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 벼룩 서커스 리뷰

너굴너굴

8,560

2016-6-29 오전 12:39

블로그 방문

팔로우

BEST

쪽지발송

내용 댓글75

발매년도: 1998년

인원: 2인-6인

플레이타임: 10분

언어: 0/10

난이도: 0/10

===

서론

===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드게임 디자이너 레이너 크니지아만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수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꽤나 흥미로운 수학적인 시스템을 게임에 잘 버무려내는 편이지만 테마만큼은 형편없다는 표현조차 아쉽지 않을 정도로 따로놀죠. 다행이라 해야할까요? 시스템에 더 중점을 두는 저로선 레이너 크니지아의 게임들이 대체로 잘 먹히는 편입니다만... 오늘 이야기 할 벼룩 서커스는 "이게 정말 크니지아가 만든 게임이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실망을 했습니다. 자, 규칙을 간단히 짚어본 뒤 이 게임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하나 짚어보죠.

===

게임 방법

===

벼룩 서커스는 순수하게 카드로만 구성된 게임입니다. 10 종의 색상이 존재하며 각 0~7까지 숫자를 가지고 있죠. 또한 다른 사람의 카드를 뺏어오거나, 한장 달라고 하거나, 카드를 마음껏 뽑게 해주는 특수 카드가 각 3장씩 존재합니다. 연식이 제법 되는 게임인 만큼 상당히 간결한 구성이죠.

각 카드에 적혀있는 숫자는 승점을 나타내며, 3개의 같은 숫자를 모으게 되면 10점으로 인정됩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0~3까지의 숫자들은 세장을 셋트로 모아 10점을 내는게 이득이지만 4~7처럼 높은 숫자는 셋트로 만들어 버리면 오히려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각 플레이어는 덱 위에서 카드를 하나 뽑아 바닥에 놓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지금까지 바닥에 내려진 카드 중 하나를 손으로 가져가고 턴을 종료하거나 또 다시 덱에서 카드를 뽑아 내려놓을 수 있죠. 이 카드뽑기 행동을 몇 번이고 반복해도 됩니다. 그러나 이전에 나온 색상의 카드가 또 다시 나온다면 해당 플레이어의 턴은 즉각 종료되며 방금 뽑은 카드는 버려지게 됩니다. 이렇게 버스트(Bust) 되지 않으려면 과한 욕심을 내지 않고 적당히 카드를 가져가는 절제력이 필요합니다.

카드를 가져갔거나 특수 카드를 사용했다면 손에 있는 카드 중 셋트로 만들 수 있는 카드들을 자기 앞에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이 세트들은 각 10점이 되는거죠.

게임의 종료조건은 두 가지 입니다.

1. 덱이 떨어진다.

2. 누군가 10종의 색상을 손에 모두 모은다(+10점 보너스)

모든 플레이어들은 손패에 있는 카드를 합산 + 바닥에 있는 세트 수 x 10 = 총점으로 계산합니다. 단, 중복된 색상의 카드는 가장 높은 숫자 하나만 점수로 인정됩니다. 점수를 비교하여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

감상

===

벼룩 서커스는 꽤 다양한 형태로 재판이 되어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여름의 보물이 있겠네요. 어떤 버전의 게임을 구입하든 레이너 크니지아의 작품답게 테마와는 아무 상관 없는 것은 여전합니다. 그러니 테마/일러스트/콤포넌트에 대한 이야기보단 시스템 하나만 두고 집중적으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결국 게임의 구입을 판단하는건 "게임이 재미 있는가" 이니까요.

벼룩 서커스는 기본기에 충실한 게임입니다. 화려한 기교, 복잡한 시스템, 난해한 점수 계산도 없죠. Press Your Luck (운 밀어붙이기) 류의 게임 중 군더더기가 거의 없는 가장 깔끔한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Simple is the best 라는 표현이 있지만, 이렇게 담백하게 만든 게임들은 정말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는 게임수명을 가집니다. **추가** 여기에서의 "게임수명"이란 얼마나 자주 테이블에 올라오겠는가? 하는 부분을 뜻합니다. 노땡스, 젝스님트, 러브레터 같은 게임은 세월이 지나도 꾸준히 돌아가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은 반짝 떴다가 경쟁작 때문에 순식간에 잠잠해지고 말죠. 벼룩서커스는 전형적으로 후자에 속할 게임입니다. 게임이 재미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이 게임을 대체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론 잉칸골드와 데드맨스 드로우가 이 게임을 완전히 죽여버리는 킬러 게임들이라 여깁니다.

벼룩 서커스는 치명적으로 부족한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바로 All or Nothing 이라는 생각으로 몸을 내던져야 하는 긴장감입니다.

잠시 비슷한 게임 이야기를 해보죠. 모두가 사원을 탐험하는 테마의 잉칸골드에선 사람들이 겁을 먹고 꽁무니를 내뺄 수록 자신에게 돌아오는 보상이 커집니다. 점점 위험해지는 탐험, 그러나 쌓여만 가는 재화. 그것이 사람들에게 "한번만 더!" 하고 욕심을 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죠. 그러나 아차 하는 순간에 목숨을 잃게 되면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그 많은 고민과 고뇌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죠. 다음번엔 탐욕을 조절하겠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어리석으며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법. "조금만 더"를 외치다 모든 것을 잃고 몰락하는 사람을 지켜보는게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 입니다.

데드맨스 드로우에는 벼룩서커스와 상당히 비슷한 유형이지만, 자신이 드로우한 카드들을 모두 가지게 됩니다. 한장이 아니고 모두요. 이것은 사람의 욕심을 자극하죠. 특히 벼룩 서커스처럼 애매한 점수 역할만 하는게 아니라, 카드 한장 한장은 모두 강력한 승점이자 정말 강력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주거나 상대방에게 빅엿을 날릴 수 있는 좋은 카드들이 많기 때문에 "한장만 더!" 하는 욕망이 꿈틀대죠. "남에게 한장 줘도 상관없어" 같은 애매한 마인드로 게임에 임했다간 상대방 캐릭터의 능력 / 상대가 가져간 카드의 능력으로 영혼까지 탈탈 털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보다 한장 더 뽑으려고 용을 쓰게 되구요.

그러나 벼룩 서커스에서의 실패는 치명적이지 않습니다. 카드를 바닥에 가득 깔아놓고 버스트를 당하더라도, 다음 차례가 왔을 때 집어갈 카드가 아직 남아있는 경우도 자주 있고, 바닥이 텅텅 비었다면 다시 적당히 카드를 뒤집고 카드를 가져가면 되니까요. 초보자들을 많이 배려한다는 느낌까지 들어요. 전 이것을 과잉친절이라 생각합니다. 운을 테스트하는 게임에서 욕심으로 인한 실패에 대해 이렇게 관대하면 안됩니다.

이것은 개인의 취향을 떠나 게임 전체의 분위기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널널하고 쉬운" 느낌을 주게 되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위기의식을 덜 가지게 되고 점차 태만한 마음가짐으로 "필요한게 없네? 일단 뒤집어 보지 뭐" 같은 낙관적인 운영을 하게 되죠. 망해도 괜찮으니까요. 이런 긍정적 태도가 바이러스처럼 퍼지기 시작하면 게임의 핵심 재미라 할 수 있는 긴장감이 급격히 떨어지는건 필연적입니다. 게다가 게임을 팽팽하고 재밌게 만들어 주었어야 할 세 종류의 특수카드 또한 진부한 "가져오기" / "받아오기" / "마음껏 뽑기" 정도로 다른 게임에 비해 독특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으며 조미료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하나 탄탄하게 짜여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죠.

결론을 내리자면, 레이너 크니지아의 작품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간결합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지루합니다. 디자이너가 크니지아인만큼 테마는 없더라도 시스템적으로 좀 더 많은 것이 담겨있길 바랐습니다만... 지금까지 해온 레이너 크니지아의 작품 중 가장 이질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네요. 어떤 연령대 / 성별의 플레이어들을 생각하며 이 게임을 만든걸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개인적으로 보드게임을 정말 처음해보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 게임을 추천하는 것은 어려울 듯 합니다.

<모든 이미지는 보드게임긱에서 가져왔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내용 보기

팔로우

피드

저장

너굴너굴

님에게 댓글 작성

댓글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