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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배포의 경제학
옆집에서 이 문제로 글이 많네요.
여기까지 논란을 끌고 오는 것 같아 조심스럽긴 하지만, 꼭 바로잡고 싶은 관점이어서 글을 가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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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화 자료, 혹은 번역 자료를 무조건 공개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최선" 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서
경제학에 대한 오해가 생길것이 우려되어 글을 써 봅니다.
저는 법률적 지식이 없기 때문에 영문 게임의 번역자료 배포나 한글화 등에 대한 저작권 문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예를 들어, 번역 자료를 무료로 배포하는 것은 괜찮고 돈을 받고 파는 것은 불법인 것인지,
혹은 둘 다 불법인데 어느 한 쪽이 죄가 더 무겁다 라던지, 이런 부분은 잘 모릅니다.
따라서 "저작권 문제가 없다면" 이라는 가정하에 논의를 펼치겠습니다.
제가 답하고 싶은 문제는 이것입니다.
이미 번역된 자료라면, 조건없이 공개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최선인가?
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이기심" 혹은 "합리성" 을 기본 바탕으로 합니다.
따라서 "인류애"적 관점을 말하면서 경제학을 바탕으로 말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류애"적으로 최선이다 아니다 라는 논의는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생각해 볼 것이 효율성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미 자료는 완성이 되어 있고, 어차피 나누어 줄 것이라면, 굳이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냐는 논리이죠.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는 말이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공급자의 의사는 무시한 수요자의 논리라는 점, 두 번째는 장기적인 번역 의욕저하를 간과한 점입니다.
1. 공급자의 입장
사실 번역을 한 사람이 돈을 받고 판다고 해도 경제학적으로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원래 존재하지 않았을 상품이 시장거래로 인해 새로 생겨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죠.
또한 서로 자발적으로 동의하는 가격에 대해 거래가 이루어졌다면 양쪽 모두에게 좋은 일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번역자료가 5,000원이다, 라고 한다면,
그 자료가 주는 가치가 5,000원보다 더 높은 사람들은 살 것이고, 아닌 사람들은 사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가격을 정한 사람에게 왜 내가 원하는 가격에 팔지 않느냐 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죠.
지금 번역의 상황은 실제 돈이 오가는 거래는 아닙니다.
하지만, 공급자가 원하는 가격은 있습니다.
그것이 이메일로 요청을 하는 것이든, 쪽지를 보내는 것이든, 회원 가입을 하는 것이든, 다른 형태를 하고 있지만요.
자료를 원하는 사람은, 그 가격이 자신에게 합당하다면,
다시 말해, 번역자가 원하는 행동을 하는 수고를 할 만하다고 생각되면 그 행동을 하는 비용을 내고 구하면 되는 것이죠.
여기에서도 번역자에게 왜 그냥 주지 나를 귀찮게 하느냐 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번역자에게 조건 없이 공개하라고 한다면 자료를 받는 사람들은 더 좋겠지만, 번역자의 효용은 줄어듭니다.
경제학적으로 최선, 이라고 할 때에는, 누군가의 효용을 줄이는 일 없이 다른 누군가의 효용을 늘릴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으로
가는 방향이다 라는 뜻입니다. 파레토 최적의 개념이죠.
무료배포는 번역자의 효용을 (그것이 주관적인 것인지는 상관 없습니다, 모든 효용은 주관적이니까요.) 희생하여 나머지 사람들의 효용을 증가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경제학적으로 최선이 아닙니다.
그래도 무료배포가 효용의 총합은 더 커지지 않느냐, 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아까 언급했듯이 효용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사람끼리 상대적 가치를 비교하기도 어렵거니와, 경제학에서 추구하는 효율성, 최선, 의 개념과도 대치됩니다.
2. 장기적인 관점
백번 양보해서 무료배포가 현재 상황에서 더 좋다, 라고 한다고 해도, 그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생각이라고 보여집니다.
특허법을 예로 들어 보고 싶은데요,
새로운 약이 개발되거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발명품이 나오면 특허법을 통해 오랜기간 그 제품에 대한 독점권을 인정합니다.
경제학적으로 완전경쟁이 더 좋고 독점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그렇게 합니다.
특허법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 이유는, 특허법으로 아이디어를 보장해 주어야 새로운 제품 개발에 투자를 할 것이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전체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에 대한 보호가 없다면 개발자는 자신의 돈과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아무 보상도 못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점점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게 되고, 사회 발전이 느려 지겠지요.
다시 번역문제로 넘어와 보겠습니다.
번역하시는 분들 각자가 어떤 생각, 마음이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번역 경험을 생각해 보면, 내가 올린 자료에 추천이나 댓글이 힘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아무 반응도 없이 다운로드 수만 늘어났다면 자료를 내렸을 수도 있겠지요.
번역자 분들이 요구하시는 과정은 장기적 관점에서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더 동기부여가 되고 더 많은 자료가 생겨나겠지요.
지금 존재하는 모든 자료를 다 무조건 배포한다면 지금은 좋을 수 있겠지만,
특허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번역의지를 낮추고 모두에게 안 좋은 결과가 생길 것입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번역자료를 무조건 배포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최선인 것이 절대 아닙니다.
어떤 분께서 경제학적으로는 최선이다 라는 논리를 가지고 계신것 같은데, 아닙니다.
다른 분은 경제학적으로 최선인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 라는 말씀으로 반대의견을 내시던데,
경제학적으로도 최선 아닙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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