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 로마 공화국 간단 후기

초코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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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8-30 오전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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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정치 보드게임 로마 공화국을 플레이를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한 것과는 너무 다른 느낌의 게임이라 개인적인 실망도 좀 들어 있는 후기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간 것이라 읽으실 때 유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몇 년 전 중고로 로마 공화국을 구입할 때는 디마허처럼 정당 형성을 통해 정치를 해나가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거기에 거만이님의 방송을 듣고 더더욱 그런 생각을 품게 되어서 기대를 많이 했답니다. 그래서 플레이 하는 모임이 있으면 배우고 싶었던 차였습니다.

정해빈님이 전체적인 룰북을 해석하고 수정해서 제대로 된 룰북이 완성되어 사실상 로마 공화국의 보급에 힘쓰신 덕분에 꽤 많은 분들이 이 게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카별님이 매주 서울대학교에서 이 모임을 개최하게 된걸 알고 이번에 참석하게 되었죠.

일요일에 서울대 자연대 정류장에서 내려서 강의실로 향했습니다. 물론 일단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가보니 처음엔 아무도 없었는데, 잠시 나갔다 온 사이에 4~5분이 앉아 계시더군요.

그리고 한 분이 로마공화국의 요약본을 나눠주고 계셨습니다. 정해빈님이시더군요. 대학원생이신데, 이번에 룰을 설명하고자 이렇게 나왔답니다. 속속 도착하는 사람들. 간단한 이름으로 각자 소개를 마치고, 정해빈이 로마 공화국의 요약본 룰을 보면서 간단하게 설명에 들어갑니다.

간단한 설명이 40분. 완전 세미나에 온 기분으로 듣게 되었네요. 역시 대학원생이라 다르더군요. PPT 를 많이 해서인지 설명에 있어 굉장히 매끄럽고 여러가지 위트 넘치는 얘기도 하면서 설명하는 동안 집중할 수 있었답니다. 말빨이 좀 되시던 분이었네요.

대략 오늘 모이신 분들은 11~12명. 나이대는 거의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분들이고, 커플분들이 그나마 나이대가 있었답니다. 남자분이 저랑 같은 30대후반인지 궁금하긴 한데, 잘 모르겠더군요. 사실상 액면가로 따지면 제가 제일 나이가 많았던 것 같네요. ㅠ.ㅠ

룰 설명이 끝나고 팀을 나눠 2팀으로 게임을 진행할 예정이었네요. 당시 새로 오신 사람들 중에 게임을 소장한 사람은 일단 저 한명 뿐. 나중에 오신 분들 중에 게임을 소장하고 계신 분이 더 있으셨는지는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전 차근차근 배우기 위해 정해빈님과 함께 했고, 제 주위에 있던 다른 분 2분이 합세하고, 카별님이 참가해서 5인플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팀도 6인플로 진행했는데, 진행 도중 대학원생분이 먼저 가게 되어서 5인플로 진행하게 되더군요.

일단 얘기중에 정해빈님이 저에게 훈타나 아임더보스를 좋아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전 예전에 게임을 할 때 아임더보스에 크게 데인적이 있어서 무척이나 싫어하는 게임이라고 얘기했는데, 그 얘기를 듣고 꽤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더군요.

얘기를 들어보니 로마 공화국이 그런류와 매우 비슷한 게임이라는 것이네요. 그 얘기 듣고 아뿔사! 내 취향과는 완전 다른 게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네요. 그래도 배워봐야 할 것 같아서 진행하게 되었답니다.

셋팅을 통해 각자의 당파에 속한 의원들을 갖고 랜덤 속주를 배치하고, 카드 섞는것과 여러가지를 알려주셨답니다. 시나리오는 중기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초기보다는 중기가 게임의 전체적인 느낌을 잘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초기는 협력적인 플레이가 요구되고, 후기는 거의 숙련자들의 대결이라고 하더군요.

5명 중 2명만 숙련자고 나머지 3명이 초보라서 요약본에 나온대로 차근차근 진행했습니다. 확실히 요약본 대로 진행하니 게임 진행은 쉽더군요.

초기 임시 의장을 선출했는데, 제 왼쪽에 있던 미국 유학을 하시는 영준님이 선출되었습니다. 그리고 각자 속주를 랜덤으로 얻어 1명씩 총독을 파견합니다.

첫 자연사할 의원을 뽑았는데, 다행히 나오지 않아 넘어가고 각자 의원들의 수입을 얻고, 속주에 대한 착복 유무와 속주에 수입등을 통해 국가재정을 조정합니다.

그리고 주사위를 굴려 숫자에 따라 카드 획득과 몇가지 일을 끝나고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원로원 단계를 통해 차기 의장 및 집정관, 감찰관 임명에 대한 투표를 진행합니다. 여기서 제가 가장 힘들어 했고, 이 게임에 대한 느낌을 달리하게 된 부분입니다.

전 단계에서 각 당파의 남은 의원의 투표수를 통해 어느 누가 합쳐야 과반수를 획득할 수 있는지 서로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물밑작업에 들어갑니다. 누가누구에게 '내가 이 카드를 주겠다' , '돈 얼마를 주겠다' , '다음번에는 확실히 밀어드리겠다' 등등 여러가지 조건을 내걸고 자신들과 합칠것을 제안합니다. 전 이런걸 무척이나 못하는 사람이라 남들이 서로 조건을 내걸며 자기편을 만들 때 손가락만 빨고 당황하고 있었네요. 정말 아임더보스의 느낌보다 더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이런 거래를 할 때 공적계약과 사적계약이 있어서 악수를 나누었다면 진짜로 지켜야 하고, 그냥 구두로만 약속하면 파기해도 되는 계약인데, 여기서는 다들 공적계약을 맺어 끝까지 지키시더군요. 이를 통해 의장 및 집정관, 감찰관직을 3명이서 나눠먹기 시작하자 점차 남은 2사람이 힘들어집니다.

제 오른쪽에 있던 서울대 학생이신 사용님도 처음엔 갈피를 잡지 못하시다가 어느순간 이 게임의 본질을 파악하시면서 적극적인 거래에 나서게 되어 카별님과 영준님과 손을 잡고 후기에 삼두정치에 나서게 됩니다.

5명 중 저 한사람만 공직 하나 얻지 못해 제 의원들은 거의 들러리 수준이었고, 공직을 두루두루 거친 다른분의 의원은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거물급 정치인이 되어 있었더군요.

사실상 중후반에 속주 2곳에 제가 의원을 파견하면서 더더욱 투표수가 없어져 최약체 당파가 되어 어떤 힘도 발휘할 수 없었네요. 사실상 무력감에 빠져 게임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게 되었답니다. 이걸 보고 느낀 점은 함부로 속주 파견에 많은 의원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점. 본인의 의원들이 로마에 남아 있어야 투표를 행사할 수 있기에 어느정도 투표수가 확보해야 다른 이들과 거래가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의장이 된 카별님이나 다른 이들이 계속 토지 개혁법을 발의하고 통과시켜, 정,부의제자가 서로 인기도와 영향력을 나눠 먹으니 권력을 독점한 이들은 계속 성장하게 되더군요.

다행히 로마에는 큰 전쟁도 없었고, 겨우 작은 전쟁이 벌어지자 카별님은 영준님과 사용님과 손을 잡고, 사용님에게 막대한 병력을 주는 것에 동의하고 병력을 2배이상 늘려주어 이걸로 승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엄청난 군사 모병비와 유지비등에 대해 저랑 해빈님이 반대했지만 과반수라서 그냥 밀고 나갈 수 있더군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니 그 의원은 더더욱 인기를 얻게 되었고, 카별님은 해빈님의 전직 집정관을 반란자로 규정하고 재판에 회부합니다. 다행히 제가 돈 5 탤런트를 전부 올인하고, 해빈님의 전직 집정관 의원의 인기도와 영향력이 있어서 승소할 수 있었답니다.

그런대로 게임이 굴러가긴 했는데, 이거 참 투표수가 적어 힘이 약한 당파에는 아무도 거래를 하지 않더군요. ㅠ.ㅠ 슬펐답니다. 다만 게임 후반 다들 시간이 없어서 아쉽게 종료하게 됩니다. 영향력을 비교해 보니 어느분이 제일 많았는데, 그걸 확인을 못했네요.

다만 영준님은 종신집정관이 되려고 강제발의를 준비 중이었지만 제가 그때 호민관을 죽일 수 있는 카드와 영준님의 발의를 막을 수 있는 호민관 카드가 있어서 쉽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게임이 은근히 그리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끝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저 때문에 게임이 재미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중후반 완전 힘을 잃어버리니 무기력으로 일관했으니 말이죠. 해빈님이 그거 때문에 중후반에 저를 신경 써주었지만 회복이 불가능할 지경까지 세력이 밀려 버렸기에 손을 쓸 수 없었다는 사실.

사실상 이 게임의 단점이 될 수도 있더군요. 소규모 당파를 그냥 버려버리면 그걸 맡은 유저는 게임 포기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점. 게임할때 유념해야할 부분입니다. 이렇게 초보가 많을 경우 6인으로 진행해야 3:3 구도가 되어서 3:2 구도 보다는 좀더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올지도 모르겠더군요. 그나저나 우리쪽이 이렇게 끝났지만 반대편의 경우 꽤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지더군요.

전쟁이 무려 3~4개가 터지고, 파견나간 군대가 몽땅 대패해서 사라져서 국민의 불만도가 최고조, 나라 재정은 파탄지경까지 가 있던 상황이었답니다. 이 팀은 이후에 계속 게임을 진행해서 로마가 멸망하면서 끝났답니다. 하지만 다들 꽤나 훌륭하게 플레이를 한 것 같아서 만족하고 계시더군요.

역시 이걸 보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 게임의 재미가 달라진다는걸 느꼈습니다. 저 같은 소심하고 소극적이고 거래나 회유 같은 말빨을 요구하거나 잔머리를 요구하는 게임에는 쥐약인 사람에게는 최악의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걸 말이죠. 그 반대의 사람에게는 게임 내내 무척이나 즐거운 최고의 게임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모두가 게임을 정리하고 아쉽게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동안 전 굉장한 무력감을 느끼면서 왔습니다. 그 모임중에서 가장 못한 플레이가 맘에 걸렸네요. 이런 기분은 예전 GMT 게임인 처녀여왕 (버진퀸) 을 할 때 스페인 국가를 맡아 사방의 적들과 싸우다가 패배해 무력감에 빠졌던 때와 같더군요.

제가 이렇게 게임을 못할 줄이야. 게임 중에는 다른 분들은 금새 게임의 본질을 깨달았는데, 전 중후반이 가도록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죠. ㅠ.ㅠ

게임 자체는 훌륭하지만 사람을 타는 게임이라서 우리 모임에서 잘 돌아갈지 의문입니다. 이런류의 게임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건 거의 소장용 게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게임 플레이 경험이 있으니 이걸 꼼꼼히 테플해보면서 룰북을 정독해 볼 요량입니다. 나중에 다시 서울대 모임에 참여할때는 구경꾼으로 가서 서기가 되어 후기를 작성하고 싶어지네요. 게임에 직접 참여해 플레이할 자신이 솔직히 없어졌답니다. ㅠ.ㅠ 무기력하게 플레이 할까봐서 말이죠.

생각보다 후유증이 오래가더군요. 버진퀸도 그러더니 이것도~~ 평가를 높게 해주고 싶지만 뭐랄까 플레이 하기는 꺼려지는 게임이 되겠네요.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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