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7. 당신의 책을 가져오세요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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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31 오후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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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15

인원 : 3인~8인 (5-6인 베스트)

플레이타임: 20~60분

장르 : 파티게임

언어 : 0/10 (읽을 수 있는 책이면 OK)

난이도 :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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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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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로 보드게임을 하는 세상이 왔는데 우리 주변에 널리고 널린 책으로 보드게임을 못할건 뭐가 있습니까? 책으로 즐기는 보드게임, "당신의 책을 가져오세요"를 알아봅시다.

농담이 아닙니다.

게임을 하고 싶으면 진짜로 책을 가져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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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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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책을 가져오세요"는 애플 투 애플즈, Say Anything 을 해봤다면 금세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1. 플레이어들은 자기의 책을 한권씩 준비합니다. 내용을 얼추 알면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읽어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2. 플레이어들은 둘러 앉아 자기의 책을 앞에 내려놓습니다.

3. 문제 출제자는 카드 더미의 맨 윗카드를 한장 뽑습니다.

4. 두 개의 질문 중 하나를 선택해 크게 읽습니다. 예) 여자를 꼬실 때 쓰는 말

5.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자기의 책을 미친듯이 뒤적이며 정답에 근접한 문장 / 문단을 찾아야 합니다. 길이는 상관없습니다.

6. 정답이라 생각하는 문장을 찾았다면 "찾았다!!!" 하고 외치고 1분짜리 시계를 뒤집습니다.

7.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1분 내에 정답에 해당하는 문장을 찾아야 합니다.

8. 1분이 지났는데도 문장을 찾지 못했다면 무작위로 책을 편 뒤 무작위로 지문을 하나 고릅니다. 그것이 해당 플레이어가 선택한 답입니다.

9. 돌아가면서 자신이 찾은 문장을 하나씩 발표한 뒤 출제자는 가장 마음에 드는 정답을 하나 고릅니다.

10. 해당 플레이어에게 문제 카드를 줍니다.

11. 만일 카드를 세 장째 받는 플레이어가 나타난다면 좌측으로 책을 넘깁니다. 즉, 새로운 책을 받아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12. 일정 갯수 이상의 문제 카드를 모은 사람이 나타나면 그 플레이어가 승리하게 되며 게임은 종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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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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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진부합니다. 그러나 기발합니다.

진부하다는 표현은 이 게임이 가진 자체적인 시스템을 말합니다. "문제에 대한 재밌는 대답을 제출하고 그 중에서 가장 재밌는 대답이 선택된다" 이런 시스템은 수 많은 파티게임 속에서 흔히 쓰입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즈 투 애플즈, Say Anything... 폭 넓게 본다면 도박과 재치까지 그 범주 안에 포함 되겠군요. 그만큼 흔한 시스템을 사용했기에 솔직히 게임 자체에 대한 기대는 너무나 낮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무명게임을 할 바엔 이미 검증된 유명 파티게임들을 하는게 훨씬 낫죠.

그러나 "당신의 책을 가져오세요"는 정말 기발했습니다. 그 누가 생각했을까요? 책이란 물건을 보드게임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요. 책을 좋아하는 저 또한 한번 읽고난 책은 책장 한켠에, 혹은 방구석 어딘가에 던져두곤 합니다. 전공서적의 경우 필요에 따라 몇번 뒤적여보는 일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무언가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행동이었죠. 그러한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재미 & 흥미 같은 감정은 느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정신없이 책을 팔락거리며 내용을 훑어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이 게임을 해보며 두 그룹의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아이들과 성인들이었죠.

스마트폰 / 컴퓨터에 익숙해진 요즘 아이들은 책을 지루하게 생각합니다. 학교/학원/아동센터에서 매일 책을 보라고 자주 이야기 합니다만 그것은 아이들에게 책의 진정한 재미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학습활동의 일부로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는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이용한 다양한 활동 놀이를 해보고 싶었지만, 거의 없다시피한 흥미에 불을 지피는건 언제나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눈을 감으면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서로 책을 뒤적이고, 상대방이 찾은 문장을 가지고 킬킬대며 웃고, "이 책에 그런 문장도 있어?" 하고 놀라며 모두가 같이 책을 돌려보는 모습을요. 물론 학습적인 효과는 0에 가깝겠죠. 기승전결, 주인공으로부터 배워야할 점, 이야기가 주는 교훈... 이런건 "당신의 게임을 가져오세요" 게임을 통해 절대로 배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뭐 어떻습니까? 게임이 끝나고 함께 책을 가져다 놓으며 "아까 네가 고른거 진짜 웃기더라 ㅋㅋㅋㅋ 다음에 같이 읽어볼까?" 하며 책을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다는건 멋진 일이 아닌가요? 아이가 책장으로 쪼르르~ 달려가 "한번 더 해요! 이번엔 이 책으로 해볼래요!" 하고 직접 책을 가져온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이들이 가진 "책은 어렵다", "책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는 것만으로도 아주 멋진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성인은 어떨까요? 놀랍게도 성인에게도 먹힐 수 있으며 게다가 상당히 재밌습니다. 책에 관심이 높고 파티게임을 좋아할 수록 이 게임에 흥미를 가질 확률은 큽니다.

대체로 성인들에게 있어 이 게임의 재미는 "가져온 책이 어떤 것인가"에서 시작됩니다. 책을 가져오라 했더니 "허세 200% 가득한 일본 만화책",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야한소설", "엄숙해야 할 종교서적",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는 전공서적", "요리백과" 같은걸 가져오면 게임 내내 황당하고 빵빵 터지는 정답들이 날아다닙니다. 약간 로컬라이징 해서 예를 들어드리자면...

문제 >> 누군가 몸에 문신으로 새겼을만한 문장!

1.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ㅋㅋㅋㅋㅋ)

2.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난 해적왕이 될 남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그레이는 침대에 눕더니 그녀를 OOOO OOOOO OOOO ㅡ (잠깐, 그만ㅡㅡㅡㅡ!!!)

문제 >> 긴급 뉴스 발표입니다!

1. 나는 너를 사랑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그라든다!!!)

2.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설렁탕을 사왔는데 왜 먹지를 못해?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대파를 큼직하게 송송 썰어 국에 넣는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가 긴급뉴스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식인거죠. 물론 모든 대답이 빵빵 터지는건 아닙니다만 가져온 책이 얼마나 괴상하냐 / 황당하냐 / 범용성 있냐에 따라 정말 상상하지도 못한 대답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특히나 1분 안에 관련 문장을 찾지 못해 무작위로 찍어야 했을 때, 모두가 사랑 표현을 이야기 하는데 혼자 "전류와 전극이 서로 만나..." 이러고 있는 모습도 실소가 터져나옵니다. 게다가 누군가 3번째 카드를 가져갈 때마다 책이 바뀌기 때문에 전혀 낯선 책을 뒤적거려야 하는 점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무교인터라 성경은 잘 모르는데, 그 얇디 얇은 종이를 팔락거리며 "이게 무슨 소리야 ㅠㅠㅠ 이해가 안돼 ㅠㅠㅠ" 투덜거리는 것도 재밌더군요 ㅋㅋㅋㅋ

모두에게 먹히겠습니까? 하고 물으신다면 그건 아닐 것 같습니다. 비슷한 다른 게임들이 평균적인 재미를 보장한다면, 이 게임은 책, 사람, 분위기, 성향에 따라 느끼는 재미의 크기가 굉장히 다를 것 같거든요. 다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혹은 함께 재미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아이들이 있다면 한번쯤 같이 하고 싶은 아주 흥미로운 게임입니다. 서로가 소장한 책을 함께 돌려보며 뒤적이는건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어렵거든요.

게임이라기보단 활동(Activity) 쪽에 가깝습니다만... 우리 일상 속에 있는 책을 활용한다는 그 아이디어에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간단하지만 멋진 게임입니다.

<< 모든 이미지는 보드게임 긱에서 가져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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