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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파티 리뷰: 두 시간 동안의 펭귄파티 이후
펭귄파티는 4개 색깔의 카드가 각각 7장씩, 5번째 색깔의 카드가 8장, 총 36장의 카드로 진행되는 가벼운 필러게임입니다.
그 카드로 4명이서 진행하면 9장씩, 3명이서 진행하면 12장씩 들고, 최대한 많이 카드를 털어내는 것이 좋은 게임입니다. 이 이상의 게임 규칙이나 게임 설명은 다른 분들이 굉장히 잘 해놓으셨으니 패스하겠습니다.
펭귄 파티의 매력이라면 크니치아의 게임 중에서도 운 요소가 매우 적고, 실력 요소가 굉장히 큰 게임으로, 감히 1:9 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점이 크게 몇 가지가 있는데,
1) 디자인이 너무한다.
2) 게임성을 이해하는 것이 꽤 걸린다.
3) 카드 상호관계나 전략이 인원수에 따라 굉장히 크게 바뀐다.
4) 디자인이 너무 괴랄하다.
네 가지가 있습니다. (세 가지로 보이는 건 착각입니다)
3번이 중요한 이유가, 보드게임은 "베스트 인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네 명이서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을 해보고
다신 안 하겠다고 결정한 사람도 2~3인 플레이를 하고 최애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화이트채플을 5명이서 해보고
인생 최악의 게임이라 평했다 하더라도 2~3인 플레이를 하고 인생 게임이라고 의견을 180도 전환하는게 이상한 건 아니죠.
펭귄 파티는 파티용으로 가볍게 할 거라면 5~6인이 베스트로 보이지만, 전략적인 요소도 넣은 필러게임으로 즐긴다면 3인이 베스트입니다.
모드니 헤이븐에선 펭귄파티가 꽤나 자주 돌아가는데, 레이지니님이 만드신 펭파 대용 카드로 자주 합니다. 원본이 워낙 괴랄해서 말이죠...
아무튼 이 게임은 제 경우 다양한 인원수로 꽤 많이 즐겨봤는데, 전적이 다음과 같았습니다:
3인 승률: 100% (30~50전 기준)
4인 승률: 0% (5~10전 기준)
5인 승률: 0% (2전)
6인 승률: 0% (2전)
신기하게도 3인에선 무패, 그 외 인원수에선 무승입니다. 게임 진행은 인원수만큼 라운드를 돌리기도 하지만 10~20라운드도 합니다.
하지만 어제 역대급 펭귄파티를 해버렸습니다.
2시간 동안의 펭귄파티
헤이븐에서 성취감이란 팟캐스트의 녹음 및 MT가 진행됐기에, 중간에 껴서 잠깐 같이 놀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10:30쯤에 보라에서 흔히 보이는 이름들 에피아님, 계란말이님과 세 명이서 펭귄파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 게임이 이렇게 무서울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엔 온화하게 흘러갔...다고 하고 싶은데 처음부터 엄청나게 심한 게임이 진행됐습니다. 1층과 2층을 갖고 세 사람이 전부 다 엄청난 견제와 수읽기를 하니 굉장히 드래프팅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게임이 적응이 안 돼서 처음에 에피아님이 이기면서 치고 나가셨습니다.
에피아: -3
라연: -6
계란말이: -7
처음 서너 라운드 후가 이런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진짜 엄청 치열하고 긴장감이 맴도는 게임속에서 저와 계이님이 정신을 차리고 카운팅과 리딩을 더 열심히 하기 시작합니다.
조금씩 운영을 타이트하게 하면서 차이를 좁혀갔습니다. 물론 게임의 특성상 쉽게 확 좁히려고 자꾸 한 색깔을 죽였습니다. 에피아님도 계이님도 게임을 워낙 잘 하셔서 자기가 한 두장 있더라도 다른 사람을 죽이기 위해 같이 죽는 플레이를 계속 하고, 저는 선량하고 착한 사람이지만 당할 수는 없기에 (ㅋㅋ) 더 심하게 운영을 하다 보니 점수가 조금씩 좁혀지더라고요. 한 10라운드가 진행되니 점수 양상이 확 뒤집혔습니다.
에피아: -19
라연: -14
계란말이: -16
"1등과의 점수차가 5점밖에 안 나네요" 같은 말이 오가며 게임이 진행됩니다.
물론 여기까지 아무도 손을 턴 적이 없어요. 펭귄파티는 손을 다 털면 +2점이라 다들 그것만 노립니다. 패를 받아서 보며
"오 이 정도면 털 수 있을지도?" 란 생각이 들지만, 애초에 이 게임은 운 요소가 0%인 인터랙션 100%의 게임이라 패발이란게 존재하지 않죠.
한 15? 라운드쯤 도니까 게임 목표가 바뀝니다.
"우리 한 사람이 털 때까지 게임 할까요?"
누군가 말합니다. 다들 흔쾌히 동의합니다. 이미 이 게임은 혈전이 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말 재밌게 했습니다 ㅋㅋ. 딱 한 장나온 검정색을 누군가 막으면서 이번에도 아무도 못 나가겠구나... 흰색을 살리고 싶은데 다른 두 사람이 죽어라 죽이는 것을 보며 '아 역시 내가 흰색 제일 많은 걸 들키는구나' 하며 게임이 굉장히 다이나믹하게 흘러갔습니다.
한 20라운드 넘게 제가 잘 이기고 있다가, 갑자기 계란말이님 게임 운영이 엄청 강해지셨습니다. 안 그래도 계속 1점차셨는데 급 추월을 하셨습니다.
에피아: -40
라연: -31
계란말이: -30
이런 식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두 사람의 악마들 사이에서 에피아님이 어떻게든 추월하려 노력하지만, 계란말이님이 정말 너무 잘하시네요 ㅋㅋㅋ
게임이 더 흐르고, 정말 열심히 남의 패를 읽어가며 다섯 라운드쯤 지나니 다시 뒤집힙니다.
에피아: -50
라연: -38
계란말이: -40
이런 식으로 꽤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보통 한 라운드 끝날 때 제가 -1점, 계란말이님 -2점, 에피아님 -2~4점 정도로 계속 유지됩니다. 전 분명 계이님을 죽이려고 색깔을 막는데, 그게 왜 하필 에피아님한테 3장이 가있는지... 계이님 죽이기 미션이 자꾸 실패하고 (ㅠㅠ) 역시 아무도 손은 못 털고... 게임을 합니다.
근데 분명 게임한지 30분 정도 지난 거 같은데 거의 두 시간이 지나있네요?
정말 너무 즐겁게, 한 순간도 늘어지지 않고 해서 그런지 순식간에 지나버린 두 시간에 무서워졌습니다. 저녁 열시반쯤 시작했는데 왜 열두시반이지... 서진님은 포커좀 그만 치라고 놀리고, 다른 분들도 이게 이런 게임이었냐고 웃습니다 ㅋㅋ
그리고 저흰 결국 손패를 아무도! 한 번도! 털지 못하고! 게임을 접습니다.
에피아 - 70
라연: - 50
계란말이: -55
정확한 점수는 모르지만 대충 이런 느낌으로 끝났습니다.
역대 최고 재밌던 펭귄 파티. 개인적으로 카드게임은 자유도 낮은 아이들 (티츄, 다이아몬드 등)을 별로 안 좋아하고, 자유도 높은 아이들 (뮤, 보틀임프 등)을 엄청 좋아하는데, 펭귄 파티는 역시 3인에선 자유도도 높고 전략성도 엄청 짙은 훌륭한 필러입니다. (이미 필러인지 모르는 수준으로 오래 했지만...)
제 Top 10게임 안에 이제 들어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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