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룰 없이 재미있는 게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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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16 오전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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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리뷰를 남깁니다. 미뤄두었던 리뷰가 너무 많아 무엇부터 시작할까 고민하던 차에.. 모두들 후기에서는 재밌다고 적으시고, 정작 정보가 별로 없어 사는데 고민 했던 비아 네뷸라를 선택해봅니다. 혹시나 저처럼 고민하던 분이 계시다면, 일단 사신 다음 왜 사야되는지 이 리뷰를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잠깐 사족을 풀어볼까요. 보드게임을 하다보면, 작가마다 느껴지는 작풍이 있습니다. 우베는 감점 요소가 항상 들어가있죠. 플레이어가 기본을 주고, 이걸 갖추면서 니가 하고 싶은걸 해봐라- 하고 풍성하게 판을 깔아주는 스타일입니다. 펠트는 굉장히 많은 선택지를 주지만, 그 어느 것도 완전하게 할 수 없도록 만들어놓습니다. 그 와중에 상대적 감점 or 감점 요소를 넣는 것도 특징이죠. 말로만 하면 우베와 참 비슷한데, 정말 다른 느낌을 주는 작가입니다. 그 외에도 잔룰의 대가 라쎄르다 라던가, 만들어내는 게임마다 테마성이 살아있는 블라다 크바틸, 고전틱한 느낌의 볼프강 크라머 등이 있죠.

그렇다면 마틴 게임에서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해본 마틴 게임은 런던, 브래스, 비아 네뷸라, 에이지 오브 스팀의 4 작품입니다만, 전부 다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점은 게임이 깔끔하다- 라는 것입니다. 룰을 벗어나는 예외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고, 플레이어의 액션이 게임 처음부터 끝까지 평이한 편입니다. 다른 게임처럼 이 액션은 누구한테 꼭 필요하고, 이 액션은 누구한테 필요없다- 이런 게 없었던 것 같네요.

결국 마틴 게임에서는 게임 초반부터 종반까지, 모든 플레이어가 모두를 견제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아그리콜라를 예로 들면, 목축 테크 탄 사람이 제빵 테크 견제하겠답시고 빵 구울 필요가 없죠. 노틀담을 예로 들면 병원 테크 타던 사람이 갑자기 점수 1점 먹겠다고 오진 않습니다. 하지만 비아 네뷸라, 브래스, 런던, AOS에서는 "자신도 그 액션이 충분히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모든 플레이어를 상대로 고려할 경우가 참 많이 생깁니다. 비아 네뷸라에서도 그 경향은 여실히 드러납니다.

비아 네뷸라의 게임 양상은 참 간단합나다. 모든 플레이어는 자기 턴에 2 AP를 사용하고 턴을 넘기면 됩니다.

(1) 탐험하기 (미개척지)

(2) 탐험하기 (석화된 숲) - 2AP

(3) 기반 설치

(4) 자원 채취

(5) 자원 수송

(6) 계약 채결

순서대로 설명하겠습니다.

[출처 : 보드게임 긱]

위에 보이는 것이 게임 맵입니다. 저기서 청록색 건물 왼쪽이 석화된 숲이고, 그 밑이 미개척지입니다. 그 땅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초원 타일을 놓는 것이 1, 2 액션입니다. 다만 일반 미개척지는 하나에 1AP, 석화된 숲은 하나에 2AP가 소모됩니다. 아무 곳이나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건물이나 일꾼에서 인접한 곳 또는 건물이나 일꾼과 초원"만"으로 연결된 곳에 놓을 수 있습니다.

3 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반을 설치하는 것인데, 공터를 하나 골라 원하는 반쪽에 놓으면 됩니다. 보드 위 자신의 기반 갯수 + 건물 갯수는 5개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4 는 맵 위의 자원 토큰을 하나 가져오고, 자신의 일꾼을 해당 위치에 놓으면서 토큰에 적힌 숫자만큼 자원을 배치하는 것입니다. 해당 자원들은 누구나 가져갈 수 있지만, 게임 종료 시에도 남아있다면 해당 일꾼을 놓은 사람이 자원 당 -1점을 받습니다.

5 는 자신의 기반까지 자원을 하나 가져오는 것인데, 자원과 기반 사이가 "초원"만으로 이루어져있어야합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장애물로 간주합니다. 칸 단위로 측정하기 때문에 같은 칸에 있는 다른 기반이나 건물은 장애물이 되지 않습니다.

6 은 자신의 핸드에 있는 개인 계약 카드나, 보드 위 공용 계약 카드 중 하나를 고르고, 기반을 자신의 보드로 되돌리면서 해당 기반의 자원을 지불하고 건물을 짓는 것입니다. 이 때 자원이 남는다면 개인 보드 위에 두고 게임 종료 시 개당 -1점으로 간주합니다.

이렇게 반복하다, 누군가 5개 건물을 다 짓는 순간 2점 짜리 종료 카드를 가져가고, 나머지 플레이어는 1턴 (2AP)씩 하고 종료합니다. 게임 점수 정산 후,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이깁니다.

룰 설명이 다 끝났습니다. 나머지 잔룰들은 예외 상황 같은건데, 크게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게임의 느낌은, 브래스의 가족 게임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할듯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비아 네뷸라를 처음하고, 그 후 브래스를 접하였는데 꽤나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면직물 수송의 핵심을 떼온 뒤에 살을 붙인 느낌입니다.

비아 네뷸라는 수송 게임의 입문작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개ô하고, 경로를 만들고, 운반하고, 건설하고.. 수송 게임에서 갖춰야할 모든 요소가 굉장히 담백하게 들어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이 게임에서 고도의 전략성을 ã을 순 없습니다. AOS처럼 머리 빠개지도록 고민할 필요도 없으면서, 공개 요소가 많은데다 액션도 간략합니다. 거기다 이 게임의 특성 상, 소위 "빅 픽쳐"를 짠다는게 거진 불가능하기에 많이 봐도 다음 수를 예측하는게 고작이라, 전략이라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머리는 써야하지만, 한 턴 한 턴이 이번 턴의 최선, 또는 다음 턴을 고려한 최선인거죠. 바꿔 말하면 전략 없는,전술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몰래 준비한 무언가로 남을 견제하는 것도 사실상 핸드빨인데다, 그 핸드마저도 8장이라 예측하기 어렵지 않죠. 일단 단점부터 집어보죠.

1. 트레이가 불편합니다. 장점 항목에서 구성물을 언급하겠지만, 정말 불편합니다. 각 자원 모양이라 예쁘고, 고정도 잘 되지만 굳이 이렇게 빡빡하고 불편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2. 쉬운 맵 4판, 어려운 맵 1판을 해보았는데, 게임이 전ü적으로 평이한 편입니다. 플레이어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각 턴이 긴장감 있어서 게임 하는 동안은 꽤나 몰입이 되며 양상도 다르지만, 끝나고 보면 게임 전반적인 느낌은 거의 비슷합니다. 사실 이 정도 룰에서 다르기가 더 힘들기도 하겠지만..

3. 운 요소가 강합니다. ó음에 핸드가 자신이 원하는대로 주어지느냐, 안 주어지느냐도 있고, 게임하다가 자신이 힘들게 지어놨더니 다음 계약 카드가 상대방에게 매우 좋은 카드라 승리를 넘겨주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단점이 많은 게임의 장점은 뭘까요?

1. 간단합니다. 이 게임 설명하고 시작하는데, 초심자 상대로도 10분이면 충분하고 보드게임 하는 사람이면 5분으로 설명 끝납니다. 거기다 전략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것은, 반대로 초심자도 금방 적응하고 자신만의 길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점수 차이도 "크게" 나는 편이 아니라, 뭘 해도 작정하고 던지지 않는 이상 중간은 갑니다.

2. "의외로" 심오합니다. 전술의 연속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눈치 보기가 거의 전부입니다. 2 액션은 턱없이 부족하고, 게임 내 기반도 자원도 서로 공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자원 개발하거나, 초원을 턱 깔았다가는 다음 사람과 다다음 사람이 자원 다 캐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임더 보스 같은 협상 게임은 아니더라도, 협상이 계속 오고갑니다. 저 자원 내가 설치했으니까, 이 정도 길은 뚫어줘, 같은 식으로요. 사실 실제 게임에서는 애덤 스미스가 주창했던 보이지 않는 손처럼, 자신 하고 싶은 것만 하는데 서로 협력하는 꼴이 형성됩니다. 위에서 말했듯 점수 차이가 크게 나는 편이 아니라, 작은 실수 하나가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구성물이 예술입니다. 굉장히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부분인데, 게임의 구성물은 플레이어에게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황혼의 투쟁이 허접한 보드판을 개선하고 1위로 올라선 것도 우연이 아니죠. 특히나 이 게임이 어필하는 대상은 라이트 게이머나 입문자가 주이기 때문에, 구성물이 정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종이로 이루어진 개인 보드는 감점 요소이지만, 나머지 나무 미플들이나 일러스트에서는 흠 잡을 데가 없습니다. 만약 이 게임이 브래스 같은 "칙칙한(?)" 구성물이었다면 지금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지 싶어요.

이정도면 장점은 충분히 설명이 된 것 같습니다. 적게 적었지만, 제 기준으로 하나 쯤은 꼭 가지고 있을만한 게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전략 게임으로 초대장으로 괜찮을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야 신입 멤버와 할 일이 적고, 대부분 하던 사람과만 하는 편입니다만, 이제 전략 게임으로 입문할만한 게임을 추천하라면

일꾼 놓기 - 워터딥 or 석기시대 or 미드가드

덱빌딩 - 어센션

수송 - 비아 네뷸라

경제 - 상트

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수송 게임의 핵심만 간결하게 뽑혔습니다. 무엇보다도, 잔룰이 횡행하는 요즘 시대에 "잔룰 같은거 없어도 재밌는 게임 만들 수 있다" 고 외치는 것 같은 작품이라 꽤나 인상 깊었네요. 그리고 라이트 게이머, 입문자 대상이라고 했지만서도, 헤비 게이머끼리 가볍게 한 판 하기에 이만한 게임이 참 드뭅니다. 기껏해야 상트나 홈스테더스 정도 일까요. 마틴 게임은 비유하자면 밥 같습니다. 있다고 계속 끌리지는 않는데, 없으면 뭔가 아쉬운 게임이죠. 혹시라도 구매를 고려하고 계시다면, 주저없이 사는 것을 추õ드립니다. 10 점 만점에 10 점을 줄 수는 없지만, 7점 밑으로 주기도 힘든 게임이 아닌가 합니다.

P.S : 왜인지 모르는데 글자가 깨지네요.. 어디서 복사 붙여넣기 한 것도 아니고 여기서 작성했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좀 졸려서 맘 가는대로 쓰다보니 약간 횡설수설이 된 것 같은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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