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4. 던전펫츠 리뷰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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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25 오전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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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1년

게임 타입 : 전략게임, 테마게임, 일꾼놓기게임, 경영게임

플레이 타임 : 90분

플레이 인원 : 2~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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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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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계의 다마고치, 던전 펫츠를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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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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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던전펫츠 셰계에서 몬스터를 기르는 전문 브리더의 역할을 맡게 됩니다. 시장에서 어린 괴물을 구입한 뒤 애지중지 키워 다시 되파는 작업을 반복하며 브리더로서의 명성을 쌓아나가야 하죠.

던전펫츠는 인원에 따라 약 5~6라운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라운드는 총 16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6단계라는 말에 굉장히 복잡하게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규칙의 애매모호함을 없애기 위해 액션을 아주 잘게 나누었기 때문에 많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모든 단계는 기승전결의 구성으로 깔끔하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편이죠.

비록 16단계라고 했지만 던전펫츠의 흐름은 크게 6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시장 초기화 -> 임프 보내기 -> 시장에서 애완동물 및 물건 구입하기 -> 애완동물 보살피기 -> 품평회에 내보내기 -> 고객에게 애완동물 팔기죠. 크게 어려운 흐름은 아니죠?

룰북이 아주 잘 쓰인 편에 속하기 때문에 게임을 배우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거예요. 쓰루 디 에이지스와 메이지 나이트는 어째서 이렇게 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 예제가 풍부하고 게임의 흐름에 따라 논리정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던전펫츠에서 턴을 결정하는 방법은 꽤나 독특합니다. 매 라운드마다 가림막 뒤에서 임프를 몇 마리씩 묶어 보낼건지 정한 뒤 동시에 공개합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수의 임프를 보내기로 계획한 사람부터 차례를 진행하게 되죠. 동률일 경우 선플레이어부터 시계방향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A가 3-2-1-1-1 , 플레이어 B가 2-2-2-1-1 로 임프를 배치했고 A가 선플레이어라고 가정한다면, A3->A2->B2->B2->B2->A1->B1->A1->B1->A1 식으로 진행되는거죠. 얼핏보면 어렵게 들리지만, "가장 많은 임프를 내보내는 사람부터 시작한다. 동률일 경우 선이 먼저 한다." 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동전은 임프 대신 쓸 수 있습니다.

던전펫츠의 가장 핵심인 애완동물 기르기 또한 상당히 흥미로운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완동물의 요구사항이 그려진 카드는 총 4종류가 존재합니다. 분노를 상징하는 빨강카드, 놀이를 상징하는 노랑카드, 식사와 응가를 상징하는 초록카드, 그리고 마력을 상징하는 보라색 카드죠.

각 애완동물은 토큰 하단에 나이를 상징하는 색상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색은 나이 뿐만 아니라 매 라운드마다 필요로 하는 요구치를 나타냅니다. 애완동물 보살피기 단계가 시작되면 각 플레이어는 자신이 보유한 애완동물의 나이와 요구색상을 확인하고 그만큼의 요구카드를 뽑아 손에 넣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뽑은 요구 카드들을 다시 각 애완동물에게 맞추어 재분배 하죠. 이것이 바로 이번 라운드에서 각 애완동물이 원하는 요구사항이 됩니다.

요구사항의 분배는 굉장히 전략적이고 중요합니다. 모든 애완동물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현명하게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특정 애완동물에게 지나치게 분노를 몰아주면 화를 참지 못한 애완동물이 우리를 부수고 도망가거나, 변이 가득한 장소에 있는 애완동물에게 아픔 카드를 주면 병에 걸려 죽거나, 마법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배분하면 돌연변이가 되어 다른 차원의 틈(!)으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아차!" 하고 실수를 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죠.

새로운 우리를 사오고, 우리 업그레이드 킷을 구입하고, 이민국에서 사촌들을 데려오고, 분노한 애완동물을 몸으로 막아낸 부상자들을 병원에서 다시 데려오고, 아이템 시장에 가서 유용한 도구를 손에 넣고, 품평회 심사관에게 몰래 뒷돈을 찔러주고, 집에서 노는 임프들을 데리고 애완동물들을 돌보고 우리를 청소하고... 이렇게 던전펫츠에서는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이렇게 뼈 빠지게 고생하여 애완동물을 키워내면 커다란 보상이 찾아옵니다. 품평회에서 내보낸 애완동물이 높은 점수를 따오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죠. 거기에 특히나 까탈스러운 입맛을 가진 고객들이 건강히 자란 애완동물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만족스러워하며 구입해가면 브리더로서의 임무는 완수한 셈입니다. 집으로 텅 비어버린 우리를 보며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이, 새로 입양한 애완동물을 어르고 달래며 열심히 키워야 하는 바쁜 하루가 또 다시 시작됩니다.

이렇게 애완동물을 열심히 키우며 쌓아간 평점 및 기타 점수들을 합하여 가장 높은 명성을 기록한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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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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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디자이너 블라다 크바틸의 대표작 3 개를 꼽으라면 저는 일말의 고민 없이 메이지 나이트, 쓰루 디 에이지스, 그리고 던전펫츠를 꼽겠습니다.

모든 움직임 하나 하나가 철저하게 계산되어야 하는 메이지 나이트. 이웃 국가들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어가며 제한된 자원 속에서 찬란한 문화를 꽃 피워야 하는 쓰루 디 에이지스. 온갖 애정을 쏟아부어 애완동물을 보살피고 건강하게 키워낸 뒤 마지막엔 씁쓸하게(혹은 속 시원하게) 내 품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던전펫츠. 놀랍게도 이 세가지 게임은 비슷한 구석이라곤 단 하나도 없으면서 뛰어난 중독성을 자랑합니다.

다만 다른 두 게임과 마찬가지로 던전펫츠는 절대 초보자들을 위한 게임이 아닙니다. "애완동물 키우기"라는 재미난 테마에 반해 게임을 해보면 "어? 생각보다 어려운데?" 하고 당황하며, 최고의 브리더가 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애완동물 1~2마리도 간신히 키워내는 어설픈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테마를 걷어내보면 상당한 깊이의 전략이 숨어있거든요. 원인은 두 가지. 턴 시스템과 사육 시스템 때문입니다.

"임프를 많이 보낸 사람부터 턴을 진행한다"는 규칙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머리를 싸매고 어떻게 임프들을 배치해야 가장 효율적인지 고민에 빠집니다. 많은 임프들을 뭉쳐보낼 수록 순서를 빨리 잡을 수 있지만, 안그래도 부족한 수의 임프를 낭비하는 셈이거든요. 게다가 기껏 3마리나 보냈는데, 상대방이 임프 두 마리에 동전 두 개(임프 역할을 합니다)를 얹는 식으로 나온다면 임프는 임프대로 낭비하고 뒷순서를 잡게되는 답답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매 라운드마다 상당히 한정된 수의 자원이 시장에 올라오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을 선점 당하면 꽤 치명적이죠. 그렇다고 임프를 잘게 쪼개어 턴을 많이 가지자니, 턴 순서가 너무 늦게 찾아오기 때문에 쓸데없는 물건들만 가져가게 되어 그것도 골치 아픕니다. 이렇게 절묘하게 임프를 배치하여 순서를 가져가는 것이 제법 어렵습니다.

사육 시스템 또한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입니다. 여러마리를 동시에 관리하는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예요. 간단한 예로 2살짜리 애완동물 3마리가 있다면, 기존에 손에 들고 있던 요구카드 4장 + 새로 뽑은 6장의 요구카드를 살펴보고 각각 2장씩 재분배하면 됩니다. 누구나 할 수 있죠. 그러나 시간이 흘러 5살이 되면 무려 4장 + 새로 뽑은 15장의 카드를 가지고 카드를 재분배 해야합니다. 게다가 이번에 사용한 요구카드가 품평회 +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것까지 고려해서 애완동물을 관리해야 하죠. 여기에서 더 나아가 다음 품평회의 심사기준을 미리 확인하고 카드를 아껴두는 방법까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죠. 때문에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최적의 요구카드 분배법를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테마 그대로 브리더의 실력이 여기에서 갈리게 되죠.

그렇다면 "무조건 많이 기르고 많이 팔면 좋은 것 아닙니까?" 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겠지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물론 애완동물을 여러마리 키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게 좋습니다. 품평회 + 판매에 내보낼 수 있는 후보가 늘어나는 셈이니까요. 그러나 품평회에 내보낼 수 있는 애완동물은 품평회에 따라 제한되어 있는데다 구입자들은 플레이어 당 한마리만 사들이기 때문에 모든 애완동물이 점수를 벌어준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아차" 하는 순간에 애완동물에게 나쁜 영향이 가면 점점 심각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나쁜 영향을 받은 애완 동물은 품평회에 내보내기도, 판매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목에 걸린 가시처럼 게임 내내 플레이어를 정신적으로 괴롭히죠. 성공한다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게임 내내 괴로워지는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 하이 리턴" 스타일입니다. 자신이 없다면 1~2마리만 세심하고 주의깊게 키워도 됩니다. 정성스럽게 키워낸 1~2마리의 애완동물이 벌어오는 점수는 어설프게 키운 3~4마리의 애완동물보다 훨씬 높거든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던전펫츠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사육 이야기들은 대단히 즐겁습니다. 어릴 때부터 난동을 부려대서 임프들을 병원으로 강제 이송 시키는 질풍노도의 깡패, 먹는 것 하나 없으면서 똥만 푸드득- 푸드득- 싸대는 똥싸개, 안그래도 일손이 부족한데 사방에서 빽빽거리며 임프들에게 놀아달라고 칭얼대는 철부지 등 이런 까다로운 녀석들을 3~4마리씩 키우고 있노라면 엄청난 스트레스와 깊은 분노까지 몰려옵니다. 그래도 다른 플레이어들이 "아오 진짜! 울고 보채고 돌아버리겠네!" 하고 성질내고 있는걸 보면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내가 쟤보단 낫구나" 하면서요. 이렇게 부모의 마음으로 키워내고, 무사히 새 주인에게 보내고 나면 찾아오는 시원섭섭함. 그 기분이 자꾸만 던전펫츠를 하고 싶도록 만듭니다.

다만 던전펫츠에서 아쉬운 부분을 하나 꼽으라면 전략성을 위해 테마를 약간 죽여버린 사육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요구카드 분배 작업이요. 보통 애완동물이 무언가를 원하고 주인이 그것에 응해주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그러나 던전펫츠 속에선 플레이어가 애완동물이 원하는 것을 직접 "전략적"으로 정해주죠. 처음 규칙을 소개 받으면 이 부분에서 조금 갸우뚱하게 됩니다. 어색하거든요.

그러나 이해는 갑니다. 만약 애완동물이 예측할 수 없는 요구를 해온다면 지금보다 더 큰 운이 개입 되었겠죠. 그러면 던전펫츠만이 가진 유쾌한 테마 + 무거운 전략게임이란 개성은 확 죽어버렸을거라 생각합니다. 블라다 크바틸도 "주인이 요구 카드를 분배한다"는 점의 어색함을 알고 있었겠지만 게임성을 살리기 위해 이렇게 디자인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 하나를 제외하면 별 달리 불평할 것은 보이지 않네요.

등골이 빠진다 / 허리가 부러진다는 표현이 생각날 정도로 애완동물에게 정성을 쏟는게 쉽진 않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순간 던전펫츠에서 나오는 재미는 다른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런 가볍고 유쾌한 테마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무거운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게 정말 놀랍네요. 세밀한 관리를 좋아하는 게이머가 있다면 던전펫츠를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 연출된 사진이 아닙니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 흉폭한 맹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임프들이 피를 토하며 병원으로 실려갑니다 )

만약 아동센터에서 전략게임에 소질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전 고민없이 던전펫츠를 고르겠습니다. 3~4마리의 애완 동물을 동시에 품평회까지 고려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을 바라는게 아니예요. 그저 1~2마리에게 애정을 쏟으며 책임감 있게 열심히 키워보고, 게임을 돌아보며 "제가 키운 애완동물은요~" 하며 게임 내내 얼마나 속이 탔는지 열심히 설명하는 아이를 보고 있는건 꽤나 즐거운 일이거든요. 게임이 끝나고 함께 재미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다면, 그건 참 좋은 게임이란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멋진 게임입니다. 확장도 기대가 되네요.

원문 : www.raccooncave.com/dungeon-pe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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