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바뀐 취향에 대한 잡담 2편 (Agemonia)

라마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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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13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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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조금 바뀐 취향에 대한 잡담 1편 (Oathsworn)

그럼 이어서 아게모니아 이야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아게모니아는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장점이 많은 게임입니만

아직도 한 외국 유저의 평 만큼 저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글은 없던 것 같습니다.

“What I wished Gloomhaven was when I played it 7 years ago.”

“7년 전 Gloomhaven을 플레이 할 때 바랐던 모습.”

단순히 글룸보다 더 나은 게임임! 이런 말을 하는것은 아닙니다.

단지 제가 바랐던 RPG스러운 보드게임의 모습이 아게모니아에 있을 뿐입니다.

“Agemonia chooses to focus on character, narrative, lore and worldbuilding.”

“아게모니아는 캐릭터, 서사, 신화, 세계 구축에 집중한다.”

더할게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저의 평가와 일치하는 글입니다.

그래도 이대로 글을 끝낼 순 없으니 조금만 더 살을 붙여보죠.

결국 아게모니아의 가장 큰 장점은 RPG의 경험에 가장 가까운 게임이다. 라는 점입니다.

훌륭한 GM과 함께하는 TRPG장르가 이 분야 원탑이라고 합니다만,

사실 제가 자라오면서 경험한 RPG는 1인칭이 아닌 3인칭 으로 진행되는 RPG 게임입니다.

제가 그 캐릭터 자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상호작용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존재에 가깝죠.

그러면서도 때로는 몰입하고, 캐릭터중 하나가 된 것처럼 결정하기도 하고, 단순 재미로 힘든 길을 가기도 합니다.

아게모니아는 그런 느낌의 RPG 게임입니다.

완전히 캐릭터로 몰입하기 보다는 어떨 때는 관찰자의 시점으로 어떨 때는 몰입하고 캐릭터에 빙의해서

아게모니아 세계관을 여행하게 됩니다.

단순하게 함축한다면 아마도 이렇게 표현 할 것 같습니다.

아게모니아는 설레이는 선택지과 경험으로 가득합니다.

갓겜에겐 실례가 될 수 있겠지만… 글룸헤이븐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글룸헤이븐에서 방문을 열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새로운 설렘으로 두근두근 하시나요?

저의 경우는 “아… 또 얼마나 x 같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퍼즐을 풀어야 하는 게임이기에 계속해서 퍼즐을 던져줄 뿐입니다.

전투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장르 특성 때문이겠죠.

아게모니아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이 게임은 선택지에 설렘을 담고 있습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두가지 요소 때문인데

그래픽 적인 디테일이 게임 요소가 된다는 점

그리고 특이한 시야 개념 때문입니다.

전투할때 쓰는 그 시야선과는 다른 느낌으로

가까이 가면 보이고 만질수 있고, 멀면 잘 안보인다고 못 만진다는 공간적 개념에 가깝습니다.

예시를 들어보죠.

먼저 그래픽적인 요소를 던져 줍니다. 맵에 보면 조그마하게 검은색 점 같은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엔 2칸 이내에 들어오면 카드 G를 펼쳐보세요 라고 지시문이 있습니다. 뭐 느낌표가 떠있는거죠.

어 이게 뭐지? 하고 미니어쳐를 움직여 그 방향으로 움직여 봅니다. 그리곤 카드G를 봅니다.

저 멀리서 두건을 뒤집어쓴 남자 한명이 고함을 지르면서 미친듯이 돌고 있습니다.

→ 같은 칸에 가면 이 남자에게 질문 할 수 있습니다.

느낌이 오시나요?

저 멀리 무언가가 있고, 조금 더 가까이 가면 실체화 된 후에, 상호작용의 선택지가 생깁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RPG 게임의 모습이죠.

누군가는 저 남자의 괴상한 모습에 “가까이 가면 공격하는거 아니야?!” 라고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는 “겁나 웃기네 뭐하는 놈인가 가서보자” 라고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야 슬슬 NPC 동료 나올때 됐어. 일단 가서 이야기 해보자” 라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고

무턱대고 “궁금한건 못참아! 가서 스토리 다 까봐!” 라는 결정도 가능합니다.

이 느낌과 설렘이 정말 너무나도 강렬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 이지만 진행될수록 패턴화 되는 경우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도 아게모니아 속에서 경험적으로 학습 했다는 느낌에 가깝고 반복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저번에 저거 먹고 장염으로 고생했으니 이제는 보여도 안먹어야지. 하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까보면 결과가 달라질 순 있긴합니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아게모니아는 이 외에도 장점이 정말 많은 게임입니다.

스테미너 시스템도 흥미롭고, 플레이어들이 협력을 해야하는 방식도 너무 훌륭하며

주사위 굴림 매커니즘도 기분나쁘지 않게 운 요소를 조절해 줍니다.

팩션 시스템도 흥미롭고 마을을 여행하며 앱도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 성장의 느낌 또한 훌륭하죠.

하지만 결국 이 게임의 모든 장점은 아게모니아를 즐겁게 여행하기 위한 구성으로 느껴집니다.

잔룰이 있긴 하지만 플레이어를 괴롭히지 않는 직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운 요소가 있지만 극단적이지 않으며 항상 유의미한 경험을 항상 제공해 줍니다.

스토리가 아무리 좋아도 메커니즘이 노잼이면 그 누구도 그 세계관 여행하고 싶지 않겠죠.

결국 게임 속 캐릭터, 서사, 신화, 그리고 아게모니아의 세계관을 경험하는 플레이어에게

더 흥미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 합니다.

튜토리얼을 하며 룰을 배우다보면 마치 디자이너가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아게모니아 여행을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게 잘 준비해두었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결국 바뀐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려면 오늘도 유로까가 되어야 하는데…

결국 인풋과 아웃풋이 정해진 세계에 흥미도가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고정된 규칙 내에서 최적화 실력을 겨루는 것도 일 처럼 느껴져서 흥미가 많이 떨어진 것 같네요.

돌 3개를 넣으면 벽돌 1개가 나오는 세상이나

문을 열면 몬스터가 튀어나올게 뻔한 게임에는 이젠 가슴이 설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보드게임긱에서 흥미로운 문장을 하나 보았습니다.

“You forget games and remember stories.”

"게임은 잊혀지지만 경험은 기억된다." 라고 살짝 의역 해봅니다.

언젠간 아게모니아의 룰은 몽땅 까먹어버리는 순간이 오겠지만

그 세상 속에서 지인들과 함께 선택하고 경험한 이야기는 오래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언젠가 3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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