너무나 달랐다는 점입니다.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상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A로 시작된 이야기가 B로 끝나는 느낌을 주었죠. ‘이런 엔딩을 기대한게 아닌데?’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전혀 언급조차 없던 인물이 중요한 곳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일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 상황에 도달하기 까지 그 인물에 대한 복선을 충분히 깔아 주었다면 “아, 역시 그랬구나!” 하는 통쾌함이나 “아, 그래서 그랬던거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을 가지며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겠죠. 그러나 갑자기 튀어나온 그 인물에 대한 복선이 전혀(혹은 거의) 없었으니 “아니, 얘가 왜 여깄어?” 하는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되는거죠.

그러나 마시 케이스에서는 이러한 일이 없습니다. 대다수의 힌트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있으며, 마시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암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직접적인 힌트가 아닌 예상치 못한 정보를 조합하여 마시를 찾아내는게 가능하죠.

물론 마시 케이스에도 설명되지 않은 사건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누구인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왜 그렇게 되었는가? 왜 이렇게 해야하는가? 등 영문을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죠. 그러나 주변 상황, 스토리의 흐름,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아~ 분명 이런 일이 있었던거구나. 그래서 그렇게 된거구나.’ 하고 자체적으로 추리하게 되며 충분히 납득하게 됩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스토리 구조와 힌트가 비교적 탄탄하기 때문에, 갑툭튀 느낌이 강했던 어사일럼과는 달리 처음부터 다시 해도 힌트를 볼 때마다 “그래, 이건 그걸 말하고 있던거였어. 왜 난 그걸 몰랐지?” 하는 즐거운 경험을 가지게 되는거죠. 수 많은 복선과 암시가 담겨있던 영화- 곡성을 처음 볼 때와 다시 볼 때의 재미라고 보면 되겠네요.

마시 케이스는 어사일럼을 뛰어넘는 확장이라 생각하지만 딱 하나 아쉬운게 있습니다.

1. 소 뒷걸음질 하다 쥐잡는 격

마시 케이스는 ‘운의 비중’이 생각보다 강합니다. 주사위 운이 아닌 추리물로서의 운을 뜻합니다. 아무런 정보가 없어도 몇 차례의 시도 끝에 코드를 알아낸다던가, 마지막 순간에 추리가 아닌 운으로 정답을 맞추는게 가능합니다.

이렇게 운으로 정답을 맞춰버리게 되면, 일단은 기뻐하지만 ‘왜 이게 정답이지?’ / ‘어째서 이게 정답이지?’ 같은 찝찝한 기분이 남게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야 왜 그게 정답인지 알게되면, ‘아- 순서가 꼬였구나’ 하고 알게 되죠. 별로 즐거운 기분은 아닙니다. 이런 점에선 오히려 어사일럼이 훨씬 뛰어났습니다. 힌트가 주는 키워드를 알아낼 수 없다면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는 구조로 짜여져 있거든요.

또 하나의 문제는 정답 확인하는 방법에 있어 상당한 허술함이 느껴집니다. 후반부에서 정답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이 나오는데, 답을 맞추지 못했더라도 정답의 패턴을 알아낸 플레이어들은 외운 정답 패턴을 이용하여 게임을 완료할 수 있게 됩니다. 스포일러 때문에 어떤 방식인진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정답 후보마다 아주 세밀한 차이만을 만들어 육안으로는 구분할 수 없도록 했다면 좀 더 완벽한 마무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정말 참신한 방법이긴 했어요.

전반적으로 대단히 만족하는 작품입니다. 특히나 독특한 화풍의 일러스트 때문에, 분명 ‘타임 스토리즈’라는 하나의 게임을 플레이 하는데도 어사일럼이라는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사일럼에 실망했다면 마시 케이스까지만이라도 해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나올 확장들도 마시 케이스를 기준으로 놓고 독창적인 시나리오와 시스템을 만들어 간다면 아주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정말 멋진 확장입니다.

원문 :: www.raccooncave.com/time-stories-the-marcy-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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