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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처가 모임 대실패 후기 (스압주의)

2,879 조회

2014.12.15 10:15

갑작스럽게 결정된 처가 모임.

토요일 오전 근무 끝내고 와이프랑 아이 챙겨서 처가로 쓩~갔습니다.

주중에 혹시 주말에 처형네가 처가 올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살짝 들었기에

금요일 밤에 살짝 일어나 미리 보드게임 챙겨놨습니다.

퇴근하자 마자 방에서 미리 챙겨둔 보드게임박스 수납상자를 들고 나오니

와이프가 배꼽 잡고 웃습니다.

"간다고도 아니고 혹시 올지도 모르겠다고만 했는대 그걸 다 챙겨놨네. 웃긴다 진짜ㅎ"

ㅜ_ㅜ

기대하지 말되 항상 준비하라. 는 명언을 다시 가슴에 세깁니다.

보드게임은

모던아트

아키올로지

미니빌 항구확장

T2R 10주년

로빈슨 크루소

요렇게 챙겼습니다.

로빈슨 까지는 정말 힘들겠지만 다른건 할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처형네는 형님이 저랑 코드가 잘 맞아서 보드게임을 매우 좋아합니다.

제대로된 게임은 추석이후로 처음이기에 토요일에 출근하면서도 신나더군요.

1시 퇴근 와이프 아이(4세) 픽업~

3시 처가 도착.

ㅡㅡ;;;

처형네가 오질 않습니다.

처가 30분 거리에 살고 토요일은 출근도 안 하는대 오질 않습니다.

3시쯤 온다고 했다던대..ㅡㅡ

그래서 일 끝나고 쏜살같이 서둘렀건만..

와이프가 전화 넣어 봅니다.

형님은 빨리 가자고 하는대 와이프가 알아다고 하면서도 꾸물딱 거리고 있답니다.

아니..

처가 오는대 부인은 뭉기적 거리고 사위는 빨리가자고 닥달이라니.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나 봅니다;;;

와이프랑 1대1이라도 뭐하나 하면 좋겠는대 울 와이프는 졸리다고 잡니다.

.. 오후 6시...

장모님이 밥상 다 차리니까

그제야 처형네가 도착합니다.

형님이 제게 다가와 "미안 동서.. 일찍 오고 싶었는대.. 거 참 맘대로 안되네 ㅜㅜ"

우리는 한 마음입니다.

일단 저녁식사.. 설겆이 마치고 과일 까지 먹으니 벌써 8시 가 됩니다.

마음이 급합니다.

저는 처가서 잘 준비까지 하고 왔는대

처형은 밤에 애들 샤워 시키고 그냥 가겠답니다.

"밥"만 먹으러 왔나 봅니다.

휴우..

하긴 보드겜 좋아하는 건 형님하고 저니까요.

오후 3시에 왔는대 겨우 밤 8시에 판을 벌렸습니다.

첫 게임은 "아키올로지"

이번 모임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루전 위펀에서 도착한 신품입니다.

아키올로지 세팅하는대.. 장모님이 TV를 틀고 드라마를 보십니다.

처형과 와이프는 보드게임 설명 안 듣고 눈이 자꾸 TV로 갑니다.

처형은 아예 처음 보는 드라마고 와이프도 보는 드라마가 아닌대...

둘다 자꾸 드라마에 넋을 놓습니다.

특히 울 와이픈 "나 이거 잘 모르겠어" 이러면서도 자기턴 외에는 TV보고 있습니다.

후우..

어떻게 2판 돌리고 "모던아트"를 꺼냅니다.

역시 왕 산만..

경매게임인대 울 와이프 뭔 소린지 모르겠다면서 그냥 돈 팍팍 지르고 있습니다.

차마 와이프 한태 화 낼수도 없고..

TV 보는 장모님한태 안방 들어가서 보시라고 할수도 없고..

"게임 이해도 못한다면서 다른 사람 어떻게 하는지 자 봐야지.. TV만 자꾸 봐. 보는 드라마도 아니잖아"

"날 조종하려고 하지마!"

후..

여기서 더 강하게 나갔다가는 앞으로 보드게임을 펼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노를 이성이 억누릅니다.

내가 왜 결혼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왜 그랬니 과거의 나?

크로노너츠 게임을 가져왔어야 했나.. 망상을 해봅니다.

시간이 자꾸 갑니다.

드라마 보고 있는 처형 와이프 땜에 넘 산만해서 3라운드에 그냥 중지시킵니다.

시간은 벌써 10시를 바라보네요.

처형은 애들 씻겨서 11시반쯤 집에 간다고 합니다.

T2R 10주년!

그래 이거 한판 진득하게 돌리고 가자.

big city로 해서 형님하고 2인플만 해도 괜찮겠다.

두둥..

이때 처형네 첫째 (초딩 3학년)이 급습합니다.

"나도 하고 싶어요"

아..

보드겜에 항상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장래 유망한 나의 조카..

하지만 대장이 여기 와 있으니

7살 4살 4살 .. 꼬꼬마 3인방이 같이 달라듭니다.

T2R 기차가 든 틴 케이스를 한개씩 들고 갑니다.

마루에서 기차 놀이가 벌어졌습니다.

후..

소중한 미니어처들 잊어먹지나 않았음 좋겠는대.. 여분이 좀 있으니까 한두개면 없어져도 어떻게 되겠지.

정신은 해탈 단계에 들어갑니다.

기독교를 버리고 불교로 입문했어야 하는대.. 후회가 됩니다.

초딩 3학년이 아직도 앉아서 "나도 하고 싶어요" 포스를 뿜습니다.

후.. 장래에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접대게임을 해야하는 어린이 입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미니빌을 꺼내듭니다.

어린이를 생각하면 그냥 본판만 해야 하는대

사림이 욕심이 과해서 "항구확장" 을 꺼냅니다.

포장도 안 뜯은 신품입니다... 산지 세달도 넘었어요. ㅜㅜ 해 보고 싶은게 죄는 아니잖아요..

카드가 엄청 많이 깔립니다.

초딩 조카는 돈 내고 카드를 산다는 기본 개념은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승리에 대한 욕심은 없고

예쁜 카드를 종류별로 많이 모으는대 중점으 두고 있습니다.

미니빌 확장은 "빨간색-남의 돈 뺏어오기. 보라색-남 괴롭히기?" 카드가 많이 추가됐지만

차마 조카 때문에 구입할수가 없습니다.

허허..

웃으면서 형님하고 어색하게 초딩 접대 게임하고 있는대

처형이 가자고 합니다.

형님과 눈을 마주칩니다.

씁쓸하게 같이 웃습니다.

남자들의 마음은 한결 같나 봅니다.

"형님.우리 보드게임 그만 두고 엑박이나 플스로 갈아탈까요?

그건 둘만 있으면 되잖아요."

넋두리 같은 이야기에 형님이 제 어깨에 손을 얹습니다.

"괜찮아 동서 다음 기회가 있을거야. 담에 제대로 한번 하자"

후..

집에 오는 길에 와이프에게 한마디 쏘아 주고 싶은걸 꾸욱 이를 악 뭅니다.

오늘도 취미생활로 스트레스 받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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