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9. 오니타마 - 리뷰

너굴너굴

4,165

2016-10-23 오전 6:35

블로그 방문

팔로우

BEST

쪽지발송

내용 댓글11

발매년도 : 2014년

게임 타입 : 추상전략게임

플레이 타임 : 10 – 30분

플레이 인원 : 2인

=====

시작하며

=====

매 턴마다 사용한 행마 카드를 상대에게 넘겨주는 독특한 추상전략 게임. 오니타마를 알아봅시다.

규칙

플레이어는 4명의 학생과 1명의 마스터를 이용하여 상대와 지략을 겨루게 됩니다. 승리조건은 두 가지 입니다. 상대방의 마스터를 먼저 잡아내거나 상대방의 진영 정중앙(상대방 사원의 입구가 그려진 지점)에 나의 마스터를 보내야 하죠.

게임 방법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총 16장의 움직임 카드 중 5장의 카드를 무작위로 선택한 뒤, 각 플레이어는 두 장의 동물카드를 나눠받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은 보드 옆에 둡니다. 이 움직임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마스터나 학생을 움직일 수 있게 되죠. 카드의 옆에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자신의 앞에 놓인 카드 중 한 장을 사용하면, 기존에 놓여있던 한 장의 카드를 자신의 앞으로 가져오고 사용한 카드를 옆으로 빼둡니다. 다음 사람은 자신의 카드 중 한 장을 사용하고 난 뒤, 방금 버려진 카드를 손으로 가져오겠죠.

즉, 오니타마에서는 내가 사용한 카드가 상대방에게 건너가게 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제가 무심코 사용한 카드가 독이 되는 일이 빈번하게 생깁니다. 다른 추상전략 게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규칙이죠.

이렇게 서로 사용한 카드를 교환하며 번갈아가며 수를 두다가 승리조건을 먼저 만족하는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

감상

=====

게임성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일단 기물의 퀄리티부터 이야기 해볼까요?

박스를 열자마자 굉장히 놀랐습니다. 종이 매트를 기대했는데 상당히 좋은 재질의 천 매트가 동봉되어 있더군요. 이 뿐만 아니라 트레이도 아주 절묘하게 디자인 되어 카드 및 기물들도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카드 또한 시원시원하다고 느낄 정도로 큼직하고 표면이 아주 매끄럽게 잘 처리되어 있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니 카드가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미세한 홈을 파둔 것 같더군요. 게다가 의외로 많은 분들이 놓치시는 것 중 하나인데, 카드에 쓰여진 한자를 잘 보면 해당 동물의 특징이 녹아있습니다.

코끼리 카드엔 상아가, 용 카드엔 꼬리가, 개구리 카드엔 개구리 발도장이 찍혀 있는 등 한자의 모양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섬세하게 동물의 특징을 그려넣은 점이 아주 멋지더군요. 게다가 카드마다 하단에 짤막한 글귀가 적혀 있는데, 이 또한 해당 동물과 무술을 절묘하게 연관지어서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두 가지 예를 보여드릴게요.

“Make no unnecessary movement, conserving your strength until the time is right to strike. The true Art is a symphony of graceful strikes.” – Crane

“공격의 때가 올 때까지 힘을 비축하며 불필요한 움직임을 만들지 말라. 진정한 무술이란 우아한 공격으로 이뤄진 교향악과 같다.” – 학

“Attack violently when your opponents are not expecting it – show leisure in the beginning, then suddenly attack vigorously.” – Cobra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할 때 잔혹하게 공격하라. 처음엔 여유를 보이고 갑작스럽게 맹렬히 공격하라. – 코브라

기물의 퀄리티는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봐줄만 합니다. 크기도 좋고 적당한 무게감도 있어서 마치 두툼한 체스 말을 움직이는 듯한 느낌도 들어요.

다만 게임 박스를 열자마자 폭발적으로 풍겨나오는 똥내 콤포넌트 냄새는 굉장합니다. 이런 마약과도 같은 똥내 냄새는 스톤에이지의 가죽컵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맡아보네요. 혹시라도 냄새에 민감하신 분들은 미리 알아두세요. 게임 매트와 기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향은 상당히 강렬합니다.

자, 그럼 가장 중요한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아이디어는 좋은데 깊이는 글쎄?’ 싶습니다.

일단 가장 독특하고 재밌는 아이디어인 ‘움직임 카드를 공유한다는 점’부터 짚어보죠. 이건 웬만한 추상전략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참신한 아이디어 같습니다. 내가 사용하고 버린 카드가 상대방의 손에 들어가고 상대방이 버린 카드가 내 손에 들어온다는 순환 시스템으로 인해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 무엇을 해야할까’ + ‘어떤 카드를 넘겨야 내게 피해가 없을까’ + ‘상대방의 카드 중 어떤 카드를 받게 될까’ 하는 삼중 고민을 해야하죠.

게다가 이렇게 카드가 순환을 하기 때문에,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카드가 손에 없어 숨 죽이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자주 벌어집니다. 그래서 폭풍처럼 몰아치는 공격은 상당히 힘들며, 서로 눈치를 보며 상대방의 마스터 주변을 배회하다 한순간에 강한 압박을 넣어가며 공격 타이밍을 엿봐야 합니다. 이런 타이밍 싸움은 상당히 재밌더군요.

위 룰 설명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반드시 기물을 움직여야 하는 규칙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체스의 츠크츠방(zugzwang: 무엇을 움직이더라도 악수가 되도록 유도하는 전략) 처럼 자충수를 노릴 수 있는 것도 꽤 좋았습니다. 전 이런식으로 상대방을 말려 죽이는걸 좋아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전반적으로 간결하면서 있을 것은 다 있는 괜찮은 추상전략 게임입니다.

그런데 게임의 깊이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상세한 설명으로 들어가기 전에 저는 체스 & 쇼기를 대단히 즐기는 편이며 종종 온라인 강좌를 보고 공부도 하는 편임을 감안하시길 바랍니다.

오니타마는 예상했던 것보다 깊은 게임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게임 한판 한판의 깊이는 제법 있지만, 전체적인 깊이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느낌을 받은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A. 기물의 움직임이 매번 달라진다.

기물의 움직임이 카드에 의해 결정된다는 아이디어는 참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이 카드는 무작위로 5장만 사용 되는데다 소유주가 유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매 게임이 다른 느낌을 주게 되죠. 그런데 이런 ‘매번 다른 느낌’은 제겐 마이너스로 다가옵니다.

일반적인 추상전략 게임은 고정된 행마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기반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죠. 체스의 경우 각 기물별로 어느 시기에 가장 효율적인지, 어느 위치에서 가장 효율적인지 수 많은 연구가 되어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오프닝, 미들, 엔딩 게임이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쇼기도 마찬가지로 기물의 특성을 살려가며 오랜 시간의 연구 끝에 앉은비차, 몰이비차, 동굴곰 전략 등 다양한 포진과 그 파생 전략이 태어났죠. 그러나 오니타마에는 그런 ‘연구’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힘든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추상게임을 파고들며 연구하는걸 좋아합니다. 인쉬나 아발론 같은 경우에도 어떤 형태의 기물배치가 가장 효율적인지 연구하길 즐기고, 실수를 통해 다음 게임에서는 더 잘하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오니타마에서는 매번 사용되는 카드가 바뀌는데다 제 수중에 있는 카드도 매 턴마다 바뀌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이 지금의 게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행마의 조합이 완전히 바뀌는 바람에 다른 게임이 되어버렸으니까요.

물론 카드 하나하나를 연구하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행마’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찾아옵니다. 아무리 연구를 해도 알맞은 포진에 알맞은 타이밍에 사용해야 의미가 있겠죠. 그리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카드를 토대로 전략을 세울 순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결국 카드 순환을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실력은 늘고 있지만 게임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느낌은 받기가 힘들었습니다.

B.제한된 카드 & 제한된 움직임

게임의 깊이에 대해 또 하나 의문을 느끼는 것은 제한된 카드의 수 때문 입니다. 각 플레이어 당 2개의 카드만 가지고 있는데다 때때로 두 카드의 움직임이 겹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상당히 줄어듭니다. 게다가 그 중에서 정말 의미없는 수 (압박해야 할 상황에서 뒤로 빠진다던가) 를 제외하면 그나마도 얼마 되지 않죠. 물론 남은 경우의 수에서 파생되는 여러가지 가능성들을 계속 파고 들어가면 머리가 좀 아파지긴 하겠지만 타 게임에 비하면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또한 대부분의 이동카드는 이동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이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1~2칸 정도만 떨어진 위치에 이동할 수 있죠. 보드가 좁기 때문에 큰 움직임처럼 보일거라 예상되지만, 실제로 해보면 비교적 느린 템포로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물론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카드(용 / 토끼 / 호랑이 류)가 일부 있지만, 모든 이동카드가 공개된 상태인 만큼 충분히 주의만 기울이면 크게 당할 일은 없습니다. 퀸, 나이트, 비숍, 룩처럼 틈만나면 진형을 찢고 들어오는 일도, 틈만나면 승급하기 위해 달려드는 폰들이 가득한 체스보단 가볍습니다. 죽은 말들이 살아돌아와 시도 때도 없이 내 목을 노리는 쇼기보다 덜 위협적이죠. 웬만해선 수들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윽, 이런 수가 있었어!?’ 하는 놀라운 느낌을 받긴 힘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게임이지만 전 쇼기를 극단적으로 간략화 한 동물장기가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터무니 없이 좁은 공간에서, 정해진 움직임을 가지고 상대방의 왕을 잡기 위해 난타전을 벌이는게 훨씬 제 취향에 맞더군요. 물론 오니타마 특유의 카드를 순환시켜가며 사용 한다던가, 카드가 돌아오는 타이밍을 기다려 왕을 찌른다던가 하는 독특한 재미는 있지만, 상대방이 카드를 사용할지 안할 지 그 가능성을 따지는 부분이 저와는 취향에 맞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해진 수의 카드를 뽑아놓고 기물을 그 움직임만으로 제한 한다면 좀 더 제 취향일 듯 합니다.

반대로 그만큼 하드코어한 연구가 필요없는 게임이기도 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추천해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추상전략을 좋아하는가? 싫어하는가? 를 판가름 할 수 있는 테스트 게임으로도 참 좋을것 같네요.

제가 추상전략 게임을 워낙 좋아하는 만큼 인쉬, 아발론, 쇼기, 체스에 밀려 자주 돌아갈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간간히 꺼내서 짤막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인 것 같습니다. 다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아 아쉽네요.

원문:: https://www.raccooncave.com/onitama/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내용 보기

팔로우

피드

저장

너굴너굴

님에게 댓글 작성

댓글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