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드게임카페 기행기 : Little Cave
안녕하세요, 익퓨입니다.
지난 일요일 보드게임카페에 놀러 갔다 왔어요.
도쿄 신주쿠에서 서쪽으로 조금 더 가면 코엔지라는 곳이 나오는데, 그곳에 있는 보드게임 카페 리틀 케이브에 다녀왔습니다.
7월 10일에 개업한 따끈따끈한 곳이에요.
이곳은 보드게임 제작사인 리틀 퓨쳐에서 운영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리틀" 케이브예요.
리틀 퓨쳐는 삼국지를 테마로 한 카드게임인 "산고쿠(삼국)"라는 게임이 대표작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배틀라인이나 쇼텐토텐과 비슷한 시스템인데, 카드들이 삼국지에 나오는 장수들로 되어 있어서 그에 맞는 특수능력들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보드게임카페와 우리나라의 보드게임카페는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차이가 납니다.
첫번째는 가격이에요. 우리나라의 배 이상 비쌉니다.
리틀 케이브의 이용료는 주말, 공휴일의 경우 1시간에 700엔(7000원 이상)이라는 무시무시한 가격입니다.
물론 3시간에 1500엔, 하루 종일 2500엔 등의 패키지가 있어서 오래 즐기시는 분은 이쪽을 사용하긴 합니다.
저는 하루 종일 패키지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두번째 차이점은 "혼자 놀러 가는 손님들이 많다"는 점이에요.
저도 혼자 놀러 갔지만, 저 이외에도 3~4명의 손님들이 혼자서 와서 놀다 가더군요.
이렇게 혼자 온 사람들은 점원들의 중재로 다른 손님들과 합석을 하거나, 점원들과 2인플을 합니다.
가게가 좀 한산하면 여러 명의 점원과 다인플을 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혼자 놀러오는 사람들에 대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에요.
합석하는 것도 크게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사람 수가 늘었다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러면 다들 궁금해 하실 게임이야기를 해볼게요.
리틀 케이브에는 약 500종의 게임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있다고 하더군요.
제가 일일이 세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 같습니다.
운영하고 있는 점원들이 보드게임 제작자여서 그런지 게임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더군요.
아무튼 저는 제 상황을 설명하고, 가급적이면 일본에서만 할 수 있는 게임들을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더니 흔쾌히 받아줬습니다.
다들 아시는 게임들은 얘기하지 않도록 하고, 기억에 남았던 게임들 몇 가지만 써보겠습니다.
1. 고이타 카나자와 에디션
일본의 전통 "끌"라이밍 게임 고이타입니다.
저도 가지고 있는데, 이 에디션은 카드 아트웍이 굉장히 예쁘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한 장 찍었습니다.
2. 라이넷(雷ネット)
가이스터라는 2인 게임이 있습니다.
착한 귀신, 나쁜 귀신이 각각 4마리씩 있어서 이들을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게 배치한 뒤 플레이하는 게임인데요.
룰이 간단하고, 심리전의 요소가 있어서 커플들에게 추천이 많이 되는 게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라이넷이라는 게임은 이러한 가이스터에 몇 가지 특수액션들을 넣어서 조금 더 전략적으로 만든 게임입니다.
추가된 4가지 액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라인부스트 : 자신의 말에 장착할 수 있습니다. 라인부스트가 장착된 말은 한 번에 직선으로 2칸까지 움직일 수 있습니다.
방화벽 : 빈 칸에 놓을 수 있습니다. 방화벽이 놓여진 칸은 통행이 불가능합니다.
404 Not Found : 자신의 말 하나를, 다른 자신의 말 하나와 위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Virus Check : 상대방의 말 하나를 확인합니다.
이 중, 아래의 2가지 액션은 게임에서 딱 한 번만 사용가능합니다.
위의 2가지 액션은 탈부착이 가능하여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략성이 추가된 가이스터라는 느낌이었습니다.
3. Slide 10
독특한 덱스터리티 게임 Slide 10입니다.
한 손의 손가락 두개를 사용하여, 합쳐서 10이 되는 타일 2개를 바깥쪽에 있는 끈에 닿게 만들면 획득하는 게임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위의 폭탄이나, 다른 타일들을 건드리면 안 됩니다.
보너스 타일은 반대로 타일 2개를 움직이면서 같이 이동시켜서 바깥쪽 끈에 닿게 만들면 추가 점수가 됩니다.
처음 볼 때에는 아직 산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학습용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해보니 의외로 긴장되고 재밌습니다.
4. 까르보나라 파스타
오너가 직접 조리해 주십니다.
전직 요리사라고 합니다.
저는 파스타를 먹었는데, "메이플 미플"이라는 미플모양 팬케이크도 꽤 인기 있더군요.
5. Fast Track
어 이거는.. 다른 이름의 게임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간단하게 자기쪽 말을 고무줄을 튕겨서 상대방 쪽으로 넘기면 됩니다.
먼저 말을 전부다 넘기면 승리하는 덱스터리티 게임입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다른 이름을 아시는 분 혹시 계신가요?
6. 다이아인가 나비인가
일본 전통 도박을 리메이크한 게임이라고 하는데요.
룰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사람 수만큼 준비되어 있는 까만 봉투 중, 하나만 꽝입니다.
선 플레이어가 먼저 백에서 사람 수만큼의 다이아몬드를 꺼냅니다.
다이아몬드들은 각자 가치가 다릅니다.
그 뒤 선 플레이어를 제외한 다른 플레이어들은 모두 눈을 감습니다.
이 때, 선 플레이어가 까만 봉투를 잘 섞어서 배치하고 그 위에 방금 뽑은 다이아를 하나씩 놓습니다.
이 작업이 모두 끝나면 외칩니다. "다이아인가 나비인가"
이제 다른 플레이어들은 눈을 뜨고, 봉투를 하나씩 순서대로 고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봉투가 선 플레이어의 봉투가 됩니다.
선 플레이어가 비싼 다이아몬드를 꽝 봉투 위에 놓아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만들도록 세팅했을지,
"역으로 가는" 방법을 선택했을지는 이제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
꽝 봉투에서 나비가 사뿐사뿐 날아가야 허망할 것 같은데
여기 들어간 장난감 나비는 고무동력이라 생각보다 반동이 크더군요.
거의 호러에 가까웠습니다 -_-
7. 프린세스 원더
4가지 카드게임이 들어 있는 게임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 제가 해본 건 "욕심쟁이 왕국"이라는 게임이었습니다.
2인 게임인데, 처음에는 7~8장?(확실하지는 않은데 대충 그런 것 같습니다.) 정도 되는 동일한 시작카드를 받고 시작합니다.
자신의 턴이 되면, 자신의 카드 중 3장을 선택해서 뒷면으로 내려놓습니다.
이 때 상대방은 이 3장의 카드를 추측하여 마찬가지로 뒷면으로 내려놓습니다.
서로 3장씩 뒷면으로 내려 놓으면, 자신의 턴인 플레이어가 1장씩 순서대로 공개합니다.
이 때, 상대방이 제대로 추측했다면 그 카드로 얻는 자원은 무효가 됩니다.
만약 그 카드가 A라는 자원을 소비해서 B라는 자원을 얻는 카드였다면, A라는 자원을 소비하지만 B라는 자원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브룸 서비스, 마녀의 물약, 글래스 로드 등에서 "나 혼자 선택하면 이득을 보는" 시스템을 극단적으로 만든 일종의 가위바위보 게임인데..
저는 상당히 재밌게 했습니다.
카드들 간의 밸런스가 좀 안 맞는 경향은 있었는데, 효율이 좋은 카드는 상대방이 예측해서 방어하기 때문에 오히려 저효율의 카드를 더 자주 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해서..
이걸 밸런스를 잘 맞췄다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글래스 로드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글래스 로드를 단순화한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8. 스트리트 파이터 라이벌즈
일본에 라이벌즈라는 카드게임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걸 스트리트 파이터에 나오는 캐릭터들로 리메이크했다고 하는데.. 전 원래 라이벌즈라는 게임을 모르기 때문에..
8명의 캐릭터가 있습니다. 이 중 한 캐릭터를 선택합니다.
각 캐릭터는 총 10장의 카드로 구성되어 있는 덱이 있습니다.
이 덱들은 실제 스트리트 파이터에 나오는 캐릭터의 기술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10장 중, 1장은 앞면으로 버리고 1장은 뒷면으로 버립니다.
뒷면으로 버린 카드는 HP 게이지를 표시하는 데 씁니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하는데, 시스템 자체는 랩터나 배틀콘과 흡사합니다.
양 플레이어 모두 손에 든 카드 중 한 장을 뒷면으로 내려놓고, 동시에 공개합니다.
공개된 카드의 특수효과들을 적용하고 그 뒤 "이니셔티브"라고 하는 수치를 비교하여 이니셔티브가 높은 쪽만 공격을 성공, 상대방에게 데미지를 줍니다.
굉장히 짧은 시간에 끝나는 게임입니다.
카드 중 반격기나 가드 등의 카드가 있었는데, 실제의 격투게임을 잘 구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격투게임이라고 하면 역시 가위바위보와 같은 심리전인데..
배틀콘은 좀 더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해서 게임성이 높아진 대신 약간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이쪽은 친숙한 캐릭터와 조금 더 쉬운 접근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날 한 게임 중에 가장 재밌었습니다. 사고 싶어졌어요.
다음에 샵에 들려서 재고가 있다면 살 예정입니다.
9. 어택하냥! No.1
... 이상한 제목의 배구 게임인데..
제가 흔히 언급하는 "예쁜 쓰레기" 류의 게임입니다.
정말 이렇게까지 얘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피카츄 배구가 훨씬 재밌었어요.
다만 일러 및 아트웍은 냥심저격입니다.
10. Piece o Cake
두 명이 있을 때, 케이크를 가장 잘 나누는 방법을 아시나요?
정답은 한 명이 나누고, 다른 한명이 고르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이러한 케이크 나누기 문제를 예쁜 과일 케이크의 일러스트를 입혀서 즐기는 게임인데요.
먼저 11조각(네, 소수라서 플레이 인원수로 나눠지지 않습니다.)으로 이루어진 한 판의 과일 케이크를 선 플레이어가 플레이어 수만큼으로 나눕니다.
그 뒤, 선 다음 사람부터 순서대로 나뉘어진 조각을 가져갑니다.
조각을 가져갈 때 타일별로 먹을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먹는다면, 위에 올라간 크림 수만큼이 게임이 끝났을 때 점수가 됩니다.
먹지 않는다면, 0점이 되는 대신, 게임이 끝났을 때 그 케이크를 가장 많이 보유했을 때 케이크에 써져 있는 숫자가 점수가 됩니다.
총 5라운드를 해서 게임이 끝났을 때 점수가 가장 큰 사람이 승리합니다.
일본 게임은 아닌데, 꽤나 레어한 게임이라고 하더군요. 일러스트도 굉장히 예쁘고 룰도 심플합니다.
어쩐지 여대생들이랑 하면 좋아할 것 같은 게임이더라구요.
저도 단 걸 좋아해서 굉장히 즐겁게 했습니다.
11. 아라레짱 대추적
여러분들 혹시 닥터 슬럼프라는 만화를 아시나요?
요새 분들은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 드래곤 볼의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가 그린 개그만화입니다.
그 개그만화의 히로인, 아라레짱이 나오는 게임인데..
건전지로 가는 장난감 자동차 두 개를 놓고, 쫓는 쪽이 쫓기는 쪽을 잡으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도중에 저 집게-_-같은 걸 조정해서 자동차들의 진로를 변경하는 게 가능합니다.
이게 이렇게 허접해 보여도 나름 고 란돌프 옹이 제작한 게임이라고 하네요.
뭔가 90년대의 느낌이 흠뻑 묻어 나오는 게임이었습니다.
+) 수정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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