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번레이트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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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2 오전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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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02년

게임 타입 : 카드, 협잡, 핸드관리

플레이 타임 : 45분

플레이 인원 : 2 –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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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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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알을 낳는 IT 비즈니스의 세계.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거품은 점점 사라져가고, 영원할 것 같던 기업은 하나 둘씩 망해갑니다. 당신은 얼마나 오랫동안 기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풍자가 가득한 카드게임, 번레이트를 리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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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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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망해가는 IT 회사의 CEO 가 됩니다. 회사에 와서 일은 안하고 농땡이만 부리는 팀장들과 무능한 운영진 아래 능력을 발휘조차 못하는 직원들을 이끌고 다른 IT 업체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버티는 것이 목적이죠.

번레이트에는 4가지 부서가 존재합니다. 회사에 자금을 끌어와 회사가 망하는걸 조금이라도 늦춰주는 Finance 부서(초록), 능력있는 직원들을 영입하는 HR 부서 (파랑), 프로젝트를 수주 받아오는 Sales 부서, 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Development 부서(빨강)입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부서별로 덱을 잘 섞은 뒤 테이블 중앙에 둡니다. 그리고 부서별로 가장 윗 카드를 뒤집어 공개합니다. 이 장소를 노동시장이라 부릅니다. 각 플레이어는 번갈아가며 직원을 한명 골라 가져가고 다음 카드를 뒤집는 식으로 총 4명의 직원을 고용합니다. 이러한 고용단계가 끝나면 100번(환폐 단위)과 6장의 카드를 가지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부서마다 가장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가장 위에 올려야합니다. 이 직원이 팀장이 되죠. 같은 부서에 밑에 직원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는 상관없으며 모든 공/방 카드의 결과는 팀장의 능력으로만 결정됩니다. 단, 부사장(VP) 카드는 능력에 상관없이 무조건 해당 부서의 팀장이 됩니다.

턴은 총 4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카드를 총 4장까지 사용하고, 일손이 부족한 프로젝트에 계약직 직원을 투입한 다음, 모든 직원에게 월급을 지불한 뒤, 손에 카드가 6장이 되도록 다시 카드를 뽑습니다.

카드는 총 4 종류가 존재합니다. 색상에 따라 어떤 부서가 그 카드를 쓸 수 있는지 구분되죠. 카드를 쓸 수 있는 대상은 상단을 보면 구분할 수 있습니다. 공격카드는 상단이 뾰족하게, 보조카드는 상단이 평평합니다.

모든 카드의 상단엔 숫자가 쓰여있습니다. 이 카드를 발동 시키기 위한 필요한 기술 레벨인데, 보조카드를 쓰기 위해선 플레이어 자신이 해당 숫자와 일치하는 기술을 가진 ‘팀장’이 있어야 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능력치가 낮은 무능한 팀장을 가지고 있을수록 카드를 쓸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들죠.

이 게임의 핵심 카드인 공격카드에도 상단에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이 공격카드를 상대방에게 쓰기 위해선 상대방의 부서의 팀장이 카드와 일치하는 능력 수치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팀장이 무능할 수록 웬만한 카드는 모두 공격이 먹히게 됩니다.

이 게임에서 공격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회사에 무능한 직원을 투입하여(HR팀을 공격하는 파랑카드가 이런 역할을 맡습니다) 매턴 월급을 갉아먹게 만들거나,

상대방의 무능한 Sales 팀에게 이윤이 절대 남지 않는 프로젝트들을 던져줄 수 있습니다. 각 프로젝트는 몇 명의 개발자가 필요한지 적혀있으며, 해당 프로젝트를 담당한 플레이어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해당 프로젝트에 개발자를 붙여야 합니다.

프로젝트는 Development 팀의 엔지니어들이 담당합니다. 그러나 개발팀에 인력이 모자라면 반드시 계약직을 구해야 합니다. 이 계약직 직원들은 몸값이 대략 3배정도 더 비싸기 때문에, 계약직 직원이 많을 수록 회사의 부도가 가속화 되는 고통을 겪게 됩니다. 월급날이 찾아오기 때문이지요.

프로젝트를 완료하려면 Development 부서의 카드를 써서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 내내 끝나지 않는 프로젝트 + 다닥다닥 달라붙은 개발팀과 계약직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재정 출혈이 일어나거든요. 물론 프로젝트를 끝낸다고 해서 수입이 생기는건 아닙니다.

번레이트 내에서 수입은 오직 Finance 부서를 통해 투자금을 끌어와야 합니다. 유일한 수입원인만큼 능력 좋은 사람을 고용하면 숨통이 한결 트이는걸 느낄 수 있지요.

이렇게 게임 내내 자기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어가며 상대방을 부도내기 위해 집요하게 공격하고 방어하길 반복하다가 마지막으로 한명만 살아남게 되면 해당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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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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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레이트는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닷컴버블의 붕괴를 풍자한 독특한 테마의 게임입니다. 특히나 IT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게임 속에서 현실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하지요.

물론 꼭 IT 분야가 아니더라도 무능한 팀장, 그 밑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능력있는 인재, 쓰나미처럼 쏟아지는 프로젝트, 이 와중에 제 기능을 하지 않는 부서들처럼 직장인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보단 성인들에게 잘 먹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1. 제 역할을 확실히 하는 게임

게임 자체는 특별히 대단할 것이 없는 Take that!(이거나 받아라!) 류의 가벼운 협잡 게임입니다. 상대방에게 무능한 인재를 소개시켜주며 악랄하게 웃고 내가 하기 싫은 프로젝트를 상대방에게 떠넘기며 힘내라 응원하는 등, 상대방을 짓밟으며 느낄 수 있는 재미에 충실하죠.

가끔 가벼운 게임인데도 불필요하게 많은 잔룰로 어려운 게임인척 하거나, 반대로 굉장히 무거운 게임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맹이는 아무것도 없는 게임도 존재하는데, 번레이트는 간단한 규칙과 빠르고 경쾌한 템포의 플레이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테마에다 액션 대부분이 테마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몰입도 잘 되는 편이지요.

2. 빠르고 쉬운 세팅 + 빠른 플레이 타임

일반적으로 카드게임은 세팅이 쉬울수록 좋습니다. 중앙에 놓인 거대한 보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물들이 배치되는 일반 보드게임은 멋지다는 느낌을 주지만, 중심이라 부를 수 있는 콤포넌트가 없는 카드게임은 세팅시간이 길고 복잡할 수록 난잡하다는 인상을 주기 쉽거든요. 그에 비하면 번레이트는 대단히 세팅이 빠릅니다. 또한 45분 걸리는 게임이라고 적혀있긴 하지만 게임 템포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그 이전에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끝나자마자 ‘한번 더 해!’ 라는 말이 나올만큼 게임이 길다는 인상은 받기 힘드실거예요.

3. 두 악마

번 레이트엔 게임을 정말 재밌게 만들어 주는 두 악마가 존재합니다. Development 부서의 Bob Headstein과 Sales 부서의 Dawn Ledbetter 라는 캐릭터죠. 이 둘은 0이라는 경악할만한 능력으로 유능한 부하들의 능력을 씹어먹는건 기본이요. Dawn이 상대방에게서 온갖 프로젝트란 프로젝트는 다 가져오면, Bob은 그 프로젝트를 세월아~ 네월아~ 끌어안은 채 마무리 짓지 못하는 환상의 콜라보를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는 쌓여가고 회사 자산에서 월급이 빠져나가는걸 보면 악마도 이런 악마가 없구나 싶을 정도로 이 둘은 악랄합니다. 당연히 이 캐릭터들이 뜨면 테이블 위에 비상사태가 벌어집니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절대로 내 회사에 자리잡지 못하도록 경계하기 시작하며, 상대방의 회사에 꽂아주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거든요. 비단 이 캐릭터 뿐만 아니라, 내가 꽂아준 무능한 인재를 끌어안고 무너져가는 회사를 보는건 다른 게임에선 좀처럼 느끼기 힘든 즐거움 입니다.

자, 번레이트는 공격성 강한 재미난 파티게임이지만 역시 특유의 장르만의 단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습니다.

1. 2인용은 아니야

이런 협잡류 게임이 대부분 마찬가지지만, 2인용 게임으로는 제법 무리가 따릅니다. 이런 협잡류 게임에선 플레이어들끼리 서로 단합하고 강자를 끌어내리며 자체적으로 게임 균형을 맞추게 되는데, 2인에서는 한쪽이 크게 무너지기 시작하면(특히 저 두 악마를 모두 고용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승부가 기울기 때문이죠. 웬만한 카드빨이 아니고선 격차를 따라잡기가 힘든 편입니다. 재미난 2인 게임을 찾으신다면 번레이트보단 다른 게임을 알아보시는게 훨씬 좋습니다.

2. 부족한 게임의 깊이 & 강한 카드 운

번레이트는 흔히 말하는 비어 앤 프레첼(Beer and pretzels) 류의 게임입니다. 테이블 여기저기 과자와 음료를 두고 냠냠 먹으며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는 뜻이죠. 이 게임엔 딱히 전략이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가지고 있는 카드로 최선을 다해 상대방에게 쓰레기 프로젝트를 던져주고, 새로 뽑은 카드로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쓰레기 프로젝트를 던져주는 식으로 매 턴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게임을 이끄는게 전부죠.

즉, 손패에 따라 게임의 유불리가 결정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상대방을 괴롭히고 싶어도 카드가 없으면 불가능하며, 어떻게든 직원들을 고용 / 해고하고 싶어도 적절한 카드가 없으면 할 수 없지요. 애초에 그 정도의 깊이를 노리고 만든 풍자 게임입니다. 테마와 협잡을 제외한 다른 것을 기대하시면 아마 꽤나 실망하실 겁니다.

전체적으로 간단하지만 테마를 상당히 잘 살린 파티게임입니다. 필수로 구입해야할 게임까진 아니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재밌는 게임이예요. 직장 상사의 뒷담화(!)를 하면서 이 게임을 하고나면 승패에 상관없이 속 시원하고 잘 놀았다는 생각까지 들거든요.

직장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이 게임을 한번쯤 해보세요. 다른 플레이어들의 회사에 엉망진창인 프로젝트와 무능력한 직원을 휙휙 던져주며 “너희도 내 고통을 느껴라! 이게 내 회사생활이라고! 와하하하!” 하고 ~~울면서~~ 웃다보면 스트레스가 날아갈겁니다.

+ 프로젝트 카드 중에 현실화 되었고 실제로 대단히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가 많이 있습니다. 약 15년전엔 이런 프로젝트가 성공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었겠지요. 게임을 하며 어떤 것이 현실화 되었는지 한번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겁니다.

원문 :: www.raccooncave.com/burn-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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