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메크 VS 미니언 - 리뷰 (노 스포일러)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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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6 오전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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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6년

게임 타입 : 프로그래밍 게임, 협력 게임, 레거시 게임, 드래프팅 게임

플레이 타임 : 60-90분

플레이 인원 : 2 –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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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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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PC게임이 보드게임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했지만 메크 vs 미니언만큼 큰 화제가 된 게임도 없는 듯 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가진 팬층과 명성의 힘일까요? 온라인 주문을 받기 시작하자마자 서버가 터져나가며 결제가 마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자, 얼마나 좋은 게임이길래 모두가 이렇게 열광하고 극찬하는지 알아봅시다.

* 해당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해당 리뷰에 사용된 사진은 무작위로 구성된 가상의 미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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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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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크 vs 미니언은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순서대로 진행하는 레거시 게임입니다. 시나리오를 클리어 할 때마다 특별한 보상을 받게 되죠.

게임 진행은 상당히 직관적이고 간단한 편입니다. 매 라운드가 시작되면 5장의 공격 카드를 뽑아 중앙에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각 플레이어들은 회의를 통해 카드가 1장만 남을 때까지 카드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2인플이라면 각각 2장씩, 4인플이라면 1장씩 가져가는 셈이죠.

이렇게 가져간 카드는 각 플레이어가 소유한 프로그래밍 보드 위에 올라갑니다. 카드를 설치하고나면 선부터 메크(플레이어의 유닛)을 조종하게 되는데, 자신이 카드를 설치한 순서대로 메크를 조종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부주의하면 메크가 엉뚱하게 움직이고 헛공격을 하는 등 여러모로 골치 아프게 됩니다. 현재 미니언(적 유닛)의 배치상태, 자신이 조종하는 메크의 위치, 가장 효율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장소, 턴 종료 후 미니언들의 공격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총 네가지 종류의 카드가 존재하며 색 별로 다양한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동 / 공격 / 보조 / 회전 정도로 나눌 수 있겠군요. 독특하게도 동일 색상의 카드를 겹치면 겹칠 수록 카드의 능력이 향상됩니다. 다만 가장 마지막으로 올려놓은 카드만 효과가 적용되기 때문에 하단엔 불필요한 카드를 설치하고 그 위에 필요한 공격카드를 덮는 식으로 순서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의 턴이 끝나면 미니언의 차례가 됩니다. 매 라운드마다 지정된 공간에서 미니언들이 소환되며, 룬 주사위를 굴려 모든 미니언들이 어느 방향으로 전진할지 결정합니다. 이렇게 도착한 지점과 인접한 곳에 플레이어들의 메크가 있다면 공격을 가하죠.

메크 vs 미니언에는 죽는다는 개념이 없습니다. 대신 피해를 받을 때마다 피해 덱에서 카드를 뽑아 적용하게 됩니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기것 프로그래밍한 카드의 순서를 뒤바꿔놓거나 메크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동 시키는 카드가 존재하죠. 게다가 일부 카드는 아예 프로그래밍 보드 위에 자리를 잡고, 플레이어의 능력을 막음과 동시에 플레이어가 의도하지 않은 명령을 시킵니다. 재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는 메크를 볼 수 있게 됩니다. 다행히 드래프팅 과정에서 카드를 가져와 프로그래밍 보드에 설치하는 대신 이러한 피해를 고치는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5마리의 미니언을 잡을 때마다 경험치가 올라가게 되며 15에 도달하게 되면(즉, 65마리의 미니언을 잡게되면) 오버 드라이브라는 메크 고유의 능력을 쓸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미션에 따라 제한된 턴(둠 트랙커)을 사용하기도 하는 등 시나리오마다 다양한 조건이 달려 있습니다. 시나리오마다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지요.

과연 여러분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미니언들을 물리치고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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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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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감상을 이야기 하기 전에 두 가지 언급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저는 현재 시나리오 4까지 클리어한 상태입니다. 리뷰에서 언급할 감상은 모두 시나리오 1~4을 기반으로 한 것임을 염두하시면 좋습니다. 차후에 제 감상을 뒤집을만한 무언가가 나온다면 리뷰를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저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팬도 안티도 아닙니다. 베타 시절 가렌 / 초가스 등 일부 챔피언으로 3~4번 게임을 해본 게 전부입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아프리카 BJ나 유튜버들이 진행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방송을 종종 보았기 때문에 세계관 / 캐릭터 / 시스템 / 전략 등은 대체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감상엔 1g 의 팬심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위와 같은 내용을 토대로 감상을 풀어나가겠습니다.

1. 리그 오브 레전드는 아니다

메크 vs 미니언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아닙니다. 완전 다른 게임이라 보셔도 됩니다. 상징적인 캐릭터와 몬스터들을 가지고 왔을 뿐 타워 디펜스의 느낌이 더욱 강하죠. 이렇게까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시스템 뿐만 아니라 협력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메크 vs 미니언 모두 협력 게임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한타 싸움과 궁극기를 서로 연계하는 그 찰나의 타이밍과 호흡이 중요하다면, 메크 vs 미니언에선 찰나의 호흡보단 장기적으로 서로 부족한 점을 메꾸어가며 자신이 맡은 영역을 확실하게 담당하는 책임감 있는 지역방어가 더 중요합니다. 한타 싸움이라는게 없는 대신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미니언을 장기적으로 막아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 게다가 "넌 서포터고 난 딜러니까 내가 성장해서 캐리한다" 같은 마인드로는 시나리오를 끝낼 수 없습니다. 모두가 함께 골고루 성장하는게 가장 이상적입니다.

2. 프로그래밍을 진화시킨 프로그래밍

수 많은 프로그래밍 게임을 해보았지만 메크 vs 미니언과 같은 프로그래밍 게임은 처음 접해봅니다. 카드를 같은 곳에 겹쳐가며 능력을 증폭시킨다는 개념도 대단히 신선했고, 피해를 입을 때마다 제가 신경써 만든 프로그래밍 보드가 망가진다는 점도 굉장히 흥미로웠죠. 그냥 보드를 막아버린다면 뻔하다고 생각했을 듯 합니다. 방해물 카드 또한 자체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게 신의 한수였어요.

피해가 누적되면 누적될 수록 메크가 걷잡을 수 없이 오작동을 일으킵니다. 친구들은 미니언들과 사투를 벌이는데, 저 혼자 맵 구석에 처박혀 엉뚱한 방향을 향해 공격을 하고 있으면 트롤(고의적 방해를 일삼는 플레이어)이냐고 욕이란 욕은 다 먹곤 했는데요. 이런 경험이 대단히 즐거워 빵빵 터지곤 했습니다. 이렇게 ‘피해카드 = 제거해야 하는 대상’ 이 아니라, 때로는 피해카드 또한 내 프로그래밍 계획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고민해야 하는 점이 특히나 좋았습니다.

프로그래밍 시스템을 살짝 비튼 것도 훌륭했지만 이것을 협력 게임에 사용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네요.

3. 간결한 룰 + 좋은 배려

라이엇 게임즈에서 초보자들(보드게임 경험은 없지만 메크 vs 미니언을 즐기고 싶어하는 팬층)을 잘 배려했습니다. 차례차례 룰북과 시나리오를 따라가며 1~2개씩 야금야금 룰을 습득할 수 있도록 재미나게 구성을 했기 때문에, 룰이 복잡하다는 인상을 받지 않습니다. 게다가 시나리오 북 내에 있는 캐리터들이 주고 받는 개성있는 대사도 재밌는 편이며 라디오플레이(http://na.leagueoflegends.com/en/featured/mechs-vs-minions/choose-a-mission) 같은 자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꽤나 인상적이었죠.

게다가 시나리오 내내 미니언들이 상당한 물량공세를 펼치지만, 공격 한번에 5~6마리의 미니언들이 죽어나갈 때의 시원시원함도 상당히 좋습니다. 불필요한 HP 개념 같은건 모두 가져다 버리고 룰을 간략화 했기에 그만큼 경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겠죠.

아참, 시나리오 북 이야기를 하는 김에 하나 말씀 드릴게 있습니다. 시나리오 북과 담겨진 봉투의 사이즈가 거의 동일합니다. 가위로 봉투를 자르다간 시나리오 북을 잘라버릴 수 있으니 커터 칼이나 손으로 뜯으시는걸 추천합니다.

4. 엄청난 퀄리티

미화로 $75 라는게 믿을 수 없는 퀄리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7KG에 달하는 무게도 무게지만, 도색 / 품질 / 카드의 질감 / 보드의 두께 / 잘 만든 트레이 / 양질의 룰북 / 묵직한 금속 콤포넌트 등 등 어디 하나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보드게임을 처음 만들어본 회사치곤 어마어마하네요.

자, 이제 제가 생각하는 메크 vs 미니언의 단점 세 가지를 이야기 해보죠.

1. 내가 생각한 성장이 아니야.

여러분은 리그 오브 레전드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B.F 대검, 구인수, 몰락한 왕의 검, 워모그의 갑옷, 존야의 모래시계, 수은 장식띠, 란두인의 예언, 라바돈의 죽음의 모자 같은 상징적인 아이템이 생각납니다. 이러한 아이템의 존재로 인해 같은 캐릭터이지만 AP / AD로 나뉘기도 하고, 가끔은 생각하지도 못한 약골 캐릭터가 탱템(체력 부풀리는 아이템)을 바르고 어그로를 끌어대는 변종 플레이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캐릭터가 다양하게 성장할 수 있지요.

그러나 메크 vs 미니언에는 그러한 개념이 전혀 없습니다. 물론 시나리오를 깰 때마다 보상을 얻으며 내 캐릭터가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게임 자체에서 내 캐릭터의 성장 방향을 결정할 수 있진 않습니다. 차별화를 줄 수 있는 것은 어떤 카드를 어떤 순서로 설치하느냐 하는게 전부이지요. 게다가 공용 기술 덱을 공유하는 만큼 내 캐릭터가 가진 기술을 다른 캐릭터가 똑같이 쓰는 것을 보면 이 메크나 저 메크나 큰 차이는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게임 내에서 혹은 게임 중간중간 아이템을 같은 것을 구매하여 나만의 개성있는 메크를 만들 수 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2. 지난 시나리오를 다시 클리어 해야할 이유가…

저는 패스파인더를 아직도 열심히 즐기고 있습니다. 이 게임도 메크 vs 미니언처럼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지만 종종 예전 시나리오로 돌아가야 할 때가 있거든요. 시나리오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 즉 파밍(더 좋은 아이템 / 보상을 얻기 위한 반복적인 작업)을 하기 위해서죠. 그렇기 때문에 이미 얻은 특수 능력을 다신 얻을 수 없지만, 약간의 삽질 후에 조금 더 나아진 아이템을 들고 룰루랄라 다음 시나리오를 향해 전진할 수 있습니다. 횡재라도 한다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이렇게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과거의 시나리오로 돌아갈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하면 그 게임의 리플레이성은 크게 높아집니다.

그런데 메크 vs 미니언에서는 아직까지 과거의 시나리오를 다시 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과거의 시나리오를 다시 클리어한다고 해서 제게 돌아오는 이득이 전혀 없기 때문이지요. 물론 시나리오 자체를 즐기기 위하여 되돌아갈 수 있긴 하겠지만, 남은 시나리오 깨기도 바쁜데 그럴 시간이 있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캐릭터마다 약간의 능력만 다를 뿐 주요한 공격 방식은 똑같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를 처음부터 플레이 해볼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시나리오 자체 / 게임 자체를 즐긴다면 모를까, 시나리오를 클리어 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신다면 리플레이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3. 뛰어난… 그러나 너무 뛰어난 트레이

가끔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합니다. 메크 vs 미니언의 트레이는 정말 엄청납니다. 금박지로 낱개 포장된 초콜렛이 담겨있을 것 같은 위용을 자랑하죠. 사람들의 이목을 단숨에 끌 수 있는 엄청난 장점 중 하나 입니다. 박스에 꽉꽉 들어찬 트레이를 보시면 감탄 밖에 나오지 않지요.

그러나 게임이 끝났을 땐 한숨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게임을 보관하는데는 최악의 트레이 디자인이거든요.

이 수많은 피규어들과 콤포넌트를(실제로는 저 양의 2~3배쯤 많습니다) 저 트레이에 ‘낱개’ 보관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포럼이나 후기를 찾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저 트레이는 따로 보관하고 비닐봉투 / 투명 백에다가 미니언 / 카드를 대충 집어넣고 보관한다고 하더군요. 저도 언제부터인가 반쯤 포기하고 그렇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콤포넌트의 품질이 대단히 좋은데다 쉽사리 부러질만큼 얇은 부분도 없기 때문에 이러한 보관이 가능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네요.

약간 아쉬운 리플레이성과 캐릭터의 성장이 기대했던 것보단 낮다는 점이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꽤 흡족한 게임입니다. 가격대비 게임성이 괜찮은 편이예요. 초보 게이머 / 중급 게이머 / 고급 게이머들에게 두루두루 잘 먹힐 수 있는 밸런스 있는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PC게임 회사인 라이엇에서 이 정도 품질의 보드게임을 생산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놀랍네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기어스 오브 워, 워 오브 마인 같은 PC 게임들도 보드게임으로 출시되고 있는데 거기에 라이엇까지 합세하였으니, 이 기세를 몰아 더 유명한 콘솔 / PC게임들도 보드게임으로 출시되면 정말 멋질 것 같습니다. 꼭 오버워치를 염두하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듣고있나 블리자드? 😀

원문 :: www.raccooncave.com/mech-vs-min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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