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어 쓰는 리뷰2: 젠도

yoo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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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5 오전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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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루니 피라미드(Looney Pyramids)'를 아시나요?

달리, 아이스하우스 피라미드(Icehouse Pyramid)라고도 부르기도 하지요.

이 컴포넌트가 처음으로 쓰인 게임이 앤드류 루니가 1987년에 쓴 동명의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스하우스'라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 게임이 출시되었을 때는 루니랩이 아니라 아이스하우스 게임즈라는 회사였다고 하네요.)

이 피라미드는 기본적으로 5개의 색상, 3개의 크기로 이루어져있는, 총 15개의 사면체 피라미드입니다.

아이스하우스를 포함해서 여러 게임이 이 피라미드들로 플레이가 가능한데요, 긱을 보면 이 피스들로 개발 중인 게임도 종종 보입니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게임 역시 기본적으로는 이 피라미드들로 하는 게임입니다.

(추가 마커를 포함해서 젠도(zendo)라는 이름으로 따로 출판되었긴 합니다ㅋㅋ)

2. 젠도

젠도는 선도(禪道)를 의미합니다. 즉 선불교입니다.

이 게임은 불교의 선문답을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게임 자체가 일종의 선문답이기도 하죠.)

불교의 도는 불립문자(不立文字), 즉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아리송한 선문답으로 불성을 이야기합니다.

자세히는 저도 잘 모르기 때문에! 게임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 게임에는 다음과 같은 준비물이 쓰입니다:

- (5색 대/중/소 피라미드) 5세트(75개 피라미드)

- 3색 마커 20개씩(젠도 본 판에는 흰색/검은색/녹색)

게임의 목적은 '불성(佛性)'을 찾는 겁니다. 불성이 뭐냐구요?

아래 공안에는 불성이 있습니다.(아래와 같이 피라미드로 이루어진 것을 공안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아래 공안에는 없습니다.

어때요, 참 쉽죠? 이제 불성을 아시겠죠?(농담)

불성이란 피라미드를 놓는 패턴, 규칙입니다.

색깔, 크기, 방향, 상하 위치, 지시 등 여러 요소가 패턴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의 예시에서 저는 '초록색 피라미드가 하나 이상 존재한다'라는 간단한 규칙을 불성으로 세웠습니다.

더 복잡하게 '홀 수개의 피라미드가 다른 피라미드를 가리키고 있어야 한다'같은 규칙을 세울 수도 이

즉 일종의 패턴을 찾는, 문제 출제자와 문제 푸는 사람이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 공안도 초록색 피라미드가 있으니 불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의 개요는 이렇구요, 구체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준비 단계

먼저, 문제출제자 즉 '스승님'을 고릅니다.

그리고 스승이 된 문제출제자는 마음 속에 '불성'의 규칙을 정하고, 불성이 있는 공안을 하나, 불성이 없는 공안을 하나 만듭니다.

마커(있으면 백색/없으면 흑색)로 불성 여부를 표시하고, 제자들에게 투표용 마커를 나눠줍니다.(백1/흑1)

2 질문 단계

나머지 문제를 푸는 사람, 즉 '제자'들은 다음과 같은 차례를 갖습니다.

1) 새로운 공안을 만들기

2) "스승님"을 찾는다:

- 스승은 즉시 그 공안에 불성여부를 알려준다.(불성 여부는 백색/흑색 마커로 표시)

OR 문답을 요청한다.

- 문답을 요청하면, 질문한 제자를 포함하여 모든 제자들은 그 공안에 불성이 있을지 없을지를 비밀리에 투표합니다.(손에 불성이 있다면 백색/없다면 흑색 마커를 쥡니다.)

- 이어서 스승은 그 공안의 불성 여부를 제자들에게 알려주고, 맞춘 제자에게 추측 마커(녹색)을 보상으로 줍니다.

3) 불성 규칙을 추측한다(필수적이지 않음.)

- 추측 마커가 있다면, 하나의 추측 마커를 내고 규칙을 추측한다.

- (규칙이 틀렸다면)스승은 반증이 되는 예를 만든다.("멍청한 녀석! 보아라 네가 불성이 있다고 한 규칙에 따른 이 공안에는 불성이 없다!")

- 원하는 만큼 추측 마커 개수만큼 추측할 수 있다.(각각에 대해 스승은 반례를 제시해야 한다. 이미 반례가 존재했다면 안 해도 됨.)

4) 턴이 끝나면 자신의 왼쪽 사람에게로 턴이 넘어간다.

3 승리

만약 스승님이 더는 반례를 제시할 수 없다면, 그 규칙을 제시한 제자의 승리입니다!

3. 장점과 단점

이 게임은 해본 게임이라 좀 더 개인적인 소감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장점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1 생각보다 룰은 쉽지만 이기기는 어려운 게임입니다.

위 예시는 정말 간단한 규칙이기에 저걸 왜 못 맞추냐 싶으시겠지만...

실제로 방향이나 갯수, 홀짝 등 여러가지를 고민하다 보면 알기 쉬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피라미드 몇개로 이루어진 공안들을 보면서 짱구를 어마어마하게 돌릴 여지가 있습니다.

2 또한 휴대도 간편한 편입니다.

3 의외로 머리쓰는 게임임에도 자신이 "스승"일 때 남을 멸시하면서 "이 멍청한 녀석아!"라고 하는 건 아주 즐거워 파티파티해질 수 있습니다(..)

저희는 여러 라운드를 돌리면서 문제를 맞추면 먼저 스승이 되게 한다고 했더니, 피튀기는 경쟁이 있었습니다.

4 난이도가 출제자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긴 한데, 긱에 zendo 문제를 난이도 별로 꼽아놓은 파일이 있어 해결이 가능합니다.

다음으로 단점입니다. 정리하다 보니 꽤 많네요..

1 룰이 애매합니다.

남의 위에 서는 맛에 경쟁을 하긴 하지만, '이기고 지고'가 애매합니다.

게임의 끝도, 한 라운드만 진행하는 건 너무 짧고 모두가 스승을 하자니 너무 깁니다.

핵심부분은 정말 재밌는데, 주변의 '게임다움'을 만드는 요소가 좀 부족해요.

2 출제자의 능력을 많이 탑니다.

스승을 맡은 사람이 불성 규칙은 긱을 보고 해결한다고 해도, 처음 두 공안을 만드는 능력이나, 반례를 만드는 능력을 많이 탑니다.

교묘하게 불성 규칙과 아리까리한 규칙들이 겹치게 반례를 짜는 사람도 있는 반면,

너무나 규칙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반례를 만들어 모두가 반례를 보는 순간 규칙을 알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 비슷한 수준의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플레이가 좀 편중될 수 있습니다.

이는 위 단점과 연관되는데요, 열심히 해서 자기가 스승이 되었더니 너무 쉽게 다들 맞춰버리면 맥이 빠집니다.

어려운 규칙은 수바퀴를 도는데, 자신이 낸 것은 2-3바퀴에 정답이 나오면 기운이 빠지죠.

잘하는 몇몇 사람이 독점적으로 플레이를 진행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4 머리쓰는 걸 싫어한다면 극혐일 것 같습니다.

게임성이 높다기 보다는 퍼즐을 푸는 즐거움에 가까워서, 이런 걸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정말 지루한 시간을 보낼 듯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호불호가 강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4. 나가며

저는 퍼즐을 좋아합니다.

머리쓰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고, 스승이 되어 제자들을 깔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규칙 중에 정답을 찾을 때의 쾌감은 어마어마합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그 짜릿함은 더하죠.

전혀 다르지만 퍼즐이라는 점에서 우봉고 3D와도 비교할 만합니다. 게다가 가볍고 휴대성도 좋아요!

그러나 어디든 선뜻 내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룰 설명도 쉽고, 플레이 시간도 조절 가능하지만, 이런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정말 지겨워 할 것 같아서요.

그런 점에서는 우봉고처럼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되는' 그런 아슬아슬함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좋은 게임입니다! 퍼즐이나 추리를 좋아하시면 한 번 해보세요!

보드엠에 루니 피라미드가 입고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 있네요.

핸드메이드(종이접기 등으로)로 플레이 해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구매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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