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3. 쓰루 디 에이지스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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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12 오후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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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06년

게임 타입 : 전략게임, 테마게임, 문명게임, 전쟁게임

플레이 타임 : 180~240분

플레이 인원 : 2~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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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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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 문명 시리즈가 있다면 보드게임엔 쓰루 디 에이지스가 있습니다. 왜 이런 게임을 이제야 배운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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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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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루 디 에이지스의 룰을 하나하나 설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전체적인 게임의 개요만 설명하고 감상을 통해 세부적인 것들을 살펴보기로 해요.

쓰루 디 에이지스는 총 4 단계의 시대를 거쳐 문화 승리를 거두어야 하는 문명게임입니다.

모든 플레이어는 같은 수준의 문명으로 게임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강한 개성을 가진 위인이 태어나고, 인구가 늘어날 수록 농업/생산업/국력/과학력 중 특정 분야에 강세를 보이는 국가로 성장하며, 경이로운 문화유산(Wonder)를 남기며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죠. 국력에 밀리지 않도록 꾸준히 군사력을 늘리고 타국가를 견제해야 하며, 시민들의 행복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놀거리를 제공해야 하기도 합니다.

각 문명은 4개의 시민액션(하얀토큰)과 2개의 군사액션(빨간토큰)을 가지고 게임을 이끌게 됩니다.

시민액션은 메인보드에서 다양한 카드를 가져오거나, 자신의 보드에 설치하거나, 인구를 늘리고, 건축물을 짓는 등 문명의 발전에 관련된 행동들을 할 수 있죠. 군사액션은 병력을 증강시키거나 타국가를 침략할 때 쓰이는 등 전쟁과 관련된 행동에 쓰이게 됩니다.

이러한 액션토큰은 어떤 정치체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정해집니다. 문명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진보 방향과 그 수준에 맞는 정치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죠.

쓰루 디 에이지스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가 발동합니다. 그런데 이벤트가 발동하는 방식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이벤트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미래 이벤트 덱에 그 카드를 비공개로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벤트 덱에 있는 카드를 한장 뒤집어 그 이벤트를 해결하는 방식이죠. 이렇게 반복하다 현재 이벤트 덱이 모두 떨어지면 미래 이벤트 덱의 카드를 현재 이벤트 덱으로 가져옵니다.

즉, 플레이어들이 사용한 이벤트 카드는 말 그대로 ‘미래’에 발생합니다. 그렇기에 이벤트 카드를 쓸 땐 지금이 아닌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어떤 이벤트들이 이미 발동 되었는가? 이 카드가 발동 되었을 때 내가 이득을 볼 수 있는가? 미래 이벤트 덱에 내 카드를 몇 장이나 넣어두었는가? 내게 유리한 이벤트를 넣을때마다 발동하는 이벤트가 내 발목을 잡진 않는가? 하는 점들을 잘 고려해야 하죠. 초반에 공격적인 이벤트가 많은 반면 후반엔 고득점을 노릴 수 있는 이벤트가 많은 것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물론 문명 게임인 만큼 상대방을 힘으로 굴복시키는 전쟁 류의 카드 또한 존재합니다. 다행히 이런 카드들은 수비측이 상당히 유리한 편입니다. 공격측과는 달리 방어측은 군사 희생이나 보조카드를 통해 군사력을 일시적으로 향상 시킬 수 있거든요. 이것은 게임 디자이너 블라다 크바틸이 전쟁이 아닌 인류의 문화 발전에 더 중점을 두고 싶어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점은 룰북에도 ‘쓰루 디 에이지스는 전쟁만 하는 게임이 아니다’ 하는 식으로 명시되어 있죠.

상대방과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고 서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카드도 존재합니다. 재밌게도 동등한 동맹관계는 아닙니다. A나 B중 어느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어느 한쪽 문명이 더 이득을 보는 일이 많은 편이죠. 룰북에는 ‘이 카드를 쓰기 전에 어떠한 형태의 암시/협상도 할 수 없다’라고 명시 되어 있습니다. 이 점이 아주 흥미로운데요. 이러한 정치 카드는 매 턴마다 1장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상대 문명이 과연 나의 제안을 수락해줄까? 하고 고민하게 만듭니다. 물론 엄청난 수의 군대를 통해 상대방을 강제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도 있죠.

모든 카드가 전부 소모되고 마지막 시대가 끝나면 남아있는 이벤트 덱을 하나씩 확인하며 이벤트를 해소한 뒤 서로의 문화 점수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가장 높은 문화 점수를 가진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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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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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루 디 에이지스는 마약과도 같은 게임입니다. 매 턴마다 고통과 희열이 계속 반복됩니다. 자원, 행복, 시민, 식량, 과학, 군사 등 여러가지를 유연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할 것이 굉장히 많죠.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이상 모든 것을 골고루 발전 시키는 것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게임 내내 무엇인가 한 두개가 모자라는 느낌을 계속 받습니다. 이게 제법 고통스럽습니다. 게임 내내 계속 발목을 잡죠. 그러나 이것은 모두에게 마찬가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단점은 줄이고 장점은 극대화하며 문명을 발전 시켜나가야 합니다. 결국 비슷한 상황 속에서 누가 조금 더 잘하느냐- 의 차이인거죠. 세상에 완벽한 국가는 없듯 게임이 끝나면 언제나 무언가 모자라다는 느낌이 남기 때문에 "한번만 더!" 하고 자꾸만 쓰루 앞에 앉게 됩니다. 이런 중독성 강한 부분은 PC 게임 문명과 꼭 닮았군요.

쓰루 디 에이지스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 세가지를 꼽으라면 1. 통제 가능한 이벤트, 2. 간접적인 긴장감, 3. 시간의 흐름 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쓰루 디 에이지스에서 ‘무작위’로 벌어지는 이벤트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작할 때 깔게 되는 초반 이벤트를 제외하곤 모두 플레이어들이 계획을 세워가며 심어놓은 지뢰(?) 같은 존재들이죠.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가? 누구에게 이득을 주는가? 어느 타이밍에 발동될 것인가? 모든 것은 불확실함 안고 설치된 것이죠. 매 이벤트마다 누군가의 계획과 악의가 느껴지기 때문에 ‘어처구니 없는 카드 운빨에 피해를 입었다’ 같은 허무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점이 꽤나 좋습니다.

쓰루 디 에이지스만이 가진 ‘간접적인 긴장감’ 또한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누군가 조용히 군대를 양성하기 시작하면 게임 전체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다들 약소국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다른 문명들도 군대를 키워나가기 시작하죠. 인구와 군사액션을 소모하면서요. 또한 약소국가들은 서로 협력관계를 맺어가며 맞설 준비를 합니다. 그 와중에 약소국가끼리 서로 이득을 보려고 눈치를 보죠. 이렇게 누군가의 행동으로 인해 게임 속 분위기가 미묘해지고, 간접적으로 상대방에게 행동을 강요하는 점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저는 직접적인 한 수보단 이렇게 ‘조용한 한 수’를 더 좋아합니다. 단순한 협박인가? 정말로 침략 준비를 하는 것인가? 수를 낭비시키려는 의도인가? 단 한 수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이야기 하고 있죠. 오히려 전쟁이 남발하는 문명 게임이었다면 쓰루 디 에이지스의 매력이 반토막이 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의 흐름’이 제대로 느껴지는 게임은 쓰루 디 에이지스가 처음인것 같습니다.

매 턴마다 메인보드에서 카드가 빠져나가는 게임은 이전에도 본 적이 있습니다. 모렐 같은 게임이 대표적이겠네요. 이런 게임에선 카드가 빠져나가는게 별로 아쉽지 않습니다. 어차피 비슷한 카드는 많으니까요.

그런데 쓰루 디 에이지스에서는 위인 / 문화유산처럼 한번 놓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카드가 제법 많은데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대의 변화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이런 시간의 제약 때문에 중요한 카드는 무리를 해서라도 가져와야 하는데요. 문제는 문명을 발전시키는데도 시민액션을 써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카드와 문명의 발전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저울질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게임이 끝나고나면 항상 ‘그 때 그 카드를 가져올걸’ 하고 후회를 하곤 합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타이밍에서의 문명의 발전도 중요하기 때문에 ‘카드를 가져오는게 정답이었나?’ 하는 질문의 답은 항상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아쉬움이 계속 남기 때문인지 다음엔 더 탄탄한 문명을 만들고 싶어지더군요.

쓰루 디 에이지스는 정말 굉장한 게임입니다. 인구와 자원을 절묘하게 조절할 수 있는 관리 능력, 무엇을 해야 가장 효율적인지 읽을 수 있는 계산 능력, 이벤트 카드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미래를 예측 할 수 있어야 하는 통찰력, 여러 국가 사이에서 버티며 생존해야 하는 위기 관리 능력 등 여러가지를 요구하죠. 게다가 게임 시스템은 매번 비슷하지만 게임 속 분위기가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푸에르토 리코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 아닌가 싶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정말 마약처럼 자꾸만 하고 싶어지는 게임입니다.

다만 쓰루 디 에이지스의 치명적인 단점을 고르라면 역시 난이도 및 플레이 타임을 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영상 리뷰에서도 언급했 듯 룰북이 잘 쓰인 편이 아닙니다. 예제 그림도 굉장히 적은데다 초급룰 / 중급룰 / 상급룰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죠. 게임의 볼륨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방식이긴 하지만 차라리 초급룰은 버리고 남는 여백을 풍부한 예시 / 그림으로 채웠다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게임의 난이도는 제법 높은 편입니다. 이는 게임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게임 내내 신경써야 할 게 많기 때문입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이 사방에 깔려있죠. 군사력 계산, 과학 생산력 계산, 문화 생산력 계산, 행복도 관리 등 자칫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초보자들끼리 모여 이 게임을 독학하고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엔 “거의 불가능 하다”고 생각합니다. 룰도 룰이지만 플레이 타임이 상당히 깁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정치체제를 바꾸게 되고, 더 많은 액션 토큰을 얻기 때문에 각 플레이어의 턴이 점점 길어지거든요. 안그래도 플레이 타임이 상당한 게임인데 버벅이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거릴지 상상조차 하기 힘드네요. 이 게임을 배우고 싶다면 온라인 게임을 통해 이것저것 해보며 배우거나 주변의 고수들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는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토큰에 대해서도 불만이 꽤 있는데요. 토큰들도 굉장히 작은 편에 속하는데다 집기도 힘들며, 하필이면 원통형이라 자칫하면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러다니기도 합니다. 게다가 점수 트랙도 너무나 비좁아 여러 큐브를 올려놓는 것도 힘듭니다. 콤포넌트 면에서 좀 더 친절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다행히 이것은 쓰루 디 에이지스 신판에서 훨씬 나아진 것 같습니다.

쓰루 디 에이지스 신판은 아직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비교는 어렵습니다만 신판에서는 다양한 밸런스 패치 및 룰 개정이 이루어졌더군요. 특히 전쟁 부분에서 수비측에게 많이 유리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쓰루 디 에이지스 신판도 정말 재밌을 것 같지만, 저는 구판 쓰루 디 에이지스에서 느껴지는 전쟁의 압박감이 꽤 마음에 들기 때문에 좀 더 호전적인 느낌의 구판에 한동안 머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와 같이 룰북 / 플레이 타임 / 콤포넌트와 같은 게임 외적인 것들을 제외하곤 어디에 무슨 태클을 걸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재밌습니다. 긱 상위권에 머물고 있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정말 멋진 게임입니다. 꼭 한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원문 :: https://www.raccooncave.com/through-the-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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