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포넌트의 예술 : 쓰루 식 개인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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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23 오후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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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구입한 쓰루 컴포 업글 셋입니다.

기본 원기둥 목재 토큰을 대체하는 투명 플라스틱 큐브인데요.

원래 폴란드판 쓰루에 기본으로 들어있는 컴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크기가 약간 더 커져 손에 잘잡히고, 큐브 모양이라 굴러다닐 염려도 덜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비주얼도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컴포의 형태 얘기를 먼저 했지만 여기선 외형적인 측면보다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의 예술성을 말하고자 합니다.

예술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만큼 쓰루의 개인보드는 쓰루 디 에이지스를 접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느꼈던 요소입니다.

쓰루의 핵심 시스템에는 다음 두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1) 전체 인구 규모에 따라 인구 증가와 유지에 필요한 자원량이 달라진다.

2) 잉여 자원량에 따라 부패가 발생하는 양이 달라진다.

아마 고전게임이라면 위 규칙을 나타내기 위해 단순히 변인과 종속변수 관계를 나타내는 참조표를 제공했을 것입니다.

잉여자원	0~8	9~10	....
부패	2	4	....

플레이어는 매번 비용을 계산하기위해 사용된 요소들의 수를 일일이 세어보고 표에서 해당 값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여야 했겠죠.

쓰루는 가히 혁명적인 방법으로 이런 불편함을 해결합니다.

개인보드 위에 사용가능한 토큰을 미리 배열해두는 공간을 마련하고

각각의 공간에 해당 토큰이 사용된 순간의(지금까지 사용한 토큰량에 따른) 효과 값을 표시해두었습니다.

토큰이 사용되어 다른 곳으로 옮겨지면 토큰에 의해 가려졌던 값이 자연스레 표시됩니다.

즉, 게임 도중 매번 카운팅해야는 수고를 한번의 세팅 수고로 전환시킴으로써,

번거로워질 수도 있는 규칙을 사용하면서도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따른 여러 부수적 효과들이 파생됩니다.

자원 종류에 따라 자원 토큰 하나가 나타내는 양이 다르다고 한다면....

3) 자원 기술의 발전은 부패를 감소시킨다.

라는 추가 규칙을 플레이어에겐 아무런 부담을 주지않고 적용시킬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각 개인이 가질 수 있는 토큰의 총량을 증감시킬 수 있다는 개념을 추가하여

보다 다양하고 동적인 상황묘사도 가능하게 됐죠.

예1) 사법체계(자원토큰증가) => 제도가 발전해서 부패 발생이 줄어들었다!

예2) 사람이 거주하는 땅(인구토큰증가) => 거주지역 확보로 인구를 손쉽게 증가시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곰씹어 볼 수록 참 멋진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참조표를 제공하거나 텍스트를 풀어써서 이런 규칙들을 구현하려했다면 얼마나 난잡한 게임이 되었을지.... 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ㅎ

쓰루의 개인보드와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한 게임들 몇가지... (제가 아는건 몇 안되네요. 이하 사진 출처는 보드게임긱입니다.)

쓰루의 영향 아래 있을 수 밖에 없는 문명게임인 패치스토리와 네이션스도

인구 수에 따른 식량 소비량를 쓰루와 같은 방식으로 표현했구요.

워게임인 히어아이스탠드,버진퀸도 점령한 지역 수에 따른 승점 계산을 위해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했죠.

(*사실 발매일 기준 히어아이스탠드가 먼저 도입했습니다 : HIS는 06년 2월 쓰루는 06년 10월에 발매.)

이클립스의 자원 생산량 표현은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테라 미스티카는 이런 시스템이 없었더라면 탄생하지 못했을거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쓰루 식 개인보드를 통해 게임의 핵심 시스템들을 담아내고 있으며 이를 백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2판 때까지의 쓰루 개인보드. 3판부터 시작 기술 카드를 일체화 시킨 보드를 제공합니다.)

쓰루가 이런 방식을 도입한 최초의 게임은 아니지만

이를 가장 잘 활용한 최초의 게임이라 봐도 무방할 것 같기에 쓰루 식 게임보드라 칭해봅니다.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콜럼부스의 달걀이 다 그렇죠.

컴포넌트 차원에서 이 시스템이 이후의 보드게임들에게 끼친 영향은

일꾼 놓기, 덱빌딩, 액션 포인트 시스템 등과 같은 규칙 차원의 혁신에도 견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종종 눈에 띄는 시스템이지만 컴포넌트 차원의 시스템이라 그런지 특별히 언급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아 끄적여 봤습니다^^

첨엔 쓰루가 최초의 게임인 줄 알았다가 글을 수정하여 다소 두서 없는 글이 되버렸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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